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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교수 김대중 전대통령님,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님 반갑습니다. 두 분께서는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를 위하여 많은 공헌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두 분께서는 노벨 평화상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두 분을 모셔서 이렇게 대담을 갖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 합니다 김 전대통령님께서 고르바초프 전대통령을 6차례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 인연은 어떻게 되었고 어떻게 관계를 발전시켜왔습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 93년 7월에 제가 모스크바에 있는 외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는데 그때 항상 뵙고 싶었던 고르바초프 전대통령을 개인 사무실에 찾아가서 만나 뵈었습니다. 그 이후로 한국 국내에서도 2번 뵈었고 해외.. 로마 같은 곳에서도 뵙고 해서 오늘까지 6차례 만나게 되었습니다.
문정인 교수 고르바초프 전대통령님, 우리 김대중 전대통령님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가지고 계십니까?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김대중 전대통령님은 무엇보다도 매우 흥미로운 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가장 숭고한 가치들을 지켜내고자 노력하시는 분이죠. 저는 김 전대통령에 대해 마치 친척과도 같은 친밀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우 가까운 친구입니다. 단순히 인간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지성적인 면, 이데올로기적인 면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저는 이러한 우리의 우정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 냉전의 마지막 장벽, 한반도 분단은 어떻게 봐야 하나? (한반도 분단의 세계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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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교수 이제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김 전대통령님께서는 70년대 냉전의 양극구도가 아주 견고했을 때 이미 <4대국보장론>을 제안하셨고 남북한에 대한 주변 4강 교차 수교를 강력히 주장하셨습니다. 어떻게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우리 한국의 분단과 통일에 대해서는 어떤 역사적 인식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대중 전 대통령 4대국을 한반도 평화의 책임 당사자로서 제가 제기 한 것은, 아시다시피 조선 왕조 말엽 그 때에 일본과 청국이 우리나라를 두고 전쟁을 했고 또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을 했습니다. 또 일본이 두 전쟁을 다 이기니까 미국이 일본하고 협의해서 소위<가쓰라 ㆍ 태프트 밀약>을 해서 한국을 일본이 병탐하는 것을 지원해줬습니다.
* 가쓰라 ㆍ 태프트 밀약(1905) 미국 육군장관 태프트와 일본 수상 가쓰라 사이의 밀약 미국의 필리핀 식민통치를 인정하는 대신,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한국점령을 승인 받음
이렇게 4대국이 우리나라 운명에 관계가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로 봐도 이것(4대국)은 중시할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또 역사는 역사라고 해도 지금의 현실에서도 4대국이 다 나름대로 상당한 영향을 한반도에 미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도 우리는 4대국이 싫다고 한반도를 떼서 짊어지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폴 케네디 교수가 와서 이야기 했다시피 ‘한국은 네 마리 큰 코끼리 다리 사이에 끼어있으니까, 그것을 어떻게 잘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서 한국의 운명이 결정 된다’고 하는데 그런 지정학적 위치에 있어서도 4대국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또 실제로 과거 미국과 소련은 냉전의 당사자였고 한국은 냉전에 의해서 고통을 받고 있고 여러 가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소련은 물론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중국, 한국전쟁 때 미국의 후방 기지로서 지원했던 일본 등 직접 간접으로 한국 전쟁에 참가했던 나라들이 한국문제와 평화문제에 대해서 협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 때 이런 주장을 했는데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정희 대통령이 ‘소련과 중국은 우리의 적성 국가인데 적성국가보고 우리의 평화를 보장하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말씀 하셨어요. 그래서 그 때 제가 답변하기를 ‘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서 그런 적성 국가적인 입장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말고 우리가 평화적으로 살도록 책임지고 협력해야한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우리를 분단시킨 책임자들 아니냐, 그리고 또 북한 배후에서 전쟁을 지원한 사람들 아니냐, 그러니까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져야하고 또 우리는 그런 요구를 할 권리가 있다’제가 그렇게 답변한 일이 있습니다.
문정인 교수 고르바초프 전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한국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셨던 것은 소련 자체의 변화도 있지만, 사실상 주변 4강의 남북한 교차승인을 위한 물꼬를 텄다는데 많은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 당시 어떻게 해서 1990년 한소 수교를 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그 때 한반도 분단과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이 점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김대중 전대통령께서 말씀하신 한반도 분단에 대한 시각과 평가에 지지를 표하고 싶습니다. 2차 대전 후 한반도는 분단이 되었죠. 이것은 당시의 세계질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전후 세계는 여러 블록으로 갈라져 있었죠. 독일도 분단되어 있었고, 한편에서는 국제분쟁이 일어났습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죠. 당시 세계는 양대 세력이 대치했습니다. 이 양대 세력의 뒤에는 미국과 소련이 있었죠. 우리 모두에게 매우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다. 우리는 결국 냉전을 종식시키긴 했지만, 이런 가정을 해 보고 싶군요. 만일 냉전체제 당시 소련과 미국이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았다면, 또 소련과 중국 사이의 관계도 정상화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도 냉전체제 당시의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간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제 냉전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 중부, 동부 유럽에서는 민주주의 과정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요. 이러한 조류는 이제 한반도에서도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반도에는 아직까지도 냉전의 장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 분단에 참여한 국가들은, 남북한 국민들이 통일된 국가에서 살고자 하는 바람을 알아야 하며, 한반도 분단 해소를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그들이 해야 할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북핵과 미사일 문제, 6자회담 교착상태 어떻게 풀어야 하나?
3-1 북핵 문제, 왜 풀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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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교수 고르바초프 전대통령님이나 김 전대통령님께서는 생각이 너무나 같으신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서로 만나 보지도 않으셨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같은 생각을 하실 수 있었다는 것이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두 분 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 우리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가 있다면 그것은 북한 핵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 전대통령님께서 재임 중에 「페리 프로세스」를 가동시켜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했는데, 지금 다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 북한의 핵문제에 있어서요, 이것이 최대 변수라기보다는 나는... 북한은 국제 사회 규범을 지키고 평화에 협력하는 태도를 확실히 하고 또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생존을 보장해 줘야합니다. 안전을 보장하고 또 국교도 하고.. UN 가입하는데 찬성했으면 국교도 하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경제적 제제도 해제하고... 그래서 우리가 볼 때, 북한이 국제 사회 나오면 당연히 세계를 알게 되고 여러 가지 책임도 지게 되고 국제사회에서 이득을 얻으려면 국제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하고 그러니 북한이 달라질 것입니다. 또 북한은 지금 말하기를 ‘만일 우리에 대해서 안전만 보장해주고 여러 가지 제제를 해제하면 핵도 포기하겠다, 미국이 와서 직접 검증해도 좋다.’ 이렇게 말하니까 미국은 거기에 대해서 상응하는 안전 보장이나 경제제제 해제 같은 대가를 주고... 그런데 일부에서는 그러더라도 말하자면‘북한이 말 바꾼다, 속인다’ 할 때 그때는 6자회담에서 나머지 나라들, 북한 빼고 5자가 합의해서 북한을 제제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거래를 안 해보고, 지금 제제부터 하려는 일부 강경파들, 그런 분들이 오히려 일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나는 북한의 핵은 절대로 안 되는 것이고 이것은 없어져야하는 것이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핵을 없애는 동시에 북한 생존권도 보장해서 책임 다하도록 하고 생존권을 보장해 주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좋지 않는 일을 하면 그 때는 국제적인 제제 혹은 6자회담 제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정인 교수 고르바초프 전대통령님께는.......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이미 김 전대통령과 저는 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의견이 일치합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잘 알려져 있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죠. 핵과 관련된 모든 연구와 모든 작업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요구와 함께 같이 제안되어야 할 사항이 동반되지 않고 있습니다. 핵을 포기할 경우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이 없는 것입니다. 북한은 사회, 경제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과 같이 봉쇄되고 고립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살 수가 없으며,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해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에 도움을 주고 있는 한국에게도 압력을 행사해서도 안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사람들로 하여금 북한이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면, 평화를 위한 과정은 가속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이런 긴장상태를 이용하여 일종의 게임이나 도박을 하면서 자국의 과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은 이렇습니다. 한국인의 입장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주변국의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어떤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만을 생각하지 말고 다른 쪽의 이해관계도 아울러 생각해야지요. 여기서 특별히 언급해야 할 점은, 북한이 스스로는 현재 상황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체제 문제를 포함해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죠.
문정인 교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님께서는 한 때 수퍼파워였던 소련의 지도자이셨습니다. 지금은 미국이 수퍼파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될 텐데 왜 직접 얘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 지, 그 이유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글쎄요... 미국은 이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한반도에서 갈등이 계속되고 또 오래 유지될수록 미군이 한국에 계속 주둔할 수 있고, 또 미국 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는데 대한 논거가 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과정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김 전대통령께서 말씀하신대로 해야 합니다.
문정인 교수 김 전대통령님, 지금 고르바초프 전대통령님께서 상당히 흥미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주한 미군이 계속 있고 미국이 동북아에 계속 주둔하려고 하면, 한반도에서 어떤 긴장이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하는 이런 말씀 하신 것 같습니다. 김 전대통령님 견해는 어떠신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 지금 고르바초프 대통령께서 말씀한 주한 미군 문제인데.. 이 주한 미군은 우리가 마지막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활용하면 그것은 선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조선 왕조 말엽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외국이 우리를 침략하고 병탐 하려는 것을 막았다면 상당한 성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 점을 제가 북한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이야기 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 자신도 ‘남쪽에 있는 미군이 북한에 대해서 공격만 안하면, 우리는 지금은 물론 통일 이후까지도 미군이 있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그 후 올브라이트 장관이 (북한에) 갔을 때도 김정일 위원장이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에 있어서 우리는‘주한 미군이 긴장을 강화시키고 여러 가지 분규를 일으키는 쪽으로 행동을 하느냐, 아니면 여기서 주변 강대국들의 자의적인 야심을 억제 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는 방향으로 하느냐’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역할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우리가‘주한 미군은 어디까지나 평화를 중시하고 방위를 위해서 있는 것이지, 전쟁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하는 것을 확실히 하고 또 이 점에 있어서 북한이 같이 협력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주한 미군은 선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2. 북한 미사일 문제,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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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교수 현재 핵 문제 못지않게 다시 불거진 문제가 미사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미사일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지금 미사일 문제가 돌출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만일 실제로 발사 되어서 미국 본토 가까이까지 가는 것이 입증되면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네오콘이라든가 일본의 극우세력 이런 사람들은 아주 좋구나 하고 군비 강화 혹은 재군비 방향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의 진짜 목표는 북한이라기보다는 중국입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을 목표로 할 수 없으니까 북한을 말썽거리 악당으로 만들어서 그렇게 분위기를 조성해가는 면도 있습니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이번에 만일 미사일 발사하면 틀림없이 전쟁 선호하고 냉전주의적인 사람들이 이것을 최대로 악용할 것이고, 그래서 상당히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 걱정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문정인 교수 고르바초프 전대통령님께서는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지금 세계 곳곳의 언론이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데요. 마치 상당히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으로는 아무 일도 없을 것으로 봅니다. 단지 게임이 진행 중이라고나 할까요? 북한은 일종의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죠. 긴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로 인해 국가간에 불신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가간에 신뢰가 없다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북미 양자간에는 물론 6자회담 당사국 사이에도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주변국 사이에 신뢰가 구축되어야만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인 한반도에서 긴장이 해소될 수 있고 한국인의 뜻대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3-3. 6자회담, 어떻게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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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교수 작년 9월 19일, 제 4차 6자회담에서 북경공동선언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북핵 문제,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 그리고 동북아 의 다자간 안보협력 문제가 다 광범위하게 다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당히 큰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북한 위조지폐 문제, 돈세탁 문제가 나오면서 모든 것이 다 교착상태에 빠져 있거든요.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6자회담이 활성화되면서 핵문제부터 한반도 평화정착, 동북아 다자협력까지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 (지난 해) 9월 19일 합의가 상당히 잘 된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되니까 위조지폐 문제가 돌출했단 말입니다. 거기에는 그런 합의와 건설적인 발전을 별로 바라지 않는 냉전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 자꾸 긴장을 조성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런 위조지폐 문제에 관여했거나 아니면 환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 사람들 목적대로, 지난 해 9월 19일 좋은 성명 발표해 놓고, 지금은 완전히 정체상태에 있거든요. 그러면 미국은 북한을 어떻게 할지 해결책이 있나? 미국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도 자꾸 ‘직접 대화해야 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일을 하라’는 이야기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6자 회담 참가국들이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해 계속 노력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 그런 사람들에게 결코 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과 우리 남쪽이 서로 협력해서 외부의 부정적인 공격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혹은 성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솔직한 얘기로 북한이 하는 일이 때때로 강경파들, 미국에서 네오콘이라든가 일본에서 극우라든가, 이런 사람들만 좋게 하고 신나게 하는 일이 간혹 있습니다. 그것은 본의가 아니겠지만 그런 점에서도 매우 주의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정인 교수 고르바초프 전대통령님께 한 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이번에 광주(노벨상)정상회의에서 채택한<광주선언>을 보면 ‘6자회담을 상설화 시키자, 그렇게 해서 이것을 구라파의 다자안보협력체계와 같이 구축해 나가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까? 일부에서는 6자회담의 상설화가 너무 나 이상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제가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이 6자회담이라는 기구가 생기고 나서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기구의 잠재력을 볼 수있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 틀을 유지하고 잘 활용해야 합니다. 분명히 이 6자회담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려는 측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6자회담의 지속을 막는 어떤 사건이나 영향에 대해서도 굴복하지않고 이 틀은 계속 유지되도록 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여론이 중요합니다. 한 국가의 여론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 나아가 세계의 여론이 6자회담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시민사회가 여론을 형성하고, 또 6자회담 차원에서 정책이 실현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해 새로운 질서를 준비한다는 것은 매우 광범위한 문제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는 많은 기구들이 있습니다. 군사 안보 분야 외에도 경제관련 기구 등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그 메커니즘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다양한 기구들 중에서도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6자 회담>의 잠재력이 대단히 크다는 점입니다. 한반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다른 어떤 곳보다도 세계의 방향을 좌우할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6자회담이라는 메커니즘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겼지만, 결국 이 메커니즘은 이 지역의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이용될 있을 것입니다. 6자회담은 그럴 만한 자격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로서 여러 가지 경우를 고려해 봐야 하니까 아직 제가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6자회담은 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문정인 교수 김대중 전대통령님께서는 재임 중에 동아시아의 다자협력에 대해서 큰 지평을 열었습니다. 「아세안+ 3」도 만드셨고, 그 다음 「동아시아 비전그룹」을 통해 동아시아 공동체의 비전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경제부분은 상당히 많은 진전을 가져 왔는데, 대통령 재임 중에 안보 부문에 있어서 다자안보협력은 그렇게 큰 성과는 못 봤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6자회담의 상설화 문제와 김 전대통령께서 보시는 미래의 다자안보협력 문제를 어떻게 연관시켜서 볼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대중 전 대통령 동아시아 안보의 핵심은 동북아시아입니다. 동북아시아의 안보 문제에 관련한 나라들이 모두 6자회담에 관계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 35년 전, 71년에 대통령 나왔을 때도 <4대국 한반도 보장론>을 이야기 했습니다. 지금 6자라는 것은 그 4대국에 남북한이 합쳐져서 6자입니다. 대통령 퇴임 후 최근에도 6자 회담 상설화를 주장했고, 중국 가서 강택민 주석하고 외교 담당 국무 위원인 당가성씨를 만나서도 이 이야기를 했는데, 단가성씨가 나중에 저한테‘우리 중국은 당신 생각을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또 미국 내에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핵문제 하나 해결된다고 다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미사일도 있고 대량살상무기 기타 여러 가지 화학무기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한반도 평화,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는 6자가 협력만 하면 흔들림 없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계속해서 우리가 추진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4. 북한의 개혁개방과 남북경협 확대 방안 - 북 체제개혁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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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교수 이번에는 북한 경제 이야기를 좀 나눴으면 합니다. 2002년 7월 1일 조치 이후에 북한이 개방,개혁 쪽으로 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방과 개혁의 속도가 너무 더디지 않느냐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특히 우려가 되는 부분은 중국과 북한의 경제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어떤 분들은 ‘북한이 결국 중국 동북3성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발해만 경제권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고 있습니다. 김 전대통령님께서는 북한 경제 개방 개혁의 속도와 폭, 중국과 관계 등의 맥락에서 남북한 경협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하는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북한은 경제를 개혁 개방하는 것만이 자기들이 살길이라고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혁 개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IMF에서 돈도 빌리고 세계은행, 아시아은행에서도 빌리고 또 외국투자도 유치해 와야 하는데, 그것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지금 미국이 다 막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이 속도를 내서 갈 수가 없죠. 그래서 이 문제도 결국은 6자회담에서 핵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에 대한 그런 경제적 족쇄가 풀려나가지 않겠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 사이 중간적인 조치로서 중국이 지원하고 있고 우리가 지원하고 있는데, 중국이 북한을 동북4성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은 과장된 이야기입니다. 나는 중국이 그런 생각을 지금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다고는 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 소비재의 거의 8할이 중국서 오고 있습니다. 북한 상점에는 중국 상품 일색이에요. 구체적인 산업분야에도 투자하기 시작했고... 그런데 내가 분명히 아는 것은, 북한은 중국에 예속되는 경제체제 만드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지금 길이 없지 않습니까? 국제적으로는 (지원이) 안돼, 미국이 막아 버려서... 또 우리도 한계가 있어, 그래서 지금 중국밖에 없는데, 이렇게 (북한을) 계속 견제하고 억압하면 본의 아니지만 북한이 중국에 끌려 들어갈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북한에 진출해서 중국하고 같이 서로 견제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북한경제를 살려주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또 그것이 우리의 이익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진출해야 중소기업도 살릴 수 있고, 또 북한에 가서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야 앞으로 남북 통일경제에 있어서 나라를 발전시켜 나가는 길을 이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을 거쳐서 압록강을 건너 가지고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말이 반도라고 하지만, 바다로도 가고 육지로도 가는 것이 반도인데, 우리는 육지로 못가고 있습니다. 북한하고 문제가 해결돼서 철도가 열려야 합니다. 저는 6.15정상회담 때부터 철도 이야기 자꾸 하고 있고 또 현재 러시아 푸틴 대통령하고도 이 문제를 가지고 많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관계국에게 이익이 됩니다. 북한도 이익이 되고 우리도 이익이 되고 러시아도 중국도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으로 철도가 나가려고 하면 북한 철도를 우리가 복선화시키고 현재 노후화된 철도 시설을 보수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 한국이 21세기 세계 경제 속에서 비약적인 발전 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흔히 하는 말로 과거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압록강 기적’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북한 경제지원을 가난한 친척에게 속으로는 귀찮게 생각하면서 할 수 없이 준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것이 남한의 중소기업들을 북한에 진출시켜서 살리는 길이고, 이것이 평화를 강화시킴으로써 우리나라에 외국 투자가 늘게 하고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길이고, 이것이 우리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가서 결국은 세계경제 속에서 한국이 우뚝 서는 길이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봤으면 좋겠습니다.
문정인 교수 한 가지 민감한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남북한 경제 교류 협력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셨는데 만일 북한 핵문제라든가 미사일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개성공단, 금강산 사업, 중소 기업의 대북진출이 계속되어야한다고 보십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 그렇게 경제적 협력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아까 고르바초프 대통령께서도 이야기 했지만 반드시 안보문제가 해결되어야지요. 그게 안됐는데 돈 가지고 가서 투자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또한 북한은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안전한 사업경영을 보장해주고 그리고 북한은 스스로가 절대로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스스로는 어디까지나 평화를 바란다는 점을 확신시켜 줘야합니다. 그래서 그 두 가지 문제... 북한의 안전 평화 문제와 우리의 투자 문제, 이 두 가지가 결국 서로 연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제가 몇 마디 보충 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북한도 역시 남북경협에 대해 어떤 의구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어떤 경우에도 이미 시작된 남북경협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제교류를 통해 남북관계가 안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남측의 노력 없이는 결코 많은 것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을 마치 동생 보듯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말하자면 약소국이라서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대한다면 북으로부터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어떻게 버텨내야 할 것인가’하는 문제 앞에서 다른 해답을 찾으려 할 것입니다. 군대를 동원하고 무력에 의존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긴장이 발생 하겠죠
문정인 교수 고르바초프 대통령께서는 사실상 소련 사회주의 경제의 대전환을 만드신 장본인이십니다. 특히 개방 글라스노스트, 개혁 페레스트로라고 하는 개념을 만들고 과거 소련에 전반적인 변화가 오도록 하셨습니다. 그 때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지금 북한은 어떠한 형태의 개방과 개혁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예, 우리 러시아에는... 다른 나라가 우리로부터 배울만한 경험이나 교훈도 있고, 동시에 다른 나라가 피해야 할 부정적인 경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과 관련해 몇 가지 주목해 주셨으면 하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북한의 경제개혁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북한 개혁의 내용과 수준, 속도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체제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과거 소련에서 개혁.개방을 할 때는 어떻게 해서든 기존의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모든 개혁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기존의 체제란 변해야 하는 것이었고 또 어떤 형태로든 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기존의 사회주의 체제를‘어떤 형태로 바꾸어 갈 것인가’입니다. 러시아의 경험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중국의 경험을 끌어와야 하는가? 아니면 베트남의 경험을 본 따야 하는가? 이것은 북한 스스로가 결정해야 합니다. 핵심은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도록 할 것인가’입니다. 사람들에게 동기유발 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기존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고무시켜 새로운 성과가 나오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다른 여러 가지 동기유발을 위한 정책을 시도해 봤지만 아무 것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은 지금 각 국가마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해 가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도 이러한 길을 걷고 있는데요. 북한이 서둘러서는 안됩니다. 북한을 재촉해서도 안됩니다. 만일 내부에 혼란이 생겨 상황이 급박해지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인력 양성을 위해 남한으로 사람을 보내 배우게 하고 또 이곳(남한)에서는 어떻게 일을 하는 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을 북한으로 보내서 기술을 전수하고, 북한 사람들과 함께 전망 있는 사업을 같이 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일자리도 생길 것이고 사람들의 소득도 늘게 됩니다. 단 전체적으로는 안정이 필요하구요
문정인 교수 그런데 고르바초프 대통령께서 조금 전에 상당히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했다고 생각되는데요. 그것은 ‘경제개혁의 속도와 정치개혁의 속도를 어떻게 조화시키는가’하는 문제입니다. 개방 개혁을 많이 해서 북한체제에 위협이 된다면 북한은 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개방 개혁을 해야하는가... 이것이 아마 북한 지도부의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께서는 직접 체험을 하셨는데 북한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예, 우리가 과거 소련에서 개혁을 시작했을 때... 개혁을 진전 시켜 나가자 당시 소련의 지배계층은 저항하게 되었습니다. 공산당 간부와 관료들이었죠. 특히, 기업의 권한이 확대되는 데에 대한 저항이 심했지요. 그렇게 되면 경제를 감독하는 당위원회의 입지가 도전받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개혁을 하려면 이러한 저항까지 모두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경제개혁을 점진적으로 단계를 밟아 해 나가야 합니다. 그들을 빨리 하라고 재촉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위험합니다. 우리는 이랬습니다. 옛 소련의 보수진영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으려 했던 반면, 민주진영은 장애물을 딛고 오로지 전진, 전진해 나가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나 저것이나 양쪽이 다 극단적으로 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최적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 문제는 중요하니까 한마디 하겠는데.... 정치(개혁)하고 경제개혁을 어떻게 조화해서 나가는가 하는 문제인 데, 러시아와 동구라파는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을 병행해서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나 베트남은 정치는 그대로 가면서, 말하자면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만 근대화하는 방식으로 해서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내가 볼 때, 북한은 당연히 중국식이라고는 말은 싫어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같이 체제는 유지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다 이치가 있습니다. 경제가 발전되면 중산층이 성장됩니다. 중산층이 성장되면 결국에는 정치개혁을 요구하게 됩니다. 영국 산업혁명 때도 그랬고, 프랑스 대혁명도 그런 중산층 요구를 안 들어 주었기 때문에 대혁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지금 중국도 벌써 3년 전에 공산당 당헌을 바꿔서, 공산당 당원 자격으로 노동자 농민 한 계층으로만 했던 것을, 이제는 지식인과 기업가까지 포함하는‘3개 대표론’을 강택민 주석이 내세웠습니다. 그것은 변화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북한도 중국식을 따라가겠지만 결국은, 경제가 발전되려면 더구나 급속히 발전되려면 그런 정치적 변화가 없이는 안 되기 때문에 변화가 올 것으로 봅니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잠시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경제개혁을 하고 있는데요. 경제정책은 변화시키면서도 기존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중국에서는 경제개혁을 시작하기 전에 문화혁명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문화혁명의 핵심은 당시 경제개혁을 추진하던 세력을 축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공산당 안의 보수 세력들이 문화혁명을 도구로 정치투쟁을 했던 것이지요. 중국은 15년 만에야 문화혁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개혁 개방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전에 문화혁명과 같은 정치적 조치가 먼저 있었던 것이죠. 기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개혁을 한다고 해서, 경제만 변하고 당이나 정치는 전혀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체제는 항상 변하고 있습니다. 단 점진적으로 변하는 것이죠. 정부의 역할이 변하고 당도 변하게 됩니다. 그러나 국가마다 사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경제개혁과 함께 정치체제가 성공적으로 변해 가려면 바로 그 나라의 토양에서 나온 것이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가져 올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나라의 문화,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어야 합니다. 교육, 학문 등 그 나라가 가진 모든 요소를 고려한 것이어야 하죠. 결국은 체제개혁을 하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들은 어떤 기준이나 방향으로서의 민주주의 원칙은 따르면서도 저마다의 방식을 찾는 것입니다.
5. 북한 인권문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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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교수 그런데 지금 일각에서는 북한의 인권 문제가 상당히 논쟁화 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인권을 주장하면서도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김 전대통령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 제가 청와대에 있을 때인 2002년 2월, 부시 대통령이 청와대에 오셨습니다. 바로 한 달 전 1월에 이라크와 이란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정하고 온 거예요. 그 때는 북한을 공격한다는 말도 있었고 해서, 나도 상당히 긴장해서 맞이했는데, (부시) 대통령이 만나자 마자 북한 인권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북한을 완전히 비난했습니다. 백성들 밥도 못 먹이면서 전쟁 준비나 하고...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내가 부시 대통령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물론 북한인권이 좋지 않은 것은 다 안다. 그런데 그런 인권 문제에 있어서 지금 압박한다고 해서 되는가? 당신들이 50년 동안 인권 문제 가지고 소련을 압박하고 냉전했지만 바꾸지 못했고, 중국도 그렇게 했지만 못 바꾸고, 베트남도 그렇고, 지금 쿠바 같이 바로 눈앞에 있는 조그만 섬도 못 바꾸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 어떻게 해서 바꾸었는가? 소련하고 동구라파하고 유럽안보협력회의, 헬싱키협정을 만들어 서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체제를 만드니까 소련 사람들이 세계를 알게 되었던 것이에요. 그러자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하는 기운이 일어나니까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그것을 장악해서 위대한 페레스트로이카 혁명을 한 것이다. 중국도 안 되니까 닉슨이 중국에 가서 모택동을 만났어요. 그래서 결국은 중국의 안전보장, UN가입, 국교정상화를 이야기하면서 모택동이 같이 동의하여 등소평을 등용했고 개혁개방을 해서 오늘날 같이 변한 것 아니냐. 월남하고는 공산주의 인권문제 해결한다고 전쟁까지 했지만 결국 못 이기고 나왔는데, 지금 외교하고 교류하니까 모든 것이 잘 돼 우리가 안심하고 가서 투자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고, 과거에 비하면 인권도 많이 개선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공산당의 변화는 개혁 개방으로 유도할 때 되는 것이지, 외부에서 압력 가하면, 오히려 이것을‘제국주의적 세력의 음모’라고 구슬려 가지고 백성은 더 교화되고, 더 독재를 강화한단 말이에요.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랬더니 부시 대통령이 납득을 해서 기자회견 하면서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 북한하고 대화하겠다.’(고 했어요.) 내가 대화하라고 (했어요.) 당신들 나쁜 짓 하는 사람하고 대화하지 않는다는데, 대화에는 나쁜 짓 한 것, 좋은 일 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가? 이익이 되는가?’가 문제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해 놓고도 대화하지 않았느냐, 당신네는 6.25 전쟁 때 전쟁도발한 사람들하고 전쟁 중에 대화해서 휴전협정을 맺지 않았느냐,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대화해야한다, 이 얘기를 했더니 대화 하겠다고 선언 했어요. 식량도 주겠다고 했는데, 그런데 그 이후에 제대로 안됐습니다.
문정인 교수 고르바초프 대통령께서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인권은 매우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경제개혁의 성과가 없어 생활에 활력을 주지도 못하고 또한 사람들은 전체주의 체제 아래에서 통제를 받아, 학문이나 비즈니스, 문화 등에서 자신들이 이니셔티브를 가질 수 없다면, 인권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로 떠오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분야의 인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것은아닙니다. 국가별 상황과 문화에 따라 비전을 가지고 매우 주의깊게 개선해 나가야 하고 또 시간도 필요합니다. 페레스트로이카를 옛 소련 공산당 관료들이 저지하려 했을 때 옐친의 그룹은 이에 반대하며 모든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사유재산을 확대하고 국영기업을 사유화하는 등 모든 조치를 빨리진행하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소련이 붕괴된 것입니다. 매우 위험한 교훈인 것이죠. 그 다음 푸틴 대통령에 와서야 러시아는 정치적 안정과 함께 경제 성장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조금 전에, 한국은 북한 인권에 대해서 관심이 부족하다는 국제여론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인권에는 정치적 인권이 있고 또 사회적 인권이 있습니다. 정치적 인권은 영국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시작되어 영국 산업 혁명 이후 부르조아 중산층이 일어남으로써 정치적 인권, 언론,집회 ,결사의 자유 같은 것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인권이라는 것은 수십만 년 전에 인류가 이 지구상에 태어난 그 시간부터 먹어야 살고, 어린 애는 어머니 젖까지 먹어야지 삽니다. 그리고 병들면 고쳐야 해요. 그러한 인권은 오랫동안 계속되어왔습니다. 먼저 정치적 인권에 대해서 보면, 조금 전에 말한 바와 같이 공산국가는 개혁 개방이 안 되는 이상 효과가 없기 때문에 (북한의 정치적 인권 개선이) 큰 효과를 못 올리고 있지만, 다만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약 8000여명 받아들여서 여기에 생활 터전 마련해 주는 것은 부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회적 인권에 대해서 보면, 우리가 식량을 보내 주고 있지 않습니까? 비료 10만 톤 보내면 증산이 10만 톤 더 됩니다. 그러면 20만 톤이 됩니다. 그리고 의약품 같은 것도 보내 주지 않습니까? 이렇게 해서 북한 사람들이 지금 굶주리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의) 사회적 인권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리가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일 정치적 인권을 떠들면 북한과의 관계가 여기서 전부 뒤죽박죽이 되어버립니다. 성과도 못 올리면서 혼란만 가지고 오는 일을 우리가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 합니다. 다만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북한에 인권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분들이 이야기 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똑같이 우리 보고도 하라는 것입니다. 다른 상황에 있는 나라더러 그렇게 하라는 것은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6.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다자안보체제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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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교수 우리 한반도의 평화안정이라고 하는 것은 동북아의 전반적인 전략구조하고 분리해서 볼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요즘 보면 ‘중국 위협론’이라고 하는 것이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크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일본하고 동맹을 강화시키면서 중국을 보이지 않게 고립시키고 억제하려고 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요? 한국 정부는 여기에 어떻게 접근해 나가야 할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 중국이 지금 바라는 것은 오랜 가난에서 벗어나고, 그동안 여러 가지 굴욕의 역사가 있었는데, 정상적인 국가가 되고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빈곤층이 있습니다. 그것이 5000만 명이라고도 하고 1억 명이라고도 하고 또 몇 억 명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매일같이 지방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말썽이 생기고 있거든요. 중국도 지금 절대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중국은 경제 발전에 전념하고 싶어 한다고 나는 봅니다. 중국이 지금 대외적으로 제 2의 미국이 되고 그래서 세계국가가 되고 지배자가 되길 바란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만일 그렇게 나오게 되면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입니다. 또 미국이 있고 일본이 있고 모든 나라가 있는데 중국의 그런 야심이 쉽게 이루어질 것도 아닙니다. 먼저 그렇게 하지 말고(중국 위협론을 제기하지 말고), 모두 중국과 대화를 해서 중국도 좋은 방향으로 개혁 개방을 하고, 민주화도 하고, 인권도 신장 시키고... 이런 방향으로 하도록 해서 중국도 같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닙니까?
문정인 교수 유럽에서는 ‘러시아 위협론’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러시아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일원이고, 나토 국가들하고도 잘 지냅니다. 이런 현상이 왜 동북아에서는 없는 것일까요?
*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나토 회원국과 옛 소련 국가들까지 포함해 모든 유럽국들이 참여하는 범유럽적인 안보협력기구 현재 유럽의 민주주의 증진과 무기통제, 분쟁방지 긴장완화,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활동 중.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이제 이 문제에 대해 동북아에서도 모색이 시작된 것입니다. 6자회담과 같은 기구에 앞으로 더 많은 나라들을 포함시킬 수도 있습니다. 어떤 구상이 유효할 지는 두고 봐야 알겠죠. 유럽의 경우 안보협력회의와 같은 기구는 75년부터 시작돼 지금의 안보협력기구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 회원국들이 지난 90년에는 파리헌장을 채택했죠. 유럽에서 ‘대결과 분열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이런 다자간 안보협력이 계속돼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제가 소련 지도자였던 지난 1986년,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을 통해 동아시아 국가간 안보협력기구를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이 지역의 모든 상황을 관찰해서 평가하고, 특정 지역에 위험이 있을 경우 적시에 개입해서 해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유일하게 코멘트를 한사람이 죠지 볼튼인데, 그가 동아시아에 와서 말하기를 고르바초프가 제안한 것은 너무 유토피아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바로 그 시기가 온 것이죠.
김대중 전 대통령 그래서 현재로서는 중요한 것이, 6자회담을 성공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6자회담이 성공하면, 지금 중국 문제의 당사자인 중국은 물론 일본, 미국, 한국 등의 나라들이 모든 문제를 협의로써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기고 또 그럴 수 있는 토대가 생깁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중국이 북한하고 가깝지만 핵 반대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북한보고 국제 사회에 협력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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