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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회견)
 
울리히 벡 교수 접견록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3,119  
울리히 벡 교수 접견록
<2008. 4. 4(금), 10:30, 사저>
김대중 전대통령 : 세계적으로 저명한 석학을 이곳에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울리히 벡 교수 (이하 ‘벡’) : 제가 더 영광입니다.
김대중 전대통령 : 부인도 함께 오셨다 들었는데 한국에서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벡 : 제 처도 사회학자인데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 : 남북관계가 최근 예민해지고 대결모드로 가고 있어 걱정이 많은데 벡 교수는 어떻게 보십니까?
벡 : 사회학적 관점에서, 특히 제가 주장하는 위험(Risk)이론의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위험이란 재앙 자체라기보다는 재앙의 예견(Anticipation)으로 정치적 영향력(Political Force)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을 한국 사회에 적용해 보면, 일어나지도 않은 북한의 핵 발사가 남한 뿐 아니라 동아시아, 남아시아까지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정치에 영향을 주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벡 : 정치권에서 2가지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짧게 말씀드리면 첫째는 이 위협요소를 극화하여 다른 특정 우선순위, 다른 정치적 주제를 위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코스모폴리탄적 관점을 가지는 것으로 공동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일종의 국제 사회를 결성하는 것입이다. 이런 것은 남북한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한 국가의 문제가 그 국가 차원에 머물지 않습니다. 남북한 문제만 하더라도 남북한만 직접적으로 참여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틀 안에서 여러 나라가 참여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독일도 분단국이었는데 독일 통일 역사를 보면 빌리 브란트 수상이 이러한 정치적 개념화를 이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그는 독일 통일을 위해 주변 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 구소련까지 참여하고 상호작용하는 코스모폴리탄적인 큰 틀을 구성하고 그 참여국들 간의 브릿지(가교)를 결성하는 것, 가장 작게는 동, 서독 간의 브릿지를 결성하는 것을 추구했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 : 1998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 전부터 주장해왔던 햇볕정책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후임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 정권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상당히 진전됐습니다. 긴장이 완화됐고 교류와 협력이 증가했으며 북한 주민의 과거 적대적인 태도가 우호적으로 변했습니다. 심지어는 문화적 변화까지 있어서 요즘 북한 사람들은 한국의 대중가요는 물론 TV 드라마, 영화 등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정권 교체가 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과거의 정책을 무시하고 대결주의적 자세를 취하면서 북한이 강력한 반발을 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내가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른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은 공산국가를 대할 때 냉전적 대결정책을 취해야 공산국가의 버릇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반면 나는 야당 때부터 대통령이 된 뒤까지 일관되게 햇볕정책을 주장해 왔습니다. 이는 나그네의 망토를 벗긴 것이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었다는 이솝우화와 마찬가지로 공산국가를 변화시키는 것은 하드웨어적인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는 주장입니다. 즉 공산국가를 개혁 개방으로 유도할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방세계가 소련을 상대로 수십 년 동안 봉쇄정책, 냉전적 대결정책을 취했지만 소련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헬싱키조약을 통해 구소련을 개혁 개방으로 유도하면서 소련은 물론 동구라파까지 민주화가 된 것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전 이래 중국과 무력 대결, 냉전 대결을 했으나 변화를 시키지 못하다가,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모택동을 만난 뒤 개혁 개방이 이루어지고 등소평 같은 인물이 등장하면서 문화대혁명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베트남과는 전쟁까지 하고 지고 나왔지만 지금은 국교를 맺고 무역을 하면서 상호이익이 되는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북한과 국교정상화만 하면 북한이 국제사회에 나와 활동하게 되고 그러면 북한도 제 2의 중국, 제 2의 베트남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만난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매우 열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미국은 적어도 북한에 기회를 줘야 합니다.
나는 1998년부터 2003년 2월까지 5년간 대통령 재임을 했는데 임기의 반은 클린턴 대통령을 상대했고 반은 부시 대통령을 상대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햇볕정책, 즉 평화적 방법, 대화를 통해 어려운 문제를 푼다는 정책을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지지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 내가 북한을 방문할 때도 이를 지지해 주었습니다. 그 이후 내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주선을 해서 북한과 미국 간의 고위층 교류가 이루어졌고 거의 국교정상화 단계까지 갔는데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났습니다. 2001년 2월 부시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ABC(Anything But Clinton) 정책을 취하면서 그 동안 나와 클린턴 대통령이 만들어온 대북관계에서의 모든 진전을 폐기하고 나쁜 행동에는 보상을 할 수 없다며 대결주의로 돌아갔습니다. 사태는 미국에 불리하게만 전개되어 북한은 NPT를 탈퇴했고 IAEA 요원을 추방했으며 모라토리엄에 있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마침내는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을 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강경 정책의 실패를 깨닫고 마침내 2007년 2월 13월 합의, 즉 직접 대화, 주고 받는 협상,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받아들이고 바른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우여곡절은 있겠으나 북핵문제는 결국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비핵 개방 3000’, 즉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하면 10년 내에 국민소득을 3000불 수준까지 올리겠다 하고 발표를 했습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과거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도와주겠다고 했던 것과 같은 주장인데, 부시 대통령은 이것이 실패하여 결국 직접 대화, 주고 받는 협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은 참으로 동떨어진 주장입니다.
그런데 아직 대선후보 시절 나를 찾아왔을 때 보니 상당히 생각이 유연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는 일이 안 되겠다 깨달으면 시정조치를 할 것으로 봅니다.
벡 : 그러기 바랍니다. 대통령님의 비전은 매우 설득력(Convincing) 있고 분명합니다(Evident).
과거 구소련의 붕괴 및 유럽의 변화를 보면 동쪽, 서쪽 진영 모두가 서로에게 공동 위협이 되자 역설적이게도 양측이 브릿지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즉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 양측 진영 모두 이념적 차이를 극복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빌리 브란트 수상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한국에는 비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실험적이고(Experimental) 계몽적(Enlightening)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한 가지 더 덧붙이면, 현재 기후 변화 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인류 문명에 파괴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New Politics)의 근간(Basis)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것입니다. 즉 국가 단위의 정치가 서로 결합되어 공동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는 동아시아, 남아시아의 상황에도 암시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국가들이지만 공동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 단결하는 것인데 대통령님의 햇볕정책도 이렇게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대중 전대통령 : 기후 변화 문제는 중대한 문제인데 한 가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잘 사는 나라든 못 사는 나라든 동쪽 진영이든 서쪽 진영이든 기후 변화의 위협은 모두에게 똑같다는 것입니다. 즉 협력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공동의 이해를 가지고 있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곤란한 문제는 따로 있는데 바로 빈부격차입니다. 잘 사는 나라의 사람은 못 사는 나라의 빈곤 문제가 자기들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으니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개발국가에서 에이즈나 말라리아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문제도 남의 일 보듯이 합니다. 그러나 빈국 국민은 잘 사는 너희가 우리를 수탈해서 그런 것이다 라고 원망할 수도 있고, 바로 그런 것이 오늘날 국지전이나 테러의 배경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빈부격차야말로 인류의 큰 문제점입니다. 빈국 국민이 갖는 이런 불만은 군사적 대결보다 더 큰 Risk입니다.
벡 : 대통령님의 현상 분석(Diagnosis), 즉 불균형적인 부의 배분으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에는 대개 공감하기는 하지만 아직 확신이 들지는 않습니다(Uncertain). 빈국의 문제도 한 국가 내에서만(National Context) 다뤄질 수 있다는 생각은 점점 더 그 정당성(Legitimate)을 잃고 있습니다. 각 국가들은(National State) 이제 글로벌한 불평등(Global Inequality)의 문제에 문을 열어야 합니다(Open Up).
역사적으로 보면 19세기 유럽에서 막스가 근로자(Worker)의 국제화라는 비전을 내세우면서 글로벌한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당시 민족국가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개별 국가 차원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왔고 또 그것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개별 국가가 글로벌한 불균형 문제 등을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다시 기후 변화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면 놀라운 것은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국제 사회가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을 승인하고 있고, 그래서 생태자본주의, 혹은 환경자본주의 부상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기관을 기본적으로 변경하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여전히 궁금한 것은(Wondering) 이러한 새로운 정치가 아시아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지역적 정치가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공동 대응 방식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즉 중국, 남한, 북한 등의 국가들이 서로 다른 관점을 극복하고 Unite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김대중 전대통령 :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는 서로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충분히 해결되리라 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황사는 한국, 일본에도 피해를 주고 있고, 중국의 해양이 오염되면 한국, 일본도 영향을 받습니다. 중국의 황사를 막으려 남한 사람들은 식목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 관련 협력은 가능할 것입니다.
문제는 남한과 일본은 민주주의 체제인 반면 중국은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공산주의 체제라는 것이 전면적인 부조화, 대립의 기저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일본과 협력하여 중국에 지나친 군사적 압력만 가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두려움 없이 국내 문제에만 열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상당히 희망적인 전망일 수 있습니다만, 중국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중산층이 등장합니다. 현재 중산층 인구는 5천만에서 1억까지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은 돈이 있고 파워가 있으며 그들의 민주적 권리를 요구할 것입니다. 영국의 산업혁명 때도 중산층으로 등장한 부르주아가 투표권을 요구했는데 영국의 귀족들은 현명하게도 투표권을 인정하여 평화적으로 민주 체제 이행이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프랑스 귀족들은 이를 거부하여 왕과 귀족이 몰락하였습니다. 즉 중산층이 늘어나면 이들은 본인들의 민주적 권리를 요구하게 되고 이에 평화적으로 응대하면 평화적 민주 체제 이행이 되는 반면, 이에 폭력적으로 대응하면 힘겨운 이행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현재 중국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들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래, 나아가 동아시아, 세계도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 부분에 낙관적입니다.
희망을 갖는 이유는 첫째, 중국 지도층이 사실을 인식하고 강택민 주석 말기 때 공산당 당헌을 고쳐 3개의 대표군을 채택했습닏. 과거에는 노동자 계층만 될 수 있었던 당원을 지식인, 기업인 등에게까지 확대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바로 중산층들인데 중국 지도층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매일 지방에서는 300여개의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농민과 빈민층의 불만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정부가 이력 무력 탄압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위도 폭동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시위자는 불만을 배출하고 당국도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기로에 서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이 내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중국은 민주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이를 점진적으로 수용할 것입니다.
또 다른 증거는 공산당 내에서 일고 있는 논쟁입니다. 중국의 부정부패,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때문이니 이를 폐지하고 계획경제로 돌아가자는 신좌파의 주장이 고위직 가운데 흘러나오고 있는데, 역시 정부 고관들이 참여하고 있는 신우파 운동은 이러한 주장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중국의 부정부패, 빈부격차는 민주주의의 부재 때문이므로 민주주의를 도입하면 투명성을 보장하는 제도, 감시체제가 마련되어 부패나 빈부격차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아가 일당지배가 아니라 복수당을 지향해야 하며 종국에는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후진따오 주석도 이러한 신우파 주장에 찬성했다고 알려진 것입니다. 아직까지 전면적으로 실시되고는 있지 않지만 이런 논쟁이 정부 고위직들 사이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산당 당헌을 고쳐 당원 자격을 3개 대표군까지 확대했다는 것, 매일 300여개의 시위가 정부의 암묵적인 승인 아래 나름대로 평화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신우파와 신좌파 간의 논쟁이 일고 있고 신우파의 주장을 중국 최고 지도층이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 뚜렷한 민주화는 아니더라도, 중국을 잘 다루기만 하면 특히 미국이 잘 다루기만 하면 중국도 종국에는 민주화가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언제 구소련이 무너지고 민주화가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습니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외부세계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양 격언(Anecdote)에 공자 앞에서 유교 가르친다는 말이 있는데, 이렇게 말을 해 놓고 보니 세계 석학 앞에서 오히려 가르치려 한 거 같습니다 (웃음).
벡 : 대통령님의 비전과 분명한 분석(Precise Analysis), 설득력 있는(Convincing) 주장에 매우 놀랍습니다(Enthusiastic).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정치가들을 만나 보았으나 대통령님만큼 명확한 비전을 갖고 계신 분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한 가지 아직 Question Mark로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반년 전 강연차 중국 북경을 방문해서 정치인과 지식인 등을 포함한 다양한 그룹과 논의를 했는데 가기 전에는 대통령님과 같은 비전, 즉 중국이 종국에는 민주화로 나아갈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갔었으나 돌아올 때는 약간의 의구심(Doubts)이 들었습니다. 중국의 근대화(Modernity)를 보면 한편으로는 비즈니스를 하는 등의 경제적 자유는 상당히 허용하면서, Public, Democratic Affairs 같은 영역에는 아주 분명히(Clear Cut) 참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전환기, 아마도 긴 전환기를 거칠 것이며 중산층은 이 기간 중 혜택을 입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사적, 민간 영역(Private Affairs)에서는 투자도 하고 수익도 얻고 할 수 있겠지만, Political Affairs에서는 그러지 못할 것입니다. 대통령님과 제가 유럽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교육받고 부유한 중산층이 등장하면 이들이 정치적 영역에 대한 참여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에는 적용될 거 같지 않습니다. 중국은 경제를 개방하고 민간영역에서는 자유를 허용하겠지만 정치적으로는 억압할 것입니다. 물론 중산층은 이를 수용(Accept)할 것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2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경제적 위기 없이 고성장을 계속한다는 것이고 중국이 Nationalism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김대중 전대통령 : 중국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겠지만, 아까 말씀드린 몇 가지 이유에서 긴 안목으로 보면 지금은 아니겠지만 결국은 중국이 민주화로 나아갈 것이고 지금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외부에서 장애가 되는 위협을 가하지만 않는다면 그래서 중국이 내부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이처럼 낙관하는 데는 사상적 근원도 있습니다. 17세기 말 유럽에서는 존 로크라는 사상가가 사회계약론을 주장했습니다. 즉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데 이를 통치자에게 위임한 것이다. 통치자가 이를 선용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이를 도로 회수할 수 있다. 이러한 인민주권주의를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동양에서는 존 로크보다 2000년이나 앞서서 이런 말을 한 이가 있습니다. 맹자는 방벌론에서 황제는 천자로 하늘의 아들인데, 하늘이 자신을 대신해 좋은 정치를 하라고 권력을 위임한 것이며, 제대로 하지 못할 때에는 인민이 하늘 대신 일어나 그를 쫓아낼 수 있다 했습니다. 중국은 200년 주기로 왕조가 변했는데 새 왕조를 일으키고자 한 이들은 이러한 사상을 이용하여 자신들이 하늘 대신 폭군을 위해 일어섰으며 그러므로 자신들의 혁명은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맹자의 논리는 동양 사회가, 한국에도 그런 사상가들이 많았습니다만, 이미 민주주의와 상통하는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벡 : 완전히 설득 당했습니다 (웃음).
김대중 전대통령 : 잘 들어줘 고맙고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벡 : 오늘 나눈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했으며(Enthusiastic) 유럽에도 대통령님과 같은 비전을 가진 정치가가 있었으면 합니다.
김대중 전대통령 : 과분한 말씀입니다.
벡 : 진심입니다.
김대중 전대통령 : 중국 일본 한국은 일 년에 두 번 정도 방문하십니까?
벡 : 그렇지 못합니다. 중국은 작년에 방문했고 한국은 이번에 방문하게 됐는데 앞으로 더욱 자주 방문하고 싶습니다. 요즘 서구 사람들은 믿기를 미래는 아시아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지역을 잘 알아야죠.
김대중 전대통령 : 맞습니다. 중국과 인도 등이 큰 존재가 될 것인데, 특히 중국이 평화적으로 민주국가로 이행해 간다면 이는 세계에 축복이 될 것이며, 그들이 중화주의, 제국주의, 자기도취적 민족주의에 빠진다면 이는 큰 재앙이 될 것입니다. 아직 현재로서는 희망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데 역사를 돌이켜보면 다소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중국이 이렇게 민주화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즉 내정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미국과 유럽 모두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내용을 지난 9월 방미 때 미국 지도자들에게도 많이 얘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