9주년 노벨상 9주년 기념 - 이희호 이사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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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 후 제 남편은 입원을 했고, 입원 37일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국장 때에는 수많은 국민들이 전국에서 애도를 해주셨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북한 등 여러 나라에서 특사 조문단을 파견해주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애틀란타,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영국 캠브리지에서 추도회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제 남편의 정신과 사상과 정책을 토론하고 계승하자는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이 행사도 제 남편이 남긴 유지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됐습니다. 앞으로 미국과 일본, 그리고 국내에서도 이런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저는 유족으로서 국내외에서 남편이 남긴 정신과 정책을 배우고하는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여러분!
제 남편은 올해 1월 6일 85회 생일날 일기에 이렇게 썼습니다.
“돌아보면 파란만장의 일생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 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제 남편은 평생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제 남편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싸웠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하고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피어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갖은 음해와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남편은 무엇보다도 화해와 용서, 관용의 정신을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남편이 남긴 정신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우리나라는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부정책에 대한 갈등이 커지고 있고, 남북관계는 긴장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민들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우리 젊은이들은 뛰어난 자질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때야말로 제 남편이 추구했던 정신과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와 관용, 화해와 협력, 어렵고 힘들게 사는 우리 이웃을 돌보는 정치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가 제 남편, 김대중 대통령께서 남긴 유지와 정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동시에 저는 이 행사가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협력과 대화를 다짐하고 실천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여러분!
저는 지난 9월 남편이 초대 이사장으로 있던 김대중평화센터의 이사장에 취임했습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그동안 해왔던 6.15와 노벨평화상 기념행사와 함께 8월 18일 제 남편의 서거일에 맞추어 추모행사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대중평화센터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빈곤문제의 해결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빈곤문제는 김대중평화센터의 설립목적이기도 하고, 남편이 생전에 강조했던 주제이기도 합니다.
오늘 참여하신 분들이 내신 참가비는 KBS에 전달되어 국내의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쓰여질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공연을 맡은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을 통해 아프리카 케냐의 빈민촌 아이들을 위해서도 사용될 것입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출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오늘의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남편은 비록 가셨지만 항상 여러분들 곁에 계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