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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와의 대화- 1998. 4. 27 공무원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996  

고위공직자와의 대화- 1998. 4. 27

공무원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민의정부’에서 행정부의 중추적 지위에 있는 여러분과 행정부의 수반인 내가 한자리에 앉아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세계와 현실, 그리고 6.25 이후 최대의 국난에 처해있는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서 우리가 다시 세계의 선진대열로 전진해 나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잘해야 나라가 잘되고, 여러분이 나와 같이 잘해야 나라가 잘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국운을 양어깨에 지고, ‘국민의 정부’ 아래에서 함께 국가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할 그런 처지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국민의 정부’ 의 공무원인 동시에 얼마 안가서 맞이하게 될 21세기의 공무원이 되는 것입니다. 21세기는 단순히 형식적으로 한세기가 바뀌는 것만이 아닙니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대혁명을 이룩할 큰 변혁의 세기로 우리가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지금으로부터 약500만 년 전에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북방에 있는 볼고리아 호수, 여기에서 최초로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후 거듭 절멸하고 다시 태어나고 하다가 오늘날의 인간 호모사피엔스가 태어난 것은 약20만 년 전입니다. 이와 같이 인간의 역사는 아주 짧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역사는 지구 역사가 46억년이고, 공룡이 지구상에서 5,000만 년을 살다 멸종된 것에 비하면 정말로 순간입니다. 이러한 인간이 태어나서 다섯 번의 혁명을 했습니다.

첫 번째는 인간의 종이 태어난 것이고, 두 번째는 약 1만 년 전에 농업혁명이 일어나 떠돌던 인간이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이라크의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유역, 나일강유역,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유역, 중국의 황하 유역에 약 5, 6천 년 전부터 도시국가가 생겨난 것입니다. 네 번째 혁명으로는 중국에서 공자・노자・장자・묵자・순자등의 철학자들, 인도에서 부처님과 브라만 승려와 같은 종교 지도자들,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 이스라엘에서 아사야・아모스・학개・예레미야와 같은 종교지도자들, 즉 네지역에서 일제히 일어난 사상혁명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모든 사고방식은 이 네 지역에서 일어난 사상혁명의 유산 속에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려분이 아시는 대로 18세기 말에 산업혁명이 일어나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의 시대가되었고, 오늘날까지 자본주의 사회가 유지되어 왔습니다.

20세기에는 정치적으로 세 가지 서로 상이한 주장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히틀러나 일본 군국주의 같은 극우독재, 하나는 공산주의 같은 극좌독재, 하나는 민주주의입니다. 이것이 서로 싸우다가 결국 극우독재, 하나는 2차대전을 통해 먼저 패배하고, 그다음에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공산독재가 세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제 공산주의는 거의 끝났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하나로 세계의 정치가 단일화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극우세력들이 주장했던 통제경제, 극좌세력들이 주장했던 계획경제, 그리고 자본주의의 시장경제가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통제경제와 계획경제는 실패하고 이제는 공산국가인 중국에서조차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20세기가 끝나가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세계의 방향이 잡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세계의 경제는 산업혁명 이래 일어났던 국민경제, 즉 민족단위이던 국민경제로부터 이제 세계경제시대로 들어갔습니다. WTO(세계무역기구)라는 것은 결국 세계에서 경제적 국경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인데, 앞으로 6년이 지나면 경제적인 국경은 완전히 없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했던 국민경제는 200년간 계속되다가 오늘날 변질, 소멸되어 가고 있습니다.

통일신라시대에도 민족은 있었지만 민족주의는 없었습니다. 민족주의라는 열병과 같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결국 자본주의 경제가 일어나 민족단위로 경제단위가 형성되면서 그 민족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 것입니다.

어떤 것은 민족주의가 제국주의같이 침략주의가 되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듯이 되었고, 어떤 것은 그런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민족주의 -외포적 민족주의, 혹은 내포적 만족주의가 있지만- 여하튼 민족주의가 전세계 사람들을 열병같이 휩쓸었습니다.

이제 그런 시대가 지나가고 세계는 하나의 경제체제로 가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세계에서는 국적이 소용 없습니다. 제일 좋고 제일 싼 물건을 만들어야 소용이 있지, 국산품 애용이 반드시 애국만은 아닌 그런 시대로 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는 눈에 보이는 물질이 경제의 핵심이었습니다. 원료라든가, 기계라든가, 이런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이 핵심입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경제의 본질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산업체제・공업체제 속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양자가 서로 협력도 하고 대립도 하고 이런 가운데 보수와 혁신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본도 노동도 경제를 끌고 나가는 주체의 자리에서 물러나기 시작하고 결국 정보화산업, 지식산업 등처럼 각 개인의 우수한 두뇌가 경제의 주체가 되어 갑니다. 빌 게이츠는 자본가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니었습니다. 머리 좋은 발명가입니다. 그런 사람이 벤처산업을 일으켜 순식간에 세계 최대의 부자로 등장한 이런 경제체제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21세기라는 새로운 시대로 우리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는 지금 크게 보면 EU의 유럽블록, 미국을 중심으로 중남미를 포괄하는 미주블록, 그리고 아사아・태평양 블록, 이 세 개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와 같이 서로 대립하고 상극하는 것이 아니라, 이 블록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합니다. 또 그렇게 하지 않고는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금융위기, 이것이 일본뿐만 아나라 미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유럽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의 시장이 잘못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점에서 WTO체제하에서는 경제적 국경이 없는 만큼 블록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합니다. 블록 내부의 협력, 그리고 블록간에도 협력과 경쟁, 이런 방향으로 나가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민주주의는 아시아에는 맞지 않다. 민주주의는 시기상조이다, 이런 얘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의 이광요 총리가 중심이 되어 그런 주장을 했는데, 유럽이나 미국 등의 경제학자들도 이에 동조하여 “아시아는 민주주의가 맞질않는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권위주의적인 통치가 필요하다, 한국이 그 모델이다”, 이런식으로 얘기들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일대를 휩쓸고 있는 외환위기를 보면서 세계의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잡지 중의 하나인 「Foreign Affairs」라는 잡지가 있습니다. 1983년 이광요씨는 이 잡지에 아시아적 특성, 즉 아시아에서는 민주주의가 맞지 않고 유교에 의한 가부장적인 체제가 적합하고, 아시아 경제는 그렇게 했을 때만 발전될 수 있다는 그런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내가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아시아에서도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철학적 근원이 얼마든지 있다고 했습니다. 맹자는 “임금은 천자다, 천자는 하늘의 아들이다, 하늘의 아들은 하늘이 그 아들에게 백성에게 선정을 베풀라고 내려 보낸 것이다, 만일 선정을 안할 때 백성은 하늘을 대신해서 일어나 그 천자를 쫓아낼 권리가 있다” 는 말을 지금으로부터 2,200년 전에 했단 말입니다.

부처님은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이 세상에 나오시자마자 벌떡 일어서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라고,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인권선언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 민주주의와 상통되는 무수히 많은 사상적 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2,3천 년 전부터 아시아에 있었던 군현제도는 오늘날 우리가 무슨 도 무슨 군 하는 그런 제도인데, 유럽의 봉건제도가 19세기까지 계속된 것과 비교해 볼 때 얼마나 아시아가 앞서 있었습니까?

또 유럽의 봉건제도는 아버지가 영주이면 아들이 무조건 이것을 인계받던 그런 체제가 19세기까지 계속되어 왔는데, 아시아에서는 1,500년 전에 이미 재상의 아들도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면 고급공무원이 될 수 없는 그런 제도가 성립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임금의 잘못을 충간하는 기구인 사관, 고관들의 잘못을 규탄하는 사헌부, 이런 등동의 무수한 기구들이 권력을 견제하는 등 민주주의적인 전통과 뿌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민주제도・대의제도・투표제도 같은 오늘날의 민주제도가 서구사회에서 제대로 발전되었을 뿐입니다.

제도라는 것은 옮기면 되는 것입니다. 서구에서 하던 제도는 언제든지 여기서도 행해질 수 있습니다. 서구에서 먼저 강물이 위에서 밑으로 흘러내리는 곳에 발전소를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했지만 한국에서도 강물이 위에서 밑으로 흘러가는 곳에 발전소를 설치하면 전기가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서구에서 발명한 얼마나 많은 기술이 아시아에서 행해졌습니까. 더욱이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정보를 얻고 정보를 이용하는 정보화시대입니다. 나는 “이러한 정보화시대에서는 아시아 국가도 민주주의를 안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광요 총리의 논리에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동안 아시아 문제를 연구하는 서구학자들, 아시아 학자들 중에서 이 글을 안 읽은 사람이 없지만 그래도 반신반의하다가 이제 아시아의 경제적 위기가 닥친 것을 보고 세계가 “김대중 말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외람되지만 “아시아를 대표하는 지도자는 아무개다” 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얘기되는 이런 단계까지 온 것입니다.

사실 이번에 내가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가서도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일 민주주의의 이념을 철저히 지키면서 공정한 경쟁하의 시장경제를 했다면, 그리고 대통령이나 권력이 부당하게 어떤 특정인에게 이권을 집중시킨다든지, 어떤 특정인에게 금융을 집중시키는 이런 일을 안 했다면 어떻게 되었겠느냐 하는것입니다.

정부가 은행 주식 하나도 안 가지고 있으면서 은행장과 간부들의 임명을 좌지우지하고, 전혀 대부받을 자격이 없는 기업들, 예를 들면 한보와 같은 기업에게 4조, 5조 원의 돈을 빌려주라고 해서 부실대출을 만들고, 이런 식으로 해서 오늘날 은행을 저 꼴로 만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겠느냐, 우리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렇게 해서 정경유착이 없었고, 관치금융이 없었고, 거대한 부패가 없었다면, 그리고 공무원 여러분이 부당하게 압력을 받아가지고 해서는 안될 그러한 특정인에게 혜택을 집중시키는 일을 안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우리 한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자기 힘 가지고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겨내는 그런 훈련을 해 왔다면 오늘날 빚더미 속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능히 세계적으로 수출을 확대시켜 우리가 필요한 외화를 우리가 벌어 썼지 빚낼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했다면 오늘날의 이런 경제위기가 없었을 겁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경유착・관치금융・부패, 이런 것이 금융과 기업을 마비시키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의 상실을 가져오게 하고, 결국 오늘날의 외환위기를 초래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나갈 길은 두말할 것도 없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것을 기본철학으로 해서 나가는 일입니다. 국정의 기본철학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동전의 양면같이 끌고 나가는 것입니다. 수레의 양바퀴같이 그렇게 맞물려나가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이 중요하고, 어느 한쪽이 덜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앞뒤가 되어야 합니다.

그 증거는 많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해 온 영국・프랑스・미국과 유럽의 나라들은 다 잘됐습니다. 이 두 개를 병행하지 않았던 프러시아 독일, 그리고 메이지일본, 이들은 민주주의는 거부하고 시장경제만, 자본주의 경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민주적인 시장경제가 못되었습니다. 결국 2차대전을 통해서 패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도 2차대전 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필리핀은 마르코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시아에 있어서 경제적으로 일본 다음가는 선진국가였습니다. 그런데 마르코스가 등장해서 20년 동안 독재를 하고 부패하고 개인 축재를 하고, 이렇게 해서 필리핀의 경제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마르코스가 물러나고 나서 아키노・라모스, 이 두분이 연이어 대통령이 됨으로써 필리핀은 오늘날 건전하게 다시 소생하고 있고, IMF 관리에서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도 이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해가지고 자유로운 환경속에서, 권력의 간섭이 없는 속에서, 정경유착이 배제되는 속에서, 은행이 정부의 지시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는 속에서 기업들이 구조개혁을 하여 세계와 경쟁하는 이런 체제를 만들었을 때,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발전시켜 나갈 때 비로소 다시 소생해 나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금년 도행정의 지표로서 ‘전면적인 개혁’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전면적 개혁은 다섯가지의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하나는 국민적인 주인의식의 함양입니다. 우리들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피동적으로 움직인다든가, 정부가 좌지우지한다든가, 이런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주인으로서 참여의식과 책임감을 가지는 것입니다.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고 공헌하는 그런 의식적인 혁명입니다.

“내가 이 나라 주인이다, 내가 안하면 누가 하나, 내가 이 잘못을 계속한다면 나는 나 개인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큰 죄를 짓고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나는 내 자신만이 아니고 바로 내가 우리 국민의 운명을 지고 있다”는 주인의식을 함양시키는 것이 매우 필요합니다. 이런 국민적인 정신혁명이 있을 때만 우리는 성공의 길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두 번째는 경제의 전면적인 구조개혁을 해야 합니다. 완전한 시장경쟁, 무한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살아남고 진 자는 도태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국산품 애용이 반드시 애국은 아닙니다. 이제부터 경제는 세계와 경쟁해야 합니다. 강원도 산골의 옥수수 농가도 미국의 옥수수 대농가와 경쟁해야 합니다. 뒷골목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아주머니도 세계의 슈퍼마켓과 경쟁해야 합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지 않습니까? 외국의 슈퍼마켓들이 국내로 지금 얼마나 진출하고 있습니까? 앞으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제는 그런 시대로 우리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과거와 같은 국산품이 어떻다든가, 국민경제가 어떻다든가, 그래서 외화를 배척한다, 우리끼리만 오붓하게 잘 산다,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우리가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세계를 우리 속에 안아야 됩니다. 세계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주체적인 정신을 가지고 자주적인 정신을 가지고 세계를 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계로부터 고립되면 살길이 없습니다. 수출해야 사는 나라가 세계와 남이 되고, 외국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 나라가 세계와 대립하고, 이래가지고는 우리는 희망이 없습니다. 세계와 맞물리는 그런 경제구조, 무한경쟁을 이겨내는 그런 경제구조를 만들어야합니다.

우리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이미 다섯가지를 정부와 합의했고, 이것을 법률로 정했습니다. 하나는 결합재무제표와 같은 기업의 투명성입니다 기업의 모든 내용이 유리창을 들여다보듯이, 우리 국민이 보거나 세계가 볼 때 훤히 보이는 그런 투명성입니다.

둘째는 같은 기업 내에서 상호지급보증하는 일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같은 재벌 내에서 상호지급보증을 하니까 잘된 기업이 못된 기업 보증해 주다가 다같이 잘못됩니다. 못된 기업은 빨리 망해야 하는데, 망하지 않고 살아 남기 때문에 국민의 부담이 되고, 그 재벌의 부담이 되고, 그래서 우리 경제가 지금 이 모양이 된 것입니다.

셋째는 재무구조를 최대한으로 합리화해서 견실화하는 것이고, 넷째는 몇 개의 주요 전략사업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소기업과 같이 나가야 합니다. 중소기업과 같이 나가지 않고 혼자만 나갔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된 겁니다.

다섯째는 재벌들이 이미 실천하고 있지만, 과거에 회장이니 뭐니 하면서 법에도 없는 것을 만들어 가지고 법적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실제로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이런 일은 이제 더 이상 안됩니다. 스스로 자기들이 선택하는 기업의 대표이사나 이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운영결과에 대해서 책임져야 합니다.

이 다섯가지를 철저히 이행해야 됩니다. 이것이 잘 안됐을 때는 우리 기업은 체질 개선을 할 수 없고, 체질개선이 안되면 경쟁이 안되고, 경쟁이 안되면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문제의 초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 여러분도 이제 다시는 기업들이 권력에 의존하거나, 자기 힘으로 이겨내지 않고 남의 힘을 빌려 은행돈을 마구 갖다 쓰고 하는 이런 일을 못하게 해야 됩니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의 기업들은 자기자본이 100억 원이 있으면 은행돈은 100억 원이나 150억 원 빌릴 수 있습니다. 대만 같은 데는 심지어 80억 원 정도밖에 안빌려 줍니다. 우리나라는 얼마, 자기자본 100억 원이 있으면 빚은 500억 원을 줬습니다.

그런데 지금 금리가 이렇게 비싸니까, 금리 물다가 기업이 안됩니다. 그래서 이런 구조조정을 하루속히 진행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것을 강력히 밀고 나가겠습니다. 절대로 이 고삐를 늦추지 않겠습니다. 이것이 기업을 살리는 길이고, 이것이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것을 포기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밀고 나가는 것이 기업들에게는 힘들겠지만, 그것이 바로 기업들로 하여금 잘못된 체질로부터 세계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즉 동지섣달 북서풍에 발가벗고 뜰 한가운데 나가더라도 감기 걸리지 않는 그런 튼튼한 체질을 만들어 주는 것이 목적인 것입니다.

세 번째는 노동의 유연성을 갖추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해 줘야 됩니다. 노동의 권익도 보장하지만, 그 유연성도 노동계는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난번에 정리해고제를 도입했는데, 되도록 실업자를 안 내는 게 목적이지만 불가피하면 정리해고를 해야 됩니다. 이래서 기업이 살아나야 합니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일터가 있습니다. 기업이 죽고 나면 일터도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정리해고를 1할이나 2할을 하더라도 기업을 살리면 8할의 일터가 있는 겁니다. 그러나 안살리면 전부가 일터를 잃습니다. 기업을 이렇게 살려가면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새로운 직종이 생겨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 대신 기업가가 부당하게 노동자들을 해고하려고 할 때, 그것이 법에 의하지 않으면 단호히 제지할 것입니다.

우리는 노동자의 무리한 요구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지난번의 대한중석이라든가, 이번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경영에 개입한 데 대해서는 정부가 단호한 태도로 이것을 제지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자기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얘기할 때 정부는 얼마든지 그것을 존중하고, 또 그 정당한 권리를 보장할 것입니다. 이런 것을 우리가 해나감으로써 산업평화, 노동의 평화를 실현시키겠습니다.

네번째는 정부와 산하의 모든 공기업의 고효율 운영을 실현시켜야 합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근무하는 행정기관도 하나의 기업과 같이 생산성 중심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정부가 고효율로 운영되지 않는데, 기업이나 금융이 고효율로 운영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에 기구축소도 했습니다. 앞으로 공무원들이 능률적으로 일할 수있도록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잘한 사람에 대해서는 상을 주고,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우는 식으로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 권력이 필요없이 간섭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부 포기하게 할 것입니다. 정부가 집행하는 일에는 되도록 손을 뗄 것입니다. 정부는 계획하고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고 환경을 지키는, 이런 일을 중심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정부를 고 효율화시키는 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는 바르게 산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직하고 능력있고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 공무원 중에서도 누가 보든지 훌륭한 사람이 성공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거꾸로 악을 행하고 권력을 악용하고, 혹은 빽을 이용하고, 혹은 무슨 학연이나 지연을 이용하고, 이런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 그것은 안됩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사회가 불신과 적대, 그리고 비능률화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지양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외환문제는 상당히 놀라울 정도로 변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외국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내가 당선됐을 때는 정부가 파산직전에 있었습니다. 작년 12월 19일 당선되어 하루도 쉬지 못하고 여기에 매달렸는데, 2월 22일에 미국정부의 재무차관이 왔습니다. 재무차관이 온 이유는 한국의 마지막 파산위기 때문에 왔는데,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고 이 사람이 희망이 있으면 도와주고 안되면 파산시키고 말아야겠다고 온 겁니다.

나와 얘기하면서 노동문제 등 나의 여러가지 정책에 대해 얘기를 듣고 돌아가서는 바로 24일 한국경제를 살리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그래서 파산의 위기를 모면했던 것입니다.

그 다음 금년 2월 4일, 단기외채 226억 달러 거의 전액이 2개월・3개월, 심지어 1주일짜리 만기도 있었는데, 그렇게 급박하던 단기외채가 2년・3년으로 연장됐습니다.

그동안 한국에 대한 국제적인 신인도, 외람됩니다만 대통령에 대한 신인도가 날로 높아져 이제는 세계가 이것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제가 당선된지 이틀만에 전화를 해서 자기네 재무차관을 보내니까 만나서 상의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대로 재무차관이 왔습니다.

그 사람들이 제 생각을 알고는 확실히 인정하고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IMF 총재가 와서 만나보고, 세계은행 총재가 와서 만나고,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 대표들이 와서 나를 만나보고,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안심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시아중에서 한국은 다르다, 이런 식으로 얘기가 되어 신인도가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30억 달러 외채를 기채하는데, 220억 달러를 주겠다고 몰려와서 우리가 40억 달러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외환보유고도 작년 말에 80억 달러도 안되던 것이 이제는 300억 달러에 도달했습니다.

IMF는 6월 말까지 하기로 합의했는데, 2개월 반전에 이미 이것을 채웠습니다. 연말 목표가 400억 달러인데, 이것도 될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됨으로써 환율이 1,800원까지 가던 것이 1,300원 선으로 안정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내가 ASEM에 갔을 때 세계각국과 영국의 금융계・경제계 사람들이 걱정될 정도로 한국 국민과 정부를 평가한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주장한 바에 의해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에 대한 투자조사단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제 내달부터 옵니다. 자랑이 아니라 이번 ASEM은 한국의 회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문제를 완전히 우리가 주도했습니다.

다음 ASEM은 서울에서 우리가 주최하게 되는데, 만일 이번 회의에서 아시아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발표하지 않는다면 이 다음 회의를 하기조차 어렵다, 내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한테 당신이 만일 이런 식으로 나가면 내일 폐회식이 바로 해산식이 될 수가 있으나 이러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 독일의 콜 총리 등 여러분이 돕고 일본의 하시모토 총리도 앞장서고 해서 아시아에 투자조사단을 보내기로 하는 동시에 의장이 특별히 성명을 통해 “한국에 투자조사단을 보냄으로써 한국 국민과 김대중 대통령을 격려해야 한다”고 발표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 문제는 외환에 의한 위기입니다. 외환이 많이 들어와야 우리가 이 위기를 모면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하는 길은 수출을 늘리는 것입니다. 다행히 수출은 상당히 호조를 보여 금년 말에는 200억 달러 내지 250억 달러 흑자를 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낼 수 있다고도 합니다. 전경련 분들은 500억 달러를 낸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나는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외국투자를 많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외환정책에서 가장 잘못된 것은 외국투자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빚만 내오려고 했던 것입니다. 투자를 위해 달러를 가지고 오면 우리가 원화로 바꾸어 줍니다. 우리는 그 달러를 마음대로 쓸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빚도 아니고 이자도 안 뭅니다. 그러나 차관을 해오면 그것은 전부 빚입니다. 이자를 내야 합니다. 그리고 작년 연말같이 빚쟁이들이 일거에 갚으라고 하면 나라가 파산합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투자가 들어오면 외국인이 와서 경영하게 되니까 선진경영기법이 들어오게 됩니다. 기업의 투명성이 완전히 보장되어 정경유착이나 부정부패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노동자의 일터가 많이 생겨납니다. 수출의 길이 열립니다. 이런 길을 택하지 않고는 우리가 힘듭니다.

영국은 지금 GDP의 28.6%가 외국투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52%, 중국은18%, 미국도 약17%입니다. 우리는 얼마냐, 2-3%밖에 안됩니다. 이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이래서 우리는 투자유치에 최대의 역점을 두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투자가 많이 들어오도록 하는 것은 공무원 여러분이 투자환경을 어떻게 조성해 주느냐, 그 사람들이 와서 어떻게 손쉽게 기업할 수 있게 해주느냐, 이것이 결정적인 것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중점적인 문제는 수출과 외국투자 유치입니다. 외국 투자가 들어와야 일터가 생겨 실업문제도 해결됩니다. 우리나라의 쓰러져가는 기업은 투자할 여력이 없습니다. 은행도 돈 빌려줄 힘이 없습니다. 외국투자를 유치하는 것 외에는 이것을 해결해 나갈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실업자 문제입니다. 실업자가 지금 약 145만 명에서 150만 명 정도 되고 있습니다. 1・2월에 매일 1만 명씩 늘어나다가 3월에

는 하루에 5,000명씩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5,000명도 한 달이면 15만 명입니다.

이러한 실업자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야 합니다. 금년은 우리가 실업문제, 물가문제, 불경기문제, 기업도산문제, 이것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이를 악물고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수출에 노력하고,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외국자본이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도록 협력해 주고, 이렇게 하면 우리는 이 고비를 넘기고 내년부터 희망의 길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안정이 되어 가면 금리도 내려가고 기업들이 고금리 때문에 쓰러지는 일이 해결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일을 위해서 은행의 개혁, 기업의 개혁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도 체질을 개선하여 봉사하는 공무원인 동시에 가장 능률적인 공무원이 되어야 합니다. 외국투자자들에게 “한국 공무원들에게는 정말 안심하고 협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될 때 비로소 우리가 나라를 구할 수 있습니다.

IMF에서도 전망했습니다만, 99년부터는 우리 경제성장률이 다시 4%대로 돌아설 것이고, 물가도 4% 내지 5%로 안정될 것입니다. 이것은 OECD나 여러 나라들이 얘기합니다. 그러나 나는 내년까지는 우리가 상당한 고생을 해야 하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금년에 우리가 전력을 다해 경제위기에 대처해 나가면 내년 연말에는 IMF체제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내년에 우리가 IMF를 졸업하게 되면 2000년부터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활력을 다시 찾게 될 것입니다. 금년은 경제위기의 극복, 내년은 IMF졸업, 그 다음해는 새로운 도약에 대한 활력의 회복, 이러한 방향으로 우리가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다시 선진국 대열로 지향해 나가는 그런 나라가 될 것입니다.

21세기의 공무원은 통제나 지도로부터 서비스하는 공무원, 이런 방향으로 전면적으로 바뀌어져야 합니다. 기업 마인드를 가지고 공무원 사회의 생산성 향상이 기업 못지않게 앞장서 나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공무원도 전세계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영국에 한국 기업들이 가서 기공식・준공식을 하면 여왕까지 나오는 그러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가들이 투자의 현장을 가려고 하면 주지사가 헬리콥터를 내줄 정도로 서비스를 해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SOC 같은 것을 제공해 정부가 앞장서서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은행의 융자도 알선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한국 공무원도 해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제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영국・프랑스・독일・미국 등 나라들의 공무원과 우리나라 공무원도 경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기업만이 전세계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도 전세계적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로서 지난번에 다우코닝이라는 회사가 우리나라에 25억 달러를 투자하려고 했습니다. 나도 그것을 실현시키려고 상당히 애썼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 관청에서 2년인가 세월을 보내면서 아무리 해도 해결이 안되니까 결국 한국에서는 공무원들의 협력이 없어서 도저히 일해 나갈 수가 없다며 말레이시아로 가 버리지 않았습니까? 꼭 그것이 공무원의 책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 구실을 가지고 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우리 공무원도 국제경쟁에서 반드시 이겨내야 하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공무원들은 세계가 급격하 변해가기 때문에 평생 자기 교육을 해야 합니다. 내가 일류대학을 나왔으니까, 이것 가지고는 안됩니다. 계속 공부를 해서 자기 자질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서 공무원 자신의 발전도 있고, 또한 공무를 효율적으로 해 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부는 공무원 여러분에 대해서 어떤 제도를 취할 것인가, 대통령은 여러분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가, 내가 오늘 여기서 여러분에게 정말로 내 심정을 이야기해야 하겠습니다. 나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내가 대통령으로서 성공하려면, 내가 이 나라를 구출해 내려면 공무원 여러분의 협력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협력없이 나 혼자 해낼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나에게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가는 길이 옳고 내가 가는 길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 생각하면 나를 도와야 할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죄없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과거 역대 정권들이 내가 그렇게 반대한 정책들을 강행해 가지고 오늘날 이 꼴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그래 놓고 내가 지금 그것을 맡아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국민과 여러분이 정말로 나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한마디로 말해 나와 동반자가 되어 이 나라를 구출하는 데 노력해주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가 되어 줘야 합니다. 여러분이 개혁마인드를 가지고 개혁을 이끌어나가지 않는데, 대통령이 아무리 소리쳐 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안해 주면 대통령만의 불행이 아니라 여러분의 불행도 되고 나라의 불행도 됩니다. 우리는 운명공동체입니다. 우리는 지금 딴 짓하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금년을 제대로 잘못 넘기면 우리는 희망이 없습니다. 그렇게까지 우리의 현실이 각박한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여러분이 맡고 있는 책임이 중요한 것입니다.

나는 여려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공무원 인사문제 때문에 여러분이 그동안 얼마나 고통받고, 또 문제점이 있었습니까. 이제 이 나라에서는 공무원의 인사에 있어서 지역이나 학벌이나 혹은 친분이나 이해나 이런 것 가지고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번에 인사문제에 있어서 나는 여러분에게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해놓고 보니까 부분적으로 문제가 다소 있었습니다. 그건 인정하지만, 그러나 장관부터 차관 혹은 각급 정부산하단체의 책임자에 있어서 역대 정권 중에 지금같이 지역안배가 공정하게 된 때가 없습니다. 이것은 현재 나와 있는 자료가 이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소위 정권에 있어서 빅 스리(Big Three), 즉 최고로 중요한 자리라고 하는 총리, 안기부장,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부 비호남 사람입니다. 지역안배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볼 때 부분적으로는 문제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은 앞으로 시정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또 그걸 시정하는 데 조금도 인색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합니다. 인사문제가 공무원 여러분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됩니다. 지역편중, 학력이나 학벌 가지고 좌지우지하는 것, 친소관계로 하는 것, 이런 일은 다시는 없다는 것을 여러분이 믿어주기 바랍니다. 실력 위주입니다. 실력있는 사람, 그리고 정부가 가는 길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 대해 정부는 대우해 줄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에 대해서 한 가지 얘기할 것은 어떤 일이든지 불법・부정을 여러분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자격도 없는 자한테 이권을 줘라, 상환능력도 없는 기업을 돌봐 줘라, 은행돈을 빌려 줘라, 그런 것에 압력을 가해라, 이런 일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대통령 된 이후 한 건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국가공무원의 양심에 입각해서 공정하게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 한 가지 미안하고 가슴아픈 것은 이번에 공무원들의 봉급에서 일부를 줄여 실업기금에 냈습니다. 여려분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주고, 협력해 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봉급이 국영기업체에 비하면 87% 정도, 민간기업에 비하면 74% 정도밖에 안되는데 거기서 다시 여러분으로 하여금 그런 희생을 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합니까? 지금 나라가 이렇게 위급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고비를 넘겨야 되지 않겠습니까? 서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 남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국민소득 1만 달러의 나라가 아닙니다. 5,000달러 정도 밖에 안되는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각오로 우리는 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사회보장제도가 잘 안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을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정부는 약 100만 명에 대해 생활보조, 공공사업이라든가, 직장알선, 혹은 직업훈련 이런 등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노사정 합의 때 5조 원의 돈을 약속했는데, 결국 7조 9,000억 원까지 예산을 확대시켰습니다.

그런데 1조 6,000억원의 무기명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게 지금 잘 안팔리고 있습니다. 지금 600억 원쯤 팔렸는가, 잘 안되고 있습니다. 무슨 다른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가운데에서 여러분도 희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께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일생 동안 수없는 고난을 당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세상을 살아왔어요. 그러나 사실대로 말해서 지금같이 책임이 무겁고 어려운 일을 맡은 적이 없습니다. 다행히 일생 동안, 내가 나라를 맡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대해서 나름대로 공부를 했습니다.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서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말했는데, 조금 준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지금 내게 도움이 되고 있고, 주변에서 많은 국무위원들이라든가, 비서라든가, 공무원들이 도와줘서 지금 우리가 어려운 길이지만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고비를 넘기면 반드시 희망이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면 내년에는 IMF를 졸업할 수 있습니다.

졸업하고 나면 이제 재도약의 길이 눈앞에 보입니다. 그리고 세계선진대열로 가게 됩니다. 나의 유일한 소원은 여러분과 같이 노력하여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에게 이 고통의 세월로부터 다시 희망의 세월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입니다.

이제 이 땅에서 정경유착이나 부정부패나 관치금융이나 지역편중이나 이런 것을 영원히 우리가 몰아내야 합니다. 오직 우리가 국민과 같이 나라를 어떻게 하면 바르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여러분이 보람있는 공무원 생활을 하고, 후일에 돌아봐서 정말 그때는 자랑스러웠다, 김 아무개 대통령과 같이 국가를 위기에서 구출하는 데 나도 한몫했다, 이러한 여러분이 될 수 있도록 나도 여러분께 협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나에게 협력해서 똑같이 성공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실패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실패는 우리 개인만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실패이고, 나라의 파멸입니다. 북한이라는 공산주의 국가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국가안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가, 여러분이 생각해 보면 압니다. 더 이상 실패해서는 안됩니다.

또 우리가 실패 안해야, 북한이 지금 저 모양인데, 북한을 경제적으로 부홍시키는데 결국 우리들이 책임질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이런 등등 모든 것을 생각할 때 지금 이 시간은 적게는 우리 대한민국 내부에서, 크게는 남북을 통틀어 민족적인 입장에서 너무나 중요한 때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민족의 저력이있습니다. 5,000년 역사를 끌어온 민족의 저력이 있습니다. 여러분, 중국대륙을 보십시오. 중국 주변이 중국화 안된 곳이 어디 있습니까? 남쪽 저 끝까지, 북쪽 몽골까지, 중국에 원나라를 세웠던 몽골도 거의 반이 중국화되었습니다. 중국에 청나라를 세웠던 만주도 전부가 중국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오직 이 중국대륙 동쪽에 있는 유일한 한반도, 조그마한 혹같이 붙어 있는 여기에 7,000만의 대민족이, 인구로 봐서 세계 12위의 대국이,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교육수준이 높고 문화수준이 높은 똑똑한 민족이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화가 안되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였지만, 그 불교를 우리 것으로 재창조해서 해동불교를 만들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유교를 받아들였지만 그것을 우리 것으로 재창조해서 조선유학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민족입니다. 우리는 해낼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결심하고 나서는 것입니다.

그 결심하고 나서는 한가운데에 나와 여러분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 국민을 받들고, 국민의 손을 잡고 승리의 길로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승리하고, 나도 승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이 승리하는 그런 영광의 내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같이 합심할 것을, 그리고 대통령에 대해서 여러분이 같은 동반자로서, 국정의 중심으로서 협력해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질문·답변--------------------------------------------------------

민석기 철도청 차장

최근 국가적 경제위기하에서 저희 공직자들은 국민과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동안 조직과 인력을 감축했고 보수를 삭감하는 조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로 인해서 공직사회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고, 특히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통령께서 재임하시는 동안에 공직자의 사기 앙양과 후생복지 증진을 위한 계획을 갖고 계시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명숙 보건복지부 가정복지심의관

대통령께서는 말씀하신 바와 같이 그동안 수많은 역경과 고비를 겪으시면서 나라가 가장 어려운 때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그동안 어려움도 많으셨을 것이고, 반면 보람된 일도 많으셨을 것입니다. 살아오시는 동안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일과 보람된 일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고, 특히 이희호 여사께서는 어려울 때 어떻게 내조해 주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아울러 대통령께서는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점 국정운영에 어떻게 반영해 나가실 것인지, 그 계획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지철 문화관광부 문화산업국장

대통령께서는 여러 기회에 21세기에는 문화산업이야말로 국가의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문화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 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 기회에 대통령께서 문화산업 진흥에 대한 기본신념이나 철학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최근 바쁘신 가운데 대통령 내외분께서 오페라를 관람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전통 가락에 대해서도 깊은 조예와 애정이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대통령께서 각별히 좋아하시거나 애창하시는 남도창이 있으시면 좀 소개해 주시면 감사겠습니다.

장성자 여성특별위원회 조정관

지금 강의에서도 상당히 여러번 느꼈는데, 대통령께서는 굉장히 많은 책을 읽으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소장하신 책도 1만여 권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 제얼마나 많은 책을 읽으셨는지, 또 읽으신 책중에는 여성문제와 관련된 책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민주화 투쟁을 하시면서 감옥생활을 하시는 동안 엄청난 양의 책을 읽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 있으시면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병일 공정거래위원회 경쟁국장

대통령께서 저희 공무원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만, 대통령께서는 오랜 기간 야당에 계실 때 저희 공무원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가지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신 지금 그러한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으신지 달라진 점이 있으시다면 어떻게 달라지셨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대통령의 자제분이 젊었을 때 공무원이 되고자 했다면 그때 대통령께서 흔쾌히 이를 지지해 주셨겠습니까, 아니면 만류하셨겠습니까?

대통령

어렵고 재미있는 질문들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처음에 철도청에 계신 분이 공무원의 사기앙양과 후생복지책에 대해서 질문을 해 주셨는데,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여러분이 박봉에서 실업기금을 내게 한 것은 하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니고, 또 필요성도 잘 알 것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공무원의 봉급을 최소한도 국영기업선까지 올리겠다는 것이 기본방침입니다. 여러분이 두고 보시면 공무원의 생활안정을 위해서 어떤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내가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기앙양책에 대해서는 첫째로 공무원 인사에 있어서 공정성을 기하겠습니다. 여러분에게 중요한 것이 이것이기 때문에 지역이나 학벌문제를 초월해서 실력위주로 인사를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일을 잘하면 잘한 만큼 인정받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세우겠습니다. 이제 공무원은 과거와 달라서 여러가지 불필요한 일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오직 공무에만 충실하면 대우받고 신분이 안전하게 보장된다는 것을 믿어도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어려운 적이 너무 많아서 뭐가 가장 견디기 어려웠는지는 나도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6.25때 공산당에게 죽을 고비를 넘겼고, 박정희 정권 때 죽을 고비를 넘겼고, 1980년 전두환 쿠데타 때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일생 동안 다섯번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용케 살았습니다. 그리고 6년을 감옥살이를 했고, 10년을 연금과 망명생활을 했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일본에서 납치되어 바다로 끌려가서 전신이 묶여 바다로 던져지려고 했을 때가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더 어려웠던 것은 1980년 육군교도소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던 때인데, 부르면 불려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밥이나 물을 가져다주는 간수들의 발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죄여오고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죽는 것보다도 그 고비를 넘기는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죽지만 않고 살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재판하는 날, 그 재판관의 입에서 ‘무가(無期)’라는 소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든지 살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무기’라는‘무’ 라고 하면 입이 나오고 ‘사형’ 이라는 ‘사’ 라고 하면 입이 찢어집니다. 그래서 입을 뚫어지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맨날 입이 찢어지더군요. 그런 힘든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학봉 씨가 찾아왔습니다. 이 사람이 와서 솔직하게 얘기를 하면서 “김선생님, 이대로 하면 죽습니다. 죽어서야 되겠습니까. 우리하고 협력하면 살려주겠소 재판은 요식행위입니다. 대통령만 단념하면 뭐든지 시켜주겠소” 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거절했습니다. 죽기는 싫었지만 그렇게 되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 되고, 아주 죽는 것이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흔들리면서도 그렇게 끝까지 견딜수 있었던 것이 보람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1989년 12월에 노태우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만나자고 한 일이 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자리에 앉자마자 “김총재, 고생은 이제 그만하시오. 나하고 당을 같이 하십시다. 이제 편하게 삽시다” 라고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거절하면서 민주주의만 하면 여당 못지않게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나온 적이있습니다.

그 때 노태우 대통령이 자기와 당을 같이 하면 3당 합당을 중단하고 다음 정권을 나한테 준다고 했습니다. 그때 내가 그 말을 들으면서 “내 귀가 더러워지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고 그랬습니다. “나는 국민을 위해서 좋은 정치를 해볼 생각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민이 선출하는 것이다. 군사정권에 굴복해서 정권을 잡을 생각은 없다” 고 하면서 거절했습니다. 내가 용기가 있고 겁이 없고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양심을 버리지 않으려고 한 것입니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면서 때로는 참 용케 잘 견디어 주었다고 감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것이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아내가 든든히 지켜주고 격려해 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내가 없었을 것입니다.

내가 진주 감옥에 있을 때는 한달에 한번밖에 면회가 되지 않았는데, 아내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진주에 살면서 매일 계란하고 과자 한 봉지를 들여 보냅니다. 자신도 같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때 관절염에 걸려서 지금도 고생을 합니다. 청주교도소에 있을 때도 와이셔츠는 물론이고 양말이나 속옷까지 다림질을 해서 보냅니다. 와이셔츠에는 향수까지 뿌려서 보냅니다.

아내가 없었다면 나는 없었을 것입니다. 나는 상처(喪妻)를 해서 전처의 아이 둘을 데리고 있었고 아내는 노처녀로 있다가 저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아내가 와서 전처 자식, 며느리, 손자・손녀를 자신이 낳은 자식 이상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자식들과 아내 사이에는 마찰없이 아주 화목하게 살아왔습니다. 이런 아내에 대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내에 대해서, 약 35년 전에 대문에 아내 문패를 같이 걸어 놓은 것밖에는 보답한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여성정책에 대해서는 내가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가족법을 고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권리가 같도록 했고, 아내와 남편의 권리가 같도록 했고, 딸과 아들의 권리가 같도록 했습니다. 나와 노태우 대통령이 했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법을 입안했습니다.

이번에도 여성 장관 두 분을 영입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위원장을 장관 대우로 했고, 위원들도 중요한 분들이 참석하도록 했으며, 5개 부처에 여성담당관을 두도록 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많은 여성을 진출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성들이 여성 자신을 도와야 합니다. 여성이 출마하면 여성이 당선되어야 하는데 잘 안됩니다. 여성들 스스로 키워주어야 합니다.

문화・관광 문제에 대해서는 문화산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20세기에는 경제와 군사력이 국력이었는데, 21세기에는 경제와 문화가 국력입니다. 문화산업, 특히 영상매체는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습니다. 조선이나 자동차 못지않은 부가가치가 있습니다.

최근에 영화 ‘타이타닉’이 나왔는데, 이것이 국제시장에서 10억 달러의 돈을 벌고 있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주라기 공원’은 8억 5,0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그리고 ‘라이온 킹’이라는 만화영화는 8억 4,000만 달러를 벌었는데, 들어간 돈은 5,000만 달러밖에 안됩니다.

우리나라에서 8억 5000만 달러 이익을 내려면 모든 자동차 회사가 1년 이상 수출해서 벌어야 합니다. 이것을 하려고 하면 몇조 원을 들여서 공장도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겨우 5,000만 달러를 들여서 거대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문화산업입니다. 관광산업・회의체산업이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습니다.

금년에 관광산업에서 수입이 20억 달러가 넘는 것 같습니다. 약 30억 달러 정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30억 달러 벌려면 일반 공산품 3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해야 합니다.

또 문화산업은 단순히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이미지를 세계에 심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경쟁에서는 상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이미지도 중요합니다. 투자도 이미지가 나쁘면 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은 문화입니다.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세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문화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남도창(南道唱)을 얘기했는데, 나는 남도창을 좋아합니다. 잘은 못하지만 북장단도 칩니다. 임방울이라는 분이 부른 ‘쑥대머리’를 좋아합니다. 옥중에 있을 때는 혼자 부르기도 했는데, 목청이 나빠서 별로 되지 않았습니다.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내게 책이 1만 2,000권 정도 있는데, 읽는 속도가 느려서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나는 정독하기 때문에 많이 읽는 편이 아닙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은 것을 어떻게 잘 풀어쓰느냐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나한테 박식하다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아는 것만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책 읽은 것을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가 중요합나다. 책을 열심히 읽는 덕분에 많은 공부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내 일생에서 지적(知的) 발전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입니다. 굉장히 난해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것도 감옥에 있을 때 읽었던 것입니다. 밖에 있었으면 읽지 못했을 것입니다. 「맹자」, 러셀의 「서양 철학사」,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입니다. 우리나라 것으로는 박경리의 「토지」입니다. 경상도 하동지방의 얘기를 썼는데, 사투리만 다르고 전라도 신안군의 얘기와 똑같았습니다.

야당시절에 공무원을 어떻게 보았느냐고 말씀하셨는데, 그때도 공무원을 미워한 적은 없습니다. 모두를 미워하지는 않았습니다.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공무원에게 자유를 주고, 공무원이 정치적으로 여당에 충성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익을 주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분이 자유롭게 공무원 본연의 자세로 일하게 되면 나는 일생의 보람으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분도 이제는 인격을 가지고 자기 소신대로 공무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그런 점이 없다면 언제든지 정부에서 고치겠습니다. 여러분이 말씀해 주십시오. 이 정부는 절대로 여러분에게 불법・부당한 일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고, 지연이나 학연으로 특혜를 주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할 것입니다. 공정하게 할 것입니다.

지금 보통 위기가 아닙니다. 공무원 여러분이 나하고 손잡고 같이 협력해서 나갑시다. 그래서 나라를 살립시다. 국민적인 사명과 의무를 소홀히 한 분들은 이 정부에서는 대우받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이 점에 대해서 결심하고, 여러분이 노력하고 협력한만큼 대우받는다는 것을 믿고, 이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출해서 불행한 국민들을 구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협력이 있어야만 됩니다.

국민을 위해서 보람있는 공무원 생활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