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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수호자상’ 수상 연설 ― 2002. 1. 25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991  

‘민주주의 수호자상’ 수상 연설 ― 2002. 1. 25

인권·민주주의·평화의 21세기를 만듭시다

존경하는 비요스마크 회장과 각국의 의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신사 숙녀 여러분!

먼저 저에게 이처럼 귀한 영예를 안겨 주신 ‘국제행동을 위한 의원연합(PGA:Parli-amentarians for Global Action)’과 의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와 함께 수상하신 잠비아의 디팍 파텔 의원께도 큰 축하를 드립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대로 PGA는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 이념의 실천을 선도하며 세계 평화와 인권증진에 빛나는 공헌을 해 왔습니다. 지난 1978년 설립 이래 군축과 분쟁예방, 인권신장과 여성권익의 향상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눈부신 업적을 쌓아 왔습니다. 특히 의원 여러분께서는 국제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이 자국에서도 함께 논의되고 해결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다.

의원 여러분의 노고와 헌신, 그리고 PGA가 이룩해 온 위대한 공적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찬양과 존경을 표하는 바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먼저 오늘의 이 영광을 한국 국민들에게 돌리고자 합니다. 우리 한국민이야말로 오랜 독재의 억압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을 오늘의 민주·인권국가로 만들어 낸 주역입니다. 또한 남북한간의 평화와 화해·협력을 위해서도 정성과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아울러 저는 이 수상의 영예를 민주주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전세계의 모든 친구들과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일생에 다섯 번의 죽을 고비와 6년의 감옥생활, 그리고 30년 이상의 연금과 감시생활을 겪으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습니다. 저는 1970년대 전후에 성행했던 “아시아에서 서구식 민주주의는 뿌리 내릴 수 없다”는 문화적 차이론에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아시아의 유교나 불교, 그리고 우리의 민족종교 속에서는 “사람을 가지고 하늘로 삼는다”, “세상 만물에 부처님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 하라”는 민주주의와 상통하는 정신이 수천년 전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와 같이 제가 신념을 굳게 지킬 수 있도록 격려해 준 우리 국민과 세계의 벗들에게 감사해 마지않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장 무서운 적은 전쟁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대로 남북한은 지난 세기 중에 치열한 전쟁을 치렀고, 그후로도 50년을 무력대치 속에 살아 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대치와 갈등의 남북관계를 평화와 협력의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일생 동안 힘써 왔습니다. 특히 1998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햇볕정책을 계속 추진해 왔습니다.

햇볕정책은 남북한이 평화공존과 평화교류를 이루는 가운데 장차의 통일을 준비하자는 정책입니다. 우리 한국민은 물론 전세계가 이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해 주고 있습니다.

2000년 6월에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남북분단 55년만에 저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고 교류와 협력, 그리고 장차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20세기 냉전의 마지막 섬으로 남아 있던 한반도에서 평화와 화해·협력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 후로 남북한간에는 긴장이 크게 완화되고 많은 긍정적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남북간 교류와 협력이 꾸준히 진전되었습니다. 지난해 9월 11일 미국에 대한 테러사태로 전세계가 전쟁의 공포에 휩싸였을 때에도 남북한은 불과 나흘 후인 9월 15일 장관급회담을 열어 평화와 협력의 의지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체상태에 있습니다. 과거 독일의 통일과정도 그랬듯이 남북관계에는 가다가 막히고 막히다가는 다시 풀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저와 우리 한국민은 인내심을 가지고 의연하고 꾸준하게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햇볕정책은 여러분을 비롯한 전세계의 지지에 힘입어 반드시 성공을 거둘 것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21세기 첫해에 일어났던 9·11 테러사태는 우리 전인류에게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주었습니다. 테러사태는 지금까지의 전쟁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테러는 선전포고도, 얼굴도 없는 전쟁입니다.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합니다.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도 없고, 자유로운 사람도 없습니다.

이러한 테러를 근절하지 못한다면 국제질서는 무너지고, 세계 경제도, 개인의 생활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반인륜적·반평화적 범죄행위를 반드시 근절해야 합니다. 이제 국제사회는 테러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의 모색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바로 이러한 때에 열리고 있는 이번 PGA 연례포럼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여기서 ‘반테러 대책’과 함께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정보화 문제’에 대한 토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참으로 의미깊게 생각합니다.

21세기는 정보화와 세계화의 시대입니다. 오늘날 정보화 혁명은 우리 인류에게 지식과 정보로 부(富)를 창출하는 지식기반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또한 시공을 초월한 엄청난 규모의 정보유통이 이루어지면서 세계화의 흐름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보화·세계화의 혜택이 모든 국가, 모든 사람들에게 고루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선진국이 정보화의 혜택을 차지함으로써 국가간·계층간의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세계의 문화적·종교적·인종적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의 배후에는 이러한 빈부격차를 교묘히 악용하는 음모가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또한 세계화에 대한 여러 민간단체들의 격렬한 항의시위에서 빈부격차와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목격해 왔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더 이상의 인내만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혜택은 인류 전체가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빈부격차의 해결 없이는 21세기의 세계 평화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보다 진지하게 논의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번 PGA 포럼에서도 적극적인 토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의원 여러분의 선도적 역할이 세계 평화와 인류의 공영에 큰 공헌을 남길 것으로 확신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 다함께 힘을 합쳐 21세기를 인권과 민주주의가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실현되는 세기로 만듭시다. 테러와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로 만들어 갑시다.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고 발전과 번영에의 희망을 공유하는 세기를 열어 갑시다. 이것은 이 시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역사의 소명입니다.

저는 이러한 소명을 완수하는 길이 바로 ‘대화와 협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화가 있는 곳에 이해가 있고, 이해가 있는 곳에 협력이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저에게 주신 이 영예는 이러한 길에 제가 더욱 앞장서 노력해 달라는 뜻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앞으로도 민주주의와 인류공동의 번영, 그리고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