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년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식 - 개회사 ( 한명숙 행사위원장)
본문
저는 오늘 정말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은 한반도의 하늘과 땅 길을 열어 민족의 염원이 시작되었던 축제의 날입니다. 우리는 다시는 한반도에 민족상잔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었습니다.
9년 전 오늘, 우리는 국민과 함께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 땅에 평화의 비전을 실현해 냈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한반도에 화해협력과 평화를 정착시켰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믿음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은 폐쇄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수만 명이 오가던 남북간의 교류도, 하루가 시급한 이산가족들의 상봉도 단절된 지 오래입니다.
핵과 미사일이 한반도의 상공을 지나가고, 증오와 불안을 부추겨 안보를 정략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위험한 발상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민족의 공동번영도 경제적 풍요도 한순간에 앗아갈 수 있는 위기적 국면이 우리 모두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전쟁은 안 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은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전쟁은 한반도에 공멸의 재앙을 가져올 뿐입니다. 존경하는 내외귀빈여러분!
우리는 며칠 전 6.15 공동선언의 계승자였고 민주주의와 평화의 길을 함께 걸어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었습니다. 침통합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 암울한 현실에 한숨짓고 자책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오늘의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와 평화의 정부 10년을 재평가 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우리에게 불행한 현대사의 슬픔을 딛고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와 평화를 이 땅에 복원시켜 줄 것을 간절히 명하고 있습니다.
우리아이들에게 전쟁의 공포가 없는 세상
공권력에 더 이상 스러지는 국민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지 않으면 민족의 미래는 없습니다. 이를 위해 당신이 아닌 내가, 너희가 아닌 우리가 이 땅의 모든 양심과 정의로운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6. 15를 지켜내야 합니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살려내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우리들의 이 외침이 남과 북의 당국자들을 움직이고, 미국을 움직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중한 디딤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Today I stand here with deep sorrow and sadness. Today must be a gala day that marks the opening of a new road in the Korean peninsula and the beginning of Koreans' cherished desires being answered. We were convinced that the tragedy of a fratricidal war would never take place again on this land. Nine years ago today, we were able to bring the vision of peace in this territory to a reality based on those wishes and belief. Reconciliation, cooperation and peace took root in the Korean peninsula with the Kim De-jung government (or People's government) and the Rho Moo-hyun government (or Participatory government) in office.
Now our belief is seriously threatened. The Mt. Geumgang tourism is suspended and the Gaesung Industrial Complex is at the brink of closure. Inter-Korean exchanges previously in tens of thousands of people are stopped. Separated families who are desperately counting days for re can't meet their beloved ones.
Nuclear arms are tested and missiles are flying over the country. Ominous signs are read that some try to fan hatred and sense of insecurity in order to exploit them in their political favor.
The current uncertainties that make Korean co-prosperity and economic abundance so vulnerable are filling all of us with anxiety and fear. Warfare is not an option. In any circumstances, war can not be an option. It will end up with all-destructive disaster in the Korean peninsula. Distinguished guests!
We lost President Rho Moo-hyun a couple of weeks ago, who succeeded the June 15 South-North Joint Declaration and walked us to democracy and peace. We are deeply saddened by his death.
Nevertheless we can not afford to remain in despair and remorse in the face of this grim reality because the current situation is too critical.
At present, Koreans are taking stock of the last decade once again under the governments upholding democracy and peace. The Korean people earnestly request us to overcome sorrow and sadness of the checkered modern history together and restore democracy and peace on this land.
If we fail to build a world worth living in, where no children are terrorized by fear of war and no people are falling down under the overexercised public power, Koreans would have no future.
To this end, we should be united with righteous and conscientious people to uphold the very spirit of June 15 South-North Joint Declaration. We must keep democracy and peace alive.
May I wish with all my heart that today's gathering and our voices touch the minds of South and North Korean authorities, of the US, and of the peace-loving people around the world.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