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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과 한·중·일 정상회의 기조연설 ― 2001. 11. 5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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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과 한·중·일 정상회의 기조연설 ― 2001. 11. 5

평화·번영·발전의 공동체

존경하는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그리고 각국 정상 여러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번 회의의 의제인 ‘보다 긴밀한 동아시아 파트너십의 구축’이 시사하듯이, 이제 동아시아 협력이 구체적인 틀을 갖추어 체계적으로 발전해야 할 시점이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뜻에서 제가 지난 1998년 하노이 정상회의에서 제안하여 출범하게 된 ‘동아시아 비전그룹(EAVG)’이 작성한 보고서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볼키아 국왕께 감사드립니다.

이 보고서는 ‘평화와 번영, 그리고 발전의 동아시아 공동체’창설을 장기비전으로 설정하면서 개방적이고,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견고한 지역통합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보고서는 동아시아 공동체 창설의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한 협력방안을 경제, 금융, 정치 및 안보, 환경 및 에너지, 사회·문화 및 교육, 제도부문 등 6개 분야로 나누어 검토하였으며, 그 결과 22개 주요 권고사항과 57개의 구체적 협력조치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전그룹’이 이처럼 역내협력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하며, 그동안 집필과정에서 애써 주신 동아시아 비전그룹 위원 여러분과 각국의 협조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이 보고서가 제시한 협력방안들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전그룹’은 ‘아세안과 한·중·일’이 장기적으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를 보다 신속하게 긴밀한 협력체제로 구축해 나가기 위하여 다음 몇 가지 과제를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추진해 나갔으면 합니다.

첫째, 아세안과 한·중·일 정상회의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t Asia Summit)’로 전환하여 보다 체계화해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지난 1997년 태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인도네시아·한국 등으로 확산된 예에서 보듯이 이제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의 구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바야흐로 세계경제 질서가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 EU(유럽연합), Mercosur(남미공동시장) 등 지역을 기반으로 재편되는 추세 속에서 동아시아만 ‘아세안과 한·중·일’이라는 느슨한 형태를 유지해서는 세계의 중심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동아시아 정상회의’출범은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축하고 동아시아로서의 정체성(Identity)을 강화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촉매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것이 실현될 경우 우리 동아시아가 갖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동아시아 역내 국가간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력증진 방안을 논의해 나가기 위하여 ‘동아시아 비전그룹’의 후속기관으로서 민·관 합동의 ‘동아시아 포럼’의 창설을 제안합니다.

금년 3월 각국 정부의 실무자로 구성된 ‘연구그룹’에서 ‘동아시아 정상회의’의 출범과 ‘동아시아 포럼’의 창설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여 조만간 실현되기를 희망합니다.

둘째, 우리는 무역·투자 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금년 11월 WTO(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아울러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해 나가는 방안을 지금부터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유무역지대 창설에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그 중간단계로 각국의 자유무역지구를 벨트와 같이 연결하여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입니다.예를 들어 우리의 경우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지정할 예정입니다. 이와 같이 자유무역지구간의 연결을 통한 무역·투자 확대는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전역의 자유무역지대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동아시아 연구그룹’과 ‘동아시아 포럼’에서 검토되기를 희망합니다.

셋째, 저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체제가 빠르게 역내 금융위기 예방제도로 정착되고 있음을 환영하고, 앞으로도 역내 국가간 통화스왑 협정체결이 적극적으로 확대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역내 금융위기의 사전예방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아세안과 한·중·일 재무장관회의’ 등 대화채널을 통해 역내 금융 및 경제현황에 대한 상호 정보교환과 정책협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세안과 한·중·일 역내 중소기업간 교역·협력을 보다 증진하기 위하여 회원국의 상품 및 바이어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상호교류하는 ‘아세안과 한·중·일 중소기업 통합 정보검색 사이트’를 구축해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넷째, 저는 아세안과 한·중·일 역내 국가간 정보화 격차해소와 인적자원 개발 협력을 통하여 지역간 갈등과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데 배전의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앨빈 토플러 박사는 과거 산업사회와는 달리 정보화 시대에는 보다 적은 비용으로도 빈부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협력사업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제가 제안한 ‘동아시아 특별협력 이니셔티브’ 추진을 위해 내년부터 5년간 매년 100만 달러를 지원, 동아시아 IT 교육훈련센터 설치, IT 인프라 지원, 정보화 자문단 파견사업 등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후발 아세안국의 정보화 노력 지원을 위해 컴퓨터 300대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2002년중 100여명의 동아시아 IT 분야 연수생을 서울에 초청, ‘IT 인턴십 프로그램’을 실시하고자 합니다. 또한 아세안 시험 및 인증기관 간부를 대상으로 표준 및 적합성 평가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연수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아세안의 중견 고위관리를 매년 50명 가량 국책연구기관에 초청하여 한·중·일의 개발경험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을 제의합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2002년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을 개최합니다. 저는 최근 충격적인 테러사태와 관련하여 이 대회에 참석하게 될 동아시아를 비롯한 모든 나라 사람들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오늘 오찬에서도 협의했듯이 아세안과 한·중·일 차원에서도 테러방지를 위한 역내 국가간 정보공유와 철저한 공동대응이 가능하도록 정상 여러분의 각별한 지원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남북한 관계는 작년 6월 15일 남북한 정상의 만남 이후 긴장이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나흘만에 남북장관급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기도 하였습니다. 남북간 평화정착은 비단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나아가 전세계의 안녕과 공동번영에 대단히 긴요한 과제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에 대하여 여기 모이신 정상 여러분께서 한결같은 협조와 지지를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과 한·중·일 국가간 협력관계를 보다 공고히 할 수 있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이 도출되기를 희망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