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강연)
 
일본 방문 귀국보고 ― 2002. 7. 2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719  

일본 방문 귀국보고 ― 2002. 7. 2

포스트 월드컵 운동을 제창하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2박 3일 동안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지금 돌아왔습니다.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하고 한·일 정상회담도 가졌습니다. 저는 이제 월드컵을 무사히 마치면서 큰 해방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월드컵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우선 9·11테러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인 월드컵을 과연 안전하게 치를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안전대책본부도 만드는 등 대책을 세워 왔는데 결과는 과거 어느 대회보다도 안전하고 질서있게 끝냈습니다. 세계가 우리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둘째, 우리는 주최국인데 16강에도 못 들면 어떡하나 걱정되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 실망이 얼마나 크겠나 싶고 대통령의 책임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6강은 물론 8강, 4강까지 오르는 것을 보고는 꿈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히딩크 감독과 우리 태극전사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세번째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한·일 두 나라가 공동개최를 하는데 과연 잘 되겠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민족감정도 있고 양국 사이의 기술적인 문제도 있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점도 기우로 끝났습니다.

이번 방일에서 느낀 것은 일본의 국민과 지도층이 한결같이 한·일 공동개최의 성공을 확인하면서 한·일 양국간의 미래의 친선협력에 대한 기대에 차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일본 언론과 국민이 한국의 4강 진출에 대해 마치 내 일처럼 기뻐하는 우정을 보여 준 것입니다.

이처럼 월드컵을 앞두고 했던 걱정들이 다 기우로 끝나고, 월드컵의 큰 성공에 우리 국민은 긍지와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하면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고 한결같이 믿고 있습니다. 세계도 그렇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월드컵이 열린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국민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 내부에서 지금 뭔가 솟구쳐 오르는 힘이 있습니다. 모든 민족이 융성·발전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정체기도 있고, 쇠락기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힘이 솟구치는 가운데 21세기 국운융성의 호기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국민들의 응원은 압권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열정은 넘치지만 유럽이나 남미에서와 같은 어떠한 적의나 폭력도 없습니다. 새로운 응원문화의 창조였습니다. 수백만명이 거리에 나와 응원을 했지만, 질서도 완벽했습니다. 버려진 쓰레기도 깨끗이 치웠습니다. 그러한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는 것을 볼 때 정말 외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 젊은이들이 있으니 우리의 미래는 걱정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과거 수천년 위축되어 살아 왔습니다. 신분제도에 얽매여 살고, 외세에 지배를 받고, 군부 통치하에서 억눌려 살았습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자기비하에 빠진 채 ‘우리는 희망이 없다, 나라도 작은데 두 동강까지 났으니 뭘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좌절도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꿈같던 16강에 들고, 다시 8강이 되고 4강에 진출하니까, ‘우리도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기운이 일어난 것입니다.

수천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이름 없는 사람들이,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일어선 것입니다.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희망을 보여 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새로운 민족사적 전환기에 들어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닙니다. 이미 세계는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것들을 해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국민의 금 모으기의 열기 속에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른 시간 안에 극복했습니다. 지금은 경제우등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불과 4년여만에 세계 최선두의 IT강국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 상품은 더 이상 싸구려가 아닙니다. 질이 좋은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세계적으로 민주인권국가로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진통과 굴곡이 있지만 남북관계도 긴장이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덕분에 9·11테러사태 때도 우리는 동요가 없었습니다. 월드컵도 안전하게 치렀습니다.

지난 4년 반 동안 착실히 자라 온 우리의 힘은 마침내 월드컵을 계기로 하나로 뭉쳐 폭발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회를 치러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월드컵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월드컵의 성과를 국운융성으로 연결 발전시키는 포스트 월드컵 운동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스페인이나 프랑스가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월드컵을 잘 치르고도 그 후에 정치·사회 혼란에 휩싸여 쇠망한 사례도 많습니다. 세계 일부에서는 한국인들은 금방 뜨거워졌다가 금방 식으니 두고 보자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안 됩니다.

우리는 안으로는 국민이 단결하고, 밖으로는 세계 속의 한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이같은 중대한 시기에 우리를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월드컵 3-4위전이 열린 지난 29일, 북한 함정이 우리 함정을 기습 공격했습니다. 우리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북에 대해서도 상당한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큰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을 유가족과 부상자 가족들께 다시한번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는 북에 대해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단호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더욱 철저한 안보태세를 확립하고, 그리하여 어떤 도발에도 다시는 이런 손실을 입지 않도록 대비하겠습니다.

만약 북한이 또다시 군사력으로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려고 한다면 그때는 북한도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럴 만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 점을 분명히 밝혀 두는 바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 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확고한 군사적 대비 위에 한·미 군사동맹과 한·미·일 공조, 중국과 러시아와 EU 등 세계와의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야 합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측은 우리의 대책을 확고히 지지하는 가운데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고 대화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서해교전을 통해 소중한 인명을 잃은 우리의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냉정하게 대응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과거 1994년 핵문제를 놓고 한반도의 상황은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습니다. 당시 미 군사당국의 판단에 따르면,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초기에만 한국군 50만명, 미군 5만명의 희생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제도 크게 파괴될 것입니다. 물론, 북측도 심대한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 평화를 증진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우리는 확고하게 안보를 지킴으로써 다시는 이 같은 안타까운 희생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겠습니다. 동시에 전쟁을 막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 가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제가 일본서 만난 세계인들은 모두 감탄을 했습니다. 이번 북한의 도발은 우리들만이 아니라 월드컵을 주목하고 있던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제가 만난 세계 지도자들은, 서해 교전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3-4위전을 잘 치러내고, 수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거리로 나와 응원을 펼치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자신감과 저력을 재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내일과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과 능력을 믿습니다. 우리는 한반 도의 평화와 안전을 지켜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월드컵의 성과를 토대로 국운융성의 길을 열어 갈 수 있습니다.

21세기 한국이 세계 일류국가가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저는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뜻에 따라 국정의 성공적 마무리에만 전념하겠습니다. 정치적으로 엄정중립을 지켜 나갈 것입니다.

되풀이 강조하고자 합니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월드컵의 성공과 그 국민적 에너지를 국운융성으로 발전시키는 과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고 21세기 일류국가를 만드는 데 동참합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모든 힘과 역량을 다 바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더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