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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평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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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2001년은 노벨평화상 제정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0세기의 분쟁과 21세기를 위한 해결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생존해 있는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대부분(39명중 35명)이 참여했으며 김 대통령은 주제 발표를 통해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 및 비전을 제시했다.



    ■ 김대중대통령 발표문 ( 2001년 12월 06일 )


    존경하는 [베르게]노벨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위원 여러분! 존경하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와 귀빈 여러분!


    먼저, 역사적인 노벨상 제정 100주년을 여러분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해 마지않습니다. 그리고 지난 100년 동안 이 위대한 과업을 이끌어 오신 노벨위원회에 대해서 마음으로부터 찬양과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이처럼 영예로운 자리에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다시없는 영광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지금 세계는 미국에 대한 테러사태 이후 평화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노벨평화상 제정 100주년을 계기로 우리가 지난 세기의 전쟁과 평화를 되돌아보면서 21세기의 인류평화와 복지를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 깊고 시의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20세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25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전쟁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무려 1억 1천만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중 60%인 6천 3백여만명은 민간인들이었습니다.


    20세기 전쟁의 주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그 하나는 ''민족주의의 대결''이고, 다른 하나는 ''이데올로기의 대결''입니다. 민족주의의 대결은 20세기 전반기에 그 세를 떨쳤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서 인류는 이를 철저하게 경험했습니다. 중동 일부에서 지속되고 있는 민족 대립 양상은 지금도 세계 평화에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의 갈등 역시 1950년의 한국전쟁을 비롯해서 20세기 후반기에 40여년에 걸친 첨예한 동서냉전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한반도에서는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민족주의와 이데올로기 이외에도 지금 세계 각지에서는 인종간, 종교간, 문화간의 갈등이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에 대한 테러사건에도 종교적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는 21세기가 "평화의 세기"가 되기를 원합니다. 세계 평화야말로 온 인류가 걸어가야 할 가장 숭고한 목표이며, 반드시 성취해야 할 지상과제입니다.


    21세기를 평화의 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올바로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 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저의 소견을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혁명을 겪었습니다. 첫째는 인간의 종의 탄생이요, 둘째는 1만년전 농업의 시작이요,셋째는 5∼6천년전 나일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 그리고 황하유역에서 일어난 4대 문명의 발상이요, 넷째는 2천 5백년전 무렵 중국, 인도, 그리스, 이스라엘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사상혁명이요, 다섯 번째는 18세기말에 영국에서 시작되었던 산업혁명입니다.


    산업혁명은 근대국가 형성의 경제적 토대를 제공했고, 동시에 본격적인 민족주의 시대를 열게 했습니다. 강한 민족은 ''침략적 민족주의'' 즉 제국주의로 나아가는 것을 서슴지 않았고, 약한 민족은 ''방어적 민족주의''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이러한 대결이 결국 20세기 들어 두 번의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을 초래했던 것입니다.


    산업혁명은 분명 인류문명의 발전과 풍요에 찬란한 빛을 가져다주었습니다만, 그 이면에는 약소민족의 비참한 희생과 강대국간의 제국주의 전쟁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여섯 번째 혁명기라고 할 수 있는 21세기 정보화·세계화 시대의 빛과 그림자는 무엇이겠습니까.

    ''제3의 물결''로 불리는 정보화 혁명은 인류에게 ''지식기반 경제''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지식과 정보가 부를 창출하는 핵심요소로 등장한 것입니다.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계층도 컴퓨터를 잘 활용하면 누구나 새로운 부의 창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과거 토지와 자본, 노동력 등 유형적 거대한 자원에 의존했던 산업사회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아울러 시공을 초월한 엄청난 규모의 정보유통으로 세계화는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995년 WTO 체제의 출범은 본격적인 세계화 시대의 개막을 알렸습니다. 상품과 서비스, 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되면서, 말 그대로 ''하나의 지구촌''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는 더욱 가까워지고 부는 더욱 크게 창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정보화·세계화의 밝은 빛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역시 어두운 그림자가 있습니다. 이른바 ''정보화 격차''의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보화에 앞선 나라가 뛰어난 경제력을 가지고 개도국의 경제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지식경제 시대에 있어서 국가간의 정보화 격차는 급격한 소득격차를 가져옵니다. 이런 현상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개도국과 선진국의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괴적인 원리주의나 반세계화 운동의 저변에는 이러한 빈부격차에 대한 분노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또한 정보화 격차는 개도국들의 자기생존을 위한 난개발을 초래함으로써 전 지구적인 환경파괴도 촉진시키게 됩니다.


    우리는 이미 각종 국제회의가 열릴 때마다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인한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에 분노한 격렬한 항의사태를 목격한 바 있습니다.


    빈부격차의 해결 없이는 21세기의 세계평화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핵무기도 미사일도 완전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테러와의 전쟁이 문제인 것입니다.


    지난 9월의 미국 테러참사는 지금까지의 전쟁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테러는 선전포고 없는 전쟁입니다. 얼굴도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무슨 무기를 쓸지도 모릅니다.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합니다. 국제법이나 조약도 소용이 없습니다. 개인의 생활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안심하고 비행기 여행도 할 수 없고, 고층빌딩에 올라갈 수도 없고, 마음 놓고 우편물을 열어 볼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겁하고 잔인한 반문명적 테러행위를 근절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당면해서 테러세력을 응징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그 뿌리를 다스려야 합니다. 빈부격차의 문제야말로 종교, 문화, 인종, 이념갈등의 저변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혜택은 인류 전체가 함께 누려야 합니다. 모든 국가, 모든 민족의 이해관계와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가난하고 고통받는 나라와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참기를 기다려서는 안됩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다 진지하고 적극적인 논의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이와 함께 인권과 민주주의가 인류보편의 가치로서 존중되고 실천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난이 해소되고 민주주의가 실현될 때 21세기의 세계평화는 가능해지고 인류는 안전과 행복을 누리게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누구보다도 노벨평화상의 수상자인 우리들이 그러한 노력의 선두에 서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다음으로 저는 20세기 냉전의 마지막 유산으로 남아있는 한반도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반도평화는 7천만 민족의 문제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평화에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저는 1998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습니다.


    햇볕정책은 남북한이 평화공존과 평화교류를 확고히 이룩하는 가운데 장차의 평화통일에 대비하자는 정책입니다. 세계 각국과 유엔을 비롯한 모든 평화애호기구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 6월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고 교류와 협력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그 후로 한반도에서는 긴장이 크게 완화되고 많은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이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진전되어 왔습니다.

    지난 9월 11일 미국에 대한 테러참사가 있은 지 4일 후인 9월 15일 서울에서는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려 이산가족교류와 남북철도연결 등 열 가지에 걸쳐 합의를 했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참으로 자랑스러운 민족적 성취였습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다시 정체상태에 있습니다만, 그러나 저와 우리 국민은 인내심과 일관성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면 반드시 성공의 길은 다시 열리게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햇볕정책 이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햇볕정책은 남북한은 물론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윈·윈의 정책입니다. 여러분의 계속적인 지지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이제 결론을 맺겠습니다. 20세기는 세계대전과 동서냉전 그리고 각종 무력충돌이 계속된 세기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서도 우리는 평화에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1차대전 이후에 결성된 국제연맹, 그리고 2차대전 이후 구성된 국제연합은 그러한 인류의 소망과 노력의 대표적 소산이라 할 것입니다. 노벨위원회가 지난 100년 동안 수상자 지명활동을 통하여 인류에게 준 평화 메시지의 힘도 매우 컸습니다.


    21세기에도 평화를 위한 우리의 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전진의 원동력을 "대화와 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와 협력의 실천을 통해서 인류는 빈곤문제를 위시한 21세기의 새로운 문제에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다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국가간·문명간·종교간 그리고 인종간에 대화를 통해서 상생의 협력관계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대화가 있는 곳에 이해가 있고, 이해가 있는 곳에 협력이 있습니다. 협력이 있는 곳에 빈곤의 해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 전쟁의 그림자는 사라질 것입니다. 유네스코헌장의 전문에 ''전쟁은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 마음속에 있는 전쟁의 문화를 씻어 냅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대화와 협력의 문화를 심읍시다. 21세기를 평화의 세기로 만듭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