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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투자 유치 성과 보고회 주재 말씀 ― 2003. 1. 23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537  

무역·투자 유치 성과 보고회 주재 말씀 ― 2003. 1. 23

외국인투자 유치와 한국

존경하는 국내외의 경제계 지도자 여러분!

우리나라 경제, 특히 무역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외국인투자가 여러분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대통령으로서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 감개무량합니다.

모두들 5년 전 암담했던 역사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빨리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경제우등생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을 해 내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력을 다했고, 국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노·사·정이 협력해서 큰 성과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제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높이 평가하고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평가가 다소 낮게 나오는 듯했는데, 최근에 전문가들이 정책평가를 해서 ‘B+’로 평가한 것을 보고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것이 여러분의 노력 덕택이라고 생각하며,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과거 50년 동안 무역에서 900억 달러에 달하는 누적적자가 있었는데 불과 5년 사이에 950억 달러에 달하는 누적흑자를 이룩해 결국 50억 달러의 흑자 차액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는 기적 같은 일입니다. 외국인투자 유치도 35년 동안 246억 달러에 불과했는데 불과 5년 사이에 600억 달러를 유치해 GDP 대비 3%에서 10%로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GDP 대비 20%까지는 늘려야 합니다.

제가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제와 관련해 여러 중요한 문제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외국인투자를 얼마나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입니다. 지금 중국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투자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총수출에서 약 절반 정도가 외국인이 투자한 제조업체와 관련이 있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무역이나 투자유치에서 비교적 성공했고, 우리나라를 부러워하는 나라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4대 개혁이 성공을 거두고, 또 한편으로는 IT산업 등 신산업을 발전시킨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1980년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서 연행되어 사형언도를 받았고, 나중에 무기로 감형되어 청주교도소에서 2년 동안 징역을 산 일이 있습니다. 이때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고 정보화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출옥 후에 계속 그쪽에 관심을 갖다가 대통령이 된 뒤 정보화에 적극 노력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야후의 손정의 씨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나라는 IT 분야만이 아니라 BT·CT·ET·NT·ST 등 6대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큰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자동차나 조선·섬유 등 전통산업도 첨단산업과 접목시켜서 디지털화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당당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한 결과 현재 우리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무역에서는 적자를 내고, 필요한 외화는 투자를 유치한 것이 아니라 차관을 쓰다 보니까 빚을 못 갚았기 때문입니다. 무역에서 적자가 나니까 빚을 갚을 돈이 나올 데가 없고, 결국 차관을 못 갚았기 대문입니다. 외환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외국인투자 유치야말로 외환위기 극복의 가장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라는 것이 입증된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외국인투자가 들어와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또 외국인투자는 들어올 때 국제 시장을 가지고 들어오고 우수한 경영기법도 가지고 들어오는가 하면 일자리도 만들어 줍니다. 따라서 우리는 외국 기업을 국내 기업처럼 사랑하고 아껴야 합니다.

그러나 외국 기업에게 투자를 하라고 한다고 해서 모두가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조건이 좋아야 하고 돈벌이가 되어야 투자를 합니다. 따라서 주식이나 부동산 소유 관련 제도 등의 규제를 고쳐서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5년 동안 나름대로 그 일을 열심히 해 왔지만 아직 많은 규제들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더 좋은 투자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더구나 중국이 무서운 흡인력을 가지고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경제를 멍들게 했던 정경유착이 없어졌습니다. 개인적인 비리는 다소 있었지만, 권력과 기업이 결탁해서 특정 기업이 부당한 이득을 보는 그런 시대는 완전히 지나갔고, 제가 알기로는 단 한 건도 그런 사건은 없었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생생한 증인 아닙니까. 정부는 정경유착을 뿌리뽑아 기업인들에게 일할 힘과 용기를 주었고, 기업인들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적극적으로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경제가 좋아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대통령이 된 후 경제계 지도자들을 만나서 “기업은 장사고 장사는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못 벌면 아무리 덩치가 커도 기업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이다, 모든 기업이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해서 1등 제품과 1등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벌어야 한다, 적자 내면서 수출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결코 여러분을 괴롭히는 일이 없을 것이고 세계 시장에 나가서 성공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도와 주겠다, 돈을 많이 벌어 세금을 많이 내면 그것이 곧 애국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기업인들은 저의 이러한 의사와 완전히 일치하는 경영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됩니다. 다 만족하게 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적어도 세계가 인정하는 정도의 발전을 하고 있고, 또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의 은행부채가 많이 줄어 평균 부채비율이 370%에서 이제는 100%가 약간 넘고 있는 상황이고, 어떤 기업은 40~5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업의 체질이 크게 개선되고, 정경유착을 단절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으며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도록 한다는 원칙을 정부가 일관되게 지켜 온 것도 하나의 동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기업인, 근로자, 외국인 투자가들, 관계 공무원들, 국민 모두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만 그동안의 성과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나라가 세계 경제우등생이 되고, 월드컵 4강에 진출하고, 남북관계에서도 한반도 긴장을 크게 완화시켰습니다.

이제는 한국 제품이라고 하면 어디를 가도 알아 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헝가리에 갔더니 대통령이 “시골 어디를 가도 한국 제품이 없는 곳이 없다, 헝가리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이 질도 좋고 가격도 적당하다고 말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면 된다’는 힘을 5년 동안 길렀다고 생각됩니다.

둘째, 우리나라는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를 지향하고 있고, 그 가능성에 대해 세계 전문가들도 “개혁을 계속해 나가고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반도라고 하지만 고도(孤島)와 마찬가지입니다.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려면 대륙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주변에는 인천공항에서 두 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인구 1백만명 이상의 도시가 40개가 넘습니다. 부산신항과 광양항은 세계적인 컨테이너 항구로 부상했습니다. 이제는 육로로 진출해야 합니다. 반도와 대륙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가 형성된다면 한국은 태평양과 유럽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물류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물류가 활발해지면 생산이 많아지고, 생산이 많아지면 관광 등 여타의 모든 산업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그만큼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가 이루어지고 철도·도로 연결이 이루어져 육·해·공으로 물류가 일어날 때 동북아 중심국가의 기초가 튼튼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도 계속 수고를 해야 합니다. 저는 물러나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여생을 보내려고 합니다. 정치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오직 국민과 함께 나라가 잘 되도록 가능한 정성과 협력을 다할 작정입니다.

여러분은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투자가 우리나라로 몰려 오는 동북아 중심국가의 기반을 만들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지난 5년 동안 부족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도와 주셔서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