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강연)
 
미국 스탠퍼드 대학 총장 주최 오찬 연설 - 1998. 6. 12 벤처기업의 역할과 양국간 협력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862  

미국 스탠퍼드 대학 총장 주최 오찬 연설 - 1998. 6. 12

벤처기업의 역할과 양국간 협력

존경하는 스탠퍼드 대학 게어하트 캐스퍼 총장님,

그리고 벤처 기업인 여러분!

오늘 오전 미국 벤처기업의 본산인 실리콘 밸리를 직접 방문하고, 또 이 실리콘 밸리를 일으킨 스탠퍼드 대학에서 여러분과 오찬을 함께 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이곳 실리콘 밸리는 8,800여 개의 정보통신분야 벤처기업들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을 마음껏 펼치는 곳입니다. 나에게 그런 역동성과 감동을 느낄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게어하트 캐스퍼 총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나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휴렛 팩커드의 류 플렛 회장님과 인텔의 베렛 사장님을비롯하여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 사장 등 정보통신업계의 세계적 주인공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21세기가 벤처기업가 여러분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승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비자의 개성있는 수요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소량 다품종 생산방식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OECD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에 있어서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세계 각국은 기술집약적 벤처 기업의 육성과 벤처캐피털의 활성화를 정책의 주요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렇듯 세계는 벤처기업시대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반도체와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전략산업분야에서 일본에게 주도권을 내주었지만, 정보산업을 중심으로 창조와 혁신에 기초한 벤처기업의 성공적인 발전으로 재도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벤처기업으로 고용문제도 해결했습니다. 유럽이 l0% 이상의 고실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4-6%대의 낮은 미국의 실업률은 실로 경이적인 일이었습니다. 미국의 대기업들이 20만 명 이상의 실업자를 내고 있는 기간에 벤처기업들은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벤처기업은 고부가가치・고능률 제품의 생산을 통해서 엄청난 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미국의 경험을 대단히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경쟁력 회복과 고용 창출이 절실한 우리에게 미국은 큰 교훈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벤처사업 등 개인사업을 하거나 투자하고 있는 벤처 천국 미국을 한국이 제대로 배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벤처정신과 벤처문화가 한국을

오늘의 경제위기에서 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벤처 기업인 여러분!

지금까지 한국은 벤처기업이 성장하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토양이었습니다. 한국에는 그동안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 시장을 지배해왔습니다. 기술력과 창의력은 그 틈바구니에서 질식되어 있었습니다. 권력이 경쟁력이 없는 특정기업에게 독점적 특혜와 은행의 여신을 집중시키는 반민주적이고 반시장경제적인 상황에서 벤처정신이 뿌리내릴 수 없었고, 따라서 벤처기업은 성장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서 한국은 시장경제 원리의 충실한 실천을 요구하는 IMF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가운데, 그동안 외면당했던 경제의 구조개혁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이라는 국정운영철학을 바탕으로 무엇보다 기술력과 창의력이 존중받는 경제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급두뇌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 두뇌를 살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투명하고 개방된 경제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개혁이, 벤처기업이 번창 할 수 있는 기름진 토양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나는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서 외국인 투자의 유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투자가들은 자본과 함께 선진된 경영기법, 투명한 기업운영, 국제적 수출시장을 아울러 가지고 올 뿐 아니라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많은 일터를 주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미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을 보다 폭넓게 개방하기 위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외국인에 의한 공격적 M&A를 전면 허용하는 법률도 최근 입법화하였습니다. 외국 투자가들은 한국 기업의 주식을 제한없이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도 내국인과 똑같이 자유롭게 취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벤처산업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을 벤처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시장으로 개편하고,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중소 벤처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한도를 폐지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3월에는 창업투자조합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을 완전히 철폐했습니다. 또한 인천시의 미디어 밸리 등 첨단 외국인 투자단지를 조성하여 외국의 벤처 캐피털리스트와 우수한 벤처기업들이 세계 어느 지역보다 좋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인프라 스트럭처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나는 우리나라 벤처기업을 일으키기 위해 무엇보다도 실리콘 밸 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창업문화를 먼저 정착시킬 것입니다. 실리콘 밸리가 우리에게 주는 벤처정신은 실패와 변화에 대한 관용, 위험성의 모색, 변화와 다양성에 대한 열정, 그리고 지역사회로의 재투자 등이라고 믿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귀빈 여러분!

나는 한국과 미국이 벤처기업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경우, 매우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실리콘 밸리는 부족한 노동력 때문에 고임금에 시달리고 있고, 벤처캐피털 회사는 미국내의 투자수익률 감소로 새로운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지식산업시대에 걸맞은 양질의 인적자원을 풍부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사용이 사무실과 학교에서 급속하게 보편화되어 가고 있으며, 정보통신분야의 인프라 스트럭처와 응용기술개발 수준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고 계신 여러분이 한국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국은 여러분에게 가장 유망한 성공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한・미 두 나라 관련 업계들이 서로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상호 협력방안을 함께 모색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의 투자와 기술적 협력을 통해서 한국에 벤처기업이 크게 융성하는 시대가 열릴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