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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년도별 기념식 자료

    9주년 노벨상 9주년 기념 - 특별강연2 - 백학순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본문

     


    한편, ‘시민 개개인의 주권’, 즉 평등한 인권은 근대의 역사를 움직여온 가치로서 민주주의와 평화 추구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민주주의도 ‘국민국가 틀 내에서의 민주주의’(national democracy)로 작동해 왔기 때문에, 시민 개개인의 주권인 인권이 국가권력으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으로 규정되고 보장되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많은 위정자들이 말로는 민주주의 정치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는 독재자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해방 후 대부분의 시기에 우리나라 정치도 이점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은 올 신년 하례식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위기를 ‘민주주의 위기, 남북관계 위기, 민생경제 위기’의 3대 위기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올 6.15공동선언 기념식에서는 “피맺힌 마음”으로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명박정부의 ‘거꾸로 가는 정치’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한 것입니다.


    김대중의 평화사상의 특징


    저는 김대중의 평화사상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김대중의 평화사상은 무엇보다도 위에서 말씀드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수용하고 그 가치에 기초를 두고 있는 사상입니다. 김대중에게 있어서 인권, 민주주의, 평화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김대중의 정치사상·평화사상은 그 동안 동서양을 걸쳐 도전과 응전을 통해 성취된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충실히 수용하고 그 바탕 위에서 우리가 나아갈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 사상입니다.


    둘째, 김대중의 평화사상은 기본적으로 실천사상입니다. 그의 사상은 축적된 인류의 지혜를 치열한 독서를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한국의 현실정치, 남북한정치, 그리고 대외정치에서 직접 실천해 낸 사상입니다. 그의 실천적 삶은 그로 하여금 일생을 ‘행동하는 양심’, ‘참여와 실천의 리더십’으로 살아가도록 하였습니다. 대통령 당선,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은 그의 실천적 삶에 대한 세상의 보답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김대중의 평화사상은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그 핵심 실천과제로 하고 있는 사상입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동시에 한반도를 넘어 전(全)지구적으로 그 대상과 범위를 넓혀간 사상입니다. 그는 우리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필생의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를 넘어 동티모르의 독립과 버마의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전지구적인 차원의 문제들, 예컨대, 핵문제, 테러문제, 기아문제, 정보화·세계화가 초래한 문제, 환경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위에서 말씀드린 김대중의 평화사상의 세 가지 특징을 김대중대통령 자신의 말과 행동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민주주의, 인권, 지식 헤게모니와 평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김대중대통령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전체적으로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그의 (필생의) 업적, 특히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그의 업적(을 기리고 고무)”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하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신의 노벨상 수상연설에서 아시아에는 서구보다 훨씬 더 이전에 인권사상이 있었고, 민주주의와 상통한 사상과 제도의 뿌리가 있었음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즉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사람 섬기는 것을 하늘 섬기듯 하라’는 가르침이 근 3천 년 전부터 정치의 근본요체의 원리였고, 맹자(孟子)는 ‘만일 임금이 선정(善政)을 베풀지 않고 백성을 억압한다면 백성은 하늘을 대신해 들고일어나 임금을 쫓아낼 권리가 있다’는 국민저항권을 주장한 것을 상기시킨 것입니다. 김대중대통령은 동양의 이러한 사상은 17세기 서양의 계몽주의 사상가인 존 로크(John Locke)가 그의 사회계약론에서 주창한 국민주권사상보다 2천년이나 앞선 것임을 지적하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인류는 지금 ‘21세기 정보화·세계화 혁명’ 중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경고하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정보화 혁명이 우리나라에게 번영의 기회를 줄 것이라는 확신과 선견지명을 갖고 정보기술(IT)산업의 발전을 통해 우리경제의 지식기반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정보화 격차로 생겨난 개인과 국가 간의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 심화, 그리고 그것이 인권과 평화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것을 매우 심각히 받아들이고, ‘정보 격차’(digital divide)의 해소를 통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보는 지식경제사회, 지식정보화사회의 발전에 힘썼습니다. 그리고 김대중대통령은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민주주의’만이 해결책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는 절대적인 가치인 동시에 경제발전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하였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신의 ‘마지막 일기’ 중 2009년 3월 18일자 일기에서 인류의 역사를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역사관’과 대비하여 ‘지식 헤게모니의 역사’로 파악하였습니다. “봉건시대는 농민은 무식하고 소수의 왕과 귀족 그리고 관료만이 지식을 가지고 국가 운영을 담당했다. 자본주의 시대는 지식과 돈을 겸해서 가진 부르주아지가 패권을 장악하고 절대 다수의 노동자 농민은 피지배층이었다. 산업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노동자도 교육을 받고 또한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 노동자와 합류해서 정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21세기 들어 전 국민이 지식을 갖게 되자 직접적으로 국정에 참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2008년의 촛불시위가 그 조짐을 말해주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모든 국민들이 ‘지식 헤게모니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의 기반이 어디에 있으며, 정보화가 초래하는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더 나은 방법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여기서 우리는 위대한 사상가로서의 김대중의 면모를 봅니다.


    둘째, 행동하는 양심, 실천적 평화


    김대중 대통령은 ‘주인의식’과 ‘자존’, 그리고  ‘행동하는 양심’의 본연의 자세로 독재, 불의, 반인권, 그리고 전쟁위협과 투쟁하여 승리를 일궈낸 정치가요, 실천사상가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신이 그 오랜 세월, 독재에 대항하여 투쟁할 수 있었던 ‘용기’의 원천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습니다. “(나는) 독재체제에 항거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습니다……. 나는 내 스스로를 강도가 침입한 집의 주인같이 느꼈습니다. 내 가족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 자신의 안위는 접어두고 맨손으로라도 침입자와 싸워야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이처럼 ‘내 집,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주인의식’과 ‘자존’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와 같은 그의 자존과 주인의식이 내 나라, 내 민족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가 위협받을 때는 맨손으로라도 침입자와 싸우는 실천적인 양심, ‘행동하는 양심’을 낳았던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노벨평화상 제정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국가 간, 문명 간, 종교 간 그리고 인종 간에 대화를 통해서 상생의 협력관계를 이끌어 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화가 있는 곳에 이해가 있고, 이해가 있는 곳에 협력이 있으며, 협력이 있는 곳에 빈곤의 해소를 기대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 전쟁의 그림자는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대화와 소통, 그리고 협력은 김대중대통령 자신이 평소 실천해온 덕목이었습니다. 그는 국내정치에서도 남북관계에서도, 그리고 대외관계에서도 라이벌은 있었지만, 적은 없었습니다. 그는 소통과 연합, 화해와 협력, 평화의 리더십을 자존과 주인의식을 갖고 실천한 지도자요, 사상가였습니다.


    셋째, 민족화해,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데에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그리고 그것이 가져온 북한과의 화해와 평화가 또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햇볕정책은 남북한은 물론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윈·윈의 정책임을 명백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는 7천만 민족의 문제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평화에도 직결된 문제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5년 12월 노벨상 수상 5주년 기념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1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개최된 노벨평화상 수상 제8회 기념행사에서 남북 간의 화해협력이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이요, 민족의 생존과 번영의 길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명박정부에게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이행을 다짐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며, 이명박대통령이 두 개의 공동선언의 수용을 전제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충고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도 ‘지금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깊이 인식하고 ‘평화를 지키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당신의 연설의 말미에 “평화를 지킵시다. 대화를 복원시킵시다. 화해와 협력의 10년 공든 탑을 지킵시다.”라는 말씀을 유언처럼 남겼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에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에서 하시기로 한 “9.19로 돌아가자.”는 제목의 유고 연설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대화와 협상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지적하고, 변화를 내건 오바마 대통령은 오래된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하며, 북한의 핵무장을 조속히 막아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북핵문제 해결방안은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관계정상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길뿐이며, 그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면서 다시 9.19공동선언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하였습니다.


    이제 북미양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 양자대화에 나섰습니다. 스티븐 보스워스(Stephen W. Bosworth)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북하여 지금 이 시간 평양에서 북한 측과 회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미 양자협상에서 주요현안에 대해 포괄적 주고받기 합의에 접근하면,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핵문제 해결의 전망은 밝아질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이 모든 일이 그 동안 대통령님께서 누누이 하신 충고 말씀 그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까. 만일 대통령님께서 북핵문제의 성격과 협상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고 해결책에 대한 확신이 없는 분이셨다면, 이렇게 정확한 충고를 할 수는 없으셨을 것입니다.


    평화의 종소리


    마지막으로, 저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대통령님이 직접 쓰신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통령님이 청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시다가 1982년 12월 형 집행정지로 석방되어 가족과 함께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가시게 되었는데, 그 때 미국으로 출발을 앞두고 남기신 “이제 가면”이라는 시입니다.


    잘있거라 내강산아 사랑하는 겨레여
    몸은비록 가지만은 마음은 두고간다.


    이국땅 낯설어도 그대위해 살리라.


    이제가면 언제올까 기약없는 길이지만
    반드시 돌아오리 새벽처럼 돌아오리
    돌아와 종을치리 자유종을 치리라.


    잘있거라 내강산아 사랑하는 겨레여
    믿음으로 굳게뭉쳐 민주회복 이룩하자.


    사랑으로 굳게뭉쳐 조국통일 이룩하자.


    대통령님께서 지금은 이 자리에 계시지 않지만, 대통령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반드시 돌아오리, 새벽처럼 돌아오리. 돌아와 종을치리 평화종을 치리라.”라고 말씀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생전에 이미 ‘자유종’을 치셨고, 또 ‘민주회복’도 이룩하셨으니, 이제 ‘평화종’을 치시러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셨던 이 나라, 이 민족에게 돌아오시지 않겠습니까.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세계관 하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고, ‘망원경’으로 멀리 내다봄과 동시에 ‘현미경’으로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시대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내놓으셨던 대통령님,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원칙과 현실이 충돌하여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원칙을 선택하셨던 대통령님, 고난과 영광의 역정에서 언제나 ‘국민과 역사’를 믿으시고, 우리에게 통일은 ‘우리자신의 권리’이며 ‘평화만이 희망이자 살길’이라고 역설하셨던 대통령님, 올 봄 지난 3월 제가 동교동 사저에서 대통령님을 뵈었을 때, “역사를 확신을 갖고 보되 긴 안목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저에게 말씀하셨던 대통령님이 오늘 따라 몹시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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