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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주년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 2부 특별강연 - 박명림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장

    본문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존경하는 이희호 여사님.

    존경하는 박원순 시장님. 그리고 김용학 총장님과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와 세계 역사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던 6.15남북공동선언 제 17주년을 맞아 저는 무엇보다 먼저 오늘 이 땅의 엄중한 현실을 떠올립니다.

    지난해와 올해 우리의 조국은 두 가지 점에서 세계의 특별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21세기 세계 최대의 핵 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21세기 세계 최대의 평화시위입니다. 갈라진 반도의 한쪽 광장에서 세계 최첨단 무기퍼레이드가 벌어질 때, 다른 한쪽 광장에선 세계 최대 평화퍼레이드가 펼쳐졌습니다. 지척 휴전선 너머의 핵위협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장관(壯觀)인 100만 참여, 100만 행진, 100만 외침, 100만 평화에 세계는 연일 오싹한 감동을 체험했습니다.


      

    이 극적인 대비처럼 오늘 우리 조국과 한반도의 모습을 압축하는 상징도 없습니다. 이 선연한 대비는 단 하나의 습격과 방화, 단 하나의 약탈과 폭력도 없었던 완전 평화시위 대한민국 촛불시민혁명의 다음 목표와 지향을 너무도 분명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을 부활시킨 촛불의 절대평화는 이제 휴전선과 한반도를 넘어야합니다.

    민주·공화·평화 정부를 다시 부활시킨 대한민국과 한국시민의 다음 과제는 무엇입니까? 21세기 최대의 시민평화혁명을 성공한 대한민국과, 21세기 최대의 시민평화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마땅히 21세기 최대의 핵무기 위협과 핵전쟁 위기로부터 우리와 인류를 구출해야 합니다. 그 엄숙한 세계시민적 책임과 소명을 다지기 위해 우리는 오늘 다시 옷깃을 여밉니다.


    현재의 북핵문제와 한반도 위기는 세계(냉전)대결의 최후 잔기입니다. 따라서 단연 세계문제입니다. 유엔과 세계4강이 4반세기를 달라붙어도 풀지 못한 동아시아 최대의 세계 안보현안입니다. 그만큼 지난한 국제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냉전시대 세계지도를 보면 “휴전선에서 베를린장벽까지”가 세계분단선이었습니다. 세계사회주의는 그 두 분단선 안에 놓여있었습니다.

    사회주의와 베를린장벽이 붕괴되자 휴전선은 지구 최후의 세계 분단선이 되었습니다. 한국문제는 항상 당대 세계 최대의 문제였습니다. 한국문제의 숨은 본질입니다. 제1차 동아시아 3국전쟁(1592-98.임진왜란), 제2차 동아시아 3국전쟁(1894-95. 청일전쟁), 러일전쟁(1904-05) 그리고 한국전쟁(1950-53) 모두 당대 동아시아 최대의 전쟁이었고 최대의 안보문제였습니다.

    그때마다 한반도 분할문제는 강대국들 사이에 항시 재연되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전쟁 사이의 한반도는 선조들의 지혜로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장구한 안전과 준(準) 영구평화를 누렸습니다. 세계의 대륙과 해양, 제국과 제국, 문명과 문명, 이념과 이념의 사이에 놓인 경계국가, 교량국가, 가교국가 한국의 숙명이자 기회였습니다.

    잠시 자기반성을 가다듬어 봅니다. 세계가 갈라놓은 ‘38선’(1945년) 그대로였다면 우리 역시 사회주의 붕괴와 함께 벌써 통일이 되었을텐데 남북이 싸우며 재탄생시킨 ‘휴전선’(1953년)이었기 때문에 한반도 분단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문제의 또 다른 본질이 숨어있습니다. 이 땅에서 반복된 모든 세계대결들이 민족 내부, 우리 내부의 분열·대결과 함께였다는 데에 문제의 한 부끄러운 본질이 숨어있습니다.

    오늘의 한반도의 두 군사안보체제인 ‘정전체제’와 ‘북핵체제’ 모두 세계 수준의 군사안보체제입니다. 세계와 함께 이제는 영원히 끝내야합니다. 이 땅의 세계대결 시에는 조총, 대포, 제트기 등 항상 당대 세계 최고 무기들이 동아시아 최초로 동원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핵입니까? 이 땅에 다시 전쟁이 도래한다면 21세기 세계 최고의 반인간적 반문명적 반생명적 핵전쟁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우린 어떻게 해야합니까? 누구의 어떤 경험과 교훈에서 배워야합니까? 출발점은 2000년 6월 15일의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과 남북공동선언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날의 벅찬 감동과 넘실대던 설렘과 가슴 부푼 희망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시 김대중의 원숙한 경륜과 깊은 지혜가 절실하게 그리운 이유입니다.

    김대중과 6.15의 핵심은 세계문제라는 한국문제의 본질과 요체를 깨달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새 경로와 새 해법의 개척은 더욱 위대합니다. 국민통합과 민주주의를 통하여 남북관계 개선으로, 남북개선을 통해서 북한과 세계로 나아간 점입니다.

    먼저 남북문제 해결의 출발은 내부에 있습니다. 민주정부의 수립과 국민통합이 그것입니다. 김대중의 오랜 민주투쟁과 김대중-김종필 연합이 없었다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였습니다. 정권교체가 없었으면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은 불가능하였습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6.15공동선언, 6.15시대는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김대중-김종필 연합은 첫째 지역연합입니다. 지역패권에 맞선 호남과 충청, 충청과 호남의  연합이었습니다. 둘째 이념연합입니다.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의 연합이었습니다. 햇볕정책에 대해 보수를 포함한 전국민의 지지를 확보한 근거였습니다. 셋째 역사연합이고 정치연합입니다.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용서와 화해와 공존을 의미합니다. 산업화세력과의 화해는 남북화해의 출발이었습니다.

    김대중-김종필 연합은 정권교체라는 현실적 목표와 화해라는 이상적 목표를 동시에 성취한 길이었습니다. 이는 민주복지국가, 민주평화국가의 초석을 놓았던 핀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독일의 보수-사민, 자유-사민 정치연합을 방불케 합니다. 내부연합과 정권교체가 없었다면 남북정상회담과 남북연합의 제안과 관철은 불가능하였습니다.

    독일통일과 유럽통합·유럽평화를 달성한 서독은 8번의 총리, 23번의 내각이 100% 연합정부였습니다. 나라의 통일을 이루고 세계평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핀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역시 모두 내부통합과 연합정부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독일 통일문제를 해결한 두 독일의 지도자들은 저와의 수차 대담에서 독일 통일문제는 양독관계 문제라기보다는, 각자의 연합정치와 민주주의와 인권과 복지 수준에 달려있는 동독과 서독의 내부문제라고 말하였습니다. 2차 대전 이후의 11개의 분할국가·연합점령국가에 대한 정밀한 비교연구를 진행한 결과도 분단과 통일문제는 내부문제의 연장이라는 점을 확고하게 보여줍니다.

     

    올해는 한국사회에 남남갈등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지 정확하게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제가 바로 이 말을 만든 원흉입니다. 저는 당시에 김일성 조문파동과 훈령조작 사건을 보며, 게다가 대선을 앞두고 남북문제를 국내정치에 왜곡 동원하고 활용하는 현실에 분노를 느껴 남남갈등이 남북갈등 못지않게 민주발전과 남북통일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진단하였습니다. 앞서 제가 조어했던 남북 분단·독재세력 사이의 ‘적대적 상호의존’, ‘공생적 적대’ 개념의 연장이었습니다. 민주세력은 국내정치에 대한 남북관계 활용을 중단하였지만, 일부 보수세력의 국내정치 동원과 시대착오적 이념공세로 인한 남남갈등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하였던 세 번의 절정의 국민통합을 뚜렷하게 기억합니다: 환란극복과 금모으기 운동, 남북정상회담. 월드컵. 김대중 시기는 내부통합, 남북협력, 국제관계 모두가 절정의 시기였던 것입니다. 김대중 시대 국민통합은 이 세 계기들에서 보듯 민주화 이후 최고였습니다. 남북관계와 국제관계 역시 건국 이래 최고였습니다.

    최근 우리사회는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남남갈등이 심각하였습니다. 내부 갈등을 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국내의 법적 제도적 절차를 제대로 밟는 과정은 민주국가로서 지극히 정당하고 당연합니다. 특히 이렇게 하여 확보되는 숙의와 통합의 시간은 무엇보다 우리의 역할과 해법을 국제사회와 북한에게 반영하고 관철하는 기간이 되어야 합니다. 사드문제는 북핵문제의 산물입니다. 따라서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해법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삼중 난관에 직면해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적 대북 지원과 민간교류를 재개하려는데 국제사회는 대북압박과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국제제재를 초래하는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국내 시민사회의 제안도 북한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삼중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요 지렛대는 국민통합과 남북관계 개선입니다. 촛불의 민주공화정신으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국민통합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북핵문제와 사드문제, 한중갈등도 풀립니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 시기에 북한 조명록 차수와 미국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북미 최고위급 사이의 전후 최초의 워싱턴과 평양 상호 교차 방문, 그리고 클린턴 대통령 방북과 북미 수교 시도를 통한 한반도 정전체제의 최후 해결과 평화체제건설 직전의 숨 막히는 상황을 목도하였습니다. 햇볕정책과 6.15공동선언의 직접적인 성과였습니다. 남남갈등의 축을 뚫자 남북갈등을, 남북관계 축을 뚫자 국제관계와 국제협력 축이 연이어 뚫린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이룩한, 지금까지 등장한 가장 완벽한 북핵문제 및 정전체제 해결 구상으로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 역시 민주정부로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문제 논의를 주도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재론을 요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여러분.


     

    여기에서 잠시 현재 진행 중인 김대중도서관의 세 가지 핵심사업을 보고 드립니다. 이 사업들은 아시아 최초의 전직 대통령 도서관인 김대중도서관을 설립할 때부터의 연세대학교와 김대중 도서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첫째 김대중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이 곧 출간됩니다. 이는 김대중의 삶과 사상을 세계에 알리는 첫 번째 계기가 될 것입니다. 출간 이후 워싱턴과 베를린, 도쿄와 베이징의 최고 학술기관에서 김대중 평화사상과 평화실천에 대해 국제학술토론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둘째 김대중 전집 출간이 임박하였습니다. 대통령 재직 중의 전집 10권은 이미 출간하였고, 곧 나머지 17권도 출간하여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한국 최초로 전집을 출간하여 본격적인 김대중연구와 김대중학(金大中學)의 첫발을 내디딜 것입니다.

    셋째 20세기 후반의 세계 3대 평화 지도자 김대중, 빌리 브란트, 넬슨 만델라에 대한 공동연구를 해당 기관들과 함께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각 기관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를 통해 비로소 김대중의 평화사상과 평화실천은 세계평화사상의 반열에 오르고 마침내 세계와 함께 고구되고 연찬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김대중학은 연세대학교와 한국을 평화학과 인권학과 화해학의 세계적 중심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이제 김대중은 호남과 진보를 벗어나 영남과 보수를 포함한 모든 한국에서, 나아가 한국과 한반도를 벗어나 동아시아와 모든 세계인들이 함께 담론하고 배우는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호남을 벗어나 영남과 전국에서도, 진보를 벗어나 보수와 북한에서도, 한국을 벗어나 미국과 중국과 일본과 유럽과 세계에서도 마침내 김대중을 존경하고 따르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존경하는 이희호 여사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이제 우리 조국은 다시 숙연한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에게 남북관계개선과 북핵해결과 한반도평화건설의 기대와 희망을 갖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것이 (세 번째) 민주정부이자 춧불시민혁명이 배출한 국민통합정부이자 시민평화정부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처럼, 북한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지 않을 것이며, 촛불시민의 평화열망을 휴전선과 국경을 넘어 한반도와 동아시아와 세계로 넓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강성 지도자들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 그리고 김정은을 촛불광장의 장엄한 절대열망과 절대평화에 바탕하여 반드시 공존과 협력, 화해와 평화로 이끌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시민은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민주정부도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근대의 세계 최고 철학자들과 최고 정치인들이 밝혀주었듯이, 그리고 우리의 최고 민주지도자 김대중과 노무현이 증명했듯이, 그리고 문재인이 다시 힘주어 강조하였듯, 평화가 복지이며 평화가 번영이기 때문입니다. 안보가 평화이고 외교가 경제이기 때문입니다. 평화가 삶이고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80%가 지지한 촛불시민혁명의 소중한 민주·공화·평화의지로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통합·세대통합·국민통합에 바탕한 통합대통령과 통합정부를 천명하였습니다. 저는 거기에 바로 6.15계승과 남북관계 개선, 북핵해결과 한반도 평화의 지름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김대중이 개척한 첫 길인 내부 ‘민주정부’수립 --> ‘남북관계’개선 --> (동아시아와) 한반도 ‘국제평화’안출과 주도의 3단계 경로의 의미는 명백합니다. 내부는 곧 외부이고, (내부) 민주주의는 곧 (국제) 평화이며, 남북관계개선은 곧 한반도문제와 국제관계의 선도요인입니다. 거기에 평화와 통일의 길이 있습니다.


     

    올해 6월항쟁 30주년을 맞은 우리는 2018년 분단과 제헌과 정부수립 70주년을 맞습니다. 2019년에는 3.1운동과 민주공화국 수립 100주년을 맞습니다. 2020년에는 4월혁명 60주년과 광주항쟁 40주년과 6.15공동선언 20주년을 맞습니다.

    이 모든 역사적 무게를 능히 감당하는 6.15공동선언 17주년, 촛불시민혁명 원년, 문재인 정부 원년의 대한민국이 되길 충심으로 기원하고 다짐하며 저의 부족한 말씀을 마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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