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주년 6·15 남북정상회담 18주년 - 2부 개회사 - 박원순 | 서울특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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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희호 여사님, 그리고 이낙연 총리님,
그리고 여러분, 반갑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에 그런 일들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건 꿈이 아니고 분명한 현실입니다. 상상을 넘어선 현실이고 새로운 역사입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이 만났습니다. 서로 손을 맞잡고 경계를 넘고, 오랜 불신을 한 순간에 허물었습니다. 통역이 필요 없었고, 말이 잘 통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노래를 부르며,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결코 남과 북은 멀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바로 이틀 전, 북미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똑똑히 목격하였습니다. 70년 적대관계를 깨는 평화의 악수였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평화의 행진이었습니다.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평화는 이렇게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세상은 꿈꾸는 사람의 것입니다. 평화는 만드는 사람의 것입니다. 우리가 꿈을 말할 때, 또 평화를 말할 때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떠오르는 한 분이 있을 겁니다. 누구입니까?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십니다. 하늘에서 보고 계시지요? 흐뭇하게 웃고 계실 것 같습니다. 평화의 길은 어느 날 갑자기 열린 것이 아닙니다. 기적이 아니라 축적의 결과입니다. 적대와 대결의 냉혹한 시대에도 된바람 맞아가며 평화의 길을 닦았던 김대중 대통령의 피와 땀이 서린 축적의 결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길을 여시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길을 다지고 확장하면서 서로 왕래하던 길을, 문재인 대통령께서 다시 이어가고 있습니다.
존경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그립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고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작년에 저는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서울에서 학생들이 기차를 타고 평양에서 북한 학생들을 태워 남북한 학생들이 함께 파리로 기차여행하는 그날을 상상해보자고 말입니다. 지금 어떻습니까?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또 작년에 저는 이 자리에서 서울평양 도시협력방안을 오랫동안 준비했고, 언제든지 꺼낼 수 있도록 맨 윗 서랍에 넣어두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그 문서가 서랍 속을 나와 빛을 볼 때가 되었습니다. 중앙정부와 함께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끌고 가는 평화와 통일의 삼두마차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어제 선거 결과는 보여줍니다. 민심은 ‘평화’를 택했습니다. 저 역시 그런 민심을 받들어야 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입니다. 어렵사리 피어올린 평화의 꽃을 우리의 삶에 잘 뿌리내릴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또 어렵게 길어 올린 평화의 샘은 우리의 마음에 영원히 샘솟도록 만들겠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일상의 평화, 아래로부터의 통일’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희호 여사님, 올 가을에 저랑 평양에 같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날 많이 보셔야 하니 부디 건강하셔야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