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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주년 6·15 남북정상회담 16주년 - (Session 3) 김동엽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본문

     


    1. 들어가는 말 : 한미 연합군사훈련 공개의 효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 3월 시작된 한미간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은 병력이나 장비 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한국군 30여만 명, 미군 1만7000여 명이 참가했고, 핵추진항공모함, 핵추진잠수함, 강습상륙함 등 미군의 첨단자산도 대거 투입되었다. 이미 지난 2015년 경북 포항 일대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상륙훈련인 ‘쌍용훈련’은 1993년까지 진행된 팀스피리트 훈련 이후 20여년 만에 최대 규모였고, 한반도 전 공역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공중종합훈련인 ‘맥스선더’도 역대 최대 규모였다는 점에서 바로 1년 만에 이를 넘어선 것이다. 내용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작전계획 5015'를 처음으로 적용하여 북한 핵·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미사일 기지’ 등 핵심 시설 타격을 가정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연습했다. 아울러 포항 일대에서는 한미 해병대가 해안 상륙 뿐 아니라 북한 내륙 진격을 가정한 ‘쌍룡훈련’을 실시했고, 특히 미 특수부대와 특전사간에는 유사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고 정권을 무너뜨리는 ‘참수작전’ 훈련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핵실험과 2월 장거리로켓 발사와 같은 북한의 도발이 이번 훈련에 영향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주한미군 측은 이번 훈련이 현 상황과 관계없이 계획된 대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당기간 훈련계획 수립 및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참가 세력의 규모에만 다소 차이가 있었을 뿐 훈련 내용면에서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 이번에 처음으로 ‘작전계획 5015’을 적용하는 훈련을 했다고는 하지만 ‘핵·미사일 기지’ 등 핵심 시설 타격을 가상한 훈련은 이미 예전부터 실시되어 온 것들이다. 상륙훈련이나 소위 ‘참수작전’으로 불리는 북한 지도부 제거 훈련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과거에는 훈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공개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날뿐이다.


    국방부는 훈련 공개가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밀타격과 참수작전으로 북한 수뇌부가 외부활동 자제에 나서는 등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심에 시달렸다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기간 중 가능한 모든 매체를 총동원해 격하게 비난에 나선 것이 바로 공포심을 드러낸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것이 공포감의 표현인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가지는 공포감이 북한의 굴복을 받아내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오히려 과거와 차별화되지 않은 기계획된 훈련의 공개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 상황에 대한 경고와 압박 보다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대내 정치적인 이유가 우선된 것이 아닌가 한다.


    북한은 오히려 강하게 반발하고 나왔다.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중이던 지난 4월 6일에는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가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비난하며, “미국의 무모한 핵전쟁연습책동은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어리석은 자멸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이 핵으로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려는 책동을 가증시켜왔기 때문에 우리는 불가피하게 자위적 핵억제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조선반도정세는 오늘과 같은 일촉즉발의 상태에로 치달아오르게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훈련 종료 이후 5월 3일자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의 비망록에서도 “지금 조선반도의 정세는 수습불능의 최극단상황에 처해 있다”며 “조미 사이에는 생사 판가름을 위한 물리적 결산만이 남아있다”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어 5월 25일 국방위원회 정책국도 담화를 통해 “지난 세기 1950년대 초 미국은 보총을 상대로 원자탄을 휘두르며 북침을 단행하였지만 오늘은 이 행성의 절대병기로 통칭되는 막강한 수소탄까지 보유한 불가항력의 존재와 맞서고 있다”고 주장하며 “항시적인 핵 전쟁소동은 미국본토를 핵 참화의 위기 속에 몰아넣는 비극적 결말을 가져오게 하였다”고 오히려 핵무력을 내세워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북한은 핵을 움켜쥐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정면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자세이다. 어느 한쪽의 양보도 없다면 자칫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 북한의 공격조짐이 보이면 선제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작전계획 5015’ 연습으로 인해 사소한 국지적 마찰이 심각한 사태로 확전될 수 있는 위험성마저 있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아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역시 우선적으로 대화를 하고자 하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북한이 남북군사회담을 제안해 온 상황에서 남북간 다양한 군사적 문제와 함께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의제 선점이 필요하다. 곧이어 8월부터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와 통보


    군대는 작전계획을 가지고 그것을 훈련하는 것이 상식이다. 우리 군과 미군도 한·미 연합 방위체제를 근간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상호 방위 조약에 의하여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여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다. 한미간 연합군사훈련은 미군들에게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있다. 한반도에서 실시되는 다양한 훈련들은 규모나 내용 면에서 다국적이고 연합적이며, 합동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미군들에게 매우 실제적이고 효과적이다. 군사안보적 효과 외에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시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키리졸브 (KR: Key Resolve) / 독수리 (FE: Foal Eagle), 을지프리덤가디언 (UFG: Ulchi-Freedum Guardian)이 대표적이다.(<표1> 참조)


    <표 1> 한미연합연습 현황

    연습명

    형 태

    목 적

    내 용

    을지프리덤

    가디언

    (UFG)

    군사지휘소 및

    정부연습

    현 연합방위체제하 전구작전 지휘 및 전쟁수행 절차 연습

    전시작전통제권전환에 대비 한국 합참·주한미군사령부의 전구작전 지휘 및 수행능력 배양

    군사연습과 연계하여 충무계획 및 전쟁수행예규 수행절차 숙달

    위기관리 절차 연습

    전시전환 절차 연습

    작전계획 시행절차 연습

    주요지휘관세미나

    군사협조기구 운영 연습 등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KR/FE)

    지휘소 연습 및

    야외기동훈련

    현재의 연합방위태세 점검 및 전쟁수행절차 숙달

    한·미 연합작전 및 후방 지역 방호작전 능력 배양

    위기관리 절차 연습

    전시전환절차 연습

    작전계획 시행절차 연습

    연합작전지역 내 수용, 대기, 전방 이동 및 통합절차 숙달

    한·미 연합실기동훈련 등


    * 출처: 2014 국방백서(서울: 국방부, 2014), p. 256.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대표적인 합동 군사훈련 중 잘 알려진 팀스피리트(Team Spirit)는 1976년부터 1993년까지 실시되었다. 1994년 이후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 Reception, Staging, Onward Movement and Integration of Forces)로 명칭을 변경해 사용하다가 2008년부터 키리졸브(Key Resolve)라고 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키리졸브(KR) 연습은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전쟁 수행절차 숙달에 중점을 두고 매년 전반기에 실시하는 한·미 연합 전구급 지휘소연습(CAX)이다.


    독수리(FE) 훈련은 1961년 소규모 후방지역 방어훈련으로 시작되어 1975년부터 연합 및 합동작전과 연합특수작전 개념을 추가하였고 1982년 이후에는 정규전 개념을 적용하여 특전부대의 침투 및 타격훈련과 중요시설방호훈련을 병행하는 야외기동훈련(FTX)으로 발전되었다. 최근에는 연합기동훈련, 해상전투단훈련, 연합상륙훈련, 연합공격편대군훈련 등 한·미 연합작전과 후방지역 방호작전 능력을 배양하는 훈련으로 범위가 확대되었다.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은 연습의 질적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2002년 RSOI/FE연습 시 상호통합하여 실시하였다. 2008년부터 KR/FE로 바꾸어 지휘소 연습과 야외실기동훈련을 병행하는 한·미 연합 전구급 연습으로 확대되었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한국군 단독 및 한미 공동 대응능력을 향상하고, 전면전시 한미 연합 전쟁수행능력을 강화하는 한·미 연합연습으로 작계에 기초하여 컴퓨터모의로 진행되는 군사지휘소 연습과 정부연습으로 시행되고 있다. 1954년부터 유엔사 주관 하에 시행해 오던 ‘포커스렌즈’ 군사연습과 1968년 1·21사태(북한 무장공비 청와대 기습사건)를 계기로 시작된 정부차원의 군사지원 훈련인 ‘을지연습’이 통합된 컴퓨터 워게임 기법을 이용하여 정부 및 군사 분야 종합 지휘소연습으로 발전되었다. 1991년부터 1993년 사이에 남북관계 및 대전 엑스포 행사지원 등으로 정부연습과 군사 연습을 분리하여 실시하였으나, 1994년 이후 재통합된 하였다. 2008년부터 UFL연습에서 UFG(UIchi-Freedom Guardian)로 명칭을 변경하여 매년 8월말에서 9월초 사이에 실시하는 연례적인 방어연습으로, 연습간 시·군·구급 이상 행정기관과 주요 동원산업체, 군단급 이상 육군부대 및 함대사급 이상 해군부대, 비행단급 이상 공군부대, 해병대사령부, 주한 미군 및 계획된 전시증원 부대가 참가한다.


    대표적인 KR/FE와 UFG 이 외에도 각군별 또는 훈련목적별 매년 많은 연합훈련이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다.(<표2> 참조) 한국군 독자적으로는 태극연습 호국훈련 화랑훈련 등의 대규모 연습과 훈련을 통하여 육·해·공군의 전시 합동작전 수행절차와 방법을 숙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훈련의 종류와 횟수가 많고, 일 년 중 연합군사훈련이 없는 날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표 2> 기타 주요 연합훈련

    훈련명

    시 기

    참가국

    훈련 내용

    공구사전투준비태세 연습 (PenORE)

    연2회

    한국, 미국

    연합 공격편대군 훈련

    긴급항공차단, 근접항공지원

    대화력전 등

    공중급유훈련

    연2~3회

    한국, 미국

    급유가능기종 조종사 자격 획득 및 유지 훈련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

    (Pacific Reach)

    3년제

    한국, 미국,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

    잠수함 승조원 탈출 및 구조훈련 등

    쌍매훈련

    (Buddy Wing)

    연8회

    한국, 미국

    공중전투 훈련

    긴급항공차단 훈련 등

    연합 대규모 항공전역훈련

    (Max Thunder)

    연2회

    한국, 미국

    방어제공 훈련

    연합 공격편대군 훈련

    긴급항공차단/대화력전 훈련

    공수, 탐색구조훈련

    연합 대잠전훈련

    (ASWEX)

    연2회

    한국, 미국

    잠수함 추적, 공격, 어뢰발사(모의)

    대잠자유공방전 등

    연합대테러훈련

    (Vector Balance Knife)

    연1회

    한국, 미국

    레펠/등반훈련

    대테러/저격수 사격

    통로개척, 내부소탕

    유형별 작전(건물, 항공기) 등

    연합 특수작전훈련

    (Balance Knife)

    연3회

    한국, 미국

    한미 비정규전 작전수행능력 배양

    비정규전 교리 발전 등

    연합상륙훈련

    (쌍룡훈련)

    연1회

    한국, 미국

    탑재, 여건조성작전

    결정적 행동(해상·공중돌격, 육상작전)

    연합지휘소 운용 등

    코브라골드훈련

    (Cobra Gold)

    연1회

    한국, 미국, 태국

    연합상륙훈련, 해상기동훈련

    특수전 훈련

    인도적 민사활동

    인도적 작전 지휘소 연습 등

    태평양 공군 연합전술훈련

    (Red Flag-Alaska)

    연1회(전투기)

    격년(수송기)

    한국, 일본, 호주, 영국, 싱가포르, 태국, 프랑스 등

    방어제공 훈련

    연합 공격편대군 훈련

    저고도침투 및 화물투하훈련 등

    한·미 잠수함전훈련

    (Silent Shark)

    격년제

    한국, 미국

    잠수함대 잠수함 훈련

    공격기뢰 부설훈련 등

    한·일 수색 및 구조훈련 (SAREX)

    격년제

    한국, 일본

    조난 항공기/선박 수색 및 구조훈련 등

    환태평양훈련

    (RIMPAC)

    격년제

    한국, 미국, 호주, 칠레, 영국, 일본, 캐나다, 페루 등

    해상공방전, 해상교통로 보호

    해양차단 및 항공강습

    함포 사격훈련

    유도탄 및 어뢰발사

    상륙훈련/특수전훈련 등

     

    * 출처: 2014 국방백서(서울: 국방부, 2014), p. 257.


    북한도 이러한 점을 부각시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고 있다. 실례로 북한은 “미군이 지금까지 남조선에 벌린 전쟁연습과 군사훈련은 공개된것만 해도 총 1만 3,700여차나 되며 그가운데서 《팀 스피리트》, 《을지 포커스 렌즈》, 《독수리》, 《련합전시증원연습》 등의 대규모적인 합동군사연습은 900여차, 군종별, 병종별 미군의 단독군사연습은 2,400여차나 된다. 그리고 여기에 동원된 병력수는 근 2,000여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다른 문건에서는 “《팀 스피리트》 17차, 《련합전시증원연습》 8차, 《독수리》 24차, 《을지 포커스 렌즈》 33차, 《련합전시증원연습》《독수리》 6차, 《키 리졸브》《독수리》 4차, 《을지 프리덤 가디언》 3차나 진행되었고, 이병박정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사이에만도 120여차에 달하는 대규모합동군사연습과 남한 단독으로 980여차 군사훈련을 감행”하였다고 나열하면서 이들이 명백하게 공격적인 침략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사는 북측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비난에 대한 대응차원 및 훈련의 투명성 증대를 위해 군정위를 통하여 북한에 사전 통보를 실시하려고 노력해 왔다. 과거 팀스피리트는 총 17차례 중 1982년 7차시를 처음으로 군정위 수석대표명의의 전통문을 통해 군사훈련 대북 사전통보를 시작하여 93년 17차 훈련 시 까지 총 11차례 통보하였고 북한도 이를 접수하였다. 1998년 유엔사-북한군간 장성급회담이 합의됨에 따라 유엔사 부참모장(美 공군소장) 명의의 전통문을 통해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리찬복 상장) 앞으로 통보 재개하였으나 북한군은 유엔사측의 전통문이 연습 관련 내용일 경우 접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3. 북한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요구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비난과 함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군축 차원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해 왔다. 북한은 한미군사동맹과 한미연합전력을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이 고리를 약화시키기 위해 집요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연합군사훈련의 중단 요구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1986년 6월 17일 북한 인민무력부장 오진우는 6월 9일자 대남 편지를 통해서, 북한 인민무력부장과 남한 국방부장관, 남조선 주둔 연합국 총사령관이 참가하는 「남북군사당국자 회담」에서 전쟁위험을 막고,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절실한 문제를 협의․해결하되, 이 회의에서 다루어질 의제로서는 ①군사연습과 무력증강을 중지하는 문제, ②병력과 군비를 축소하는 문제, ③조선정전협정을 원안의 요구대로 준수하는 문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1987년 1월 11일 북한 정무원총리와 인민무력부장은 공동명의의 대남 편지를 통해「남북고위급 정치군사회담」을 제의했다. 동 회담에서는 7․4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의 재확인 기초 위에서 남북 사이의 정치적 대결상태․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협의하자고 제의했다. 논의될 의제로는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를 위한 당면조치로서 ①무력축소 및 군비경쟁 중지문제, ②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③큰 규모의 군사연습 중지문제 등과 함께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권능 제고문제 및 중립국 감시군 조직문제 감시군 조직문제 등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1990년 5월 31일, 북한 중앙인민위원회․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정무원 연합회에서 소위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한 10개항 군축제안을 채택하면서 신뢰조성과 관련하여 외국군대와의 모든 합동군사연습․군사훈련 금지를 제시하였다. 곧이어 개최된 1990년 9월 5일 제1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북한은 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서 신뢰조성 문제와 관련하여 외국군대와의 모든 합동군사연습․훈련 금지문제를 제시하였다.

    1991년 10월 3일 북한 정무원총리 연형묵은 제46차 유엔총회 군축연설에서 “불가침선언의 채택은 군사적 대치상태를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군축실현을 위해 외국군과의 합동군사연습 금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3~4년 동안 남북이 각 10만명 이하로 단계적 무력축소, 모든 민간군사조직․민간무력 해체, 새로운 군사기술․장비도입 및 개발중지, 군축의 이행․검증 등을 주장하고, “미국 대통령의 전술핵무기 철수제안을 환영”하면서 “남한으로부터 핵무기의 조기 철거조치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1993년 4월 7일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회의에서 발표한 전 민족대단결 10대강령과 1997년 8월 4일 조국통일 3대헌장 등에서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쟁이 없어야 하며, ‘자주’ 및 ‘민족대단결’의 원칙하에 한반도내에서 동족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군대와의 합동군사훈련 중지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2000년 정상회담 합의 전인 지난 4월까지 남북 고위급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온 선행 실천사항에도 ‘외세와 공조파기 및 합동군사훈련 중지’가 첫째 항목으로 규정돼 있었다. 


    4.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인식과 대응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심각한 안보위협이라고 보고 ‘공화국 북반부를 반대하는 전쟁연습’이자 ‘핵전쟁 준비를 완성하기 위한 도발’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핵 위협과 연관된 것으로 한국전쟁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은 핵무기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하였고, 결국 핵 위협으로 인해 전쟁 종결이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김일성은 미국의 핵공격 가능성에 대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핵무기를 쓰지 못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당시 실제 가졌던 공포감은 대단했다. 김일성 스스로도 “전쟁시기 월남한 사람들도 남조선이 좋아서 나간 것이 아닙니다. 물론 남조선에 나간 사람들가운데는 계급적으로 나빠서 나간놈들도 있지만 미국놈들이 《원자탄을 떨군다.》, 《진달래꽃필 때 다시 온다.》하고 위협하니 겁이 나서 따라나간 사람이 대다수입니다”라며 당시 내부적으로 동요와 공포가 심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1957년 일본에 배치했던 핵무기를 철수하여 한국에 배치하면서 북한은 또 다시 핵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핵무기의 배치가 핵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산악이 많은 한반도 지형적 특성을 이용해 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4대군사노선중 ‘전 국토의 요새화’를 내세웠다. 김일성은 ‘전국을 요새화’한 이유로, “우리에게는 원자탄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어떤 원자탄을 가진 놈들과도 싸워서 능히 견디여낼 수 있다”고 강조하며, “군사학에서 원자탄의 효력과 그 방위에 대해서 배웠겠지만 땅을 파고 들어가면 원자탄은 능히 막아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1976년 시작되어 한미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팀스피리트(Team Spirit) 합동군사훈련으로 인해 핵 위협은 지속되었다. 팀스프리트에는 기본적으로 핵폭격 모의훈련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김일성은 “여러 차례에 걸쳐 미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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