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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세계도서관정보대회 김대중 전대통령 기조연설(2006.8.20, 서울 코엑스)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839  
[제72회 세계도서관정보대회 김대중 전대통령 기조연설(2006.8.20, 서울 코엑스)] *8.14 月 최종
 
지식정보화 시대의 견인차 - 도서관
 
존경하는 알렉스 번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회장, 신기남 대회 조직위원장,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한상완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그리고 이 자리에 출석하신 국내외의 귀빈 여러분!
오늘의 성대한 제72회 세계도서관정보대회를 축하하며 그 성공을 빌어 마지않습니다.
여러분!
인류는 탄생 이래 긴 세월을 떠돌아다니면서 채집과 수렵으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지금부터 약 1만년 전에 나일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 황하 유역 등 강가에 모여서 농경사회를 이룩하기 시작했습니다. 농경사회로 인해 도시국가가 형성되고, 통치자와 행정관들이 주민들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행정과 생활환경을 보살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지식이 일어나고 교육이 보급되어 여기저기에 도서관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농경사회는 18세기 중엽부터 산업사회로 전환되었습니다. 산업사회에 들어와 공업생산과 무역거래, 기술발전 등 지적인 영역이 확대됨으로써 교육과 도서관이 대량으로 보급되었습니다. 산업사회의 필수적 요소는 토지, 자본, 노동력 등 눈에 보이는 분야였습니다. 산업사회의 엄청난 물질적 발전은 20세기말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지식정보화 시대가 본격화했습니다. 지식정보화 시대는 창의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가 경제의 선도자가 되고, 육체노동자가 아닌 지식노동자들이 대량으로 등장하는 시대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과 정보가 모든 분야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이제 도서관이 역사상 전례 없는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시대에서도 도서관은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2차적이고 제한적인 역할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21세기의 도서관은 지식정보화 시대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첫째, 도서관은 모든 지식정보 콘텐츠를 총집합시킨 저장고가 될 것입니다. 어떠한 지식과 정보, 그리고 어떠한 형식의 콘텐츠도 도서관은 빠짐없이 저장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정보화 기술의 발달은 이런 일을 능히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둘째, 도서관은 종래의 열람과 대본 위주의 역할에서 나아가 국내외의 모든 수요자들과 지식정보 콘텐츠를 주고받는 역동적 기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디지털화, 온라인화하여 누구든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PC, 핸드폰, DMB 등 디지털 통신기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도서관’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넷째, 지금까지 양질의 지식을 얻고 교육을 받는 것은 주로 가진 사람들의 특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아무리 가난한 나라도 컴퓨터 하나만 가지면 미국의 국회 도서관이나 우리나라의 국립 도서관을 위시한 세계 모든 나라의 모든 도서관을 인터넷으로 찾아가 자기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콘텐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가난한 나라에게도 빠짐없이 최고의 지적 접촉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21세기 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입니다. 정보화의 어두운 그림자인 ‘정보격차’를 해소하는데 도서관만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도 없습니다.
 
다섯째, 21세기 도서관은 빈곤타파와 빈부격차 해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경제의 요소가 과거와 같이 눈에 보이는 물질과 자본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과 정보의 시대인 만큼 가난한 나라도, 가난한 사람도 이런 지식 정보와 콘텐츠에 적극 접근하여 활용하면 누구나 부를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는 모든 가난한 사람에게 계층 상승과 재산 증식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의 중심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가난 극복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세계에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가 있습니다. 오늘의 세계적 불안, 특히 테러가 횡행하는 근저에는 빈곤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 때문에 절망과 분노에 찬 사람들이 테러분자의 은신처를 제공하는 등 테러세력의 온상이 되고 있고, 목숨까지 바치며 테러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통해서 지식정보 콘텐츠를 공급하여 빈곤타파의 희망이 보이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테러리즘을 외면하게 될 것입니다. 당면한 테러분자에 대한 단호한 대책과 더불어 가난한 사람들이 테러의 유혹을 뿌리치고 현실의 삶에서 희망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여섯째, 도서관은 문명간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으로 크게 활용되어야 합니다. 오늘날 중동 사태를 중심으로 기독교와 이슬람교간의 문명의 대립상태는 세계를 불안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양 문명간의 대화가 없으면 상호이해와 화해, 협력은 불가능하고 오해와 불신과 증오만 쌓여갈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세계 도처에서 전투와 테러가 하루도 그칠 날이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도서관 기구는 이슬람교와 기독교, 고통 받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선진국가의 사람들, 동양과 서양 사이에 대화와 정보교환을 통해 이해와 우정과 협력의 증진을 실현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빈곤타파와 더불어 테러리즘을 극복하고 세계를 평화로 이끌어 가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도서관은 평화에의 견인차도 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다양한 문명 속에서 세계와 협력하는 세계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다음에는 한민족의 지적, 문화적 전통과 21세기 발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서 몇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민족은 4세기경 고구려의 소수림왕이란 분이 도서관을 처음으로 설치했습니다. 그 후 계속해서 왕실문고, 사원문고, 교육문고, 관영문고, 사영문고 등이 설치되었습니다. 한편 기록문화가 계속 발전해 왔습니다. 12세기에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가 발명됨으로써 우리 민족의 출판 활동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크게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14세기에 시작되어 5백년 가까이를 기록한 방대한 ‘조선왕조실록’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집현전’, ‘규장각’, ‘사대사고(四大史庫)’ 등을 만들어서 지식자원을 보전해왔습니다. 그리고 ‘홍문관’이나 ‘성균관’ 등에서 관리와 유생들은 이러한 지식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학문적 실력을 닦았습니다.
 
우리 민족의 지식과 교육이 발달된 데는 과거제도가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봉건적인 관직의 세습제도가 없었습니다. 오늘의 국무총리에 해당되는 영의정의 자식이라도 과거라는 채용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관직에 용될 수가 없었습니다. 이는 부자세습을 계속해온 서구사회의 봉건제도와는 크게 다릅니다. 이러한 과거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관리에 등용되고자 열심히 공부했고, 그 공부의 필요 때문에 여러가지 도서관 시설을 이용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불교, 유교 등의 고급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고급문화를 받아들인 중국 주변의 민족들은 거의 다 중국화되었습니다. 심지어 청나라를 세워 3백년 가까이 중국대륙을 통치한 만주족도 거의 전부 중국화되었습니다. 후진 문화의 사람들이 선진 문화에 접했을 때 일어나는 필연적인 소멸현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한민족만은 달랐습니다. 중국의 고급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도 이를 주체적으로 소화하고 재창조함으로써, 해동불교, 조선유학이라는 우리 나름의 문화적 특징을 갖는 불교와 유교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주체성과 교육의 보급은 한국에서 지난 50여년 동안 계속된 독재에 대항하여 싸우는 힘이 되었습니다. 수백 명이 목숨을 바치고, 수천 명이 감옥에 가고, 고문당하는 등 갖은 박해를 받았습니다. 저 또한 독재정권에 의해서 네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겼고, 6년 반 동안 감옥에 갇혔으며, 20여년 동안 망명, 연금, 감시하의 생활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탄압 속에서도 저와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열망은 결코 독재 앞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국민의 힘으로 세 번에 걸친 독재정권을 극복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반석 위에 세워지게 됐습니다.
 
한국은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있어서 세계의 선두대열에 서 있습니다.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지적 저력과 교육전통, 그리고 민주주의를 쟁취해낸 국민적 힘이 한국사회의 역동적인 전진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나는 대통령 재임 당시 정보화 시대의 실현을 위해서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성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또한 모든 도서관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소장 자료를 데이터 베이스화했습니다. 검색 시스템을 개발하고 디지털 전자도서관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어떤 기기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도서관’ 시대의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이제는 농촌이나 산골, 낙도에서도 마음대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시대입니다. 지식정보화 시대는 도서관이 핵심 거점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이 잘 되면 세계도 잘 될 것입니다. 도서관은 지식과 정보와 콘텐츠를 저장하는 저수지의 댐입니다. 도서관은 역사를 이끌어 가는 견인차입니다. 여러분은 그 견인차를 운전하는 자랑스러운 운전자의 소임을 맡고 계십니다.
 
오늘 대회를 계기로 세계의 도서관 활동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한국에 계신 동안에 유쾌하게 지내시고 좋은 성과를 이룩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