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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치지도자상’ 수상 연설 ― 2001. 9. 25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988  

‘세계정치지도자상’ 수상 연설 ― 2001. 9. 25

용서와 화해, 그리고 진정한 평화

존경하는 아서 슈나이어 회장, 헨리 키신저 박사,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신사 숙녀 여러분!

먼저, 저는 지난 11일의 충격적인 테러 대참사를 당한 미국 국민에 대해서 모든 한국 국민과 더불어 마음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드리고자 합니다.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들의 명복과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빕니다. 우리 한국 국민들도 지난 14일을 ‘애도의 날’로 정해 동맹국인 미국의 국민들이 당한 슬픔에 동참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는 전세계인의 적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최고의 죄악입니다.

저는 이러한 테러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테러로부터 인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다짐합니다.

미국 정부와 국민들이 불굴의 용기와 단합으로 이 엄청난 재난을 하루속히 극복하기를 기원하며, 또한 그렇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대로 ‘Appeal of Conscience재단’은 전인류의 인권신장과 전세계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매우 소중한 단체입니다. 그동안 이 재단은 관용과 상호 존중의 정신을 추구하며, 국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평화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옴으로써 전세계인으로부터 경외와 존경을 받아 왔습니다.

이러한 재단이 제정한 세계적 권위의 세계정치지도자상을 오늘 제가 수상하게 되어 참으로 영광스럽습니다.

저는 먼저 이 영광을 한국의 민주화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해 온 한국 국민에게 돌리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처럼 영광스런 상을 주신 Appeal of Conscience재단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 먼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고,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있어서의 인류의 과제와 세계평화에 대한 저의 소견을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분도 아시는 대로 우리 한반도는 지난 세기말의 세계적인 냉전종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 한민족은 일찍이 3년에 걸친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으며, 그 후 50년을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저는 1998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이러한 남북관계를 평화와 협력의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일관되게 햇볕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햇볕정책은 남북간의 평화공존과 평화교류를 추진해 나감으로써 장차의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자는 정책입니다. 또한 햇볕정책은 남북은 물론 미·일·중·러 등 주변국과 세계 모든 나라에 이익이 되는 정책입니다. 그것은 우리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책은 50년 넘게 얼어붙어 있던 냉전의 빙벽을 녹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저는 작년 6월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저와 김정일 위원장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50년 전에 겪었던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되며, 한반도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그 후로 한반도에는 과거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분단 50년만의 감격적인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습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동시입장하는 장면을 전세계인이 감동 속에 지켜보았습니다. 남북간의 철도와 도로를 다시 연결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남북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국방장관회담이 열려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금년 들어 상당기간 남북관계가 정체상태에 있었지만, 최근 다행히도 남북한 당국간의 대화가 재개되었습니다. 지난주의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합의되었지만 이행되지 못했던 남북간 철도와 도로연결 사업, 개성공단 건설을 비롯한 경제협력의 활성화, 이산가족 상봉문제 등의 과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협조를 당부드리면서,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이 있는 한 머지않은 장래에 완전한 평화가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다음으로, 인류문명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있어서의 평화의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20세기는 자본·노동·토지·기계시설과 같은 물질적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산업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지식정보화 시대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문화 창조력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가 경쟁력을 갖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지식정보화 혁명은 한편으로는 부를 급속히 증식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간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정보화를 통해 나온 혜택의 대부분을 소수의 선진국들이 독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 우려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빈부격차의 확대는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갈등을 증폭시켜 세계 평화를 교란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부국에 대한 빈곤국과 NGO의 저항이 바로 그것입니다.

동시에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은 국가간의 장벽을 허물고 개방화와 세계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국가에서는 이른바 ‘문화적 갈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것이 종족간 대립과 결합되거나, 종교 원리주의자들에게 이용당하게 되면 엄청난 파괴적 양상의 대결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간 네트워크의 구축과 개도국의 정보화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국가의 다양한 문화가 인정되고 존중되는 정보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렇게 각 국가들이 남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정보화 협력체제를 유지할 때 세계의 평화는 유지되고 인류는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마지막으로 제 경험에서 비롯된 저의 평화에 대한 소견을 잠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독재자들에 의해서 지금까지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6년의 감옥살이와 30여년에 걸친 연금과 망명과 감시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역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대통령에 취임한 뒤로 저는 저를 박해했던 사람들을 용서했고, 그 어떤 정치보복도 하지 않았습니다. 불행의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누군가는 용서를 통해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는 용서와 화해의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이미 말씀드린 대로 소외된 사람과 가난한 나라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인종·종교간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 우리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생활의 안정과 평화에의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이러한 두 가지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시다.

오늘 저에게 큰 영광을 안겨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여러분 모두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