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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주요 인사 초청 리셉션 인사말씀 - 1998. 6. 10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국정운영의 기본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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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주요 인사 초청 리셉션 인사말씀 - 1998. 6. 10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국정운영의 기본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분 모두는 우리 한국 국민의 오랜 친구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분들도 많습니다. 과거 내가 여러분 앞에 섰을 때마다 나는 언제나 군사독재 또는 권위주의 정권과 싸운 야당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그리고 내가 50년만에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루고 대통령이 되는데는 여러분의 성원이 매우 컸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나는 공산주의자들에게 한번, 군사독재자들에게 네번, 모두 다섯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6년을 감옥에서 지냈으며, 10년을 망명과 연금속에 살았습니다. 또한 40년 이상을 권력의 감시 아래 살아야만 했습니다. 참으로 긴 세월의 시련이었습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서슴없이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의 민주주의는 우리 국민의 승리인 동시에 바로 여러분의 승리였다고 말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아시아에서는 오랫동안 민주주의는 아시아에서는 적합지 않으며, ‘아시아적 가치’ 는 다르다고 하는 주장이 그럴 듯하게 통용되어 왔습니다. 아시아의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은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장애가 된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두 가지 점에 있어서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진정한 아시아적 가치는 민주주의와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일치한다는 점 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 공자의 후계자인 맹자가 존로크의 국민주권론과 상통하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 주장은 이렇습니다. “임금은 하늘의 아들이다. 하늘의 아들은 백성에게 선정을 하도록 하늘로부터 위임을 받았다. 만일 임금이 그러한 위임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일어나서 임금을 쫓아낼 권리가 있다” 고 했습니다. 부처님은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천상천하에서 사람의 인권이 가장 존귀하다” 고 말했습니다. 우리 한국의 민족종교인 동학(東學)에서는 “사람이 즉 하늘이다. 사람 섬기는 것을 하늘 섬기듯 하여라” 하는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서구가 아시아보다 앞선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제도입니다. 물론 이것은 천재적인 발견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상통하는 철학과 전통은 이와 같이 아시아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아시아적 가치는 오히려 민주주의와 일치합니다.

둘째는 민주주의가 없는 곳에는 진정한 시장경제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시장경제가 없는 곳에서 세계시장에서 이겨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경제를 발전시키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한국에서는 새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국정운영의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오늘의 경제적 위기는 이 두가지를 같이 추구하지 않은 데 가장 큰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제대로 했다면 추악한 정경유착은 없었을 것입니다. 정부가 은행 간부의 임명이나 대출을 좌지우지하는 관치금융도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극심한 부패도 없었을 것입니다. 한국의 은행이나 기업들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입각한 경영을 통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은행과 기업으로 발전했을 것입니다. 또한 오늘과 같은 외환위기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발전시키는 것을 국가의 최고 철학이자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한・미관계는 단순한 안보나 무역상의 동반자만이 아니라 한단계 높은 철학과 원칙에 있어서의 동반자 관계로 승화된 것입니다. 양국관계에 대한 이러한 견해는 클린턴 대통령과 나 사이에서도 완전히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한국은 지금 북한에 대한 정책에 있어서도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확고한 안보태세와 더불어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 수 있는 햇볕정책에서 일치했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유연한 정책은 북한이 안심하고 문호를 개방할 수 있도록 인도할 것입니다. 이것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끈질기게 노력하고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나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은 있지만 북한은 개방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는 절실한 여건하에 있습니다.

성공은 그것을 믿고 꾸준히 노력한 자의 것입니다. 처음부터 포기한 자에게 성공은 없습니다.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한국이 지금 얼마나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는지는 여러분이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난관을 반드시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11번째의 경제대국을 만들어낸 우리 국민입니다. 그들의 애국심과 헌신, 그리고 높은 교육수준과 문화수준을 겸비한 능력은 반드시 우리 경제를 다시 살리고 우리나라를 세계 선진국 대열로 이끌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나는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이 점에 대해서 적극적인 지지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여기 계신 여러분, 즉 우리의 오랜 친구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새로운 한국을 위해서 협력해 주십시오. 나는 려러분이 있기 때문에 미국을 뒤로 하고 안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여러분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겠습니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