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주년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 (Session 1 / 발표 ) 김연철 | 인제대학교 교수
본문
1. 6.15 공동선언의 현재적 의미
남북관계의 역사는 2000년 6.15 공동선언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이전 시대를 ‘접촉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면, 6.15 공동선언 이후 시대를 ‘접촉의 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인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1985년 단 한 번 만났지만, 6.15 정상회담이후에는 정례화 되었다. 당국간 대화의 경우도 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분야별 회담이 체계화되었다. 경제협력의 경우, 1989년 남북교역이 시작된 초기에는 2천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였던 남북 교역규모가 2002년 6억 달러에 이르게 되었다. 2002년부터 남한은 중국에 이어 북한의 제2교역상대로 부상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공백의 10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후퇴했다. ‘남북관계 제로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정부간 대화도 민간의 인적 접촉도 기업의 경제협력도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 정부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할 때는 정말 어려운 환경이었다. 남북관계의 불신이 심각했고, 북핵문제는 악화되고 있었고,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갈등과 남남갈등이 심각한 상태였다. 당시의 악조건에서 어떻게 6.15 공동선언을 만들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이 변했고, 남북관계의 구조도 달라졌기 때문에, 6.15공동선언 채택 당시의 정책을 그대로 반복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북정책의 원칙과 기조로서의 ‘6.15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6.15 정신과 관련해서는 특히 다음의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접촉을 통한 변화’다.
‘접촉을 통한 변화’는 서독 동방정책의 정책기조이기도 하고, 동시에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정책인 개입과 확장(Engagement and Enlargement Policy)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접촉하지 않고 상대방을 변화시킬 방법이 없으며,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관계의 성격도 달라지지 않는다.
6.15 공동선언 이후의 접촉이 남북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후 장관급 회담을 비롯하여 정치적 대화가 제도화되었고, 군사적으로는 ‘우발적 충돌방지’를 비롯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가 취해졌으며, 남북경제협력 분야에서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비롯한 협력거점들이 마련되었고,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현안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접촉을 통한 변화’가 중단되었다. 국내적 합의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동시에 대북정책 형성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저발전’을 반영했다. 동서독 관계에서 보면, ‘접촉을 통한 변화’는 초당적 협력과 정책의 장기지속성이 보장되어야 효과가 나타났다. 동서독과 비교해보면 한국에서 ‘접촉을 통한 상호변화’의 시기는 너무 짧았다.
문재인 정부는 ‘접촉을 통한 변화’의 장기지속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실상의 통일’ 개념이 중요하다.
6.15 공동선언의 주역인 임동원 장관은 ‘사실상의 통일’ 개념을 “화해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방과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유도하고 평화공존을 통해 ‘법적 통일’에 앞서 남과 북이 서로 오가고 돕고 나누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법적․제도적 통일’은 통일과정의 절차적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사실상의 통일’은 통일과정의 역동성에 주목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은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부정하고 ‘결과로서의 통일’만 강조했다. 그러나 통일은 ‘도둑처럼 오는 것’이 아니라, ‘농부의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예멘 사례에서 보듯이 준비하지 않는 통일은 재앙일 뿐이다.
남북관계를 포괄적으로 개선하고 분야별 협력과 평화정착의 성과들을 반영하여 ‘남북연합’의 제도적 수준을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각 분야별 발전수준이 상호 호혜적이고, 남북관계의 기본성격을 냉전체제에서 탈냉전체제로 전환할 경우, ‘사실상의 통일’상태는 실현될 것이며, 그것은 자연스럽게 ‘법적 제도적 통일’의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셋째, ‘포괄안보’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시기 대북정책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추진되었다. ‘접촉을 통한 변화’의 과정에서 안보의 성격과 구조가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평화구조가 중첩적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 안보의 비중은 줄어들 수 있지만, 현대적 의미의 ‘포괄안보’는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6.15 공동선언의 시대를 ‘안보 약화’라고 해석할 수 없다.
현대 선진국의 안보개념은 과거의 전통적 ‘군사안보’에서 ‘포괄안보’ 개념으로 전환했다. 우리는 마찬가지로 ‘포괄안보’로 전환해야 한다. 저성장 기조로 가고 있는 한국경제가 과연 끝을 알 수 없는 ‘군비경쟁’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인구절벽의 현실에서 우리가 무한대의 군비증강을 할 수 없고, 그럴만한 재정능력도 없다는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다. 안보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고, 과연 현재의 상황이 서해에서 접경에서 그리고 수도권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포괄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정보를 공개하고, 중요한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공론의 과정을 거치고 합의를 모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2. 새 정부의 대북정책: 3개의 선순환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동안 북핵문제와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북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수준도 악화되었다. 현재 한반도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북한의 ‘억지’가 악순환 중이고, 대북정책에서 정치군사와 경제협력의 연계로 악순환하고 있고, 한반도와 동북아 협력이 단절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정세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선순환
북핵문제와 남북관계가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과 전략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핵문제와 연계하는 전략은 실패했다. ‘북핵문제’는 한반도 냉전체제의 산물인데, ‘관계’의 변화 없이 핵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성격’을 변화시키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고, 그것은 남북관계의 정상화로 가능하다.
핵문제의 해결과정이 장기적인 과정이라면, 남북관계는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이 적지 않다. 인도 분야의 협력은 정치군사적 현안과 분리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원칙이다. 남북한의 군사 분야도 마찬가지다. 핵문제 해결이전에도 해결해야 할 초보적인 군사적 신뢰구축 분야는 적지 않다.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분리하고, 서로 보완하여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선순환이 중요하다.
둘째, 남북관계에서 정치와 경제의 선순환
남북관계에서 정치와 경제를 연계하는 ‘정경연계론’은 실패한 정책이다. 연계의 목적은 북한의 태도변화이지만, 실질적인 결과는 정치관계는 후퇴하고 경제협력은 축소되었다. 연계론은 적대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특히 5.24 조치와 같은 경우, 그것이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보편적인 ‘경제제재’의 원칙과 기준을 갖추었는지는 의문이다. 남북관계에서 정부와 민간을 연계하는 전략은 정부간 관계의 악화뿐 만 아니라, 민간교류를 중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핵문제와 국제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정경분리가 어렵다면, 최소한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분리하는 민관분리의 원칙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남북경제협력과 동북아 협력의 선순환
대북정책과 동북아 지역전략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동시에 남북경제협력을 동북아 경제협력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남북경제협력을 포함하는 북방경제의 다자적 접근은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보장 방안이고, 동시에 국내적 설득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 접근법이다.
북핵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동북아 철도․도로 연결, 동북아 에너지 협력을 추진하고, 경제협력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한반도 평화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동력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3. 새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 과제
1) 핵문제와 남북관계: 포괄적 접근과 병행 해결
현재 6자회담이 장기간 중단되었기 때문에, 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쉽지 않고, 북한의 핵능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과연 과거 합의가 계속 유효한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외교적인 협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6자회담의 대안을 찾기는 어렵다. 북핵문제에 대한 협상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9.19 공동선언은 여전히 유효한 합의로 볼 수 있다.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회담재개를 위해서는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북한이 과연 6자회담에 참여할지는 의문이지만, 북한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6자회담 참여국들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상황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현재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문제 전문가인 해커 박사가 제안하고, 미국의 경험 많은 협상가들이 필요성을 인정한 ‘동결 방안’에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3 No'라고 요약할 수 있는 이 제안은 핵실험을 하지 않고(NO More), 소형화·경량화 기술을 발전시키지 않고(No Better), 핵무기를 수출하지 않을 것(No Export)이다.
북핵 협상이 장기적으로 중단되어 있기 때문에, 동결을 포함하는 ‘초기이행조치’에 대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초기이행조치는 서로가 협상의 의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너무 미흡한 수준이면 과거 실패한 협상에서 확인된 ‘가역성’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동결의 상응조치에 대해 과도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는데, 한미중 삼자 협상을 통해 초기이행조치의 협상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의 재개를 모색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중요성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의 재개와 동시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4자회담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9.19 공동성명은 우선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별도 포럼’의 구성을 합의한 바 있다. 4자회담은 이미 1990년대 후반에 열린 적이 있다.
이미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고, 북한 역시 '평화협정‘논의를 매우 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4자회담은 북한을 6자회담에 참여시킬 수 있는 ‘협상 수단’이며, 동시에 북핵문제 해결의 촉진 수단이다.
2) 대북정책의 분권화
미국이 북한에 대해 포괄적인 제재를 하면서도 관광이나 인적 접촉을 허용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만남이나 대북인도 지원 사업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북한을 방문할 수 없지만, 미국 시민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북한 방문이 가능하다.
민간교류 분야는 일반적인 제재의 대상이 아니고, 북한은 민간과 정부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교류가 동시에 북한 정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민간교류에 대해서는 민관분리 원칙이 필요하다. 북한주민 접촉을 비롯해서 남북교류에 관한 법률과 관련, 모법인 남북교류협력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하위법인 시행령이나 고시를 적용해서 정부가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교류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은 사실 지방자치의 원칙과 어긋난다. 지방자치 단체는 중앙 정부의 정책 방향과 완전히 자유롭지 않지만, 일정 부분에서 분권의 권한이 허용되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교류 분야에서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가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도시 교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남북관계에서도 도시교류의 중요성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접경 지역들은 대부분 현안들을 가지고 있다. 분단된 강원도는 오랫동안 도 차원에서 혹은 기초단체 차원에서 도시교류를 추진한 적이 있고, 서울이나 경기도, 인천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고, 자체적으로 남북교류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져 있고 기금도 적립되어 있다.
남북교류협력 법제에서 지방자치 단체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교류협력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지방자치단체가 남북한 교역당사자 규정을 통해 법률상 남북교류 주체로 명기했으나, 2009년 1월 30일 개정을 통해 이 조항이 삭제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를 남북교류 주체로 명기하는 방향으로 남북교류협력법을 재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자체 간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3) 신 북방경제의 필요성
북방경제 구상은 최소한 노태우 정부때부터 우리가 의욕적으로 제시해 온 국가발전 전략의 하나였지만, 그동안 남북 신뢰관계가 뒷받침 되지 못했기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기존의 북방경제는 남북신뢰의 부족으로 남북경제협력과 대륙경제와의 연계가 불명확하고, 북방경제를 추진할 수 있는 한국경제의 구조변화를 중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방경제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남북 신뢰를 중심으로 추진
대륙철도를 연결하고 러시아의 전력과 가스관을 연결하려면 북한을 통과해야 한다. 북한이라는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유라시아 협력이 가능하다.
둘째, 한국경제의 구조를 분단경제에서 북방경제로 전환
그동안 한국은 분단의 섬으로 살아 왔기 때문에, 철도가 아니라 도로중심의 교통체계를 유지해왔다. 남북경제 협력이 중단되면 한국의 중소기업이 가장 큰 고통을 받았고, 북방경제는 한국 중소기업의 미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북방경제를 한국경제의 구조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교통체계를 혁신하고, 중소기업을 살리고, 북방경제를 지향하는 지역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다자간 국제협력의 활성화
21세기 초국경 협력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동북아시아는 여전히 과거의 정치군사적 국경이 새로운 경제협력을 가로 막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초국경협력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남북을 가르는 DMZ와 한반도와 대륙을 가르는 두만강·압록강이 대립의 경계가 아니라, 새로운 접촉의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DMZ의 생태환경 보존과 평화도시 건설과정에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고, 두만강의 새로운 경제협력을 위해 북중러 삼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다자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4. 대북정책과 ‘합의의 정치’
언제나 내부협상은 대외협상의 수단이다. 그러나 정책 결정과정에서 ‘공론화’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는 대체로 부족하다. 공론의 문화적 경험도 부족하고, 제도도 미흡하다. 이런 현실에서 내부협상은 대체로 남남갈등의 무대로 작용한다. ‘사드문제’나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민주적 합의형성 과정을 통해 과거의 남남갈등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대외 협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서 초당적 협력의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대 국회에 이미 설치되어 있는 남북관계특위도 정상적으로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발전 위원회에서 중장기적 남북관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국회의 남북관계 특위가 주요 쟁점들의 국민적 합의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초당적 협력을 위한 제도를 국민적 합의 형성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대북정책의 합의 형성을 위해서는 이념적 접근에서 실용적 접근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색깔론에 입각한 이념적 접근은 시대착오적이고, 민주주의 원칙에 포함되어 있는 공론의 철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념적 접근은 주로 진보와 보수라는 가치로 접근한다면, 실용적 접근은 문제 해결형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산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혹은 북방경제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 중심의 토론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합의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다.
공론의 장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정부다. 정부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보를 공개하고 국회의 기능을 중시하고 시민사회와 협치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냉전시대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대북정책의 형성이 시대의 요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