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주년 노벨상 18주년 기념 - 축사 - 이낙연 |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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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님을 존경하고 사랑하시는 선배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며 해마다 기념식을 열어주시는 김대중평화센터, 김대중기념사업회,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 감사드립니다.
대통령님의 가족 여러분, 권노갑 고문님을 비롯한 대통령님의 도반 여러분, 기념식 공동위원장을 맡아주신 문희상 국회의장님과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님을 비롯한 귀빈 여러분, 고맙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우리 민족에게 최초의 노벨상을 안겨주신지 열여덟 해가 흘렀습니다. 우리 곁을 떠나신 지는 아홉 해가 지났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대통령님의 위대함은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뚜렷해집니다.
18년 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김대중 대통령님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째는 민주주의, 둘째는 인권, 셋째는 평화를 위한 평생의 헌신과 업적이 그것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존재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은 당대 권력에 의한 숱한 죽음의 고비와 투옥, 망명과 연금, 억압과 회유에 결코 무릎 꿇지 않으셨습니다. 대통령님은 늘 역사와 국민의 요구에 따라 투쟁하시다 마침내 헌정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실현하셨습니다. 열사흘의 단식으로 지방자치제 완전실시를 이끌어 내셨습니다.
인권의 신장과 평등의 실천을 위해 김대중 대통령님은 생애를 바쳐 노력하셨습니다. 특히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선구적 정책을 잇달아 펼치셨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하셨습니다. 역시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성 국무총리를 지명하셨고, 여성부를 신설하셨습니다. 특히 건강보험을 통합하고, 국민기초생활제를 도입했으며, 공적연금을 모든 국민에게 적용하는 등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가장 혁신적인 복지정책을 정립하셨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대통령님의 구상은 현실보다 수십 년이나 앞섰습니다. 대통령님은 1971년 대통령선거에 처음으로 입후보하셔서 그 원대한 구상을 이미 천명하셨습니다. 4대국 안전보장과 남북한의 4대국 교차승인 그리고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이 그것입니다. 그 때 발표하신 3단계 통일론도 한국의 정치지도자가 제시한 최초의 본격 통일방안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의 구상은 20년이 지나도록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991년 남북한이 드디어 UN에 동시가입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소련과 수교한 것은 1990년이었고 중국과 수교한 것은 1992년이었습니다. 북한과 미국, 일본의 수교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하지만 만약 대통령님의 구상대로 4강 교차승인이 이루어졌다면 지금의 한반도는 어떻게 달라져 있었을까? 많은 회한이 남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은 마침내 취임 2년 후인 2000년 조국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셨습니다.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금강산 관광 개시, 이산가족 상봉 재개, 개성공단 건설 합의 같은 남북 간 인적 물적 교류와 협력을 처음으로 궤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대통령님의 오랜 구상이 응축된 ‘햇볕정책’은 그렇게 햇볕을 보았습니다. 대통령님의 구상과 업적은 노무현 정부로 계승됐고 2007년의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직진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부 다음부터 남북관계는 다시 얼어붙었습니다.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인권은 경시됐습니다. 급기야 국정이 농단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에 대한 국민의 절망과 항의로 촛불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그 이후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사명과 비전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실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그런 노력에 김대중 대통령님은 깊은 영감을 주고 계십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 누가 저희에게 민주주의와 인권과 평화로 가는 길을 이토록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겠습니까. 김대중 대통령님의 존재는 문재인 정부에게, 그리고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축복입니다. 국내외로 어려운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김대중 대통령님을 기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으시고 대통령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노벨상은 영광인 동시에 무한한 책임의 시작입니다. 나는 역사의 위대한 승자들이 가르친 대로, 온 힘을 바쳐 세계의 인권과 평화, 그리고 우리 민족의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을 맹세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의 생각도 김대중 대통령님과 같으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님처럼 위대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님과 같은 꿈을 꾸었고, 같은 길을 따랐습니다. 우리 모두의 지혜와 노력을 모아 김대중 대통령께서 못다 이루신 염원을 이어 가기를 이 자리에서 다짐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