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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학회의 전직 대통령 인터뷰 - 김대중 전 대통령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3,106  
한국정치학회의 전직 대통령 인터뷰 - 김대중 전 대통령
“국민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지도자는 잃어버린 10년이라며 과거로 후퇴하려는 것이 문제”
  한국정치학회(회장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전직 대통령들의 정치적 소회를 듣는 인터뷰를 기획하여 실행하고 있다.
  지난 6월 17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정희 회장, 정상화 섭외이사, 서현진 섭외이사, 황지환 섭외위원, 그리고 김유경 섭외간사가 동교동 자택을 예방하여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1시간 인터뷰를 하였다.
  인터뷰는 한국의 민주화 및 재임시절 추진하였던 정보화 사업과 외환위기 극복과정에 대한 회고와 더불어, 햇볕정책과 남북관계 전망에 대한 의견 그리고 현재 한국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제언 등으로 이루어졌다. 
<첨부 - 인터뷰 전문>
이정희: 요즘 대학생이나 젊은 학자들이 과거 민주화의 역정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김대중: 전후에 독립한 국가들 중에서 한국은 모범적인 국가로 꼽을 수 있고 다른 국가들에서도 한국을 배우려고 합니다. 저는 피를 흘리면서도 우리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이루었다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들고 싶습니다. 민주주의는 공것이 없어서 반드시 희생을 해야 하고 희생을 해야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수 있는 주체세력이 생깁니다. 이번 촛불문화제의 힘도 결국 그것에서 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수단으로서는 정보화가 뒷받침했지만 정신으로서는 그러한 생각이 뒷받침된 것입니다. 모든 국민들은 내 아들이, 내 친구가 또는 내 선배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런 점이 한국 민주주의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진: 당선 직후 IMF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제위기 극복과제를 부여받으셨습니다. 금모으기와 실업극복운동을 전개하시고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하여 개혁과 구조조정을 하여 이를 극복하고자 하셨는데 재임 중 이런 노력에 대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십니까?
김대중: 한국 정부가 6.25 폐허 속에서 만들어졌는데 이후 경제는 발전했지만 노동자, 농민의 희생 속에 특권경제, 재벌경제로 왜곡되어 운영되면서 외한위기가 온 것입니다. 그러한 왜곡을 처음에는 경제성장으로 덮을 수 있었지만 점차 부패구조와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외환위기가 오게 된 것이지요.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도와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금모으기가 큰 힘이 되었고 세계에 감동을 주었고 다른 국가들에서도 한국 국민들의 의식 때문에 더 많이 도와주었다고 봅니다.
 
서현진: 재임 중에 추진하신 정보화 등 다른 정책 분야에서는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요?
김대중: 옥중에서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고 정보화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고 대통령이 되자마자 외환위기를 수습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보화를 추진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호응을 했는데 이는 우리 국민의 오랜 지적 전통, 교육에 대한 전통, 모험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어서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봅니다. 
 
서현진: 말씀하신 것처럼 외환위기 극복과 정보화 추진 뿐 아니라, 햇볕정책 추진 등 많은 업적을 남기셨는데요, 돌아보면 재임기간에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느끼시거나 후회되시는 부분은 없으셨는지요?
김대중: 가장 아쉽다고 생각한 것은 빈부격차를 줄이지 못한 것입니다. 국민연금도 보급하고 실생활 보장도 확대시키고 했지만 세계화의 근본적인 문제에 맞서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대통령 5년 집권 중에 미국 대통령이 바뀌어서 햇볕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3년을 클린턴 대통령을 상대하고 2년을 부시 대통령을 상대했는데 클린턴 대통령과는 상당히 잘 지냈다고 봅니다. 98년 6월 미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햇볕정책에 대한 양국 간 이해와 합의가 있었고 그 결과는 남북정상회담과 공동성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부정적이었는데, 결국 6년 동안 북한과의 관계에서 얻은 것 없이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햇볕정책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북한과 대화하려는 자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지요.
정상화: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받은 인상은 어떠셨는지요?
김대중: 매우 우수한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남쪽에서는 부정적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지만 판단력도 좋고 리더십도 있고 다른 사람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빨리 반응하는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평양을 방문하면서 큰 성과라고 생각한 것은 통일에 대해서 우리 민족끼리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생각에 합의했다는 것이고 무력통일, 흡수통일이나 공산통일 등의 여러 가지 내용들을 배제하고 단계적으로 통일을 하되 제 1단계는 남북 연합적인 통일을 한다는 것에 남북 정상이 합의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이정희: 북미관계가 완화되고 6자회담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종국에 가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된다고 전망하시는 것인데 지금은 북핵문제의 수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습니다. 지금 현재 핵시설을 어느 정도 불능화 상태로 놓느냐는 것에 대해서요.
김대중: 불능화 상태는 합의가 되었고 핵프로그램 논의도 보강이 되었고 다음은 불능화된 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그것은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봅니다.
정상화: 한국에 가장 중요한 것이 북한의 변화일텐데 어떤 형태로 북한이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앞날은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좋아지고 동북아시아 안보체제가 되어서 북한도 보다 안정적이 될 것이고 제2의 중국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혁명, 우리나라 4.19혁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중산층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북한의 경우도 경제가 성장하면 중산층이 생기고 정치적으로도 민주화가 올 것이라 봅니다. 또 그렇게 바뀔 수 있도록 우리가 유도해야 하겠지요.
 
서현진: 실용주의 리더십을 표방하면서 출발한 이명박 정부가 취임 100여일 만에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한 현재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한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정치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우리가 처한 사회문제를 잘 해결하는데 필요한 조언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김대중: 아직 논평하기는 이르다고 봅니다만, 지금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표방하고 있는 실용주의는 좋은 것이지만 제대로 된 실용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 국민들이 촛불문화제를 만들고 참여할 정도로 변화하고 발전했는데 이를 인정하고 그대로 대하는 것이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문제점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를 되찾으려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시대는 김대중, 노무현 시대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데 그 이전을 생각하는 것이 문제지요.  바뀐 시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 한국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세계가 깜짝 놀랄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들입니다. 지금까지는 정부, 국회, 사법부, 언론의 영향이 강했지만 이제는 평화적인 대중들이 직접민주주의의 중요한 정치주체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민들의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실용주의의 한 모습이라 봅니다.
  그리고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가고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북일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가치를 잘 파악해서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계속 손해만 봤다고 하는데 이미 이익을 본 것도 있고 앞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어요. 남북 정상이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 북한주민에게 방송되었는데 원수 미제의 앞잡이로 생각했던 사람과 화해의 악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매우 큰 인상을 남겼고, 이후 남쪽에서 식량과 비료 등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진 것도 알게 되면서 남쪽에 대한 공포나 적개심 등이 없어지게 되었지요. 또 우리 드라마나 대중가요가 유행하기도 하는 등 북한 민심과 문화가 변화했습니다. 문화의 변화란 남북관계의 긴장완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왜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해주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북한은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이 있고 언어와 문화가 같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텅스텐이나 마그네사이트와 같은 지하자원들은 상당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추정된다. 중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은 이 때문에 북한에 진출하려고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가치를 너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지정학적으로도 우리가 중국, 러시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통해 가는 것보다는 북한을 경유하는 육지 통로가 훨씬 안전하고 비용이 적게 듭니다. 특히 기차는 많은 지역을 경유할 수 있기 때문에 도처에 무역거점을 마련할 수 있고 중앙아시아로 진출하여 유럽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태평양의 물류 거점이 될 수 있지요. 물류가 일어나면 금융, 보험, 문화 관광이 일어나게 되고, 그때 한국은 세계에서 5위권의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유리한 지역을 앞에 놓고도 놓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우리 생각의 변화가 중요한데, 특히 남북문제를 과거의 적대적 인식, 6.15정상회담 이후 퍼주기라는 시각에서 보는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자회담이 해결되고 있는 중이고 북한과 미국 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보다 북한이 더 필요한 처지입니다. 북한도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도 과거의 자세를 벗어나 대화를 적극 추진하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민족적, 문화적, 지정학적 이점 등을 살려 북한과의 관계를 제대로 보고 유리한 기회를 살리도록 하는 것이 바로 실용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였을 때 만나서 남북문제에 대해 저의 의견에 대해 얘기했을 때 상당부분 동의했습니다. 저는 실용주의자라면 현실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나의 생각과 맞던 맞지 않던 받아들여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면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하면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가,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협력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6자회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황지환: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97년 외환위기를 2년 만에 극복하셨던 경험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대중: 경제가 어려운 면도 있고 전망이 좋은 면도 있습니다. 특히 지식정보화시대에 정보력이 앞서고 지적 창의력이 넘치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첨단 분야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전통적인 분야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는 사람의 시대, 머리의 시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어 경제는 긍정적으로 전망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서민들의 경제적 문제, 중소기업의 문제가 있는데 중소기업들은 진출하기 어려운 조건의 중국이나 다른 지역보다 우선적으로 북한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 보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정희: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