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 - 추모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본문
나의 영원한 스승 김대중 대통령님께
1980년 광주가 2024년 12.3 내란을 몰아냈습니다. 45년 전 5월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켜냈습니다.
작가 한강의 말처럼, 과거가 현재를 구했고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습니다. 존경하고 그리운 나의 대통령님, 당신은 제게 곧 5월 광주입니다.
민주주의는 고난 속에서 더욱 빛나고, 시민들의 5월 촛불과 빛의 혁명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뜨거운 마음으로 빚어져 상처를 입을지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 회복력, 그 무성한 뿌리를 더듬다 보면 저는 결국 당신께 가 닿습니다. 당신의 불편한 다리는 민주주의와 광주의 상흔입니다. 광주가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당신의 아픈 다리 덕분에 대한민국은 똑바로 걸을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16년. 그러나 고난 속에 피어난 인동초 같이 당신의 정신은 여전히 이 땅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지난 전당대회 때 나주에서 만난 한 시민이 말했습니다. “나는 사전투표 안 해요. 투표 당일에도 4시 지나서 해요. 광주 전남의 높은 투표율이 반대표를 결집할까봐.” 또 미나리며 쑥갓을 가득 내놓은 할머니께서는 제게 물었습니다. “조희대는 탄핵할 겁니까? 파면할 겁니까?” 광주에서는 시장 한 켠에서 매일 국회 법사위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국민주권시대는 정치적 수사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 국토 곳곳 거리와 식당에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누가 국민의 정치의식이 낮다고 하겠습니까.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 광주와 전남의 시민 한 분 한 분은 모두 김대중이었습니다. 당신이 남긴 이 나라의 민주주의자들, 국민주권시대의 현명하고 당당한 주인공들이셨습니다.
1987년 6월, 이한열 열사의 장례 행렬에서 대학생 정청래는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두려움 없이 당신의 뒷모습을 따라 걸었습니다. 영국에서 돌아오신 직후, 아태평화재단 아카데미 특강에서 지식 정보 산업과 함께 문화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실 때, 직장인 정청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문화가 산업이 될 수 있다는 당신의 혜안에 놀랐습니다. 당신이 제 선거구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게 주신 한 표는 지금도 저를 각성하게 합니다. 당신이 제게 남겨주신 기대와 책임감을 결코 내려놓지 않겠습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때마다 당신이 떠오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도 끝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김대중, 오로지 국민을 믿고 국민을 위한 길을 열어간 김대중. IT 강국, 복지 정책, 한반도 평화까지—제가 가고자 하는 모든 길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만났습니다.
진정한 용서는 완전한 내란 세력 척결과 같은 말이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대중이란 거인은 대한민국을 넘어 노벨 평화상에 빛나는 전 세계의 지도자셨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 헌신한 지도자셨습니다.
우리가 또 기억할 것은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QR 코드로 상징되는 코로나19 방역 선진국,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는 문화 예술 정책의 대전환입니다. 대한민국은 문화 강국의 꿈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거인 김대중이 놓은 주춧돌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당신은 떠나셨지만 당신의 정신은 앞으로도 계속 이 땅의 민주주의를 키워낼 것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그토록 바랐던 문화 강국의 꿈도 더욱 키워낼 것입니다.
존경합니다. 저의 영원한 김대중 대통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