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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주년 6·15 남북정상회담 18주년 - 2부 특별강연 - 김상근 | KBS 이사장

    본문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때 상암동 프레스센터에 등록한 국내외 기자가 3천 명을 넘었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취재하려고 했던 건가? 남북정상이 만나는 세기적 장면, 그것이 처음으로 세계 언론에 공개되는 것이니 관심을 모을 만 했습니다. 정상들이 어떤 합의를 내놓을지, 북의 비핵화를 어떻게 풀지, 남북이 실효적 관계개선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 뭔가 획기적 사건이 지금 여기 한반도-조선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6월 5일에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북한과의 만남이 뭔가 거대한 것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우린 곧 만날 것이다!” “거대한 것”, 뭘까? 북의 완전한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 불가침조약?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대표부를 두는 것일까? 트럼프가 그 정상회담으로 시작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것의 시작”이란 표현을 생각하면 우리가 예상해 보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일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상해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우리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게 뭘까? 아니, 무엇이어야 하는가? 저는 “거대한 것” 그것은 ‘문명의 대 변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명의 대 변혁! 저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명상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혹은 남북미중정상회담에서 내오고자 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 이상의 그 무엇을 내와야 한다! 우리가 내와야 할 그것은 우리 삶의 양태인 문명의 대 변혁이다! 문명의 대 변혁이어야 한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류는 이 세상을 인간다운 세상으로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본성(人間本性)이 걸림돌입니다. 인간은 ‘공존(共存)을 통한 상생(相生)의 의지(意志)’와 함께 ‘살생(殺生)을 통한 지배(支配)의 의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체로 후자가 전자를 압도합니다. 사회적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인류는 후자를 따라 ‘살생과 지배의 문명’을 확대하고 확립해 왔습니다. 그것이 인류사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 살생과 지배의 문명을 구축(驅逐)하기 위해 우리는 제도를 만들고 법을 만듭니다. 국제법을 만들고 국제기구를 만듭니다. 그러나 그 장치들이 늘 살생을 통한 지배의지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법과 제도와 기구를 넘어서 우리를 강제하는 대체적 문명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 대체적 문명은 ‘공존과 상생의 문명’입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공존을 통한 상생의 의지의 발현(發顯)입니다. 인류는 불행하게도 살생과 지배의 문명을 키워오고 있지 않습니까. ‘창과 칼’을 개발하고 또 개발하여 다른 나라를 지배해 오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그렇습니다. 63년 전 우리의 분단이 그렇습니다. 강대국들의 지배의지, 패권주의로 인해 이 땅에 냉전시대가 열렸던 겁니다. 살생과 지배의 문명이 이 땅을 덮어버렸던 겁니다. 분단은 기어코 1950년 한국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던가. 한 통계는 북의 인적 손실이 300만 명이 넘는다 합니다. 우리 남도 120만 명이 넘는 인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미군과 유엔군 전사자 11만 명을 포함하여 110만 명 이상의 외국군 인명 피해가 있었습니다. 중공군도 전사자 18만 명이 넘고, 부상자까지 합하면 90만 명이 피해를 당했습니다. 남북한 인명손실이 420만 명, 외국군인 피해자를 합하면 무려 640만 명에 이릅니다. 이 좁은 한반도/조선반도에 흘린 피가 너무나 엄청납니다. 이 비극, 어디서 온 것입니까? 살생과 지배의 문명이 원인입니다. 바꿔야 합니다. 공존과 상생의 문명으로!


    아,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그것이었구나.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3월 베를린 선언이 바로 그것이었구나. 경제협력과 냉전종식 그리고 평화정착을 위해 협력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오늘에 이르러 보니 베를린 선언은 우리를 강제하고 있는 살생과 지배의 문명을 거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가히 문명의 대 변혁을 지향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세계 최강 미국과 정전상태에 있는 북으로서는 불안한 형국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자기 안보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1988년부터 대미(對美) 미사일과 핵을 개발합니다. 미국은 경제제재와 군사적 압박으로 대응합니다. 총칼 문명의 전형적 충돌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위기의식을 가지지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정상회담을 서둘렀습니다. 그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은 기실 문명의 대 변혁을 지향하는 것이었습니다. 6.15남북공동선언은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 인류 문명의 대 변혁을 지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참석자 여러분, 우리, 김대중을 따라 ‘창과 칼’의 문명을 ‘보습과 낫’의 문명으로 바꾸어냅시다. 살생과 지배의 문명, 울려 보냅시다. 우리 문화를 바꿉시다. 살생과 지배의 문명에서 통용되었던 지금까지의 언어, 학문, 예술, 제도, 군산복합구조(軍産復合構造), 종교 등 일체의 것들을 바꿔냅시다. 그리해서 공존과 상생의 문명을 맞아드립시다.


    우리 남과 북은 할 수 있습니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남-북-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공존과 상생의 문명이 증진하는 겁니다. 그 중심에 우리 남과 북이 있는 것 아닙니까. 여기는 분단의 현장이 이미 아닙니다. 냉전의 현장이 이미 아닙니다. 쓰라린 전흔이 끈적거리는 현장이 이미 아닙니다. 여기는 어느새 동북아 평화의 진원지가 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세계 평화의 진원지가 될 것입니다. 세계는 이미 우리 남과 북을 주목하고 있습니다.“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6.15남북공동선언 제1항).” 이것, 배타적 자주선언이 아닙니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세계 평화의 동력이 되자는 결의입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우리,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벌써 문명의 대 전환 중심에 있습니다. 우리 머리 위에 하늘의 서광(瑞光)이 내려 비추고 있습니다. 여러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우리, 공존과 상생의 미래로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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