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연설)
 
로마협정 50주년 EU 기념행사 세미나 기조연설 (2007.3.27)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666  
[로마협정 50주년 EU 기념행사 세미나 기조연설 (2007.3.27)]        
 
EU, 한반도, 그리고 東아시아
 
존경하는 브라이언 맥도널드 EU 대사, 노르베르트 바스 독일 대사를 비롯한 EU 각국 대사 여러분! 휴베르트 피르커 유럽의회 한반도위원회 위원장,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과 참석하신 내외귀빈 여러분!
오늘 로마조약 50주년 EU 기념행사 세미나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동시에, 이 자리에서 기조연설을 하도록 초청해주신 데 대해서 감사해마지 않습니다.
EU의 역사는 유럽인은 물론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과 교훈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첫째, EU는 유럽을 뒤덮은 냉전과 이질체제를 극복하고 자유와 인권, 시장경제와 정의를 기반으로 한 유럽 대륙을 실현했습니다.
둘째, EU는 처음 6개국에서 출발하여 오늘날 27개국이 참여하는 대유럽 통합을 이룩함으로써, 분단과 갈등의 시대에서 통합과 협력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셋째, EU는 1차대전, 2차대전 등 피로 얼룩진 대륙에 안정된 평화체제를 가져옴으로써, 세계의 모든 분쟁지구 사람들에게 커다란 교훈과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넷째, EU는 부드러운 외교와 적극적인 무역 확대 등으로 국제협력은 물론 국제분쟁의 해결에 비군사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섯째, EU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 감축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인류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는 환경문제 해결의 선두주자가 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EU와 한국은 지리적으로 거리는 멀지만 관계는 매우 가깝고 깊습니다.
첫째, EU 회원국은 대한민국 탄생 당시 UN에서 그 탄생을 적극 지원했을 뿐 아니라, 한국전쟁 때에는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군사적, 비군사적 방법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한국 국민은 그 은혜를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 EU는 한국의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투자를 통해서 우리의 위기극복 노력을 도왔을 뿐 아니라, 지난해 말까지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많은 4백 5억불을 투자하여 투자규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EU는 중국 다음가는 한국의 제2의 교역 파트너입니다. 한국은 EU의 최우선 FTA 협상대상국으로 선정되었으며, 머지않아 성공적인 협상을 진행시킬 것입니다.
셋째, EU의 대부분 회원국은 한국과의 협의 아래 북한을 승인함으로써, 한국의 안정된 대북정책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독일 통일이나 EU 통합의 역사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에 대한 많은 영감과 교훈을 얻고 있습니다.
넷째, 우리는 남북한에 걸쳐 밀접한 관계가 있는 EU가 앞으로 6자회담이 성공한 후 한반도와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보장기구로 상설화되었을 때, 어떠한 형태로든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유롭 통합의 소중한 경험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번영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동아시아는 EU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동아시아는 EU의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유럽 통합은 동아시아의 미래에 커다란 교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EU와 같이 비전과 인내와 의지를 가지고 동아시아의 통합에 한발한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1998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제시하고 ‘동아시아비전그룹’(EAVG)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 후 동아시아 각국은 논의를 거듭해서 2005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루에서 제1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개최했습니다. 우리의 노력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EU가 걸어온 역사적 교훈을 잘 배워가면서 중단없는 노력을 한다면 반드시 EU와 같은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EU 통합은 과거 나치 치하에서 범한 죄악에 대한 독일의 반성과 속죄와 배상, 그리고 역사 교육 등 진지하고 성의 넘치는 행동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이룩될 수 있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EU와 같은 성공적인 통합의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같은 전쟁 범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이 독일의 성공 사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새로이 태어난 일본과 더불어 한반도와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EU와 우리는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긴밀한 역사적 관계가 있으며 현재와 미래에도 더 큰 협력과 공동발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현재 존재하는 ASEM 정상회의가 그 기구와 역할면에서 휠씬 더 강화되어, EU와 동아시아간의 실질적이고 보람 있는 협력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ASEM 정상회의도 2년마다 개최하는 방식에서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무국의 설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EU 50년의 역사와 현실은 너무도 많은 교훈과 너무도 많은 협력의 필요성을 우리에게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EU와 그 회원국들이 더 많은 관심과 협력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평화와 번영과 정의가 실현돼 나가도록 적극 협력해 줄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다음으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에 대해서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1993년 북한 핵 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된 이후 일관되게 주장해 왔습니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국교를 정상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북한 핵 문제는 반드시 해결될 것이다.”
사실 제가 대통령으로 있을 당시 저는 미국 클린턴 정부와 긴밀한 협력 속에 북한 핵 문제가 거의 해결의 종착역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부시 정권이 등장하여 미국은 직접대화를 거부하고, 북한의 체제 전복까지 운운하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이리하여 북핵문제는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오히려 많은 후퇴가 이루어졌습니다. 북한은 NPT(핵확산방지조약)를 탈퇴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을 추방했습니다. 또한 제네바 협정을 무효화하고,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폐기하고, 마침내 핵 실험까지 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하자 전세계는 경악과 분노에 휩싸였고, 이제는 파국의 종말이 올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파국은 아니다. 해결의 길은 있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의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해제, 국교정상화를 약속한다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응할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행히 지금 상황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들은 6자회담의 앞날에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아직도 비관론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6자회담의 전도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는 믿습니다.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되고, 6자회담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먼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은 이제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면에 이르렀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왔지만, 중국이 동참하지 않는 경제제재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은 이라크에서와 같이 북한에 대해 군사행동을 할 처지도 못됩니다. 미국은 지금 이라크 등 중동에 발목이 잡혀 북한을 군사적으로 제재할 여력이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군사제재는 우리 한국은 물론 6자회담의 다른 대부분 나라들이 반대할 것입니다. 거기에다 미국은 작년 가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상황이 크게 변했습니다. 민주당은 클린턴 정권이 추진하던 바와 같은 포용정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외에 부시 대통령은 다음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에서라도 성공을 거둬야 할 긴박한 정치적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제 부시 대통령의 대북한정책은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직접 대화하고, 안전보장과 국교정상화 등을 허용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부시 대통령의 현실적인 정책변화를 크게 환영하고 지지하는 바입니다.
한편, 북한의 입장에서도 이번 기회에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이제 오랫동안 자신이 바라던 주장을 관철시켜, 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해제와 북미간 국교정상화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도 해결에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미국의 이러한 양보에도 불구하고 계속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당초부터 북한의 핵 보유에 불만을 가져온 중국이나 한국도 경제제재 등에 결정적인 태도를 취할 것입니다. 북한은 이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 보유는 일본, 대만까지 핵을 보유하겠다고 나서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중국에 있어서는 하나의 악몽입니다.
북한은 최근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은 북한에서는 신성불가침한 지상명령입니다. 김정일 정권이 이를 되풀이 말하는 것은 핵을 포기했을 때 있을 수 있는 국민적 불만이나, 군부의 반발을 미연에 완화시키는 조치로 보여집니다.   
이상 말한 바와 같이 미국과 북한 쌍방 모두 직접대화를 통해서 주고받는 협상을 진전시키고, 6자회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상은 공동승리의 협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에는 일거에 평화의 봄이 도래할 것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 남북관계가 크게 진전될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의 전쟁상태를 종식시키는 평화협정 체결의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진행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우리는 통일에 있어서 베트남식의 무력통일이나, 독일식의 흡수통일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는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원칙 아래, 제1단계 남북연합, 제2단계 남북연방, 제3단계 완전통일의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우리는 북한과 평화적으로 살다가 서로 동질성도 회복되고 북한의 경제도 많이 회복됐을 때,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될 때 통일할 것입니다. 아마 10년이나 20년이 걸릴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반도의 독립과 안전과 자유와 경제발전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EU와 회원국 여러분께서는 이러한 우리의 통일에 대한 과정을 이해하시고 적극 지원해줄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로마조약 50주년 기념행사를 축하하며 EU의 더 큰 발전을 기원해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