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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주년 6·15 남북정상회담 13주년 - (Session 1) 백학순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본문

    백학순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Session 1


    '김정은 시대'의 대외전략과 대남전략


    1. 문제 제기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후 공식적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된지도 벌써 1년 반이 됐다.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후 첫 1년 동안은, 남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현직 지도자들이 모두 임기 말년을 맞고 있어서, 김정은은 이 기간에 국내정치에 힘을 쏟으면서, 주변국들에서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들이 선출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2012년 말부터 2013년 초에 새로 당선되거나 재선되는 지도자들이 중요했다. 이들은 앞으로 4~5년을 함께 해야 할 파트너들이었다.


    김정은은 가능하면 이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김정은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개막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시절로 되돌아가는 대북정책을 내세운 롬니 공화당 후보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는 것이 더 나을 터였다. 그리고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나름대로 방해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 남한에서의 대선에서도 이왕이면 민주당후보가 당선되기를 희망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 기간 중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대선후보에대해 비판한 것은 있어도 민주당 대선후보를 비난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순간부터는 대통령당선자에 대한 비판을 일절 삼갔다.

    그러나 2012년 12월 인공위성 로켓발사를 통해 인공위성을 지구괘도 올리는 데 성공했고, ICBM의 초보적인 기술을 과시하는 데 성공했으나, UN안보리 제재 등 국제사회과 대결을 해야만 했다. 유엔안보리 제재에 반발하여 올 2월에는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여 핵무기의 ‘경량화, 소형화,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하였으나, 또 추가적인 유엔안보리 제재를 받았다.

    더구나 올 3~4월 두 달 동안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 연습’과 ‘키 리졸브 연습’이 겹쳐 한반도에서는 최근에 유례가 없는 전쟁위기가 닥쳤다. 이번에 최근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고조된 데는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에서 거의 동시에 등장한 새로운 혹은 재선된 지도자들이 향후 4~5년을 겨냥한 상호 관계설정 과정에서 ‘기 싸움’(치킨 게임) 프레임에 걸려들어 상호위협을 지속적으로 고조시켰기 때문이다. 북한 vs. 한·미 양측은 ‘기 싸움’ 프레임에 걸려들면서 서로 상대방에게 ‘자신이 어떤 카드든지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아직 자신의 카드가 소진 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 강하고 단호한 모습으로 물러서지 않고 상대방을 압박해 들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이 희생양이 됐다.

    5월 중순 동해상에서 이뤄진 한미연합해상훈련을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위험이 실질적으로 사라지자 북한은 최룡해 군총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공언하고, 지난 6월 7일에는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뿐만 아니라 금강산관광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인도주의 문제까지 다루는 ‘당국간 대화’를 제의하는 등 전면적인 대화국면으로 전환했다. 이에 남한정부는 오는 12일 서울에서 장관급회담을 개최하자고 응답했다. 북한은 이제 올 전반기 6개월 동안의 대결과 위기고조로 지연됐던 국제사회의 새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통한 상호협력적 관계의 설정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글의 목적은 ‘김정은 시대의 대외전략과 대남전략’을 살펴보는 것이다. 우선, 북한이 소련 멸망 후 일관성 있게 추구해온 ‘21세기 생존과 발전’을 위한 대외전략과 대남전략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그 다음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이후 보여줬던 대외․대남전략을 검토할 것이다. 우선, 2013년 전반기 한반도 전쟁위기 고조 과정에서 김정은이 의도했던 목표 세 가지를 살펴보고, 어떻게 5월 하순부터 북한이 본격적으로 대화와 협상으로 나오게 되었는지를 검토해보기로 한다. 구체적으로, 최룡해의 중국방문과 전격적인 6월 6일 대남 당국간 회담 제의의 내용과 특징을 살펴볼 것이다. 그 후 북한이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국면전환을 하는 데서 대미․대남전략 환경인 한미양국의 대북정책을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 표출된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현재 대화와 협상이 시작되는 국면에서 대북정책의 방법론에 대한 것으로서 ‘압력과 제재 vs. 대화와 협상’의 장단점을 재검토함으로써 왜 ‘압력과 제재’가 아닌 ‘대화와 협상’의 방법을 지속해나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대화의 국면으로 진입하는 현재, 박근혜정부가 대북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2. 북한의‘21세기 생존과 발전’을 위한

    대외전략과 대남전략


    우선, 북한이 소련 붕괴 후 일관성 있게 추구해온 ‘21세기 생존과 발전’을 위한 대외전략과 대남전략은 무엇이었는가? 북한의 ‘21세기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전략’은 세가지 분야의 전략이 결합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대내전략, 대남전략, 그리고 대외전략이었다. 그리고 이것들이 아우러진 총체적인 국가목표․전략목표는 이름 그대로 ‘21세기 생존과 발전’이었고, 정권안보․국가안보․체제안보의 확보와 경제 발전과 번영이 그 구체적인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대내, 대남, 대외 세 분양의 전략의 목표를 각각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대내전략의 목표는 ‘정치적 안정성 확보’와 ‘경제 회복 및 발전’이었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1970년대 초반부터 공식 후계자로 있었던 김정일이 바로 권력을 공식 승계하였고,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자 이번에는 2010년에 공식 후계자가 됐던 김정은이 바로 권력을 승계했다. 이로써 소련 멸망 후 두 번 최고지도자가 바뀌었지만, 안정적인 권력승계가 이뤄짐으로써 정치적 안정성이 확보되었다.

    경제 회복과 발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개혁, 개방조치를 취해왔다. 1993년 나진․선봉 경제특구 개설,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신의주 행정특구와 금강산 관광특구 설치, 2010년 6.28방침과 2013년 4월 그것의 시행, 2010년 북중양국의 국가협력사업으로서 라선 경제특구와 황금평․위화도 경제특구 공동개발 합의, 2013년 6월 ‘경제개발구법’ 제정 등이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회복과 발전은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보다 대폭적인 개혁, 개방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둘째, 대남전략의 목표는 남한과의 ‘평화공존과 평화번영을 통한 남북관계의 안정화’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2010년과 2007년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남북관계의 안정화의 달성은 남북 간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에로의 협력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동시에 북한이 대외적으로 나아가는 데서도 중요했다. 왜냐하면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 없이는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두 번의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으로 남한과의 평화공존과 평화번영을 통한 한반도 안정화를 이뤄냈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그러나 남한에서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와 정부가 들어서서 기존 지도자와 정부의 결정을 뒤집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것은 남한의 민주정치체제의 특성에서 생겨나는 문제이지만, 어찌됐든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이 대남전략에서 추구해왔던 목표가 한꺼번에 붕괴되는 좌절을 경험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으로서는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남한에 새로운 정부들이 들어서면 ‘평화공존과 평화번영을 통한 남북관계의 안정화’를 위해 계속하여 그들과 대화와협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북한의 대외전략의 핵심적 목표는 ‘대외부문에서 21세기 생존과 발전의 틀의 완성’이다. 이 전략목표의 핵심은 미국과 한반도에서 6.25전쟁을 종식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며, 관계정상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소련 멸망 후 북한은 북한역사상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정권안보, 체제안보, 국가안보상의 심각한 위기를 겪으면서 일종의 보호책으로서 핵무기 개발에 나섰고, 대외생존과 발전의 틀을 짜는 과정에서 핵카드를 사용해왔다. 북한은 최근까지 핵폐기의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폐기와 평화체제구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올 3월 심각한 한반도 전쟁위기를 겪으면서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핵무력 보유를 법제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결국 ‘북한의 핵무기 보유 vs.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북한의 21세기 대외 생존과 발전의 틀을 짜고 완성하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6.25전쟁의 종식, 평화체제 수립, 북미관계정상화를 이룩하기가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 2013년 전반기의 한반도 전쟁위기 고조와 김정은의 의도


    2012년 12월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발사와 성공으로부터 시작하여 북한의 핵실험,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들, 3~4월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거쳐 올 5월 20일 동해에서의 미항모 미츠 호가 참여하에 시행된 한미해상합동훈련이 끝날 때까지 2013년 전반기에 한반도는 최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수준의 전쟁위기를 경험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고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당시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갖고 있었는가

    우선, 김정은은 작년 12월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를 ‘의장성명’ 정도로 마무리 짓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것은 핵실험이 아니었고, 또 이번에는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직접 올린 것으로서 예전의 실패의 경우와는 달리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것이었음을 증명해 냈으며, 또 오바마 재선운동 기간에 오바마 정부의 NSC와 CIA의 중견간부들이 두 차례 평양을 방문하여 이뤄진 비밀대화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김정은의 예상과 달리, 대북제재를‘결의’ 수준으로 올려 통과시켰다.

    김정은은 이에 대해 큰 배신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즉각 미국에 대해 ‘전면대결전’을 선언하고, 향후 4년간 파트너가 되어야 할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관계설정의 방법으로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강공 드라이브를 선택했다. 김정은은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에 반발하여 바로 제3차 핵실험을 했고, 유엔안보리는 또 일층 강화된 대북 제재 결의를 통과시켰다.

    김정은은 이번 강공 드라이브를 통해 세 가지 의도 내지 목적을 이루려는 생각을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 그는 대내외에 강력한 지도자상(像)을 확립코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젊고 경험이 적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약하지 않고 강하다’는 인상을 북한 엘리트들과 주민들, 그리고 외국의 지도자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앞으로 그를 무시할 가능성을 차단코자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둘째, 그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로켓발사 권리를 기정사실화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한창 중이던 지난 3월말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과 핵무력발전의 병진정책’을 채택하고,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바로 핵무력 보유를 법제화했다. 또 핵보유 외에 주권적 권리로서의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앞으로 계속해서 인공위성 로켓발사를 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자 한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그는 또 이번 위기고조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해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코자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언제까지 이처럼 군사적 대결을 반복해야 하느냐’고 묻으면서, 이번 위기가 잦아들면 일정한 다시 미국과 협상장에앉아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 북핵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이미 설명했지만, 미국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 관계정상화문제, 북핵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21세기 대외생존과 발전의 틀을 짜고 완성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역사적으로도, 북한은 소련 붕괴 이후 중국의 북한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과 그에 따른 북한의 과도한 대중 의존을 회피하기 위해 미국과 관계개선을 시도했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6.25전쟁을 끝내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며 관계정상화를 이룩하고, 결국 중미양국 모두와 관계개선을 함으로써 대외관계에서 자신의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하여 ‘21세기 생존과 발전’을 꾀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전략적 구도는 지금까지 전혀 변하지 않았으며,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으로 생각된다.


    4. 군사안보 위기 해소와 대화․협상 국면에로 전환


    올 3~4월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에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최정점에 달했다. 그 후 5월 20일 동해에서 미국 핵항모 니,미츠호가 참여한 가운데 한미합동해상훈련이 이뤄졌고, 이것을 끝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안보 위기가 실질적으로 해소됐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북한이 전쟁위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본격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2~24일 최룡해가 김정은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을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함으로써 지난 반 년 간 다소 긴장을 겪었던 양국관계가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최룡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이 요청하는 6자회담 등 각종 대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는 ‘경제발전에 유리한 대외환경의 조성’이 그 목적 중의 하나임을 명백해 했다. 김정은으로서는 2013년 상반기를 대결로 보냄으로써 그만큼 지체된 ‘김정은 시대의 본격적 개막’을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편, 최룡해가 중국방문을 위해 출국하던 날,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게 올 6·15 공동행사를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또 28일에는 조평통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입주기업가들이 방북하면 “제품반출 문제를 포함하여 공업지구 정상화와 관련한 어떠한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지난 6월 6일에는 남한이 요구해왔던 당국간 회담을 받아들이고 그 의제를 개성공단 정상화를 넘어 금강산관광사업 재재, 이산가족 등 인도주의적 문제의 논의 가능성 등 5.24조치 전체를 해제하는 효과를 내는 ‘포괄적’인 대남제의를 했다.


    북한이‘본격적인 대화․협상’로 나오고 있는 이유


    그렇다면, 그 동안 최근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를 고조시켰던 김정은이 왜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으로 나오고 있는가? 이는 물론 지난 해 12월 중순 인공위성 로켓발사부터 시작되어 5월 20일 핵항모 니 미츠호가 참가한 동해에서의 한미해상훈련이 끝남으로써 거의 반년 동안 계속 고조됐던 군사안보 위기가 실질적으로 해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화국면에로의 전환의 이유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정은이 지난 반 년 동안 전쟁위험을 무릅쓴 '기 싸움'을 하면서 나름대로 추구했던 목표와 연결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 3~4월 군사안보 위기가 실질적인 전쟁위험으로 고조될 당시, 김정은이 세 가지 동기와 목적을 갖고 강공책을 사용했다는 것은 이미 위에서 설명했는데, 모르긴 해도 김정은은 그 세 가지 목표 중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

    김정은은 ‘젊고 경험이 적은 사람인데도 결코 허약하지 않고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지도자상’을 확립코자 했는데, 새로운 젊은 지도자 김정은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은 미국으로서는 그가 특히 결코 쉽게 사용하기 어려울것으로 생각했던 개성공단 중단 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목격한 후, 그가 어떤 상상치 못할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즉 무력충돌을 무릅쓸 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으며, 북한에 대한 자극을 피하기 위해 4월 5일로 예정되었던 미국의 신형 ICBM 미니트맨 III의 시험발사를다음 달로 연기했다(그리고 동해상에서 한미합동해상훈련이 끝난 바로 직후인 5월 21일시험 발사함). 4월 11일 박근혜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 전쟁위기의 고조와 더불어 한국에서 외국 투자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한 동양3국의 일정을 시작한 존 케리 미국무장관도 4월 12일 서울에서 대북 대화를 제의했다. 그리고 한미양국은 또 4월16일에 워싱턴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한미군사위원회 회의(MCM)(양측 합참의장 참석)를 연기했다. 결국 한미양국이 사전 조율을 거쳐 동시에 대북 대화제의에 나서고 한반도위기 고조를 일단 진정시키기로 한 것이었다. 지난 4월 중순에 한미양국이 북한에 대화제의를 한 데에는 이처럼 ‘김정은이 실제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했던 것을 보면, 김정은이 ‘굽히지 않는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 형성에 나름대로 성공했음을 말해준다.

    김정은은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자 했는데, 이번에 미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에 전략폭격기 B-52와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 가공할 만한 최첨단 무력을 한국에 들여와 북한을 목표물로 상정한 핵무기 투하연습을 했고, 북한은 이러한 핵위협을 구실삼아 바로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소집해서 ‘경제발전과 핵무력발전의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또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여 핵무력 보유를 법제화한 것이다. 북한은 병진노선에서 이제 핵억지력 확보로 군사안보에 ‘추가적인 비용’을 들이지 않고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도 하고 있지만, 어쨌든 북한이 확보한 핵억지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다.

    결국 이제 위의 두 가지 목표를 나름대로 달성했으니, 그 동안 2개월 반 이상 지속되었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모두 끝나자마자 바로 ‘세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 국면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 중국 남한 일본 등 국제사회와 ‘대화와 협상’을 시작하여 군사안보 및 외교 분야의 ‘오래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또 경제를 살리는 데 유리한 대외환경의 조성에 나섬으로써, ‘김정은 시대’의 생존과 발전의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코자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최룡해의 중국방문부터 시작되어 6월 6일 포괄적인 대남 대화제의가 나온 것이다. 이제 남북관계에서의 진전과 더불어 북미관계 대화재개가 뒤 따를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북한은 6월 7~8일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되는 미중정상회담과 6월말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그 회담들이 자신들의 대화와 협상 추구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거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타이밍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미중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양국이 최룡해의 방중을 통해 상호 긴밀히 입장조율에 나선 것은, 시대와 맥락이 다르긴 하지만, 마치 1970년대 초 미중관계 정상화를 위한 닉슨-마오쩌둥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시 북중 양국의 고위인사들이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면서 의견을 조율했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번 북한의 ‘대화와 협상’의 추구가 단순한 ‘기술적’ 차원이 아닌 ‘전략적’ 차원에서의 결정이라는 점에 인식하고 우리로서는 매우 적극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포괄적’ 대남 대화․협상 제의(6.6제의): 내용과 특징


    그렇다면, 여기에서 6월 6일 북한이 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문을 통해 제안한 포괄적 대남대화 제의의 내용과 특징을 살펴보자. 우선 6.6제의 내용을 살펴보자.

    조평통은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중대 립장을 천명”했다. 첫째, “6.15를 계기로 개성공업지구정상화와 금강산관광재개를 위한 북남당국사이의 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했다. 그러면서 “회담에서 필요하다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문제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회담장소와 시일은 남측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둘째,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국제관광특구에 대한 남조선기업가들의 방문과 실무접촉을 시급히 실현하며 북남민간단체들 사이의 래왕과 접촉,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도록 할 것”을 제의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이미 개성공업지구기업가들의 방문을 승인한 상태이며 금강산기업관계자들의 우리측 지역방문도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 더하여 “남조선민간단체들의 래왕과 접촉, 협력사업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고 했다.

    셋째, 북한은 “6.15공동선언발표 13돐 민족공동행사를 실현시키며 아울러 7.4공동성명발표 41돐을 북남당국의 참가 하에 공동으로 기념할 것”을 제의한다.

    넷째, “북남당국회담과 남조선기업가들의 개성공업지구 및 금강산방문, 민족공동행사등을 보장하고 북남사이의 현안문제들을 원활히 풀어나가기 위해 남조선당국이 우리의 제의에 호응해 나오는 즉시 판문점 적십자 련락 통로를 다시 여는 문제를 비롯한 통신, 련락과 관련한 제반 조치들이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조선당국이 진정으로 신뢰구축과 북남관계개선을 바란다면 이번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며, 자신들의 이번 “대범한 용단과 성의 있는 제의” 남한정부가 “적극 화답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번 북한의 6.6제의는 다음 대여섯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그 동안 거부해왔던 ‘당국간 회담’을 전면 수용했다. 이는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지도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제의의 내용이 포괄적이다. 그동안 우리정부가 제의한 것은 개성공단 관련 실무회담이었는데, 이번 북한의 제의는 개성공단은 물론, 금강산관광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분야, 각종 교류협력에 미치고 있다. 이는 북한의 6.6제의가 실질적으로 ‘5.24조치를 해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만일 우리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를 받아들인다면, 우리정부도 ‘5.24조치의 해제’라는 이름이 아닌 ‘남북관계의 포괄적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5.24조치를 해제’하는 효과를 볼수 있게 됐다. 셋째, 북한이 6.15남북공동선언 뿐만 아니라 7.4남북공동성명의 공동기념을 제의함으로써 박근혜대통령으로 하여금 6.15공동선언의 공동기념을 받아들이기 용이케 도와주면서 박정희대통령의 지지세력들로 하여금 남북대화를 지지케 하는 명분을 제공하고있다. 넷째, 북한은 이번 대화제의를 통해, 그 동안 우리정부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판문점 연락전화를 포함하여 올 상반기에 단절됐던 각종 통신선을 회복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다섯째, 북한은 이번 제의에 관련된 회담장소와 시일을 남측에 맡김으로써 자신들이 남북대화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나올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회담 의제’에 대해서는 남측에게 맡기겠다는 입장이 아니고, 개성공단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협력 등 ‘남북문제’, ‘민족문제’와 관련된 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혹시라도 남한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하고 싶어 하는 ‘핵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남북회담에 그 논의의 장이 아님을 밝히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남북장관급회담이 개최되면, 핵문제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어느 정도 원칙적인 입장만 서로 확인하고 지나갈 것으로 보여 남북회담을 가로막는 큰 장애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는 대북 신뢰프로세스를 시작하는 데서 처음 시작단계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관련 문제를 조건으로 걸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그동안 반복적으로 천명해왔다.


    박근혜정부의 적극적인 호응: 6월 12일 서울에서 장관급회담 개최 제의


    북한의 6.6제의에 대해 박근혜정부는 바로 당일 적극적으로 북한의 제의를 수용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정부를 대표하여 6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남북 당국회담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했는데, “개성공단, 금강산,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 장관급 회담을 6월 12일 서울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 그리고 “남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측은 내일(7일)부터 판문점 연락사무소 등 남북간 연락채널을 재개하기 바란다.”고 했다. 류 장관은 “우리정부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의를 북측이 수용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우리 측 제의에 대한 북측의 호응으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진행되어, 상호 신뢰의 기반 위에서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결국 남한정부는 북한에 제의한 의제를 모두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호응을 보인 셈이다. 그것도 남북회담의 본령(本領)인 장관급회담을 제의하여 수용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단지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개성공단, 금강산,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 장관급 회담”이라고 규정하고,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상호신뢰의 기반 위에서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표현하고 있는 점이다.

    즉 의제를 “~ 등 남북한 현안”이라고 표현하고, 남한이 제의한 이번 장관급회담이 “상호신뢰의 기반 위에서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실무회담에서부터 남북장관급회담의 의제설정을 하는 데서 남북 간에 나름대로 줄다리기가 있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참고로, 조평통 대변인의 담화문을 다시 보면, 북한은 이번 6.6제의에서 의제를 ‘개성공업지구정상화와 금강산관광재개’, ‘회담에서 필요하다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문제도 협의’하는 것으로 정하고, 6.15공동선언 13주년 공동기념, 7.4공동성명 41주년 공동기념, 민간단체들 간의 왕래, 접촉, 협력사업을 또한 의제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번 북한의 6.6제의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적극적 수용은 박근혜 정부에게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데서 그 동안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 동안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문제와 관련하여 국민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으나, 이제 앞으로 어떻게 남북회담을 해나가느냐에 따라 그러한 부담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박근혜 정부는 그 동안 개성공단문제와 관련하여 그 동안 5월 3일부터 5월 15일까지 북측의 개성공단 물자반출 허용 의사를 입주기업대표들과 국민들에게 숨기고 10일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마치 북측이 우리의 대화제의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다가 5월 14일에야 북한이 그러한 사실을 밝히고 나오자 뒤늦게 국민에게 그러한 일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라든지, 4월 30일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이 설비점검 등을 위해 방북신청을 했는데도 통일부가 그 명단을 북측에 전달하지 않았다든지, 마치 2010년 2월 남북한 사이에 개최됐던 금강산관광과 개성지구관광 재개 실무회담에서 관광 재개의 핵심사항인 관광객들의 ‘신변보장’에 대해 북한이 협력했는데도, 이명박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았고, 당시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이에 대해 ‘위증’을 하는 등 논란이 일었단 것과 비슷한 일을 한 셈이었는데, 결국 이번 6월 6월 제의를 우리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박근혜 정부로서도 이제 그러한 짐을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5. 대미․대남전략 환경: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율된 한미양국의 대북정책


    이제 북한이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국면전환을 하는 데서 대미․대남전략 환경인 한미양국의 대북정책을 5월 7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 표출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한미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에 합의했는데, 그 핵심내용을 보면, 60년간의 한미동맹 발전 경과를 평가하고 아태지역의 평화·번영의 핵심 축으로서 한미동맹과 미국의 확고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다. 또 한미 FTA의 충실한 이행 등 경제협력의 강화, 한반도내 평화와 안정 및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 북핵・북한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를 강조했다. 그리고 동북아 및 글로벌 협력, 양국 국민들간 관계 강화 등 동맹의 미래비전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워싱턴 정상회담 의제들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항은 대북정책이었다. 한미 간에 조율된 대북정책이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어 한반도위기 해소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항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정상이 합의한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대화의 문’은 열어 두되,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비핵화 관련 조치를 취하고 국제적 약속과 의무를 지키는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선택하면 언제든지 대화하고 또 돕겠지만, 정반대로 북한이 도발하면, ‘확장 억지’에 의한 미국의 대남 핵우산 제공, 미국의 ‘재래식 및 핵 전력의 총동원’을 통한 한국의 방어, ‘포괄적이고 상호운용이 가능하며 연합된 방어능력의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도발에 강력 대처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는 예전과 별 차이가 없는 정책이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런데 그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적인 내용은, 자신이 이해하기로는, 한미양국이 대북 억지 준비가 되어 있고, 침략에 대해 대처하며, 도발행위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북한이 다른 길을 택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포용정책을 위해 문을 열어 놓는 것이라면서, 그것은 ‘정확히 옳은’ 접근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지금까지 수년 동안 미국과 한미양국이 취해온 대북접근법과 ‘양립’할 수 있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것이 실제 제1기 오바마정부의 대북정책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식의 해석을 내어 놓았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한미양국의 대북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어떤 특별히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왜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시하지 못했을까? 우선 미국 측을 보면, 첫째,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의 달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일양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한국으로 하여금 첨단 재래식 무기를 구비케 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북한을 봉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한반도의 긴장고조로 부터 생겨나는 군사안보부문의 전략적 이익들, 소위 ‘음모론’이라고 불리는 주장이 상정하는 미국의 ‘숨은 이익들’이 또한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미국이 한반도문제, 북핵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던 배경에는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이익,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 미사일방어체계(MD) 실현, 한국에 대한 각종 무기판매로부터 생겨나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사태를 계기로 대북 신뢰프로세스의 시작이 어렵다고 보고, 이번 기회에 아예 김정은을 ‘길들이기’ 하기로 하고, 한미정상회담과 한미공조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고 처벌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사용한 몇 가지 표현들을 살펴보자. 박대통령은 북한의 ‘고립’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만 매달려서는 생존할수 없”고, 김정은이 새로운 전략노선으로 내세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도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북한의 “나쁜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하는 등 “하나의 목소리”로 “확고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하며, 그렇게 하면, 북한은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은 “한국군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북한이 도발하면 군이 옳다고 느끼는 판단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 이미 자신이 내린 지침”이라고 했다. 그리고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이 투자보장 등의 약속을 파기했는데, 전 세계 어느 기업이 북한에 투자할 것이며, 그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어떻게 경제적 성취를 이뤄낼 수 있겠는지 반문했다. 결국 한미정상회담은 한반도위기 해소와는 거리가 먼 회담이 되고 말았다.

    북한은 물론 상호간에 ‘기 싸움’이 끝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북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6.6제의를 했고, 박근혜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주목할 것은 이번 남북관계에서의 본격적인 대화의 시작이 앞으로 한미양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결국, 이번 남북한관계에서의 새로운 변화의 발생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느 정도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남북장관급회담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을 삼고 있는 ‘북한 비핵화’ 관련 논의를 다루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도 또한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6. 대북정책의 방법론 재검토:

    ‘압력과 제재’vs.‘대화와 협상’


    현재 남북간에 대화와 협상이 시작되는 마당에 향후 대북정책의 방법론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구체적으로, 그 동안 북핵문제를 다루는데서 적용됐던 방법들, 즉 ‘압력과 제재 vs. 대화와 협상’의 장단점을 재검토함으로써 앞으로 남북회담에도 그 지혜를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국 왜 ‘압력과 제재’가 아닌 ‘대화와 협상’의 방법을 적용하면서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압력과 제재’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 로켓, 미사일을 포기하게끔 하는 데 실패했고,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그것들의 능력을 강화하도록 도와주었다. 실제 ‘압력과 제재’는 북한의 핵, 로켓, 미사일 분야에서 ‘직접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북한은 위의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독자적인 기술과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안보리 제재든 개별국가 제재든 모든 제재는 수출입을 통제하는 것으로서 ‘간접적’인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고, 간접적인 효과는 성격상 직접적인 효과와 달리 한계가 뚜렷했다. 따라서 북한과의 현안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북한지도부를 ‘압력과 제재’가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설득하는 일이다.

    ‘압력과 제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좀 더 셌더라면 북한이 굴복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객관적으로 증명해 낼 수 없는 주장이다. ‘압력과 제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또 ‘중국이 좀 더 협력했더라면 북한이 굴복했을 것’ 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순히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조지 W. 부시대통령처럼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려고 하는 경우, 왜 중국이 미국을 도와 자신의 동맹국인 북한을 붕괴시키는 데 협력하겠는가.

    반면, ‘대화와 협상’은, ‘압력과 제재’와는 달리, ‘합의’를 만들어 냈다. 여기서 ‘합의’는 ‘북한의 핵관련 정책과 행위에 대한 통제 메커니즘’을 말한다. 그런데 ‘압력과 제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화와 협상’이 북핵을 막지 못했으며, ‘대화와 협상’은 북한과의 현안 해결에 아무런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틀린 방법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들이 주장이 적실성이 있는가

    여기서 지적할 것은 ‘합의’가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효과를 내지 못한 데는 전혀 다른 차원의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예컨대, 반세기 이상 된 오래된 양측 간의 관성적인 상호불신, 북한의 ‘피포위(被包圍) 의식’과 그로 인한 방어적이고 비융통적인 태도, 국제사회와 ‘합의’를 이루고 지키는 데서 장점과 동시에 단점을 가진 수령제, 그리고 미국, 한국, 일본에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와 180도 달라지는 대북정책으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한 것 등 여러 변수가 ‘합의’ 이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온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과 제대로 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좋은 합의’를 만들어 내고, 이에 더해 설령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차기정부가 전임정부의 ‘국가’의 권위로써 약속한 합의를 존중함으로써, 우리의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에서 민족화해와 평화정착, 그리고 평화통일의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나아가야 한다는 컨센서스를 이룩해 나가는 일이다.

    그런데 ‘압력과 제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합의’의 이행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제3의 변수들’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면서 ‘합의’를 만들어낸데 성공한 ‘대화와 협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사실과 다르게 비판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민주정치체제가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로 인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체제라는 것을 애써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주장한 ‘압력과 제재’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애써 회피하면서, 새로운 선정적인 주장과 담론을 제기하여 사람들의 관심의 축을 ‘압력과 제재’의 비판으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문제 제기로 바꿔버리는 수법을 사용해 왔다.

    예컨대, 그들은 ‘북한은 처음부터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것은 북한의 최고위층이 고백을 하기 전에는 증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또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든지 1990년대에 한반도에서 철수된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한반도에 들여와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소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통해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하면서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협을 고조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들은 또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는 것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영변핵시설을 외과적 수술적 방법(surgical strike)으로 폭격하여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다. 그런데 영변 공격은 전면전을 의미하며, 이러한 주장은 영변 공격과 그로 인한 방사능 유출, 북한의 남한 원전들에 대한 미사일 공격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방사능 유출로 인해 ‘한반도 자체가 향후 반세기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되어도 좋다’는 식의 지극히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대화와 협상’이 만들어냈던 북핵 관련 ‘합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북한의 핵 관련 정책과 행위의 통제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핵을 보유하면 좋겠지만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기로 하고 핵을 포기하더라도 생존과 발전을 가능케 해줄 다른 조건들을 받아냄으로써 ‘21세기 생존과 발전’을 기약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반영되어 있는 약속인 것이다. 결국 제네바 북미기본합의나 9.19공동성명과 같은 북핵관련 합의들은 양측이 각기 중시하는 것을 상호 교환함으로써 윈-윈 하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처음부터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 이라는 주장은 오히려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단지 지금은 북한이 3차 핵실험까지 하고, 핵무력 건설을 전략적 노선으로 또 그것을 법제화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해진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마지막 한 번’의 협상 기회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결국, 남북한은 앞으로 대화와 협상을 진전시키는 방법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대화와 협상’ 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회담의 진전을 통해 재인식하고, 회담이 난관에 처할 때마다 ‘압력과 제재’의 방법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과감히 떨쳐낼 필요가 있다. 이것이 그 동안 북핵문제를 다루면서 축적된 지혜인데, 이는 북핵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남북회담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그대로 적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7. 대북정책에서 고려해야할 요소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대화의 국면으로 진입하는 현재, 박근혜정부가 대북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우선, 박근혜 정부 출범 시 대북관계는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출범 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좋지 않았다. 다행이 이번에 남북관계의 개선의 호기를 맞았지만, 앞으로 박근혜 정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절대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인식을갖고 대화와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반면교사로서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통일정책이 실패를 잠깐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 정책의 문제점은 첫째, 공식적인 대북정책(“상생과 공영”)과 속내(“북한붕괴론”) 간의 불일치와 그로 인한 남북한 간, 남한 내의 불신의 증대, 둘째, 대북정책 목표(“비핵·개방·3000”, “상생과 공영”)의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북정책의 국내정치용化,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관심의 축을 ‘대북정책의 실패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통일준비론’으로 바꿔버리는 정치공학적 행위와 그 폐해, 셋째, 21세기 동아시아 국제질서가 미중 대결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미중이 남북한을 분리하여 각각 자신의 영향권 속으로 흡인하려는 힘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이명박정부는, 김대중·노무현정부와는 정반대로, 남북대결로 나아감으로써 남북협력과 통일에 역행, 넷째, 이명박정부 기간 동안 남북협상을 몇 번 시도했으나(2009년 10월 싱가포르 비밀접촉, 2010년 2월 초순 금강산·개성지구 관광재개 실무협상, 2011년 5월 베이징 비밀접촉 등), 그것들은 이명박정부가 주체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 항상 북미관계, 미중관계, 6자회담에서의 ‘진전’과 같은 국제사회로부터의 대화압력을 받아 이뤄진 수동적인 것이었고, 그러한 시도들은 번번이 강경파에 의해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이번 북한의 6.6제의와 우리정부의 그것에 대한 수용으로 남북한 간에 지속되었던 ‘기 싸움’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기 싸움’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한 ‘비밀 특사교환을 통한 남북정상 간의 대화’도 필요 없이 본격적으로 공개적인 장관급회담으로부터 잘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도 어떤 일이 있어도 양측은 ‘기 싸움’ 프레임에 다시 걸려드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 동안 북한에 대해 사용한 표현들, 예컨대, “퍼주기를 한다거나 적당히 넘어가는 일은 새 정부에서 결코 있을 수 없다”라든지, “적당히 타협해 그때그때 넘어가 더 큰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겠다.”든지, “벼랑 끝 협박에 뭔가를 내주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는 표현들은 ‘기 싸움’의 상황에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표현은 사용하지 말고 제대로 된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진전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6.6제의가 우리정부가 그 동안 강력한 일관된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북한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것이라는 식의 표현은 공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제 비로소 남북관계는 ‘대화의 파트너’를 서로 갖게 된 셈이니, 항상 상대방이 듣고, 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결국 모든 대화와 협상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파트너인 상대방에 대한 의식적이고 용의주도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셋째, 박근혜정부는 이번 남북회담을 출발점으로 미국, 유엔안보리 등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동시에 남북관계에서의 독립적 공간을 확보하는 ‘투 트랙’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의식적이고 강력한 자세로 남북 간에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에로의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과거의 반복된 경험이 증명하듯이, 남북관계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제와 대북 처벌정책에 연계되고 종속되는 법이다.

    이번 장관급회담이 시작되면, 우리는 향후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또 국민들의 불안감과 위기감을 해소하고, 또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하락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개성공단을 정상화하여 개성공단 투자기업들과 하청기업들의 이익과 종업원 일자리를 보장하고, 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개성공단 사업 등 향후 확장될 수많은 남북경협사업을 통해 어찌보면 마지막 우리에게 남은 우리경제의 ‘블루오션’을 개척해 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미공조가 한반도에서 긴장고조가 아닌 긴장완화와 평화증진을 위한 공조가 되도록 해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시작되는 남북장관급회담을 계기로 한미동맹 협력이 21세기를 맞아 그러한 평화증진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우리정부가 적극 노력해나가야 한다. 이제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함께 참여하여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한반도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먼저 협력적으로 취해야 한다’는 대화의 비현실적인 전제조건을 철회하고, ‘북한 비핵화 과정’과 ‘평화체제 수립과정’을 하나로 결합하여 제시하는 등 창조적이고 대담한 제안을 통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다시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그 동안 워싱턴은 북한의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이루는 데 자신이 없는 입장에서 북한과 비핵화를 위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모양새만 취하면서 제1기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연장선상에서 비확산을 중심으로 북한을 봉쇄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 처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기미를 보여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할 일은 이제 강력하게 대북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함으로써 5월 초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뤄진 강경한 대북 한미공조, 즉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1기정부가 함께 추진했던 ‘선 핵포기’와 ‘전략적 인내’가 결합된 대북정책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2000년 6월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이 열었던 ‘6.15시대’를 다시 활짝 개막하여 ‘민족의 희망을 다시 세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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