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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대통령, KBS-1 TV <일요진단> 출연 녹취록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3,160  
김대중 전대통령, KBS-1 TV <일요진단> 출연 녹취록
<2008. 8. 10(일). 오전 8시 방송>
KBS 임병걸 앵커(이라 임병걸) : 김대중 전 대통령님, 안녕하셨습니까?
김대중 전대통령(이하 김대중) : 안녕하세요.
임병걸 : 이제 장마가 물러가고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는데요.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김대중 : 아시는 대로 신장이 좋지 않아서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 이외에는 대체로 괜찮고 이번에 검진을 받았는데 주치의들도 만족할 정도로 좋다고 합니다.
임병걸 : 불볕더위를 피해서 피서계획은 있으신지요.
김대중 : 변산반도에 한 2, 3일 갔다 올까 합니다.
임병걸 : 대통령님께서는 재직시절에도 그렇고 책을 많이 읽으시는 다독가로 유명하신데요.최근에 혹시 관심 깊게 읽으시는 책은 있으신지요.
김대중 : 요새는 덥고 그래서 어려운 책 읽기가 힘들고 그래서 황석영 씨의 <바리데기>를 읽고 있습니다. 독서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나는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곤 합니다. 책 읽는 것도 아주 중요하지만 그와 별도로 신문을 열심히 읽으라고 해요. 그리고 방송의 좋은 교양물을 보라고 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은 사회 전체 정보를 고르게 공급해 주거든요. 그러니까 독서와 더불어 그것을 병행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임병걸 : 그렇다면 혹시 최근에 보신 방송물 가운데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김대중 : ‘차마고도’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었고 굉장히 감명 깊었다고 생각해요.
임병걸 : 최근에 날씨도 덥습니다마는 요즘 사회를 보면 쇠고기 수입문제로 촉발된 촛불집회라든가, 또 금강산 피격사건 때문에 일어난 남북관계 긴장도 그렇고,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도 그렇고 정말 어지럽습니다. 요즘 이렇게 돌아가는 세태 보시면 어떤 소회 드시나요.
김대중 : 내가 볼 때는 항상 하는 말이 ‘세상을 볼 때는 망원경같이 멀리 높게 보고, 현미경같이 가깝고 깊게 보라’는 얘기를 하는데 멀리 넓게 보면 우리 주변은 좋아지고 있는 거예요. 왜 그러냐 하면 6자회담이 지금 잘 되고 있잖아요. 또 오랫동안 원수로 지내던 미국과 북한간의 관계가 향상이 되어 가고 있거든요. 그럼 한반도 평화나 동북아시아 전체 안보에 굉장히 플러스가 되는 그런 시대가 오는 겁니다. 또 우리 남북관계가 요새 좀 원만하지 않지만, 그러나 6.15 이후 남북관계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망원경 입장에서 보면 좋게 볼 수 있는데, 현미경 입장에서 보면 금강산 문제라든가 현실문제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다뤄가야 한다, 그래서 장래의 그런 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그런 쪽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병걸 : 남북관계는 추후에 다시 질문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이번 8월 15일로 정부수립 60주년을 맞게 됩니다. 그동안 일제 식민지 수탈도 있었고요. 또 전쟁도 치렀고, 또 IMF라는 초유의 외환위기도 있었습니다마는 그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제적인 성장도 이뤘고요. 또 정치적인 민주화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가 됐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이러한 우리의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 한마디로 말해서 ‘잘난 국민’ 덕택이죠. 우리 국민만큼 교육수준이 높은 국민, 또 정보화 능력이 강한 국민 그리고 문화 창조력이 강한 국민, 이런 국민이 세계적으로 볼 때 없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여러가지 많이 발달했지만 미국 시민 중에서는 신문도 못 읽는 사람들이 아마 상당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든 그런 문맹은 없거든요. 무식한 국민은 경제발전을 이룩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경제발전에 공헌했고 또 무엇보다도 그런 ‘잘난 국민’이기 때문에 독재자들이 연거푸 패배해서 민주주의가 확립된 것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하고, 또 부패한 정경유착 경제시대를 밀어젖히고, 우리가 투명한 시장경제를 거의 확립을 해 가고 있거든요. 외환위기 때 나라가 ‘제2의 6.25’ 같은 위기에서는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도 했고 그리고 여러가지 고통을 감내하고 협력해서 아주 단시일 내에 외환위기를 극복해서 세계로부터 격찬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마침내 한국은 (2차대전 후) 세계에서 약 150개의 독립된 국가들이 있는데 그 나라가 하나도 빼지 않고 ‘한국은 자기들의 모범이다. 민주주의를 하고 시장경제를 하고 사회보장도 상당히 잘하고 있다’ 이렇게 지금 부러워하고 우리를 배우려고 하는 그런 나라를 만들었는데 이건 국민들 힘이 없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임병걸 : 돌이켜보면 정말 우리 60년사도 파란만장했었고, 가슴 아픈 일도 많았고 또 즐거운 일, 쾌거도 많았는데요. 대통령께서 회고하시기에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비극적 사건은 어떤 것이었고, 가장 즐거웠고 기뻤던 쾌거는 어떤 것으로 기억하십니까?
김대중 : 제가 가장 가슴 아팠던 사건은 뭐라고 해도 ‘광주 5.18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까운 목숨들이 무고하게 누명을 쓰고 살해 당했어요. 그런데 광주 5.18이 큰 가치가 있는 것은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학살당하면서도 폭력을 안 썼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화를 요청하고 그리고 질서를 지켜서 그 난리통에도 쌀가게라든가 은행이 다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이건 광주 사람만의 자랑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참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또 진흙탕에서 꽃이 피듯이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임병걸 : 가장 비극적인 사건인 동시에 가장 또 자랑스러운 사건이 광주민주화운동이다는 말씀이시죠.
김대중 : 역사에 크게 남을 것입니다.
임병걸 : 흔히 저희가 한 해가 마무리 되면 올 한 해를 상징하고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고사성어나 한자 단어가 무엇이냐, 이런 것들을 하는데요. 지난 60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우리의 역사를 혹시 한 단어나 한 고사성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이라 하면 좋을까요?
김대중 : 뭐라고 하면 좋겠어요? 내 생각은 ‘칠전팔기’(七顚八起)가 합당하다고 생각해요.
임병걸 : ‘칠전팔기’요.
김대중 : 국토가 분단됐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라를 세웠고, 또 독재정치가 일어났지만 끝내 이것을 국민이 극복해서 민주화를 했고, 6.25 공산 남침이 있었지만 그걸 막아냈고, 그리고 파탄된 경제를 다시 일으켰고, 그리고 또 적대적인 남북관계를 화해협력의 관계로 돌리는 기틀을 만들었고, 그래서 전부 재난을 희망찬 미래의 전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돌렸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칠전팔기’의 국민이 아니냐 생각합니다.
임병걸 : 집권하셨을 때 슬로건이 ‘국민의 정부’였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정부가 지향하는 비전이랄까, 철학 또 이념적으로 구현하고 싶은 목표를 흔히 압축해서 그런 슬로건을 걸었었는데요. 김영삼 대통령 정부 때는 ‘문민정부’라고 했고,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집권하시던 시대는 ‘국민의 정부’라고 했는데, 그 슬로건이 구현하려고 했던 시대정신이랄까요, 그것은 어떤 것이었고, 그 이전과 어떻게 구별이 되는 것이었습니까?
김대중 : ‘국민의 정부’라고 했는데, 우리의 정신은 ‘국민을 하늘같이 받들고, 국민과 협력해서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간다’ 하는 그런 생각에서 우리는 한시라도 국민을 잊지 않고 국민을 받들고 협력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임병걸 : 저희들 기억에 역시 가장 집권하실 때 어려웠던 점은 초기에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저희가 이른바 자본시장의 개방이랄까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서 엄청난 시련을 겪었는데요. 다행히 슬기롭게 잘 리드해 주셔서 극복을 했습니다만, 지금 돌이켜보실 때 외환위기는 어째서 왔고 이것을 극복한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다고 보십니까?
김대중 :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부패한 정권과 부패한 기업에 의한 정경유착, 여기서 온 겁니다. 경제는 발전됐는데 그 이득은 부패한 정권의 지도자들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혹은 재벌의 오너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그리고 재벌을 운영하는 돈은 은행에서 빌려 쓰고, 은행금리가 싸니까, 그때는 금리가 시중금리하고 5%, 7% 차이가 있으니까 빌려서 정기예금만 해도 돈 벌게 되는 그런 시대였거든요. 그 돈 빌려다 땅 사고 뭐하고 그렇게 하니까 은행은 국유니까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고, 그러니까 막 빌려주죠. 돈이 모자라니까 외국에서 외화를 막 빌려왔단 말이에요. 그래서 원화로 바꿔서 빌려주었는데 외국에서 가만히 보니까 저 사람들이 겁없이 돈 빌려갔는데 갚을 가능성이 적다 하니까 끊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니까 외환위기가 오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결국은 이건 ‘민주주의 안 한 경제발전이 가져오는 필연적인 비극’이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임병걸 : 그 당시에 위기를 극복했던 동력은 뭐라고 보십니까?
김대중 : 국민들이 그때 ‘금 모으기’를 하면서 지원해 줬거든요. 전세계가 감탄을 했어요. 미국 클린턴 대통령, 캐나다의 크레디안 수상, 중국의 장쩌민 수상, 영국의 블레어 총리, 나를 만난 사람마다 ‘참 위대한 국민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그것을 누가 생각해냈느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한 거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외국 TV에 금을 막 내놓는 것이 나왔어요. 그때 액수로 약 20억불 이상이었거든요. 그런 엄청난 양을 만들어내는 걸 보고 ‘이런 국민 같으면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정부가 잘 했다는 것입니다, 자화자찬이 아닙니다. 그 증거는 그때 미국의 재무장관으로 우리나라 금융위기 문제를 직접 관장하던 루빈 장관이 한국에 와서 연설하면서도 얘기했고, 책 속에서도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소개하는데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은 미국의 힘도 아니고 IMF도 아니고, 한국 정부 사람들의 영웅적인 노력, 한국 국민들의 영웅적인 노력의 덕택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당시 국민과 정부가 일체가 돼서 이것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달러가 39억불밖에 없는 것을 제가 나올 때는 1300불 남겨놓고 나왔습니다. 외환위기 극복은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꿔버렸습니다. 그래서 그전에 재벌 하나만 무너져도 정권이 흔들렸는데, 30대 재벌 중에 16개 재벌을 문 닫거나 주인을 바꿔버렸습니다. 그래서 전부 구조조정을 한 결과 지금 오늘날 그때 그 구조조정당한 기업들, 대우건설이니 대우조선이니 현대건설이니 지금 얼마나 비싼 값에 팔리고 있습니까?
임병걸 : 또 하나 집권하실 때 기억에 남는 역사적 사건은 역시 남북정상회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저도 당시 순안비행장에 내리시던 대통령의 모습이 선한데요. 어쨌든 남북정상회담은 대결과 갈등의 역사를 평화와 공존의 역사로 바꿔놓는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이 그 이후 남북관계에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시는지요?
김대중 :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냉전시대의 적대적 관계, 이것에서 화해협력의 방향으로 돌린 것이죠. 근본적인 의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 남쪽만이 아니라 북쪽에서도 그런 필요성을 느꼈고 또 협력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은 누구도 생각치 못한 일을 해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전세계의 찬양과 지지를 받는 그런 결과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임병걸 : 당시의 정상회담에 힘입어서 그 이후에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정상회담을 하셨고 그래서 10년간 남북관계는 공존과 평화를 지켜 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최근 이명박 정부 들어서 그런 남북관계, 두 번의 정상회담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이른바 실용주의적 전환을 하면서 지난 10년을 ‘좌파정권’이었다, 이런 비판들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이런 ‘좌파정권’이었다라고 하는 비판, 또 ‘잃어버린 10년’, ‘지워야 할 10년’이라는 그런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 ‘좌파정권’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좌파는 어떤 좌파냐 하는가가 문제입니다. ‘독재적 우파’와 ‘독재적 좌파’, ‘민주적 좌파’와 ‘민주적 우파’가 있습니다. 영국의 노동당이라든가, 독일의 사민당이라든가, 미국의 민주당이라든가, 이런 것이 ‘민주적 좌파’입니다. 그리고 예를 들면 지금 우리나라의 한나라당이라든가, 미국의 공화당이라든가, 일본의 자민당 같은 곳은 ‘민주적 우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적 좌파’와 ‘민주적 우파’, 이 사람들이 어떻게 주장했냐 하면 처음에 ‘민주적 우파’는 ‘자유’만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민주적 좌파’는 ‘빵’만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해 보니까 국민이 ‘빵’과 ‘자유’를 다 주어야 만족하지, 하나만 주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어요. 그래서 서로 상대방의 주장, 우파는 ‘빵’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좌파는 ‘자유’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사회민주주의, 영국 노동당의 주장이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도 시비할 것이 없어요. 지금 독일은 사회민주당과 자민당이 연립정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금 그런 말을 가지고 현재 야당을 모함하려고 하거나 혹은 ‘국민의 정부’나 노무현 정권을 모함하려고 하는 것은 그분들 스스로 비극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민주적인 그런 개혁정당을 동지로서 서로 협력하고 정권 주고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하는 이런 방향에서 협력하지 않고 상대방을 완전히 좌파라는 말로 - 그 사람들이 말하는 ‘좌파’는 ‘빨갱이’다 이거 아닙니까? - 그렇게 몰아서는 독재밖에 길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한다는 것은 국민도 불행이고, 그렇게 당한 사람도 불행이고, 그렇게 한 사람도 결국은 불행입니다. 그래서 그런 일은 우리가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면 양심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임병걸 : 또 하나 과거 10년을 좌파로 몰아붙이고, 그렇게 주장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경제정책을 펴는 데 있어서 이른바 성장이냐 분배냐 해서 과거 10년이 분배에 치우쳤기 때문에 좌파적이다, 이런 비판들을 하고 있거든요. 과연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님 집권 때나 노무현 정부 때 저희들이 정말 분배에 그렇게 치중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김대중 : 분배를 더 많이 못한 것이 내가 지금 5년 집권에 가장 국민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빈부 양극화로 가는 것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을 내가 여러 군데서 내 5년 집권의 부족했던 점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과 같이 다 망한 기업을 되살려놨지 않습니까? 다 망한 금융기관을 되살려놨는데 어째서 이것이 사회주의고, 어떻게 해서 반(反)자본주의로 그렇게 몰고, 경제를 망쳤다고 할 수가 있습니까? 전세계가 한국에서 배워라, 심지어 일본이 경제위기에 빠졌을 때 사람들이 한국 사람한테 배우라고 했습니다. 역사를 포장해 놓고 딴소리를 하는 것은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병걸 : 또 하나 역시 앞에서 잠시 말씀하셨습니다마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포용정책, 이른바 대통령님의 ‘햇볕정책’을 두고 좌파적이다, 친북적이다, 이런 비판을 했던 것 같습니다.그래서 최근에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상당히 엄격한 상호주의로 돌아서고 있는데요. 북한 관련해서 ‘햇볕정책’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대중 : 내가 지난 4월에 하버드대학에 가서 연설을 했는데 제목이 ‘햇볕정책이 최선의 길이다’ 였습니다. 그래서 거기 석학들에게 큰 격려를 받았는데 ‘햇볕정책’이라는 것은 뭐냐, 서로 의견이 다른 처지에서 우리가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자, 그 결과는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공동승리를 찾자, 이것이 ‘햇볕정책’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구체적인 정책은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 이 원칙 밑에서 1단계는 남북연합, 2단계는 남북연방, 3단계는 남북통일, 이렇게 가는 것이다, 남북연방은 오해가 있을 것 같으니까 얘기 하는데, 미국과 같은 연방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햇볕정책’을 했습니다. 세계에서 공산국가에 대해서 공격만 하고 압박만 해서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미국이 50년 소련을 공격했지만 성공하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미국이 소련하고 데탕트를 했습니다. 화해를 했습니다. 그 데탕트 결과는 헬싱키 협약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동서가 서로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 문화, 체육, 모든 교류를 하게 됐습니다. 여행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소련 사람들이 서구라파에 여행을 나왔습니다. 와서 보니까 ‘ 서구 사회가 악마의 세계가 아니라 정말 낙원 아니냐. 그렇다면 우리가 낙원에 살았다는 건 속았지 않았느냐’ 이렇게 해서 소련 사람들이 각성하기 시작한 겁니다. 동구라파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내부에서 사람들이 웅성웅성 일어나서 불만을 가지니까 그 물결을 타서 고르바초프가 등장해서 개혁개방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개혁개방도 고르바초프는 공산주의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는데 옐친이 일어나서 민주화를 시켜버린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억압과 봉쇄, 이걸로는 성공한 예가 없습니다. 중국도 못 했고 월남도 못 했습니다. 월남은 전쟁까지 했지만 못했습니다. 그러나 개혁개방으로 하면 다 성공했습니다. 중국도 지금 많이 변화하고 있고, 월남도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발전하면 중산층이 생겨납니다. 그 중산층은 영국혁명이나 프랑스혁명이나 보듯이 산업혁명 시대나 오늘날 정보화시대나 할 것 없이 중산층은 힘을 갖게 되면 자유를 요구하게 됩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중국도 지금 심지어 공산당 당헌을 ‘3개 대표론’으로 바꾸었습니다. 과거에는 노동자 하나만 공산당 당원이 될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지식인과 기업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지식인과 기업인은 중산층 아닙니까? ‘햇볕정책’이라는 것은 하버드에서 얘기했지만 이런 것들입니다. 한반도에서도 그렇고, 어디에서나 그렇습니다. ‘햇볕정책’만이 공산주의를 극복해 나가는, 공산주의를 평화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이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임병걸 : 그럼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에 일어났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최근 금강산에서 우리 여성 관광객이 피격되는 불행한 사태가 있었습니다마는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일까요.
김대중 : 일단은 정부도, 이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신 것도 같은데, 한반도에서 서로 평화적으로 교류협력을 강조시켜서 장차 평화적 통일로 가자는 큰 망원경적인 원칙과 부분적으로 일어난 문제를 분리해서 우리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금강산 문제는 금강산 문제로 국한시켜서 처리해 나가야 하는데 당분간은 어렵지 않느냐, 그렇게 보는데 결국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또 그 변화는 6자회담의 발전, 이번 11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빼느냐, 이것에 따라서 상당히 상황이 달라질 거란 말이에요. 그런 상황 발전을 기다리면서 이에 역행하는 일들을 우리가 안 하는 게 좋겠다, 그런 생각입니다.
임병걸 : 또 하나 현재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부의 한미관계를 손상된 관계라고 하면서, 그것을 복원한다, 혹은 동맹을 강화하겠다 해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취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쇠고기문제 때문에 그렇게 한미관계도 좋은 것 같지도 않고요. 대통령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람직한 한미관계랄까요. 위상은 어떻게 정립해야 되겠습니까?
김대중 : 우리는 한미관계건 한일관계건 모든 것은 우리 국익 중심으로 생각해야 됩니다. 우리가 국익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첫째로 군사적으로 안전해야 합니다. 군사적으로 안전하게 우리를 도와줄 나라는 미국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은 아주 중요하고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반미한다는 것은 우리 이익과 배치되는 것이죠. 그러나 미국만 따라가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미국하고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중국, 러시아, 일본하고도 반드시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4대국 관계를 잘해야 됩니다. 그래야 우리가 안전할 수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1동맹 3우호체제’, 이것을 당분간 하되 머지않아 6자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동북아안보기구가 생길 겁니다. 그러면 남북이 합친 6자 중심으로 안보기구가 생기면 거기에서 4대국도 같이해서 자기들이 의무로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는 데 협력할 것입니다. 그런 것을 내다보면서 당분간은 그런 체제가 올 때까지는 미국하고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 나라하고도 좋게 지내야 합니다. 절대 나쁘게 지내면 안 됩니다. 그건 우리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임병걸 : 나머지 세 나라 중에서 한 나라가 일본 아니겠습니까? 집권하신 ‘국민의 정부’ 시절에 일본과는 정말 좋은 관계를 만드셨는데요. 대중문화 개방으로 교류도 크게 활발했고요. 그러나 최근에 다시 독도문제로 양국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까지 독도가 자기네 나라 땅이라고 교육을 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는데요. 이런 일본과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가장 지혜롭겠습니까?
김대중 : 독도문제부터 얘기하면 나는 독도문제에 대해서 김영삼 정권 때도 독도문제가 크게 일어나서 비행기가 가고 할 때 ‘저래서는 안 된다, 독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기정사실화되는데 그렇게 되면 국제법상으로도 우리에게 아주 유리해지는데 왜 우리가 자꾸 떠들어서 분쟁지구로 세계가 인식하게 만드냐’ 그런 얘기를 했는데 노무현 정권 때도 그러더라고요. 그러다 이번에 또 그러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떠드는 것은 결국 일본 우익에게 떠들 구실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익이 정치인한테 압력을 넣는데, 일본 국회의원들 중에서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우익입니다. 아주 우경화됐어요. 그래서 결국 이런 것은 구실을 주는 거니까, 나는 독도문제는 조용히 그러나 실효적으로 지배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독도문제에 대한 문헌을 최대로 수집해서 역사적으로나 모든 근거로 봐서 우리 거다 하는 것을 의심의 여지없이 설명을 해서 일본말로 만들어서 일본에 들여보내야 합니다. 지금 일본 사람 중에는 독도가 한국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학자들이, 자꾸 그렇게 만들고, 세계를 설득해야 합니다. 영어로도 만들고 불어로도 만들어 우리는 착실하게 기반을 다지야 합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 전체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것도 분리해야 합니다. 한일관계라는 것은 우리가 지금 바로 옆에 있지 않습니까? 이건 누가 짊어지고 딴 데 갈 수 없는 거죠. 조상들도 많이 왕래했습니다. 또 한일관계가 중요한 것은 우리 안보에도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6.25 때 일본이 우리 덕택으로 우리 희생으로 돈 벌었다 하는데 그것도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본이라는 바로 인접기지가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 거기서 비행기도 띄우고 보급물도 가져오고 거기서 사람들도, 군인들도 데려오고 한 것입니다. 부산까지 밀려왔던 우리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일본도 우리가 여기서 버텨주는 것이 일본의 국방에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점에 있어서 근본적으로는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서로 좋게 발전시키고 협력하고 결국 그런 부분적인 문제는 조용히 처리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일본하고는 우리가 잘 지내야 하고 친선해야 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병걸 : 해방 이후에도 저희들은 극심한 좌우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겪었고 결국 전쟁까지 치렀는데요. 대통령님이 집권하실 때 조금 잦아든 듯했던 이른바 국내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결이 최근에 다시 극한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듯한 우려를 갖게 됩니다. 이런 극단적인 형태의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김대중 : 볼테르란 사람이 한 얘기가 있는데 ‘나는 네 의견에 반대하지만 네가 그 의견을 주장하는 권리를 위해서 나는 싸우겠다’ 이런 말이 있죠. 바로 그겁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정책이나 생각에 반대하지만 그러나 한나라당이 그 정책을 주장할 그 권리를 존중한다, 또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대해서 그런 권리를 주장한다, 서로 상대방이 애국자요, 상대방이 민주주의 신봉자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거기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이런 당들은 ‘민주좌파’고, 한나라당은 ‘민주우파’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독일에서도 연립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좌파, 우파가 연립하는 것은, 유럽은 대부분 나라가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원수  대하듯 투쟁하면 안 됩니다. 상대의 말에 기울이고 문제는 평화적인 대화로 풀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병걸 : 흔히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몇 달 정도는 인기가 괜찮은 편인데요. 유례없이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는 20% 이하로 추락을 했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습니다마는 맨 처음에 인사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민심과 너무 멀어진 이른바 ‘고소영 내각’이니 이런 비판들이 있었는데요. 한 나라를 이끌고 가는 대통령으로서 인사정책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랄까요. 어떤 것이어야 됩니까?
김대중 : 그건 가장 좋은 사람을 써야죠. 그런데 현재 이명박 정부 때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여러 가지 여론 지지가 별로 안 좋은 근본적인 원인은 이 정부 사람들이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한 데서 나온 겁니다. 분명히 국민이 볼 때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10년 동안에 뭔가 이루어진 일이 있었고, 또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가 아주 잘 된 일들이 많았는데 그걸 다 무시하고 잃어버렸다 그러니까, ‘그것이 안 된다 하면 옛날 유신시대로 돌아간다는 얘기냐’ 이런 데서 지금 의심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국민 중에 상당수 사람들이 ‘제2의 유신의 전초가 지금 일어나고 있지 않느냐’ 이런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을 제가 여러 번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거기서 경계심을 갖고 비판이 일어나고, 잘한 일도 자꾸 색안경 끼고 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민주당이 10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더욱이 앞으로는 또 다른 시대가 옵니다. 벌써 어떻게 보면 직접민주적인 움직임이 국내에서 있지 않습니까? 세계는 훨씬 더해서 민족국가, 지역연합, 그리고 세계적인 협력체, 이런 것이 앞으로 발전해 나가는 그런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애국자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을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10년’ 같은 식으로 해서 상대방을 완전히 잘못된 존재로 몰아붙이면 안 되죠. 상대방을 완전히 배척하면 상대방도 극한적으로 가죠. 그러면 정치의 안정은 없는 것입니다.
임병걸 : 대통령님, 직접민주주의 언급하셨습니다마는 최근에 쇠고기 문제로 촉발됐던 촛불집회는 정말 유례가 없었던 일이었는데요. 이런 일이 왜 일어났고 이것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거기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되겠습니까?
김대중 : 이제 일반 대중, 심지어 유모차에 탄 어린아이, 노인 할 것 없이 일반 대중, 아주머니 이렇게 해서 촛불 들고 나왔지 않습니까? 이것은 우리 국민이 이제는 직접민주적인 참여를 할 그런 준비가 돼 있고 그런 의욕이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 우리 국민은 교육수준이 높습니다. 신문 못 보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방송 들어서 많은 지식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 국민들이 그렇게 교육을 받았는데 그 사람들한테 무기가 생겼습니다. 인터넷, 문자메시지 이런 게 생겼습니다. 그것을 통해 (생각을) 서로 주고받고 합니다. 그전에는 일방통행하던 것이 전부 쌍방통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민운동은, 이번 촛불운동을 한 사람들은 사무실도 없고, 조직도 없고, 간부도 없고, 무슨 선전 팸플릿도 없습니다. 그런데 수십만이 모였습니다. 또 끝나고 나면 조직으로 만들지 않고 싹 없어져버려요. 집에 들어가 버리고 안 나옵니다. 그러니까 언제 또 나올지 모릅니다. 그런 시대가 왔는데 그것을 대응하는 길은 의회민주주의하는 사람들, 시민운동하는 사람들이 국민 전체, 범국민 촛불부대의 뜻을 받들어서 정치에 반영시키고 시민운동에 반영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집에서 가만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 딴 길로 가고 안 되겠다 생각하면 언제 또 나올지 모르는 거죠. 그런데 이번에 시민운동에 대해서 우리가 가장 평가해야 할 것은 ‘비폭력’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한두 사람이 그렇게 한 것은 불가피한 해프닝이지, 시민운동 자체가 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비폭력으로 했다는 것, 그것이 도덕적으로 아주 높이 평가할 일 아닙니까? 그래서 나는 이번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국민 - 이제는 국민입니다, 시민만이 아니라 - 그런 국민에 대해서 아주 주목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임병걸 : 촛불집회를 보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생각해 보면 의회민주주의라는 이른바 대의제가 충분히 국민들의 뜻을 소화해내지 못했다라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나온 얘기가 이른바 소통의 부재라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스스로 소통에 소홀했다는 반성도 한 적이 있었고요. 집권하실 때를 떠올리시면서 그 당시에 가장 소통이 어려웠던 대상은 어떤 것이었고 누구였고 또 어떻게 이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셨습니까?
김대중 : 내가 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언론으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요. 그리고 야당이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식을 오전에 의사당 앞에서 했는데 오후에 의사당 안에 들어가서 총리를 인준하려니까 인준이 안 돼요. 그때는 야당이 다수니까. 그래서 총리 없이 6개월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내가 1년 반 내에 외환위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 하니까 그때 야당 당수가 ‘만일 1년 반내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이렇게 공언을 하면서 사사건건 공격을 했습니다. 언론하고 같이 연합작전을 하니까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국민을 등에 업고 하니까 내가 볼 때도 상당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었느냐 생각합니다. 내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서 북한에 갔을 때도 김정일 위원장한테 ‘남측의 야당 당수를 만나달라. 그 사람 얘기도 들어달라’고 말해서 (김정일 위원장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가시오. 당신 상호주의 얘기를 하는데 당신이 가서 직접 얘기하시오’라고 했는데 결국 안 갔습니다. 그때 갔으면 참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우리하고 다른 의견도 들을 기회가 있고, 또 여기에서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보면 뭔가 생각이 상당히 바꿔질 수 있고 할 텐데 안 간 게 유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임병걸 : 현재 남북관계 경색을 풀려면 물론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습니다마는 지금의 여건으로 보면 쉬울 것 같지 않은데요. 그렇다면 대통령님께서 그동안 해 오신 남북관계에 여러 가지 기여도 있으셨고 또 여전히 하실 일이 많지 않습니까? 어떤 기여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김대중 : 남북관계가 풀리려면 내가 볼 때 제일 핵심적인 과제는 이(李) 대통령이 직접 '6.15와 10.4를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점이 있는 것은 나하고 다시 얘기하자' 이런 식으로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부분적으로 수정할 것이 있으면, - 물론 있겠죠. 더구나 10.4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  그렇게 하는 것만이 이 난국을 풀고 대화로 나가는 길이 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습니다.
임병걸 : 이제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우리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여쭤보겠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이 보면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는 이른바 가난을 극복하는 ‘산업화’가 우리 지상과제였었고요. 90년대부터는 더불어서 ‘민주화’라고 하는 과제를 저희들이 지상목표로 해서 뛰어왔습니다.그렇다면 앞으로 21세기 우리 한국이 내걸어야 할 어떤 국가적 슬로건이랄까 비전은 어떤 것이 돼야 하겠습니까?
김대중 : 세계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세계 속에서 민주적이고 그리고 투명한 경제체제를 가진 그런 경쟁력 있는 국가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세계경쟁에서 이겨내고 그리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경쟁력 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박정희 정권 초기부터 오늘날까지 경제발전에 노동계나 농민이나 서민들이 많은 헌신을 했는데, 노동도 해 주고, 곡식도 싼값으로 내주고, 물건도 사주고, 장사도 되게 해 주고 이렇게 했는데 너무나 보상을 적게 받고 있고 소외당하고 있는 이 문제를 우리가 풀어나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임병걸 : 지금 권력구조와 관련해서 끊임없이 개헌논의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신임 국회의장도 자기 임기 중에 개헌논의를 마무리하겠다, 그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현재 5년 단임제는 거의 한 20년 정도 지속됐었는데요. 대통령께서는 우리 현재의 상황에서,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대통령 체제는 어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 모든 것은 국민이 바라는 대로 해야 합니다. 국민이 내각 책임제를 바라느냐, 대통령중심제를 바라느냐, 이원집정부제를 바라느냐인데, 우리 국민은 1948년 이래 60년 동안 대통령중심제로 일관해 왔습니다. 중간에 장면 정부가 잠깐 1년 정도 내각책임제를 했는데 그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국민여론이나 국민들 마음속에 다른 제도를 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국민이 대통령중심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은 대통령중심제하고 영국은 내각책임제하는데 그것은 국민이 바랐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내가 볼 때 개헌의 필요성은 있다고 봅니다. 첫째, 정부통령제를 해야 합니다. 정부통령제를 해서 부통령이 있어야 합니다. 한 사람은 보수적인 사람이 나오고 한 사람은 개혁적인 사람이 나와서 정부가 균형을 맞춰야 됩니다. 한 사람은 동쪽에서 나오면 한 사람은 서쪽에서 나와서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미국도 다 그러지 않습니까? 미국 북쪽하고 남쪽 균형 맞추거든요. 그래서 대통령제 하면서 정부통령제 안 한 나라는 세계에서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그걸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통령은 더구나 대통령이 많은 의전적 부담이 있는데 부통령이 그 의전적 부담을 덜어주어야 대통령이 주요 업무에 집중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부통령은)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리고 만일 대통령이 유고시에, 병에 든다든가 유고가 있을 때 나라의 국정을 하루도 중단없이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87년 민주항쟁 후에 직선제 개헌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때 우리 야당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 정부통령제하고 4년 중임제였습니다. 이 4년 중임제는 대통령제에서 아무도 이의가 없는 것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여당에서 전두환 씨가 단임제를 했으니까 ‘단임제는 큰 업적이다. 단임제 안 하면 아무것도 안 한다’고 주장해서 중임제를 못 했습니다. 그리고 정부통령제를 하려고 하니까 말은 그렇게 안 했지만 그때 김영삼 당수하고 나하고 둘이 하나씩 나눠서 하면 선거에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걸 정략적으로 반대한 겁니다. 그래서 못 했어요.
임병걸 : 그러니까 가장 바람직한 체제는 정부통령제이면서 4년 중임제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김대중 : 그리고 한 가지 첨부할 것은 이건 헌법문제인지, 법률문제인지 잘 모르겠는데, 법률법문제로 봅니다.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못하지 않습니까?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은 자기가 당선된 표가 중요한데 대통령이 가서 표를 얻어줘야 돼요. 미국에서도 국회의원선거 있으면 대통령이 가서 표 얻어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대통령이 못 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임기 말이 되면 대통령은 완전히 네임덕 됩니다. 국회의원이고 뭐고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잘못하면 나가라는 소리하고... 이건 고쳐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지사나 직할시장 이런 사람들은, 즉 광역자치단체장은 선거운동을 할 자유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산하에 있는 기초단체를 통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에서는 이것도 고칠 때 같이 손보는 것이 좋지 않나, 그런 생각입니다.
임병걸 : 최근에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보면 권위주의의 해체를 넘어서서 대통령이 심지어 조롱의 대상이 되는 불행한 사태가 일고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갖춰야 될 많은 덕목이 있겠지만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덕목, 리더십, 어떤 게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김대중 : 공적으로는 국민을 하늘같이 생각하고 그것이 몸에서 배어나와야 합니다. 국민을 위해서는 목숨도 바쳐야 됩니다. 우리 야당시대 독재하고 싸울 때는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내가 사형언도 받았을 때 (당시 권력자들이) ‘우리하고 협력해라. 그러면 살려주겠다. 안 하면 꼭 죽이겠다’ 이렇게 대놓고 얘기했습니다. 그럴 때 나는 그들한테 얘기했습니다. ‘지금 당신들하고 협력하면 내가 일시적으로 살지만 나는 국민을 배반해서 역사속에서 영원히 죽는다. 내가 당신들한테 협력 안 하면 나는 지금 죽을 줄 안다. 나도 죽기는 싫다. 그렇지만 내가 당신들한테 협력하면 국민을 배반해서 나는 영원히 국민한테 버림받는다. 나는 그런 일은 못 하겠다’ 그러면서 제가 거절했어요.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서는 목숨도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그런 시대는 아니지만 우리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고문 당하고 감옥 가고 학교에서 쫓겨나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하면서도 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국민을 하늘같이 실제로 생각하고 받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쇠고기파동 때도 건의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앉아서 양쪽에 쇠고기 찬성, 반대파 한 댓명씩 앉혀놓고 그래서 둘이 양쪽에서 주고받고 하면서 TV 중계하면서 이렇게 한번 토론을 시켜보면 대통령도 판단이 들 것이고, 또 찬성, 반대하는 상대방 얘기 들어보면 그런 점이 있는 것 같다고 그럴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이 그걸 TV로 시청을 하고 있으면 하루에 안 되면 이틀, 이틀이 안 되면 사흘, 그렇게 하면 국민의 판단도 나왔을 것이고 좋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소통이라는 말이 무엇인가. 그런 식으로 국민하고 같이 해 나가는 것이 어떠냐 그런 생각입니다.
임병걸 : 지금 50분에 걸쳐서 말씀을 들어보면 저희들 성장의 원동력도 국민이고 가장 섬겨야 될 대상도 국민이고 지금 말씀하시는 흐르는 모든 말씀에 국민이 주인이다는 것 같습니다.
김대중 : 민주주의가 그거 아닙니까?
임병걸 : 그런데 지금 정말 국민이 어렵습니다. 끝으로 대통령께서 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 국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김대중 : 국민에 대해서 먼저 ‘주권자로서 책임의식을 가지시오. 내가 주인이다, 내가 주인이니까 이 나라가 잘 되고 못 되는 것은 나도 책임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해서 투표 한번 하든지, 말 한번 하든지, 말하자면 ‘책임의식을 가지시오’ 하는 거고, 둘째는 ‘감시하십시오. 감시하지 않는 그런 국민은 말하자면 권리를 잃게 됩니다. 그런 나라는 안 됩니다’ 그런 것을 국민에게 말씀드리고 싶고요.
임병걸 : 지금 많은 분들이 이러다가 우리가 제2의 IMF를 맞는 것 아닌가, 여기서 성장이 좌초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많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우리가 그래도 이 시련을 극복하고 잘 성장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어떤 비전을 저희들이 가져도 좋겠습니까? 어떻게 보십니까?
김대중 : 지금은 우리나라가 그렇게 간단하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IMF 이후에 우리 경제체질이 아주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국제적 경쟁에 이겨낼 수 있는 그런 체질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무역에서도 상당히 돈을 벌고 있지 않습니까? 요새 적자도 냈지만, 그건 일시적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내가 볼 때 우리나라 경제에서 취약점을 고쳐가야 한다. 취약점이 뭐냐, 허리가 약한 것입니다. 허리가 약한 것은 구체적으로 뭐냐하면 우리나라의 부품소재산업이 발달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조선이라든가 전자제품 상품에 있어서 한 6, 7할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껍데기만 만들다시피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그런 경제가 어떻게 해서 건전하게 나가겠습니까? 내가 대통령일 때 부품소재산업을 일으키는 법까지 만들었지만 이게 경제적으로 제대로 협력이 안 되고, 공무원도 제대로 운영 안 해서 지금까지도 안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경제적 허리를 튼튼히 해야 함니다. 둘째는 분배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성장 성장하지만 분배를 해야 성장이 됩니다. 임금을 제대로 받아야 구매력이 있어서 성장이 되지 않습니까? 서민들에게도 사회복지를 해 줘야 그 돈을 가지고 물건을 사서 성장이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성장과 분배는 수레의 양바퀴입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분배에 대해서도 단순히 낭비다, 성장에 장애가 된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이것도 성장의 요소다, 경제적 입장에서 볼 때는 물론 사회적으로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야 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총체적으로 정부가 국민하고 항상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하고, 내가 하려고 했던 것도 국민 다수가 반대하면 정부가 그것을 하지 않고, 또 이거는 꼭 해야 하는데 국민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부가 줄기차게 설득을 해서 국민여론을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그런 정부를 국민은 믿을 것이고 그런 정부를 좋아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잘만 운영해 나가면 적어도 세계 10위권 이내에, 6, 7위권 이내도 올라가는 그런 나라가 될 것이다 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정보화해서 해낸 것 보세요. 지금이 정보화시대인데 정보화에서 1등한 나라가 어째서 그렇게 못 합니까? 그래서 우리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자면 언론계나 이런 데서도 국민에게 용기를 주시고 또 국민이 적극적으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나라 일에 협력하고 비판하도록 잘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임병걸 :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칠전팔기’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들이 시련과 역경을 오뚝이처럼 극복하고 일어섰듯이 앞으로도 저희들이 저력과 투혼으로 이런 시련들을 이겨내고 또 성장해 가는 국가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더욱더 대통령님 건강하시고 또 고비고비마다 더 큰 지혜의 등불을 밝혀주시고 미래비전을 제시해 주시기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일요진단> 나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대중 : 수고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