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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주년 6·15 남북정상회담 14주년 - 2부 특별강연 - 장세현 | 원광대학교 총장,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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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세현 | 원광대학교 총장,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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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 위해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


    오늘 우리는 6.15 남북공동선언 14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러나 즐겁기 보다는 매우 답답한 심정입니다. 10년 동안 햇볕정책과 6.15 남북공동선언의 궤도 위를 달리던 화해협력과 평화번영의 열차가 2008년 2월부터 7년째 멈춰 서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비핵 개방 3000’이라는 담장 안에 햇볕정책이 갇혀 버렸습니다. 당연히 6.15 남북공동선언도 같은 신세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6.15와 10.4 정신을 존중하겠다고 공언했고, 취임 후에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대북정책으로 발표했습니다. 대통령 자신이 6.15와 10.4를 존중하겠다고 했고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내용 면에서 ‘비핵 개방 3000’ 과는 달랐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시기에 멈춰 선 화해협력의 열차가 다시 달리게 될 줄 알았습니다. 6.15 남북공동선언도 기념만 하는 선언이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의 실천 강령으로 다시 작동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1년 3개월 넘게 기다렸지만, 아직 그렇게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대통령의 말 따로, 실제 대북정책 따로’였습니다. 대통령의 공식연설이나 외국정상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비무장지대 평화협력공원 구상, 드레스덴 구상 등을 무게를 실어 발표했습니다. 다소 수사적이기는 하지만 말이 되는 얘기들이고 또 해야 할 일들이기는 한데, 거기에는 반드시 조건이나 전제가 따라 붙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북한이 먼저 잘 해야 우리도 잘 해줄 수 있다는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실무 부처는 남북관계 개선 쪽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6.15 남북공선언도 이행될 수가 없습니다.


    남북관계가 막히고 악화되면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남한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 주민들의 불안은 그 외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는 차원과 강도가 좀 다릅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남북관계를 잘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은 대통령이 원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들의 원성을 사게 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입니다. 대통령의 통일철학이나 대북관 때문에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못하고 남북 간에 군사긴장이 고조되면, 대북적대의식에 불타는 극소수의 국민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결국 대통령과 정부를 원망하게 될 겁니다. 등을 돌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평범한, 그러나 불변의 진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70년대 남북 체제경쟁 시기의 대북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G-15위권 국가가 되었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경제에 막 바로 악영향을 미칠 만큼 ‘가진 자’가 되었습니다. 북한은 전세계 200여개 국가 중 180위권 선에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 동향이 요즘 특히 이랬다저랬다 하는데, 맹자가 일찍이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라(無恒産 無恒心), 경제적으로 안정이 안 되면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NLL 주변 남북 함정 간 포격전이 있던 다음날 북한이 느닷없이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고 발표해 놓고, ‘며칠 후 노동신문은 앞으로 박근혜 정부와는 해결될 것이 없다.’ 는 식의 논평을 내 놓았습니다. 북한의 변덕은 맹자가 말한 바로 이런 원리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안돼서 마음이 왔다 갔다 하고, ‘밑져야 본전’인 북한을 우리가 1대 1로 상대하려고 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입니다. 그래도 되는 시대는 이미 20년 전에 끝났습니다. 이제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자세로 남북관계 개선을 선도하고 통일의 기반을 다져 나가야 합니다. 남북관계에 조건과 전제를 달고 북한의 선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과 1대 1관계에 있던 70-80년대의 방식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0년대 중후반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 관리의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사실 남북관계는 2000년대부터 우리가 책임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남북 국력 격차가 현저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6.15 남북공동선언이 나올 수 있었고, 또 나와야 했던 것입니다. 물론 6.15 남북공동선언은 김대중 대통령의 통찰력과 결단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독일 철학자 헤겔(G.F.W. Hegel)의 이론을 빌리자면 그것은 역사적 필연, 역사의 명령이기도 했습니다.


    역사적 필연, 역사의 명령을 거역하면 안 되는 법입니다. 20세기에는 우리민족이 분단과 분열을 감수해야 했지만, 21세기부터는 화해협력하면서 살아나가야 할 운명이기에 역사의 명령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6월 평양으로 가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 내셨던 것입니다. 그런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6.15 공동선언을 대북관이 자신과는 약간 다른 전임 대통령의 업적으로 보면 안 됩니다. 역사적 필연이자 역사의 명령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6.15와 10.4의 정신을 존중하겠다고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6.15 남북공동선언이 마련해 놓은 로드맵에 따라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바랍니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비무장지대 내 평화공원 구상, 드레스덴 구상을 실현해 나가기 바랍니다. 다만, 이 구상과 정책들은 6.15와 10.4를 건너뛰거나 다른 길로 가서는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할 일이 있고,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의 책무도 있습니다. 6.15를 기념만 할 것이 아니라 6.15를 지키라고 목청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5년 전 6월 11일, 6.15 9주년행사가 열린 이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당부하셨던 대로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자임하는 민주당이 주축을 이루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행동하는 양심’의 전위대가 되어야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브랜드인 ‘민주’자를 쓰려거든 그 분의 또 다른 브랜드인 6.15를 지키라고 대통령과 정부에 촉구해야 합니다. 용기가 없어서 말을 못하는 겁니까, 아니면 철학이 달라서 말을 안 하는 겁니까?


    2009년 6월 11일, 이 자리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고 호소하셨던 김대중 대통령은 6월 25일 김대중평화센터 임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행동하는 양심’에 대해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고 보셨던 것 같습니다. 2주 만에 훨씬 건강이 나빠지셨기에 말씀을 이어가기도 힘드셨지만, 또박또박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행동하는 양심’이 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좋은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고, 나쁜 신문 보지 말고, 그것도 못하겠으면 담벼락에다 대고 욕이라도 하세요.” 말씀의 속도는 매우 느렸고 목소리는 기어 들어가듯 잘 안 나왔습니다. 참으로 피를 토하듯이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 7월 13일 폐렴으로 입원하실 때까지 특별한 면담일정도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날 그 말씀은 정치인으로서 그분 최후의 유지(遺旨)였습니다.


    오늘 6.15 남북공동선언 14주년 기념식에 참가한 우리는 앞으로도 6.15 남북공동선언을 기념만 하고 말 것인지 자문자답해봐야 합니다. 만약 6.15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남북관계가 발전해 나가는 것이 옳고 그것이 역사의 명령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게 그걸 촉구하는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6.15 남북공동선언의 궤도를 따라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라고 목청을 높여야 합니다. 오죽했으면 김대중 대통령께서 “담벼락에다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하셨겠습니까?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Let's be "Conscience in Action" to deliver the 6.15 Joint Declaration!

    By Jeong Se-hyun (President of Wonkwang University, Vice president of Kim Dae Jung Peace Center)


    We are gathered today to commemorate the 14th anniversary of the 6.15 Joint Declaration. But we are frustrated, rather than being joyful for celebration, because the train heading to reconciliation, cooperation, and peaceful prosperity on the track of the Sunshine policy and the 6.15 Joint Declaration for ten years has stopped for seven years since February 2008.

    During the Lee Myung-bak administration, the Sunshine policy had been trapped by the denuclearization, openness and 3000 plan. The 6.15 Joint Declaration was stranded in the same fate. President Park Keun-hye had promised since she ran for Presidency to respect spirits of the 6.15 Joint Declaration and the 10.4 Declaration, and announced the "Korea Trust Building Process" for the North Korean policy after her inauguration. It was expected that the grounded train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would begin running, ending the long rest forced by the Lee administration as President Park made her words to respect those joint declarations and the Korea Trust Building Process was very different from the Vision 3000. Moreover, we also expected that the 6.15 Joint Declaration would be back on track as an official mandate for improvement of the inter-Korean relations, outgrowing its status as an announcement subject to celebration only.


    We waited for over a year and three months after launch of the new government, but nothing has happened. What has been clear so far is the mismatch of Presidential words and deeds in the North Korean policy. President Park churned out many weighty announcements in her official speaking engagements and summit talks with foreign heads of states such as the Korea Trust Building Process, the Northeast Asia Peace and Cooperation Initiative, the DMZ Peace Park Project, and the Dresden Unification Initiative. Those initiatives and plans, rather rhetorical by nature, made sense actually and would have to be done anyway by anybody, but they were always attached with conditions or prerequisites; North Korea should behave well first. In this situation, those ministries responsible for implementation of those presidential announcements have no way to move towards a better relation with North Korea. The 6.15 Joint Declaration can't be delivered, either.


    When the inter-Korean relationship is broken and goes sour, the Korean people feel insecure depending on how North Korea behaves. The sense of insecurity felt by those living in the capital and nearby, effectively a half of the South Korean population, is more acute and intense than those in other areas. The government and the President are required to take good care of and improve the inter-Korean relations because the President is held responsible for life and safety of its people. The President and the government alike became subject to harsh public criticism after the Sewol ferry sank, obviously because they failed to protect lives and safety of their people. If the inter-Korean relations still fail and the tension rises between the border because of Presidential ideas for unification and views on North Korea, majority of the Korean population except a few extremists against North Korea will reproach the government and the President for the situation, eventually turning their backs.


    President Park Keun-hye should pay her attention to this simple but inexorable truth. She must overcome her North Korean view formed in the 1970's when the two Koreas were pitted against each other for hegemony on the Korean peninsula. Now Korea made the G-15 list and is rich enough to see that the military tension escalation on the peninsula would have direct impact on its economy. But North Korea stood in the 180th economically out of more than 200 countries in the world. North Korea is now seen easily swayed in its attitude towards South Korea. It has some implications to us given what Mencius pointed out, "Competency is for constancy of mind," meaning that financial instability leads to an unstable mindset. For example, North Korea announced that it would participate in the Asian Games to be held in September in Incheon one day after they exchanged shelling with South Korean battle ships near NLL. And days later, the Rodong Sinmun carried a commentary saying that nothing would be discussed out with the Park Keun-hye government. These irrational movements are the very symptoms that Mencius diagnosed some thousands years ago.


    So unlike 20 years ago, it is not right any more for us to respond to every single move of North Korea, whose behaviors are unpredictable because of its economic instability and wouldn't do any harm to them. Time has changed. We have to admit that the stability of the Korean peninsula lies in the hands of South Korea so that it should guide the inter-Korean relations for the better and solidify the foundation for unification. Attaching conditions to any proposal for North Korea - asking North Korea to move first - is an outmoded tactic that worked only in the 70's and 80's, when South and North were engaged in tit-for-tat.


    President Park Keun-hye is responsible to put under control the inter-Korean relations and the situ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in the mid and late 2010's. In fact, the inter-Korean relations have been restructured since 2000 in the direction, where South Korea should take the responsibility and the initiatives, because the power gap between Seoul and Pyongyang has been widened significantly. The 6.15 Joint Declaration, first and foremost, was an outcome of Kim Dae-jung's insight and decisiveness, but it was also one of the inevitabilities of history and the call of the time according to the theory crafted by G.F.W. Hegel.


    The inevitable call of history! We can't afford refusing it. In the 20th century, Koreans had to endure the territorial and ideological division and disintegration, while the 21st century calls for national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President Kim followed the grave call of history and went to Pyongyang in June 2000, leaving the 6.15 Joint Declaration as his legacy. If President Park understands this, she should not see the view on North Korea leading to the historic declaration as just one of many legacies left by one of her predecessors with a slightly different view on the North. She should see it as one of inevitabilities of history and the call of the time.


    So I hope she should be able to revisit her original commitment to the spirits of the 6.15 Joint Declaration and the 10.4 Declaration and do the endeavor to put the inter-Korean relationship in a better shape by following the roadmap based on the 6.15 Joint Declaration. Her grand plans like Korea Trust Building Process, the Northeast Asia Peace and Cooperation Initiative, the DMZ Peace Park Project, and the Dresden Unification Initiative should be rolled out. And on the road heading to their implementation has no other ways bypassing acknowledgement and delivery of the two declarations.


    President Park Keun-hye and her government have things to do, and the same is true for us here. We have to do more than celebration of the 6.15 Joint Declaration; crying out to act on the declaration. This requires us to revisit what President Kim Dae-jung asked us on June 11, five years ago here, when the 9th anniversary of the 6.15 inter-Korean Summit was commemorated. "Be Conscience in Action!" The New Politics Alliance for Democracy with the former Democratic Party elements in the core, who claim to have succeeded the Kim Dae-jung's legacy, should stand on the forefront of the Consciences in Action. If they want to be entitled to Kim's signature brand of "Democracy" in their party name, they must urge the President and the government to respect Kim's another signature brand, "6.15". Why not? Arn't they brave enough to speak out? Or Do they have a different philosophy?


    After earnestly asking Koreans to be "Conscience in Action" here in the same place on June 11, 2009, President Kim Dae-jung reiterated to be "Conscience in Action" on June 25, when he had lunch with directors of Kim Dae-jung Peace Center. He did so maybe because we did not act rightly. He became so weak and fragile in just two weeks that carrying on his speaking was a labor. But he made very clear, "It is not difficult to be conscience in action. Vote for candidates of a good party, stop reading biased news papers, or just utter curses at a wall at least." He spoke very slow with an almost failing voice. But he spoke with all the strength and energy he could collect back then. After this, he did not have interviews or guest visitations until he was admitted to a hospital for pneumonia treatment on July 13. So "Conscience in Action" became his final words.


    Today as we gathered here for the 14th anniversary, we should ask ourselves if the 6.15 Joint Declaration should be left to be a simple subject to a wordy celebration. If you believe that the inter-Korean relations should be developed in the spirit of the 6.15 Joint Declaration and it is the call of history, you must act as "Conscience in Action" by urging the President and her government to live up to the Joint Declaration. We have to speak out to the government in our own capacity to improve the inter-Korean relations by running on the track laid by the 6.15 Joint Declaration. Think about how desperate he was to say, "utter curses at any wall".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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