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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선수단 및 관계자들을 위한 오찬 말씀 ― 2002. 7. 5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713  

월드컵 선수단 및 관계자들을 위한 오찬 말씀 ― 2002. 7. 5

월드컵 4강에서 국력 4강으로

성공적으로 월드컵을 마치고 이렇게 오찬을 함께 하게 된 것이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세계에 보여 준 응원단, 자원봉사자, 조직위원회, 안전대책본부, 군과 경찰, 소방관과 미화원 등 수많은 분들이 힘을 합치고 도와 주어서 월드컵을 성공시켰습니다.

이번에 우리는 세계가 경탄하고 부러워하는 응원문화를 보여 줌으로써 한국의 이미지를 다시없이 고양시켰습니다. 국가대표팀 못지 않게 큰 힘을 보여 주었습니다. 여기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히딩크 감독을 충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꿈같이만 생각했던 4강까지 이룸으로써 우리 국민에게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 주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수천년 동안 억눌려 살아 왔습니다. 봉건제도 아래서, 또한 일제와 군사정권 치하에서 눌려 살았습니다. 그런 우리 국민에게 이번 월드컵의 성공은 ‘내가 주인이다, 우리가 뭉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각을 심어 주었습니다. 부정적 사고방식을 긍정적으로 돌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에 처음 와서는 순조롭지 않았던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친선경기에서 여러번 졌을 때 감독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우리 팀을 훈련시켜 왔습니다.

우리가 그에게 배운 것은 지연·학연·선후배 같은 것은 모두 문제되지 않고, 오직 실력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가 실천하지 못해 왔던 것을 그는 과감하게 해냈습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유럽팀에 대한 열등감을 떨치게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을 강철같은 체력으로, 강력한 정신력으로 무장시키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과거 우리 팀은 유럽팀과의 경기에서 체력이 달려 후반에는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우리가 후반에 기세등등하게 경기를 이끌어 갔습니다. 저는 이것을 보고 지도자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실력 제일, 목표달성 제일로 이끌어 간 자세는 우리에게 모든 분야에서 큰 교훈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국민은 히딩크 감독을 국민적 영웅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가장 가까운 친구로 생각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이제 유럽으로 돌아가시는데, 다시 우리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지 오겠다고 약속했고, 또 와야 할 것입니다. (일동 박수)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명예국민증을 주었기 때문에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시 오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수, 웃음) 우스개이지만 히딩크 감독에게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수백만 국민들이 새벽 3, 4시까지 잠도 못 자고 춤추고 했기 때문에 국민건강에 상당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박수, 웃음) 많은 음식점 주인들이 무료로 음식을 마구 나누어 주어서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박수, 웃음)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저의 이런 말에 동의하지 않고, 히딩크 감독을 지지할 것입니다.

우리 대표선수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자랑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삶에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 계량할 수 없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앞으로도 계속 실력을 연마해서 더 많은 성과를 올리기 바라고, 후배양성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한국 축구의 성공이 일과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좋은 후속작품을 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또 이번에 우리 응원단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외국 기자들이 쓴 대로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축구경기 중에 폭력이 난무하는 일이 많은데, 한국에서는 엄청난 열정이 있었지만 그런 폭력사태는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완전히 기우로 끝났습니다. 심지어 쓰레기까지 깨끗이 치우고 간 우리 젊은이들을 보고 정말 외경심까지 생겼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장래는 걱정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모든 사람이 한국의 응원문화를 배우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서포터스’들이 다른 팀들을 앞장서서 응원하고 격려한 일은 도덕적으로도 얼마나 세계의 존경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우리 응원단과 자원봉사자들이 세계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준 것에 대해서 국민 전체가 이번 월드컵의 주역이고 큰 공을 세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통령으로서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월드컵 전에는 세 가지 걱정을 했습니다.

첫째는 9·11테러 이후 수만명이 여러 차례 모이는데 아무런 사고 없이 치를 수 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몇 백만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안전대책에 대해 군과 경찰, 소방관 등 모든 관계 분야에서 계속적으로 강조하고 대책을 세워 왔습니다. 백 번 잘하다가 한 번만 사고가 나도 실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무사히 끝나게 되어 저는 해방감마저 느꼈습니다.

두번째는 과연 우리 팀이 16강에 들어갈 수 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못 들어가면 국민들의 낙심과 주최국으로서의 체면을 어떻게 하나 걱정했습니다. 저는 부산에서의 첫경기를 관전하면서도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8강, 4강까지 오르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국운에 큰 행운이 깃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감독과 선수들의 역량입니다.

세번째 걱정한 것은 한·일 양국간 공조가 기술적으로나 민족감정으로 보나 잘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기우로 끝났습니다. 나중에 일본 국민과 언론이 우리가 4강까지 가는 것을 마음으로 축복하고 축하하는 것을 보고, 저는 이제 한·일 관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천황도 대구에서의 3-4위전 경기가 끝난 뒤 우리와 터키팀이 어깨동무를 하고 운동장을 도는 모습이 감명깊었다면서 제게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이 같이 세 가지 걱정이 모두 기우로 끝나 대성공을 거둔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여기 계신 여러분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경기에서만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개막식에서는 월드컵 사상 가장 훌륭한 행사를 세계에 보여 주었습니다.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개막행사를 보면서, 저는 우리 국민의 뛰어난 능력을 새삼 느끼며 한없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노고를 다해 주신 모든 문화예술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월드컵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솟구치는 국민의 힘과 단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활용해서 국운융성으로 이어 나가고, 우리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세계 속에 당당히 진출하는 ‘포스트 월드컵’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정부도, 국민도, 여러분도 모두 힘을 합쳐 월드컵에서 얻은 성공을 더 한층 크게 이어가야 하겠습니다.

프랑스나 스페인은 월드컵을 잘 활용해서 국민단합과 국가발전에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월드컵 후 정치적·사회적 안정을 못 이루고 오히려 후퇴한 예도 있습니다. 우리가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는 지금부터입니다. 후자를 택해서는 안 됩니다. 모두의 힘을 모아 하나로 뭉쳐서 ‘포스트 월드컵’에서도 성공해야 합니다. 월드컵 4강뿐만 아니라 국력발전에서도 4강을 이룩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각별한 노력을 바라 마지않습니다.

끝으로, 한국을 떠나는 히딩크 감독의 앞길에 행운을 빌고, 선수들의 앞날에 큰 발전이 있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여러분과 같이 건배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