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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주년 6·15 남북정상회담 6주년 기념식 안내말 - 정상회담 회고

    본문

    '6·15남북정상회담' 6주년 기념식은 6월 16일에 '노벨평화상수상자 광주정상회의'가 열리는 관계로 기념만찬을 진행했다.

    6월 8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정치권 인사와 전직 장관 및 재야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하여 백학순 박사의 발표와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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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15 정상회담 회고


    2000년 6월 북한에 갈 때 사전에 남북이 합의할 공동선언 초안을 미리 만들어 북한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북측은 ‘오면 잘된다. 그런 것은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국제관례와는 전혀 다르고 어떻게 보면 예의에도 어긋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사전에 아무런 합의도 없이 그냥 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공항에 나온다는 말도 있고, 나오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나와 입구에 서서 보니 김위원장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때 김위원장이 나온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공항 환영식을 마치고 차를 타는데 보통 국빈으로 외국에 나가면 앞자리에 운전기사와 의전관이 앉고 내가 뒷자리에 앉는 것이 관례인데, 옆문이 열리더니 김위원장이 턱 앉았습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자동차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나는 그때까지는 김위원장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더욱이 수십만 명의 인파가 꽃대를 흔들며 만세를 외치는 소리에 말소리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내가 솔직한 심정으로 이야기하는데 영원히 사는 사람도 없고, 지금 중요한 자리에 있지만 언제까지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없다. 당신과 나는 남북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마음 한번 잘못 먹으면


    7천만 민족이 공멸할 수 있고, 잘하면 후대까지도 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그것은 명백하다. 말만 하면 안된다. 구체적으로 하자. 우리를 공산화하겠다는 생각은 꿈에라도 버리시오. 그렇게 하면 전쟁을 부를 수밖에 없다. 우리도 독일과 같은 흡수통일은 안한다. 아니 못한다. 우리는 서독이 아니다. 우리는 그런 실력이 없다. 더욱이 전쟁까지 했다. 마음 터놓고 화해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말이 상당히 상대방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 문제를 결정하는데 1시간 가까이 대화를 했습니다. 나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김위원장은 돌아가신 아버지 김일성 주석에게 효자였고, 우리나라의 동양예의를 존중한다고 들었는데, 80이 다 된 사람, 노인이 여기까지 왔는데 젊은 사람이 못 오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고 말했더니 김위원장이 ‘그럼 갑시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은 전라도 사람이라서 그렇게 고집에 셉니까?’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나만 전라도 사람이냐, 김위원장은 전주 김씨니 같은 전라도 사람 아니냐. 나는 김해 김씨다.’라고 해서 한번 폭소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공동성명에 합의하고 서명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놓고도 한참 동안 이야기했습니다. 북측은 김위원장이 서명하지 않고 김용순 비서와 임동원 특보가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회담은 우리가 해놓고 다른 사람이 서명하면 세계에 웃음거리가 된다. 오해를 살 것이다.’고 하여 합의가 되었습니다.



    ○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인상


    나는 김위원장과 2박 3일 동안 총 10시간 가까이 만났습니다. 김위원장은 머리가 총명하고 남의 말을 잘 알아듣고 맞는 말이면 금방 수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미국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에게도 김 위원장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온 올브라이트 장관 역시 김 위원장은 남의 말을 잘 듣고 맞는 말이면 바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스웨덴의 페르손 총리,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도 김위원장을 만난 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6.15 공동선언이 성공적으로 된 것은 김위원장의 그런 장점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 2차 방북, 협상 아닌 대화 위해 가는 것


    이번에도 가면서 아무것도 결정한 것이 없습니다. 이번 방문은 지난 방문과 다릅니다. 지난번에는 대통령으로서, 국가책임자로서 협상을 하러 갔지만 이번에는 대화를 하러 가는 것입니다. 대화를 해서 좋은 분위기가 되면 협상은 정부가 할 것입니다. 지금의 주변 환경은 그때보다 더 못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나는 나라의 책임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이제 여생을 무엇을 해야 하느냐 생각해보면, 역시 민족의 장래문제, 남북한의 화해 협력과 통일, 한반도 평화, 동북아에서 한국의 위상확립,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문제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여야 모든 분들께 맡기고 나는 가능하면 남북간의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국회의원도 시켜주고, 대통령도 시켜주고, 노벨평화상도 받게 해준 국민에 대한 보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저력 있는 우리 민족


    나는 우리나라가 21세기에는 상당히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탄생 이래 1만년 전까지 지구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수렵생활을 했습니다. 1만년 전 농업혁명으로 정착생활을 시작했고, 18세기 중엽에 산업혁명으로 산업경제체제가 시작되어 20세기까지 지속되었습니다. 21세기 들어와 지식정보화시대, 극나노산업시대, 지식기반경제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은 중국으로부터 유교, 불교 등 고급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만주족이나 몽고족이 모두 중국에 동화되었지만 우리 민족은 중국문화를 받아들여 재창조하는 주체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또 교육전통이 아주 높은 민족입니다.


    우리 민족은 우리가 몸소 겪은 바와 같이 오랜 독재정치, 군사정치에 굴하지 않고 싸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감옥에 가면서도 끝내 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우리는 폐허 속에서 경제를 발전시켰고, 외환위기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극복했습니다. IMF를 1년 반이면 극복하겠다고 했는데 문자 그대로 그렇게 극복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중에 정보화를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의 정보화가 세계 선두를 가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의 공적이 있다면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보다 정보화를 이룩한 것이 더 의미가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첨단기술 뿐만 아니라 조선, 제철, 자동차 등 전통산업까지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얻은 것은 전통산업이 디지털 기술과 연결되어 좋은 물건을 보다 싸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한류로 우리 문화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하룻밤에 한국 드라마를 1억명, 1억5천만명이 시청한다고 합니다. 한류 붐으로 많은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찾아옵니다. 일본의 유력한 정치인 부인도 한국에 와서 한류 관련 장소를 찾아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세계 개발도상국가의 거의 모든 나라가 한국을 모범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도 하고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고, 복지도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남북이 화해협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의 모범입니다.


    오히려 한국을 제일 알아주지 않는 사람이 한국 사람입니다. 오만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 자신들의 가치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렇듯 민주주의도 실현시키고, 경제난국도 극복하고 문화적인 주체성도 확립하는 저력 있는 민족입니다.



    ○ 남북관계 발전과 주변국 관계의 중요성


    민족이 발전하는데 기본적인 문제는 남북관계입니다. 남쪽의 중소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해야 합니다. 북한은 거리도 가깝고 말도 통하고 사람들도 수준이 높습니다. 또한 임금이 싸고 경제적으로 협력을 하면 북한 사람도 좋고 우리도 좋은, 그야말로 윈윈입니다.


    중국이 최근 급속히 북한에 진출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소홀히 하면 우리가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입니다. 우리의 발을 묶어놓고 중국이 북한에 진출하면 중국의 힘이 휴전선까지 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적극 진출하면 우리의 힘이 압록강까지 진출합니다. 북에 진출하여 힘의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거쳐서 대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반도지만 바다로는 나갈 수 있지만 대륙으로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동구라파, 영국 런던까지 가야 합니다.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할 때 우리는 태평양의 물류거점이 되고 유럽과 연결하여 발전하면 21세기에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북한과 관계개선을 했을 때만 가능합니다. 저는 6.15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하여 ‘철의 실크로드’를 얘기했습니다.


    북한과 대화하는데 있어서 힘든 일이 많습니다. 속상한 일도 많고 가다가 막히기도 합니다. 최근 기차연결 문제를 보면 압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남북화해협력이 양쪽에 이익이 됩니다.


    우리는 1300년 동안 통일국가를 이룬 민족입니다. 우리의 분단은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소련이 2차대전을 통해 우리를 둘로 갈라놓은 것입니다. 전쟁까지 나서 동족상잔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이제 부당한 역사적인 형벌을 제거하고 이 좁은 땅에서 한민족이 다시 일어나 오순도순 사는 것이 국민들을 위하는 길이고 도약하는 길입니다.


    나는 그러한 생각으로 일생을 살아왔습니다. 71년 대통령 출마시 통일문제를 제기하여 많은 모함을 받았습니다. 4대국 한반도 평화보장론을 내세워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 6자회담은 4대국에 남북을 합한 것인데, 35년 전 얘기한 것입니다.


    나는 강택민 주석을 만나서 핵문제가 성공하면 6자회담을 해체하지 말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은 지지했습니다. 미국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일 대학의 폴 케네디 교수는 한국에 와서 ‘한국은 4마리 코끼리 사이에 낀 작은 코끼리다. 한국이 살아가는 길은 주변 4대국을 어떻게 잘 다루느냐에 달려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조선왕조 말엽에 4대국 외교를 잘못해서 망국의 설움을 겪었습니다. 일청전쟁, 일러전쟁이 있었고, 미국과 일본 사이의 카스라 테프트 조약으로 나라를 잃게 된 것입니다. 4대국이 모두 우리의 운명에 관여했습니다. 과거의 역사가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4대국 문제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힘을 기르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우리의 운명이 주변국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4대국 외교를 잘해서 균형있는 역학관계를 유지하여 주변국들이 한국을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굳건히 유지해야 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의 미군주둔에 대해서 찬성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미군이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에 주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똑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튼튼한 안보와 남북관계, 한미동맹이 중요합니다.



    ○ 좋은 국민, 좋은 지도자


    모든 문제는 지혜가 필요하고 나라가 잘 되려면 국민이 지혜로워야 합니다. 좋은 지도자가 나와서 국민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반발 앞서가야 합니다. 좋은 국민은 이제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좋은 지도자가 통치하도록 도와주고 감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는 일생을 나름대로 국민을 위해서 살아왔고, 제 일생에 대해서 스스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민족을 위해서 미력이나마 말년의 인생을 우리 민족을 위해서 바치고자 합니다.


    야당 때나, 재임 5년 동안 도와주신 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리면서 여러분이 현역으로서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우정과 지원에 대해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변함없는 지도 편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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