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출발 인사 말씀 ( 2000년 6월 15일)
본문
민족 앞에 바친 '평양선언'
존경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남과 북의 지도자 여러분!
저의 초대에 기꺼이 응해 주셔서, 이처럼 성대한 만찬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을 다시없는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7천만 우리 민족의 마음이 여기 평양을 향해 집중되어 있습니다. 또 전세계의 눈과 귀가 이곳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저는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비로소 민족의 밝은 미래가 보입니다. 화해와 협력과 통일에의 희망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려 온 이 날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저의 평생에 북녘땅을 밟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감한 심정에 사로잡힌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오늘의 이 감격을 무엇에 비하겠습니까?
남과 북의 지도자 여러분!
우리 민족은 역사 속에서 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지난 근대사 100년은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혹독한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35년간의 일제 식민지배가 그렇습니다. 그로 인한 분단과 전쟁이 그렇고, 지금까지 남북을 갈라놓은 철책선이 그렇습니다. 이 모두 19세기 조선왕조 말엽 민족적 단합과 근대화의 개혁을 요구하는 역사의 요청을 저버린 데 그 원인이 있었습니다.
이제 지난 100년 동안 우리 민족이 흘린 눈물을 거둘 때가 왔습니다. 서로에게 입힌 상처를 감싸 주어야 할 때입니다. 평화와 협력과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21세기 첫해에 우리 양측의 정상들이 한자리에서 만난 이유입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부여해 준 사명입니다. 우리는 이 사명을 수행하는 데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저는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과, 오늘 역사적인 정상간의 공동합의서를 도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인도해 주신 김정일 위원장과 여러분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역사적인 만남을 계기로 남과 북이 함께 화합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겠습니다. 그리고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인류 역사상 최대의 변혁기인 세계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해서 민족의 미래를 크게 열어 나가야겠습니다.
남과 북의 지도자 여러분!
이제 우리는 출발점에 섰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불신을 털어 내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 나가야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남과 북이 전쟁의 재발을 막고, 상대방을 해치지 않으며,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3대 원칙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한반도에서 20세기의 유산으로 남아 있는 냉전적 요소들을 말끔히 청산하고 남과 북이 우선 평화롭게 공존공영하자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7천만 우리 민족이 하루도 잊어 본 적이 없는 통일로 향하는 가장 탄탄하고 효과적인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 민족 한 겨레입니다. 공동의 운명 속에 사는 민족입니다. 성의를 가지고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안 될 일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머지않아 통일에의 목적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김일성 주석이 서거한 이래 우리 민족 전래의 윤리에 따라 3년상을 치른 그 지극한 효성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고 대외관계와 경제발전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데 대하여 경의를 표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우리는 진정으로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여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고자 서로 힘을 합칠 것을 제의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남북간에 협력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두 사람과 책임있는 당국간의 지속적인 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를 통해서 서로 이해를 넓히고 믿음을 쌓아 가면 협력 또한 확대될 것입니다. 드디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평화가 가득 차고 한강과 대동강에서 번영의 물결이 넘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통일이 올 것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저는 믿습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민족 스스로 열어 나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김정일 위원장께서 얼마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한반도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는 보도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 민족은 이제 불신과 적대감을 버리고 화해와 협력을 선택하는 지혜와 용기를 세계에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남과 북에서 애타는 심정으로 재결합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산가족이 가까운 시일 안에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인도적인 결단도 우리는 보여 주게 되었습니다.
남과 북의 지도자 여러분!
저는 지난 40여년 동안 참으로 많은 박해를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저의 의지를 꺾지 못했습니다. 저는 7천만 민족의 간절한 염원이며 또 저의 평생 소망이기도 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이루는 데 헌신하고자 하는 열망을 한결같이 간직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김정일 위원장과 저부터 남과 북이 서로 신뢰하고 평화롭게 공존공영하는 기틀을 다지는 데 헌신하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가 반세기의 분단이 가져다 준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을 허물고, 이 땅에서 전쟁의 공포를 몰아 내며 교류·협력의 시대를 여는 데 힘과 지혜를 모읍시다.
이제는 6월이라는 달이 민족의 비극이 아닌 내일에의 희망의 달로 역사에 기록되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 갈 우리 후손들에게도 가장 자랑스러운 달로 기억되어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저의 초대에 응해 주신 김정일 위원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그리고 모든 내빈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김 위원장의 건승과 참석자 여러분의 건강, 그리고 7천만 민족의 희망의 성취를 위해 축배를 들 것을 제안합니다.
김정일 위원장!
북쪽의 지도자 여러분!
서울에서 만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