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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훈 고문, 한국농어민 신문 "1998년, 2008년 그리고 2012년 "

    본문

    김성훈 전 장관님께서 김대중 아카데미 4기 강연을 맡아주셨습니다.

    참고로 장관님이 기고하신 글을 게재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국농어민신문www.agrinet.co.kr

    農薰칼럼, 2012. 5.10

     

    1998, 2008년 그리고 2012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전 농림부장관)

     

    옛부터 나라에 먹을거리가 넉넉하고군대가 강해 국방을 튼튼히 지키며나라에 대한 백성들의 믿음(信心)이 돈독하면 태평성대라 했다대저 이같은 철학이 동서고금에 국가경영의 기본이 되어 왔다통치자가 독단적인 정치를 하면 신하된 자들은 다투어 전하아니 되옵니다.”라고 덤벼들었다백성들의 먹을거리와 국방그리고 신뢰관계의 확립이 절대적인 가치판단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대략 25% 정도이다부족한 75%를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한다지구촌의 기후변화로 세계적 식량공급도 점점 감소하고 있거니와극도의 이윤추구 행위와 상업화로 인해 수입 농축산식품이 각종 질병과 오염으로 그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문제이다주지하다시피 광우병은 구제역병이나 돈콜렐라와는 달라 인수(人獸사람과 가축공통병이다일단 소의 뇌에 프리온이라는 변형단백질에 감염되면 대개 5년 이상의 잠복기간을 거쳐 마침내 미친 소병이 나타나 비틀거리거나 주저앉고 사납게 날뛰다가 죽는다그런 병에 걸린 소인 줄 모르고 사람이 그 고기를 먹으면 대개 10년 이상 또는 40여년간의 잠복기를 지나 치매에 걸린 사람처럼 비틀비틀우와좌왕기억력을 잃고 횡설수설하다가 죽어간다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처럼 사람의 뇌도 스펀지처럼 구멍이 송송 뚫려 마침내 치매환자와 아주 비슷한 증세를 보이다 생을 마감한다그래서 인간 광우병(크로이체펠트 야코브병)”이라 부른다아직까진 이렇다 할 치료제도 없다답답한 것은 미친 소의 고기를 먹자마자 즉각 이러한 증세를 나타낸다면수입쇠고기를 사먹지 않거나 미리 대비라도 할 수 있으련만그렇지 않으니 불안감과 공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장관과 총리설사 대통령까지 나서 언론을 총동원해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니 먹어도 좋다고 주장해도 10년 또는 훨씬 후에 나타날 인간광우병까지 아니라고 우기지 못한다특히 육식(쇠고기수요가 왕성한 어린이들을 둔 부모들 입장에서는 제 자식들의 생명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식품의 안전성은 그래서 국민들의 최고 최대의 관심사이다.

    그러나 종종 집권세력에 따라 식생활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나라의 정책방향이 왔다갔다 한다최고 지도자가 돈과 기업의 이윤과 국가의 수익이 최고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백성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안전성 그리고 백성들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따라 정책이 달라진다그런 면에서 1998년과 2008년은 나라의 식품안전성 정책향방에 확연히 구분된다.

    IMF 환란사태로 인해 1998년의 나라 사정은 문자그대로 단군이래의 최대 경제위기라고 부를 만큼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농업부문에서는 소값 등 축산물 가격이 폭락하여 농촌 곳곳엔 팔지 못한 우유가 쏟아 버려지고 돼지새끼 닭오리들이 팽겨 쳐졌다농림부 청사와 국회의사당 전경련 앞마당엔 젖소 송아지들이 무리지어 버려졌다. ‘사료값 때문에 도저히 기를 수가 없으니 장관이 직접 길러 달라는 팻말마저 목에 걸고 있었다.

    그 당시 나라 밖 유럽대륙에서는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이 휩쓸고 2백여명의 인명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었다오래지 않아 그 파장이 미국캐나다 등 북미대륙으로 번질 것 같은 추세이었다수입쇠고기의 대부분을 북미대륙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나라 밖의 광우병 사태에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왜냐하면 그 무렵 미국에서는 광우병의 원인인 반추동물의 부산물로 만든 동물성 사료가 계속 급여되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프리온이 뭉쳐 있는 뇌척수내장 등 위험물질(SRM)을 제대로 제거 또는 검사하지 않고 있었다특히 소의 이력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어서 광우병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 것 같았다때마침 중국등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구제역병으로 큰 난리를 치르고 있지 걱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무회의가 끝날 무렵 대통령께서 갑자기 우리나라의 식품안전성에 대해 질문하였다먼저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검출되어 논란이 일고 있던 농약문제를 거론한 다음수입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물었다심지어 주무장관에게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먹을 수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 임무이며 책임이라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방역(검사검역)은 제2의 국방이라고 하는 말이 이날 김대중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

    그래서 국가시책으로 탄생한 것이 그해(1998) 1111일 친환경 유기농업 원년선포” 이었으며, 127일 미국산 우제류 가축 및 고기에 대한 수입 위생조건 고시이었다인간 광우병의 사전적 예방대책으로서 대한민국 최고전문가 조직인 가축방역협의회의 건의를 일자일획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 정부가미국산 우제류 동물 및 그 생산물의 수입위생조건 고시(1999. 3. 8 시행)를 제정공포 한 것이다. 내친 김에 그 상위법률인 가축전염병 예방 법률과 시행령도 전문 개정하였다그 주된 내용은 미국에서 우제류 가축과 그 생산물 (돼지양고기)에 광우병구제역 등 전염성 질병이 발생 확인되는 경우수출국 정부는 우리나라로의 수출을 중지하는 동시에 관련사항을 즉시 통보하여야 한다수출재개를 원하는 경우 그 위생조건등에 관하여 한국정부와 협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것이다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수의당국은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미국내의 육류작업장등에 대한 현지 위생점검을 조사할 수 있으며위생점검 결과 부적합할 시 해당 사업장의 대한국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였다.

    국내외에서 적잖은 이의가 제기되었지만 GATT(일반관세 및 무역협정20조와 WTO 협정의 위생 및 검역조항그리고 상위 국내법인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인용하여 밀어붙였다정부가 자기나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정부이며 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단 한명의 국민의 생명이라도 소중히 여겨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 국정철학이었다아무튼 이 고시에 근거하여, 4년 후 미국에서 2003년 젖소 1두를 필두로 2005년과 2006년 각각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우리정부는 즉각 수입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그에 앞서 2003년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터졌을 때도 즉각 쇠고기 수입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최소한 100년 후를 내다 본 국민의 건강과 생명안전 제1주의의 국정철학이 확립돼 있었던 결과이었다.

    그것이 10년만인 2008년 4월과 6월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어렵사리 지켜온 독립국가로서의 고유한 검역주권을 이명박 대통령의 첫 방미선물로 고스란히 미국에 헌정해 버린 것이다그 내용이 180도 바뀌어져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성은 미국 축산업자와 도축업자수출업자 그리고 수입유통업자들의 처분에 맡겨 버렸다정부가 할 수 있는 예방조치가 없어졌다그래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일어났다개정 고시내용에는 검역주권을 포기해 놓고도 2008년 58일 촛불시위가 맹렬하니까 다급한 나머지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가 담화를 발표하고 도하 각신문의 1면에 농림보건 두 부처 명의로 대대적인 광고성명을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였다. 2008년 513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미국으로부터 우리나라의 검역주권을 확보하였다고 말씀하셨다협상을 통해 양보한검역주권 포기 고시 내용과는 전혀 다른 발표였다그러하니 대부분의 국민들은 2008년 수입쇠고기 위생조건 고시가 그렇게까지 무참하게 망가져 있을 것이리라고는 차마 의심하지 않았다어차피 대국민 발언을 자주 바꾸고 교언영색을 서슴치 않는 검은머리 외국인’ 같은 통상교섭부 관료들이야 믿지 않은지 오래됐지만최소한 정부 최고위층들의 담화와 광고성명 그리고 대통령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2012년 425미국에서 또다시 광우병이 발생했다그런데 우리 정부가 수입중단 등 자주독립국가로서 어떤 조치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2008년의 수입쇠고기 위생조건고시 협상이 잘못되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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