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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인연합회 초청 오찬간담회 연설 ― 2001. 12. 3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891  

영국 경제인연합회 초청 오찬간담회 연설 ― 2001. 12. 3

한국은 새로운 투자 기회

친애하는 이언 발란스 영국 경제인연합회 회장,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양국의 경제계 지도자 여러분!

지난 1998년 4월 여러분과 만나고 오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반갑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온 국민의 노력에 힘입어 금융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비교적 빨리, 그리고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성공의 바탕에는 영국 블레어 총리와 경제인 여러분의 성원의 힘이 컸습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에 대해서는 영국 언론들도 높이 평가한 바 있습니다. 신용평가기관인 S&P사도 최근에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였습니다. 특히 구조개혁을 잘 하고 있고, 위기발생 당시 39억 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액도 현재 1,000억 달러를 넘어서 세계 5위의 외환보유국이 되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당 총재직을 그만 두고 국정에 전념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앞날을 기대하게 한다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도 1998년 이후 4년 동안 500억 달러 정도가 유치되었습니다. 과거 30여년 동안 이루어진 외국인 투자를 두 배나 상회하는 규모입니다. 외국인 투자 누계액은 외환위기 당시 GDP의 2%대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10%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이는 한국의 투자와 영업환경이 크게 개선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양국 경제인 여러분!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지금까지의 성과에 결코 만족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일관되게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지식과 기술, 정보가 중심이 되는 지식기반 경제를 구축하는 데에도 더욱 힘써 나갈 것입니다.

한국 국민은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가 필요로 하는 높은 교육수준과 정보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진학률이 71%로서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인터넷 사용인구가 전체 국민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한국의 지식기반경제 수준을 세계 10위권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공항·항만 등 대규모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하여 인적·물적 교류도 활성화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3월에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이제 아시아 제1의 공항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부산항은 이미 세계 제3위 규모의 컨테이너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남북한간 철도 복원이 이루어지면 한국을 출발한 기차가 이곳 런던에까지 오게 됩니다.

과거 영토국가 시대에 한국은 미국·일본·러시아·중국 등의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수동적 입장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있어서는 오히려 이들 나라들의 큰 시장과 풍부한 자원, 그리고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인 중심지로 바뀔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난해의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가의 불안요인이었던 ‘안보 리스크’도 현저히 감소하였습니다. 미국의 테러사태가 발생한 지 불과 나흘만에 남북한간에는 장관급회담이 개최되었고, 한국 국민들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영국 경제인 여러분!

제가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현황과 미래상을 여러분께 말씀드린 것은 우리를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주목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 스스로의 발전은 물론 양국의 공동번영에 동참해 주실 것을 당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립니다. 여러분 모두 내년에 한국을 꼭 방문하여 월드컵 경기를 즐겨 주십시오. 그리고 한국의 투자와 영업환경도 직접 살펴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한번 그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질문·응답

질 문(로렌스 멜맨 이사, WPP그룹) 일반적인 경제문제를 질문하겠습니다. 한국의 재벌이 구조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보십니까?

대통령 한국 재벌들은 자의적으로, 때로는 타의에 의해 구조조정에 동참했고, 결과적으로 수용했다고 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 이후 우리나라에서 30대 재벌 기업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여기에는 3대 재벌 중 2개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쟁력이 없는 재벌은 퇴출됩니다. 1998년 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기업의 부채비율이 510%대였으나 지금은 170%대로 낮추어졌습니다. 재벌기업간의 내부자 거래도 청산되었습니다.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돼 재벌경영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소액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되었습니다. 과거에 재벌 오너들은 법적 책임과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재벌의 운영에 전적으로 간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전문경영인 제도가 강화되어 있고, 오너가 기업경영에 간섭하려면 법적으로 이사가 되어서 인사 등의 문제를 다루어야 합니다.

또 과거에는 재벌기업들의 상당수가 기업의 경쟁력을 통해서 돈을 벌려고 한 것이 아니라 권력과 결탁해 특혜융자·이권 등으로 돈을 벌어온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기업의 운영에 대해 최대한 간섭을 자제하고, 기업의 자율운영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업종만을 육성하고 경쟁력 없는 것은 포기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재벌들은 세계적인 기업과 마찬가지로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직 경영권과 소유구조 등에 대해서는 더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성과도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질 문(닉 랭스미스 이사, 로이즈 TSB은행) 최근 중국이 WTO에 정식으로 가입했습니다. 한국의 교역이나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 주십시오.

대통령 긍정적인 점과 경계해야 할 점 두 가지 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이 모든 규제를 풀고, 세금제도가 국제 관행화된다는 점을 환영합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중국의 시장개방을 통해 상당히 덕을 볼 것입니다. 왜냐 하면 우리는 이미 중국에 대해 열어 줄 문호는 다 열었습니다. 더 이상의 조치가 필요 없습니다. 중국은 WTO에 가입함으로써 국제 시장경제 원칙에 맞도록 모든 규제, 세금제도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에 진출하는 데 많은 이점이 있을 것입니다.

중국과 우리는 역사적으로 밀접하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합니다. 중국에서는 한국 문화, 특히 우리의 대중문화가 유행하는 ‘한류’붐이 젊은이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근접성과 문화적인 이미지의 공통점을 잘 살려 중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좋은 전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과의 경제교류에 있어 ‘윈-윈’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경쟁하고 협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노동집약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정보화와 첨단 분야에 있어서는 우리가 경쟁력이 더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을 갖고 적극 진출해서 국제시장에서도 경쟁할 것입니다.

노동집약적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분야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 지식기반 경제에 있어서도 중국의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느 분야가 성공할 수 있는지 선택해서 집중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외국투자 자본이 중국 시장으로 몰려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한국이 좋은 투자시장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고, 한국과 손잡고 중국 시장, 세계 시장으로 진출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질문과 관계없지만 내년 월드컵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월드컵 조추첨 결과 영국이 한국·미국과 경기를 하지 않고 일본에서 경기를 하게 된 데 대해 한국 국민들은 아쉬워하기도 하고 반기기도 합니다. 우수한 영국팀이 한국팀과 경기를 갖지 않는 점은 다행스럽지만, 우수한 팀의 경기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것입니다.

질 문(린다 쿡 사장, 쉘 가스 부문) 외국투자의 중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외국투자와 관련해서 앞으로 한국 정부가 취해 나갈 조치들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대통령 한마디로 말해 투자여건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외국투자 촉진법을 만들고 외국투자에 대해 여러가지 제한조건들을 철폐했습니다. 외국인의 주식보유 한도나 부동산 소유문제도 해소되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산업단지 안에 공장부지를 마련해서 싼값에 외국기업에 임대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자본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우리 국민에게 일관되게 외국자본을 환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외국자본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면 빚이 아니라 투자이기 때문에 되돌려 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과거처럼 외환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외국자본은 우수한 경영기법을 들여와 우리 기업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외국자본은 돈만 갖고 오는 게 아니라 시장도 갖고 와 우리 수출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외국자본은 우리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줍니다. 외국자본을 우리 기업과 똑같이 존중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제가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 외국자본의 비율은 GDP의 2%였는데, 지금은 10%대에 이르고, 3년 안에 20%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저와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 기업은 곧 우리 기업이고, 우리 기업이 외국에 투자하면 곧 외국 기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한국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해 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