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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 - 1998. 6. 10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과 미국의 역할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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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 - 1998. 6. 10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과 미국의 역할

존경하는 의장, 상원의장, 상하 양원의 의원 여러분,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까지 이 영광된 자리에서 연설한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두번이나 죽음의 위기에서 결정적으로 그 생명을 구해 준 당사자가 국가 원수로 이 자리에 선 예는 내가 처음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1973년 내가 군사정권에 의해서 납치되어 살해될 뻔했던 때와 1980년 독재정권하에서 사형선고가 내려졌을때, 내 생명을 구해 주었던 것입니다.

나는 일생 동안 다섯번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첫 번째는 한국전쟁 당시 공산군의 감옥에 갇혔을 때이고, 나머지 네번은 역대 군사독재자들에 의해서였습니다. 나는 지난 40년의 감시생활중에서 6년을 옥중에서 보냈고, 또 다른 10년 이상을 가택연금과 망명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1973년 나는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한국의 KCIA 요원에 의해서 납치되어 그들의 공작선에 실려졌습니다. 그들은 내 전신을 결박해서 바다에 던지려 하였습니다. 그 순간 나는 죽음의 문턱에 섰던 사람이나 알 수 있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분께서 내 곁에 서 계셨습니다. 나는 그분께 구원을 청했으며, 하느님이 나를 구해 주실 것을 믿었습니다. 바로 그때 비행기 한 대가 배 위로 날아와 납치범들을 제지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비행기는 나를 살리기 위해 미국의 통보를 받고 날아왔던 일본 비행기였습니다.

1980년 나는 군사쿠데타 주동자들에 의해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당시 정부이양 단계에 있었던 카터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 당선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었던들 오늘의 이 연단은 비워져 있었을 것입니다. 감옥에서도 내 생명에 대한 위협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독재정권에 협력하여 일신의 편안함을 추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코 국민을 배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나에게 이제 곧 죽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사실 나는 죽음이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때때로 거울 속의 나 자신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면서 깊은 상념에 잠깁니다. 그리고 40년에 걸친 수난의 세월을 어떻게 견디어낼 수 있었을까를 생각합니다. 그 당시의 고뇌와 회의는 지금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몇년 후, 나는 여러분의 위대한 지도자였던 아브라함 링컨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라는 말의 참뜻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가장 유명한 민주주의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까지 나를 이끌었던 믿기 힘든 지난 역정을 국민의 공복이 된 지금도 나는 결코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왔던 미국 국민, 내 생명을 구해 주었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 여러분이 내게 제공했던 안전한 피난처를 나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과 나 사이에 강한 정치적 유대감을 만들어 준 그 운명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의장, 상원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한・미간에 국교가 수립된 지도 116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한・미 양국은 우호적 관계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습니다. 미국은 한국이 일제의 쇠사슬로부터 해방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공산주의자의 남침을 방어하는데도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공산독재자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기 위해 귀중한 생명을 바쳤던 3만 3,000명의 미국 젊은이들의 영령 앞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반세기 전 한국전쟁에서 싸웠던 용감한 미국인들에게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몇몇 분들이 여기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헌신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도 평화가 정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미 양국군은 북한 공산군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고, 북한을 화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다시 한번 북한의 지도자에게 말합니다.

첫째,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의 무력도발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북한을 해치거나 흡수통일을 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리고 셋째, 남북간의 전면적인 교류・협력을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정책방향은 우리 국민 모두와 미국을 위시한 일본・중국・러시아, 그리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용납해서는 안됩니다. 힘에 의한 평화를 확고히 지켜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전쟁이 아닙니다. 북한과의 평화적 교류・협력을 추구할 뿐입니다. 제네바 미・북 합의(Geneva Agreed Framework)는 이점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세계의 핵확산금지체제를 강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야 합니다.

한국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KEDO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프로젝트에 대한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미국도 미・북 합의의 원활한 이행을 계속해 주기 바랍니다. 북한을 화해로 이끌기 위해서 한・미 양국은 강력한 안보태세에 바탕을 두고 개방을 유도하는 ‘햇볕정책’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 선의와 진실을 가지고 대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의구심을 떨치고 개방의 길로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유연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지나가는 행인의 코트를 벗기기 위해서는 강력한 바람보다는 햇볕이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경분리원칙 아래 광범위한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추진하 고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바랍니다.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보다 자신감을 갖고 차분한 자세로 협조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북한으로 하여금 심리적인 여유를 갖게 하여, 결국 마음을 열고 문호를 개방하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경계를 결코 게을리 하지는 않겠지만, 평화를 위한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접근방식과 원칙이야말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와 미국, 그리고 전세계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아시아는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4대국이 이 지역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4대국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의 국익과 안전은 이들 나라들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미군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계속 주둔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긴요하고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의장, 상원 의장!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습니다. 그러나 작년 말 갑자기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중대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이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을 돕기 위해 국제적 협력을 선도해 왔습니다.

어려울 때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나는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격려의 전화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 계시는 의원 여러분이 보내준 메시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원인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내 전임자들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없었고,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 있었을 뿐입니다. 부정부패가 만연했습니다. 비정상적인 대출관행들이 우리나라 은행과 기업들의 체질을 약화시켰던 것입니다.

한국은 길고도 험난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실업자는 사상최대로 늘어나고 있고 불경기와 기업도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 국민과 정부는 하나가 되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노사정이 경제재건을 위해 제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법률도 마련했습니다. 지금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상당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작년 12월 18일 39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가 지금은 350억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한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환율과 금리도 차츰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전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고 중요한 것은 외국인의 투자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 유치에 대한 한국 국민의 태도는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 중 87%는 외국인 투자가 한국 경제에 이익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한국 정부는 외국 투자가가 국내 투자가와 똑같은 조건 아래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과감하게 개정했습니다. 이제 한국은 외국 투자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할수 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아주 값진 기회들을 결코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국제무역에 있어서도 우리는 시장을 개방할 것입니다. 불공정한 규제를 철폐하고, 외국 상품에 대한 법적 차별도 결코 허용치 않을 것입니다. 자유무역은 우리의 성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방대한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는 외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아낌없는 지원이 긴요합니다. 한국은 미국의 여덟번째 가는 무역파트너이며, 미국의 확실한 동맹국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나는 여러분과 미국 국민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우리 한국의 구조개혁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 그리고 한국이 미국의 강력한 무역파트너로 다시 부상하기 위해서, 우리는 미국 국민의 격려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사실 한국은 중요한 때마다 미국에 대해 협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1980년대 한국은 특별구매사절단을 미국에 보내어 수십억 달러의 상품을 구매했습니다. 또한 지금 수개의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에 대해 각기 10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1996년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적자는 그해 총 무역 적자의 반 이상인 116억 달러나 되었습니다. 대한항공은 최근에 20억 달러에 달하는 비행기 구매계약을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와 체결했습니다.

의장, 상원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나는 IMF와 IBRD 등 국제금융기관의 협조에 감사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IMF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과감하고, 그리고 성공적으로 우리 경제의 구조를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이 미국 금융시장에서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을 하듯이, IMF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IMF는 국제금융위기를 방지하고 안정화시키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IMF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은 올해 1년을 전면적인 경제개혁의 해로 설정했습니다. 이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민이 당면한 물가고와 실업, 불경기, 기업도산 등과 같은 가혹한 시련을 이겨내야만 합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후반부터는 모든 여건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 한국 경제는 탄탄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며, 2000년부터는 전진과 도약의 단계로 다시 접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일어나 30년간의 노력 끝에 한국을 주요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동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우리에게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의장, 상원의장!

오랜 세월 동안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나로서도 흥분되는 이 순간, 수백만의 한국 국민도 지금 나의 연설을 듣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민주적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선출한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전당인 이곳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한국 국민은 분명히 우리 양국이 보다 가까워지며, 한차원 높은 동반자 관계와 우호관계를 이루어 내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아시아 각국은 큰 교훈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없이는 진정한 시장경제가 있을 수 없고, 시장경제의 활성화 없이는 세계화시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세계와 아시아의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함께 발전할 수 있고, 또 발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한국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우리 두 나라는 서로에 대한 역할을 함께 모색해야 하는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리하여 전 세계를 위한 모범을 함께 창출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의장, 상원 의장!

민주화된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내가 여러분 앞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미국이 두 차례나 죽음으로부터 건져낸 나의 운명을 어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두 나라가 진정으로 가치있는 일이라고 여겼던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우리는 그 오랜 기간 동안 힘겨운 투쟁을 벌여 나가야 했습니다. 이제 우리 양국 국민은 그 투쟁이 정말 가치있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고 말씀드립니다.

25년 전, 그리고 18  년 전, 미국은 결정적인 행동으로 한 개인이 지불할 수 있는 최고의 대가인 죽음으로부터 나를 결정적으로 구해냈습니다. 오늘 나는 여러분에게 우리가 깊은 우정으로 손을 맞잡고 민주주의의 빛나는 모범을 만들어 보자고 말씀드립니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