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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민주주의공동체 각료회의 개회식 연설 ― 2002. 11. 11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478  

제2차 민주주의공동체 각료회의 개회식 연설 ― 2002. 11. 11

민주주의 이상을 실현하는 길

존경하는 각국 외교장관과 대표단,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제2차 민주주의공동체 회의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을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전 세계 110여 민주국가를 대표하여 한국을 찾아 주신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의 지도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대로 민주주의공동체 회의는 세계의 민주주의 증진을 목적으로 창설된 최초의 민주주의 국가간 협의체입니다. 불과 2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도 민주주의 이념과 제도의 확산을 선도하는 국제협력의 구심체로서 착실히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선두에서 헌신하고 계신 여러분 모두에게 마음으로부터 존경과 찬사를 표하면서, 이번 회의의 큰 성공을 기원해 마지않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지난 20세기는 민주주의가 인류보편의 제도로 자리잡기 위한 힘겨운 투쟁의 시기였습니다. 파시즘과 나치즘, 공산독재와 군사정권, 그리고 개발독재 정권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 혹독한 시련과 희생이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자유를 갈구하는 인류의 열망은 불사조 같이 일어나 민주주의의 승리를 향한 진군을 계속해 왔습니다. 20세기에는 과학기술과 산업·경제의 발전 등 여러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이은 독재체제를 종식시킨 가운데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전 세계로 확산시킨 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업적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지난 20여년 동안의 성과는 참으로 괄목할 만합니다. 올해 UNDP(유엔개발계획)의 보고서(2002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무려 81개 국가가 민주주의 체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지구상의 200여개 나라 중에 140개국이 다당제 선거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민주국가로 평가받는 나라가 30여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커다란 진전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민주주의공동체 지도자 여러분!

여러분은 1970년대 전후에 성행하던 이른바 ‘문화적 차이론’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아시아 등 비(非)서구 지역에서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서구식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었습니다. 민주주의를 단지 서구문화의 전유물로만 생각하는 견해들은 지금까지도 일부 인사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생을 두고 단호히 반대해 왔습니다. 민주주의 제도는 서구에서 먼저 발전되었지만, 그 근원이 되는 민주주의적 사상과 전통은 세계 어디에서나 존재해 왔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의 유교와 불교에서는 이미 수천년 전부터 “사람을 하늘로 삼는다”, “천상천하(天上天下)에 내 인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쳐 왔습니다. 한국의 전통종교에서도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 하라”고 했습니다. 또한 중국과 한국에서는 1천년 이전부터 공무원을 세습이 아닌 공개채용 시험으로 뽑았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 그리고 동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오늘날 민주국가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그들의 사상, 그들의 소망에는 인권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서구사회는 이러한 인류보편적 욕구를 선거를 통한 대의정치로 제도화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것은 물론 역사에 길이 빛날 공헌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는 세계 민주주의의 현재의 상황에 만족해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아직도 세계 도처에서 노골적인 독재정권과 사이비 다당제 국가들이 활개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궁극적인 목표인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삶은 여전히 계속되는 빈곤으로부터 도전받고 있습니다.

빈곤은 기아와 질병의 일차적인 원인입니다. 종교간·민족간·문화간 갈등과 분쟁의 뿌리에도 빈곤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빈곤으로 인한 절망과 분노가 테러나 소요를 선동하는 과격세력에 의해서 혹은 종교문제로, 혹은 인종문제로 둔갑하여 악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빈곤의 문제야말로 21세기 인류공동체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고 믿습니다. 민주주의공동체 회의가 범세계적인 안정 속에 민주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빈곤문제의 해결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곧 민주주의의 이상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는 길이요, 역사가 오늘의 우리에게 부여한 소명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민주 지도자 여러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 전부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주장해 왔습니다.

민주주의 없이는 투명하고 공정하며 경쟁력 있는 시장경제를 이룩할 수 없습니다. 한때 개발독재 체제 아래서 성장가도를 달려오던 한국 경제가 1998년 당시 극심한 위기에 빠져들었던 원인도 바로 민주적 시장경제 체제의 확립에 실패한 데 있었던 것입니다. 그 후 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실천하는 개혁조치를 단행함으로써 그 위기를 불과 2년 반만에 극복하고 오늘의 성공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한국이 추구해 온 생산적 복지는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재교육해서 직장도 얻고 국가경제에도 기여하도록 하자는 정책입니다. 생계가 어려운 국민들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한편, 인적자원의 개발을 통해서 이들에게 빈곤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산적 복지가 실현될 때 사회적 안정 속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반도 더욱 튼튼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다름 아닌 전쟁과 테러입니다. 전쟁과 테러의 공포 속에서는 자유와 행복이 보장될 수 없습니다. 동시에 민주주의는 전쟁과 테러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이 세계가 민주적인 자유와 행복을 지향할 때, 전쟁과 테러를 거부하고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기회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 : 평화와 번영을 위한 투자’라는 이번 회의의 주제는 참으로 의미깊고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해 우리 다함께 손잡고 나아갑시다. 21세기를 희망의 시대로 만듭시다. 바로 그 선두에 민주주의공동체 회의와 이 자리의 여러분이 계십니다.

이번 서울 회의가 21세기 민주주의공동체의 실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해 나가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충심으로 기대합니다.

민주주의공동체 회의의 무궁한 발전과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