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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조찬 연설 - 1998. 6. 10 외국인 투자 유치는 한국 경제의 활로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124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조찬 연설 - 1998. 6. 10

외국인 투자 유치는 한국 경제의 활로

존경하는 톰 도나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해주신 기업인 여러분!

작년 4월 당시 나는 한국의 제1야당 총재로서 이곳에서 연설한 후, 한국의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정권교체를 이룩한 오늘 다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때 나는 여러분에게 ‘한국의 경제개혁’ 을 주제로 말씀드리면서, “한국은 번영하는 경제를 말하기 전에 경제개혁을 해야 한다” 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나는 또한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시장경제원리에 근거한 경제개혁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정권은 외채 급증과 같은 경제적 이상징후를 무시하고 불건전한 정책을 지속한 결과 경제가 거의 붕괴되다시피 하였습니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경제논리에 의해서 움직이기보다는 권위주의적인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어 왔습니다. 경제정책이 권력의 정치적 편의와 부패구조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입니다.

과거 정부는 자립정신과 경쟁력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보다는, 무능력한 기업이라도 권력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대준 기업가에게 은행여신 등의 지원을 집중시켜 주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소위 ‘개발독재’의 유산이며, 그 대표적 예가 작년 초의 한보 스캔들입니다. 정부는 한보철강이라는 부실기업에게 무려 50억 달러라는 거액을 제대로 된 담보도 없이 대출해 주었던 것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제 한국에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룩되었습니다. 50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것입니다. 이제야 한국 경제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운용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입니다. 더 이상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부정부패가 경제를 좀먹지 않을 것이며, 아시아의 위기를 가져온 구조적인 ‘도덕적 해이’ 도 더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이런 교훈을 얻기까지 이미 많은 대가를 치렀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희생 위에 이루어진 고도성장의 신기루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을 것입니다.

건실한 경제는 자주성과 경쟁의 원리가 보장되는 민주주의의 토양에서만 번영할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의 성장 원동력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추구해 온 운영방식에 있듯이, 이제 한국도 여러분과 같은 길을 흔들림 없이 추구해 나갈 것입니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체제 위에서만이 한국경제는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권한과 책임이 함께 하는 경제체제 아래에서만이 국가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는 것입니다.

국산품이건 외국상품이건 값싸고 질좋은 상품이 차별없이 환영받는 개방적인 경제체제에서만이 국경없는 무한경쟁에서 이겨나갈 수 있는 제질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경제가 되어야 각 경제주체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북돋울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가 국민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은 바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지향하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치유방안의 일환입니다. 이는 한국경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바꾸려는 노력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개혁작업이 지금 당장에는 고통과 고난을 가져온다 할지라도 묵묵히 인내하며 끝까지 관철해 나갈 것입니다. 나는 그런 나의 의지를 ’N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강조한 바 있으며, 여론조사의 결과를 볼 때 압도적인 다수의 한국 국민도 그러한 나의 의지를 지지해 주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 11위 경제를 이루어낸 우리 한국 국민입니다. 나는 한국이 위기와 고통을 반드시 이겨내고 당당히 세계무대에 다시 나설 수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여러분의 협조를 구하고자 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과거에는 일부 한국인이 외국인 투자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집권한 이후 줄기차게 설득한 결과 이제 우리 국민의 태도도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국민의 87%가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경제개혁과 함께 외국인 투자의 유치에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외국인 투자가 한국의 경제개혁과 경제회생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여론지지에 힘입어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기업과 똑같은 환경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었습니다. 이러한 제도개선은 계속될 것이며, 이제 한국은 외국 투자자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나라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완전 개방적인 국제교역정책을 추구할 것입니다. 불공정규제는 폐지되고 더 이상 외국제품을 차별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경쟁력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유교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1980년대에 미국이 무역적자에 허덕일 때, 한국은 특별구매사절단을 보내어 40억 달러의 미국 상품을 사들였습니다. 1996년 한국은 그해 무역적자 205억 달러 중 116 억 달러가 미국에 대한 적자로 나타난 것도 감수했습니다. 현재는 수개의 한국 대기업이 미국 내에 각기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미국 항공기 제조회사와 20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적극적으로 한국에 투자할 때입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991년, 한국의 노동권 보호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중단됐던 미국해외투자공사(Overseas Private Investment Corporation)의 한국에 대한 지원재개 결정이 미국의 대 한국 투자를 촉진시키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한국정부는 외국인의 보다 나은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지역의 선정, 투자절차의 간소화, 조세감면 등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의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제정중에 있습니다. 외환제도 역시 국제규범에 맞게 외국환관리법을 외환거래법으로 개편하여 경상거래는 모두 자유화하고, 자본거래에 대해서도 ‘원칙자유・예외규제’ 방식으로 전환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이 바로 한국에 대해 투자할 수 있는 최상의 적기업니다. 한국은 견고한 산업 기반과 양질의 노동력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주식가격은 현재 최저점에 이르렀으며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확신합니다.

홍콩의 「Far Eastem Economic Review」지와 미국의 CNBC방송이 지난달 공동으로 아시아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바 있었습니다. 그 결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 중 금융분야 등 경제개혁을 가장 잘하고 있는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으며, 한국이 아시아 경제위기에서도 가장 먼저 벗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한 컨설팅 회사가 한국 경제를 진단한 것을 보면, 민간부문의 과잉투자와 비효율적인 시설이용으로 한국의 경제위기가 초래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동 진단에 의하면 한국의 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한국이 이용하지 못한 유리한 조건들도 있습니다. 즉, 이미 투자된 자본설비와 근면하고 우수한 양질의 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데, 만일 여러분의 선진경영기법이 이를 보완한다면, 그 투자가치는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에 있어서 한국시장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이 네 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째가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반발이고, 둘째가 경제개혁의 부진이며, 셋째가 외국자본이나 외국상품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불편한 감정입니다. 그리고 넷째는 야당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개혁에 대한 정부 노력에 비협조적인 사실입니다. 나는 그런 지적이 결코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에 관해서 지난 2월에 이루어진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시장의 개혁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최근 새로이 구성된 제2기 노사정위원회는 제1기 위원회 합의사항의 이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기업의 구조조정과 실업대책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압도적 다수의 노동자와 국민이 경제재건을 위한 노동계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노동자와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발전시켜나가는데 대해서 자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경제의 개혁문제입니다. 먼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확보와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 그리고 업무의 효율성 증대를 목표로 한 금융구조 조정이 지금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제출된 은행경영 정상화계획에 대한 심사평가를 이달말까지 완료하고, 그 평가에 따라 부실은행의 인수・합병과 금융기관들의 철저한 자구노력이 실천될 것업니다. 이렇게 개혁된 금융기관들은 노사정 합의로 현재 추진중에 있는 기업개혁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입니다. 이 합의에 의해서 기업의 투명성 확보, 상호지급보증제도의 종식, 기업 재무구조의 견실화, 주력기업 중심으로의 기업 업종의 재편성, 그리고 기업 지배주주의 법적 책임 등의 조치가 필요한 입법조치를 마치고 지금 착착 진행중에 있습니다.

셋째, 외국 자본과 외국 상품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불편한 감정 역시 과거사에 불과합니다. 한국에는 맥도널드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과 같은 다양한 미국계 프랜차이즈점이 성황을 누리며 영업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휴렛팩커드・모토롤라 등 오랫 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한 많은 미국 기업들이 최근 한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

표하고 있는 것을 보십시오. 지금 한국 국민은 외국자본의 유치야말로 한국 경제가 사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도 기회있을 때마다, 외국자본의 유치를 통해서 우리도 상환의무 없는 외자를 마련할 수 있으며, 한국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역설해 왔습니다. 또한 선진경영기법을 배울 수 있고 수출을 확대시킬 수 있으며, 무엇보다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고 국민에게 강조해 왔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87%의 한국 국민이 외국자본 유치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넷째, 한국의 정치안정도 점차 호전되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치안정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내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이제 103일 되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한국처럼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투자자유화 조치를 단행한 나라는 없다고 자부합니다. 나 역시 고난과 시련으로 점철된 40년간의 역정을 이겨냈던 그 신념과 각오로 한국의 개혁을 철저하고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은 철저하게 개방형 경제를 지향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은 수출에 주력할 것이지만 수입에 대해서도 결코 폐쇄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나와 한국정부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교역규모는 지난 20년간 4배 이상 증가하여 지금 500억 달러가 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한국은 미국의 여덞번째 교역상대국입니다. 나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관계가 보다 확대되고 성숙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창립된 한・미 기업협력위원회(CBC)를 중심으로 벤처기업의 협력 등 민간업계간의 기술・산업협력이 큰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철학과 원칙을 같이하는 한・미 양국이 더 한층 높은 차원의 동반자 관계로 승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끝으로 여러분 모두가 이러한 동반자 관계에 참여하여 한국에 투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투자는 여러분에게 몇 배의 보상을 약속할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