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연방제 및 국가연합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문
본문
<김대중 대통령의 연방제 및 국가연합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문>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2014. 12.19)에서 인용 -
“김대중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은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된다”
<중략>
(통합진보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였고, 6ㆍ15 남북공동선언이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하고 있으므로, 연방국가인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주장하였다고 하여도 헌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물론 한반도에서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위헌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명칭이 같은 연방제라 하더라도 각기 주장하는 목적과 내용에 따라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으므로 연방제를 주장하는 목적과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단계통일방안을 살펴보면, 1단계는 ‘1민족 2국가 2체제 2독립정부 1연합의 남북연합’의 정치체제를, 2단계는 ‘1민족 1국가 1체제 1연방정부 2지역자치정부’의 정치체제를, 3단계는 ‘대통령제’나 미국 또는 독일식 연방국가의 정치체제를 설정한 다음, 2단계 연방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이 복수정당제와 자유선거제도 등을 도입함으로써 민주화되어 남북 공히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체제를 수용하고 북한이 시장경제체제를 받아들여 남북경제공동체가 형성되는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하는바, 이는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할 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김영삼 정부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남북한이 제도와 체제를 달리한 상태에서는 남북연합을 구성한 다음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면서 사회적ㆍ문화적ㆍ경제적 공동체를 이루어나가 최종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의한 통일국가를 형성하는 것이고, 6ㆍ15 남북공동선언은 위와 같은 내용으로 된 우리 정부의 남북연합제안(1민족, 2정치실체, 2체제, 2정부)과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한 것인바, 이러한 내용만으로는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이는 남북한 통일방안의 공통성을 인정하는 기초 위에 현행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 통일국가를 형성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에 법정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연방제통일을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체제의 변혁을 위한 수단으로 주장하면서 결국은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를 거쳐 북한식 사회주의체제를 지향하는 것인바,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방제 통일 주장 및 우리 정부의 6ㆍ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입장과 그 내용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장과 우리 정부의 입장이 합헌적으로 해석된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연방제 주장이 합헌적인 것은 아니다.
바.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최종적인 통일국가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면서, 6ㆍ15 남북공동선언에 따른 우리 정부의 남북연합제(1민족, 2정치실체, 2체제, 2정부)에 기초한 통일방안과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에 기초한 통일방안 중 북한의 통일방안과 같은 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집권전략보고서」에서는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에 대해 국가연합에 기초한 통일방안이라고 전제하면서 “통일의 준비기가 국가연합일 필요가 없고, 국가연합 자체가 통일방안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 남북기본합의서 이후 남북은 상호간에 국가성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연합은 통일방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에서는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고 공존 공영할 수 있는 통일방식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연합제방식의 통일이 있다.”고 하면서, “국가연합방식이란 남북을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하고 그것에서 출발하자는 것인데, 그렇게 되는 순간 통일의 당위성이 사라진다. 각각 독립국가로 존재하면서 상호 협력과 협조체제를 구축하면 될 것을 굳이 통일 체제를 구축해야할 필요성이 없다는 논리에 답하기 어렵다. 현재 국가적 실체성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출발하자는 논리라고 하더라도 통일체제라는 것은 남북 양자의 국가적 실체성을 극복하고 하나의 국가성을 획득하는 순간부터 통일체제의 출발인 것이지 그 이전은 통일체제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연합방식은 통일체제의 전단계이며, 그것은 현재의 남북화해협력단계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남북협력단계를 질적으로 극복하고 통일체제로 한 단계 도약하는 첫 출발은 남북 양 체제의 국가적 실체성을 뛰어넘어 하나의 국가로 출발하는 순간부터인 것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이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설득력이 없다. 그들은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이 국가연합에 기초한 통일이라고 전제하고 이를 비판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은 남북한이 상대방을 독립한 국가로 인정하지 아니하고 단지 현실적인 정치실체를 인정하여 남북연합(이러한 이유로 ‘국가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아니함)을 구성하고 통일국가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즉,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은 남북한이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는 국가연합을 전제로 하여 통일국가를 구성한다거나 남북연합 자체를 통일로 보는 것이 아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에 대해 국가연합에 의한 통일이라고 전제하고 이를 비판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을 진실과 다르게 해석한 것에 근거한 것이므로 적절한 비판이라 할 수 없다.
그리고 과거 예멘은 체제와 제도를 달리하여 연방제 통일을 이루었으나 곧바로 전쟁이 일어나 전쟁을 통해 하나의 체제와 제도를 가진 통일국가로 나아갔고, 그 이후에는 현재 지구상에서 체제와 제도가 다른 연방제 국가는 없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볼 때, 체제와 제도가 다른 복수의 국가 또는 정치실체가 일방의 붕괴나 전쟁을 통한 통일을 배제하고 통일국가를 형성하려 한다면 통일국가를 이루기 전에 (그것이 연방제이든 단일국가이든) 체제와 제도의 동질성이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 그래야 전쟁이 없는 평화통일이 가능한 것이므로, 우리 정부가 통일국가의 형성의 전단계로서 ‘화해협력단계’와 그와는 별도로 ‘남북연합제(1민족, 2정치실체, 2체제, 2정부)’를 설정하는 것은 법과 제도에 기초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면서 통일국가를 지향하는 것으로서 보다 안정적으로 통일국가를 형성하려는 것이다.
한편, 체제와 제도가 다른 연방제 통일이 전쟁을 수반할 가능성 때문에,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 형태로 남북한이 주요 권한을 행사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연방제 통일로도 그들이 주장하는 민족분단에 따른 모순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만약 그들이 그렇다고 본다면 굳이 연방제 통일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평화협정체결을 통한 평화체제의 보장과 남북교류의 활성화 또는 남북연합제에 기초한 통일방안 등만으로도 그 정도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굳이 민족분단을 극복하는 통일방안으로서 연방제통일을 상정하는 통일방안을 채택할 이유가 없다.
결국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소위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방안을 채택한 이유로 제시한 내용은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법정의견에서 본바와 같이,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하는 이유는 북한과 같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변혁과 진보적 민주주의체제 및 사회주의체제(북한식 사회주의체제)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