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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전주 세계소리축제’ 개막식 연설 ― 2001. 10. 13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051  

‘2001 전주 세계소리축제’ 개막식 연설 ― 2001. 10. 13

온 누리에 퍼지는 ‘소리사랑’의 감동

존경하는 전주시민과 전북도민 여러분,

친애하는 유종근 지사, 김완주 시장, 천이두 조직위원장,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오신 공연단과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세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 뜻깊은 ‘전주 세계소리축제’의 개막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세계 14개 국가를 대표해서 한국을 방문하신 각국의 공연단원과 국내외의 모든 참가자 여러분을 마음으로부터 환영해 마지않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정성과 노력을 다해서 이 행사를 준비하신 전주 시민과 전북도민, 그리고 조직위원회와 문화예술인 여러분에게 깊은 치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소리’는 만국 공통의 언어입니다. 여기에는 각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정서와 혼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소리’를 통해서 세계인들과 교감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혀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 이해는 인류가 희구하는 세계 평화의 밑바탕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이번 세계소리축제의 의미가 참으로 각별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전세계가 전쟁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이 시점에 각국의 문화예술인들이 국적·인종·종교의 구별없이 한데 어우러져 ‘소리’로써 함께 공감하고 화합을 이루어 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입니까.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적 대결이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우리가 안심하고 이러한 소리축제를 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의 분위기가 형성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에는 자주 진통과 애로가 있습니다. 그러나 햇볕정책 이외의 대안은 없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독일도 통일과정에서 수많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래도 단념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서 마침내 평화적 통일을 이룩한 것입니다.

저는 ‘소리사랑 온 누리에’라는 이번 축제의 주제처럼, 이번 행사가 인류의 사랑과 화합,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전세계인의 축제의 한마당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또한 이번 기회에 한국 ‘소리’의 큰 울림이 세계인의 가슴속에 크게, 길게 퍼져 나갈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입니다. 문화산업이 국력을 좌우하고 문화강국이 곧 경제강국이 되는 시대입니다. 세계 각국이 저마다 문화와 문화산업을 국가경쟁력의 핵심분야로 키우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5천년 동안 우수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꽃피워 온 우리 민족에게는 이러한 21세기야말로 다시없는 도약의 기회입니다. 우리는 일찍이 금속활자와 측우기를 발명했고, 한글을 창제했던 민족입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외국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해서 우리만의 것으로 재창조해 낸 자랑스런 전통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불교를 받아들여 해동불교로 발전시켰고, 유교를 받아들여 조선유학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러한 전통과 저력을 바탕으로 21세기 지식경제 강국을 향해 착실히 전진해 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한국을 지식기반경제 분야에서 스웨덴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률은 세계 1위입니다. 세계 최초로 초·중등학교의 모든 교실에 컴퓨터와 인터넷망을 완비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문화산업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적극 육성해 나가야겠습니다. 문화산업은 관광산업과 더불어 21세기의 굴뚝없는 기간산업입니다. 음악·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캐릭터 등 문화컨텐츠를 적극 개발해야 합니다. 우리 문화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정부는 이미 2000년도부터 사상 처음으로 문화예산을 전체예산의 1%선으로 편성해 오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는 문화산업과 함께 정보통신, 생명과학, 나노기술, 환경산업 등 5대 첨단분야의 집중 육성을 위해서 앞으로 5년 동안 10조원을 투자해 나갈 계획입니다.

존경하는 전주 시민과 전북 도민 여러분!

문화산업의 모체는 순수예술과 전통예술입니다. 예로부터 전주와 전북은 예향으로 불려 왔습니다. 전주 대사습놀이를 비롯해서 수많은 전통 문화예술의 계승·발전 노력도 여기서 이루어져 왔습니다.

전주에는 전세계에 자랑할만한 유형·무형의 문화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리’와 ‘음식’입니다. 특히 우리 민족의 혼이 녹아 있는 판소리는 세계인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컨텐츠입니다. 우리 음악예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판소리를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 선생은 ‘전북이 낳은 한국의 셰익스피어’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영국에는 외국 관광객들이 반드시 찾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있는 ‘스트랫퍼드(Stratford)’라는 마을입니다. 런던에서 기차로 2시간을 가야 하는 그곳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한 사람이 200만명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우리 전주가 세계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길은 전주만이 갖고 있는 문화유산을 소중하게 키우고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보려면 전주에 가야 한다”는 전통을 만들어 내도록 해야 합니다. 전주가 한국의 ‘소리’와 ‘음식’의 본고장으로서 자리잡아야 합니다. 세계인들이 전주를 방문한 데 대한 문화적 자긍심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국내의 관광객도 앞을 다투어 찾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주와 전북이 한국 관광의 수준을 한차원 높이는 ‘품격있는 문화순례’의 중심지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주 세계소리축제’가 갖는 의미는 참으로 큽니다. 오늘 그 첫 걸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축제가 전통 문화예술과 관광이 한데 결합된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저도 여러분에 대한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전주시민과 전북도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

다음달에는 전주 월드컵 경기장이 개장됩니다. 전주시와 전라북도가 이번 소리축제와 같은 훌륭한 문화예술적 소재를 잘 활용해 나간다면 내년의 월드컵 대회에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뜨거운 애향심과 문화적 자부심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전주 월드컵 경기를 가장 아름답고 품격높은 대회로 만들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60만 시민, 200만 도민이 합심협력해서 전주와 전북의 발전은 물론 21세기 문화강국, 지식경제강국 건설의 주역이 되어 주실 것을 바라 마지않습니다.

존경하는 전주시민과 전북도민 여러분!

이번 ‘전주 세계소리축제’를 계기로 전주가 한국의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의 본고장이 되도록 합시다.

문화산업은 21세기 국운을 좌우하는 기간산업입니다. 여러분은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문화 전주’와 ‘문화 전북’의 앞날을 개척해 나가십시오. 그리하여 언제까지나 아름답고 품격있고 번영된 내일을 지향하는 이 고장이 되도록 해주십시오.

전주시민과 전북도민 여러분의 행운과 건승을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