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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대통령 ‘UN ESCAP 교통장관회의 교통 물류 비즈니스 포럼’ 특별연설 (2006.11.8,부산 BEXCO)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4,925  
[김대중 전대통령 ‘UN ESCAP 교통장관회의 교통 물류 비즈니스 포럼’ 특별연설 (2006.11.8,부산 BEXCO)]
 
남북관계와 ‘철의 실크로드’
 
존경하는 김학수 사무총장,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그리고 아시아 각국의 교통장관과 내외 귀빈 여러분!
아름다운 도시 부산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UN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의 교통장관회의가 성황리에 열리게 된 것을 축하하며 그 성공을 기원하는 바입니다.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라고 합니다. 아시아는 인구 40억 명으로서 세계 인구의 약 60%를 차지합니다.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활기에 찬 국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시아인들은 지적 능력이 탁월합니다.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는 과거에도 세계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한 일이 있었습니다. 1820년경 중국은 세계 GDP의 27%를 차지했습니다. 인도는 14%를 차지했습니다. 그 당시 영국은 5%, 미국은 1%였습니다. 이제 다시 아시아의 시대가 올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식경제시대에 아시아의 강점은 높은 교육 전통과 교육열입니다.
 
천년 동안 한국과 중국은 지배층의 세습제도가 배제되고 과거라는 고등고시를 통해서 인재를 등용했습니다. 최고위직인 영의정의 아들이라도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면 등용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매우 중요시 되었습니다. 이러한 교육 중시의 전통은 아시아의 여타 국가에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지식기반경제시대에 교육은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요소인 것입니다. 아시아가 바로 그러한 지역인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한국은 2차 대전 이후 여러 가지 수난을 겪었습니다. 1,300년 동안 지속된 통일국가가 타의에 의해서 분단되었습니다. 그 결과 동족상잔의 전쟁이라는 참화도 겪어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60년 동안 군사적 대립을 하고 있으며 휴전상태만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거기다 외환위기도 겪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지금 세계 11위 경제대국의 자리에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제적인 지원과 우리 국민의 애국적 헌신, 그리고 정부와 기업인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컸습니다.
 
이제 우리 한민족에게 진정한 안전과 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남북한간의 화해 협력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러한 화해 협력의 바탕 위에 남북한을 종단하는 철도가 운행되는 것입니다. 이미 남북한간의 철도는 동서 양측 두 곳에서 연결되었습니다. 그러나 북미대결의 여파로 아직 운행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만일 운행이 본격화되면 남북한간의 경제, 문화, 체육 등 각 분야의 교류 협력은 급진전할 것입니다. 남한과 북한은 윈윈(win-win)의 공동이익을 향유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압록강을 넘어서 유럽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가 개통되어야 합니다. 한반도를 종단하는 TKR(Trans-Korea Railway),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TSR(Trans Siberian Railway), 몽골을 횡단하는 TMGR(Trans-Mongolia Railway), 만주를 횡단하는 TMR(Trans-Manchuria Railway), 그리고 중국을 횡단하는 TCR(Trans China Railway) 등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철의 실크로드’가 운행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 기차는 동에서 서로 가는 과정에서 남과 북의 주변 각국이 빠짐없이 연결될 것입니다.
 
이곳 부산은 태평양 쪽의 물류 거점이 될 것입니다. 일본과 기타 태평양 국가의 많은 물류가 한반도를 종단해서 유라시아 각국으로 전달될 것입니다. 부산발 기차는 파리, 런던까지 연결될 것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의 실크로드’는 해상수송에 비해 20~30%의 물류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안전수송도 보장될 것입니다. 옛날 번창을 누렸던 ‘실크로드’가 다시 한번 ‘철의 실크로드’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유라시아 번영의 시대를 실현시킬 것입니다. 역사는 되풀이 됩니다.
이러한 철도수송의 전성시대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 종단철도가 운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북한 철도의 노후화된 시설의 보수와, 현재 단선으로 운영하고 있는 철로의 복선화가 시급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2001년 2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서울 방문 당시, 그때 대통령으로 재임중이던 나와 장시간 동안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남북한 종단철도의 연결에 대해서 협의하고 의견일치를 본 바 있습니다. 북한과도 같은 합의를 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도 중국횡단철도(TCR)의 운행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습니다.
 
부산발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운행에 대해서는 러시아와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이 모두 찬성하고 이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고이즈미 전수상도 ‘철의 실크로드’가 열리면 한일간의 해저터널을 건설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저해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북한 핵 문제는 오늘 회의의 본래 의제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의 실크로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종단하는 철도운행이 필수적입니다. 한반도 종단철도 운행을 위해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됐을 때 한반도 종단철도가 원만하게 연결되고 운행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당면한 핵문제에 대해서 몇 마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북한 핵문제는 우리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우리는 북한 핵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북한 핵은 세계평화와 한반도의 안정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북한 핵은 1991년에 남북한간에 합의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우리는 북한이 조속한 시일 내에 핵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는 동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사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주고 경제제재를 해제해 주어야 합니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억류 문제는 부정의 증거가 있으면 제시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책임지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증거가 확실치 않으면 자금의 억류를 해제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6자회담을 적극 지지합니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로써 해결하고 이를 6자회담이 지지하고 그 실천을 공동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직접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화하지 않고 문제가 풀릴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악을 행하니까 대화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대화는 선한 자와도 하지만 필요하면 악한 자와도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 상대인 북한과 대화해서 휴전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그 결과 한반도에는 50년 이상 평화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전쟁범죄자’로 몰았던 중국의 모택동을 찾아가서 대화했습니다. 이 대화의 결과 중국은 개혁 개방의 길로 나감으로써 오늘과 같이 우리가 안심하고 여행하고 투자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비난했지만 대화했습니다. 대화의 결과는 소련과 동구라파의 민주화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베트남과 전쟁까지 했지만 대화를 통해서 오늘날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쿠바에 대해서 미국은 50년 동안 봉쇄했지만 미국 눈앞에 있는 조그마한 섬을 지금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얻습니다. 공산국가는 억압과 봉쇄로는 결코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강해집니다. 정부가 모든 불행을 외부 탓으로 돌리고 주민들을 세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했을 때 공산국가의 국민들은 세계를 알고 그들이 얼마나 불행한 생활을 하고 속고 있었는지 알게 됩니다. 이와 같이 안에서 각성하고 변화한 국민에 의해서 공산국가는 변화합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해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는 동시에,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하고 여러가지 제재를 해제해주었을 때 북한은 ‘제2의 중국’,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민주화의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하에서는 중산층이 성장하게 되고, 중산층이 성장하게 되면 반드시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아시아 각국의 민주화 현상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핵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남북한간의 종단철도(TKR)가 개통되어야 합니다. 열악한 상태에 있는 북한 철로를 보수하고 나아가 복선화를 실현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하여 남한을 출발한 기차가 북한을 거쳐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서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동구라파, 서구라파를 향해 달려가는 ‘철의 실크로드’가 개통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아시아 대륙 28개국을 연결하는 8만Km의 아시아횡단철도(TAR, Trans-Asian Railway)의 정부간 협정식을 갖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UN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 교통장관회의는 유라시아 대륙의 내일의 번영을 가져오게 될 막중한 의의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우리 모두가 북한 핵의 평화적 해결을 지원합시다.
한반도에 평화가 빨리 오도록 도웁시다.
그리하여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고 유라시아 전 대륙을 하나로 묶는 '철의 실크로드'의 창창한 미래를 열어갑시다.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