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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레제코(Les Echos)신문 회견 ― 2002. 11. 29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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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레제코(Les Echos)신문 회견 ― 2002. 11. 29

한국의 개혁과 미래

질 문 대통령께서는 이제 임기를 마치십니다. 가장 중요한 업적과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대통령 업적을 단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역시 1997~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입니다. 그 결과 지금 한국은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한국이 민주인권국가로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것, 한반도 긴장을 크게 완화시켰다는 것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가 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여전히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또 한국 사회에 지역간의 대립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질 문 두 아드님이 뇌물수수죄로 투옥되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 퇴치하겠다고 공약했던 부패와 지역주의가 여전히 팽배하고 있습니다. 이 점들은 개인적인 실패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 현 정부하에서도 공무원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개인적인 부패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거 정권하에서와 같이 조직화된 부패는 거의 없다는 점이 다릅니다. 과거에는 정부와 재벌들이 유착되어 있었습니다. 그러한 부패는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과거에는 특정지역 출신들이 주요 관료직을 많이 차지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관행들을 없애려고 노력했습니다.

질 문 대북 포용정책으로 2000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이 북한으로부터 반대급부 없이 대통령께서 너무 많은 양보를 하셨다고 지적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통령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65% 이상이 나의 대북정책을 지지했습니다.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인정한 후에도 85%의 국민들이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핵문제가 생긴 이후로 12월 19일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다섯 분과 야당 지도자를 청와대에 초청해서 협의를 했습니다. 그 분들도 다 똑같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질 문 김정일 정권은 핵개발에 관한 1994년의 협정을 위반했음을 시인했습니다. 김정일을 신뢰하고 그와 계속 협상을 할 수 있는지요?

대통령 우리가 공산정권과 협상을 할 때는 어떤 정권이든 그 정권을 신뢰하기 때문이 아니라 평화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는 200만명 이상의 군인들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선이냐 악이냐가 문제가 아니며, 상대방을 신뢰하느냐 않느냐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전쟁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뿐입니다.

북한에 관한 문제에 있어 두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이 지금 그들의 안전보장과 경제회생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북한은 대외, 특히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두번째는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의 군을 통솔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화를 원한다면 김위원장과 상대해 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질 문 한반도는 언제쯤 통일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비용은 얼마나 들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대통령 지금 통일에 대해 언제쯤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 남북한은 체제, 생활조건,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두 체제간의 불신감과 적대감도 너무 강합니다.

현재로서는 통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명확합니다. 지금은 통일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평화적인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이런 평화적인 공존상태가 10년이고 20년 지속될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북한의 경제도 좀더 나아지고 상호 이해와 신뢰가 증진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쌍방이 ‘이만하면 함께 살아도 되겠다’고 느낄 때 우리는 단계적으로 통일 과정을 밟아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질 문 한국 경제가 1999년 이후 놀라운 회복과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데 이것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라크에서의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으십니까?

대통령 한국 경제는 앞으로 어떠한 난관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MF도 최근 이 점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우리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구조개혁이 노동부문을 포함한 많은 부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유력산업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특히 한국의 IT 산업은 세계의 선두에 있으며 이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질 문 재임기간 중 재벌이 개혁할 수밖에 없거나, 해체되기까지 했습니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대통령께서 한국식 자본주의를 변형시켰다고 주장하는 반면, 외국 투자가들은 좀더 철저한 개혁을 추진했어야 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누구의 말이 옳습니까?

대통령 한국의 재벌체제는 기업과 정부간의 정경유착과 극심한 부패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전문 경영인이 등장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대기업들은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권력과 결탁해서 얻은 이권으로 돈을 버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런 관계를 이용해 은행대출을 받기만 했습니다. 그런 기업들의 경쟁력과 재무구조는 형편없었습니다.

취임 직후 나는 경제계 지도자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업이라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니 돈 못 버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은행을 비롯한 모든 금융기관들이 과거 악습의 산물인 부실채권을 없애도록 도왔습니다. 우리는 재벌들이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돈벌이가 안 되는 계열사들을 과감히 처분하도록 했습니다. 30대 재벌 중에 16개 재벌이, 대우나 현대와 같이 주인이 바뀌거나 혹은 아주 문을 닫았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금융기관들도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재벌들도 재무구조가 상당히 튼튼해졌으며, 이익도 많이 내고 있습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제 재벌들이 더 이상 특혜를 받기 위해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재벌들이, 그들의 운명이 소비자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노력은 거기서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확신하건대 개혁은 앞으로도 계속 추진될 것입니다.

질 문 지난 6월 월드컵의 공동 개최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은 여전히 어려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대통령 한·일 양국은 교과서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에 대해 이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관계는 급속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양국 학자들이 모여 교과서의 내용과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가 아닌 다른 기념물을 참배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양국 국민들은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조했습니다. 일본 국민들이 일본은 16강에서 그쳤지만 우리가 8강, 4강까지 가는 동안에 아주 열렬히 호응을 해 주어 한국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금 일본과 한국 사이를 매일 1만명의 사람이 왕래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나라들 중의 하나입니다. 한·일 양국관계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양국 국민들은 상호 이해와 친선에 있어서 대단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다시 옛날로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