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강연)
 
은행 관계 인사 초청 오찬 말씀 ― 2001. 4. 23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812  

은행 관계 인사 초청 오찬 말씀 ― 2001. 4. 23

금융이 바로 서야 기업이 바로 선다

오늘 여러분과 같이 이렇게 우리나라 금융업의 현황과 장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다같이 협력하는 분위기 속에서 오찬을 함께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은행 관계자 여러분에게 두 가지를 당부드리겠습니다. 지난 2월로서 정부가 주도한 4대 개혁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상시개혁을 해야 하는데, 상시개혁은 민간주도이고 특히 은행이 주도해 주어야 합니다.

이제 정부가 지고 있던 짐을 여러분께 완전히 옮겨 싣는 것입니다. 잘하고 희망이 있는 기업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희망이 없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 기업을 허허벌판에 벌거벗고 서있어도 감기 한번 안 걸릴 정도로 튼튼한 체질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을 지원하는 일에는 추호도 사심이 있어서는 안 되고, 적당히 눈감아 주는 것도 안 됩니다.

이제 우리끼리 하는 국민경제가 아니고 세계경제 시대입니다. 경쟁력이 없으면 은행도, 기업도 다 망합니다. 모진 마음을 갖고 상시개혁을 해 나가야 합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주식 한 주도 없으면서 은행 임원 인사를 좌지우지했고, 큰돈은 정부 입김에 의해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외환위기 속에서 불가피한 사정으로 정부가 대주주가 되었지만, 정부가 인사·대출·융자 문제를 좌지우지하는 일은 없습니다. 여러분 앞에 분명히 약속했고, 저 자신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금융계 여러분은 권한도 커졌지만, 동시에 책임도 커졌습니다. 이제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미룰 수가 없습니다. 대신 잘 되면 모두 전적으로 여러분의 공입니다. 상시개혁을 차질없이 해 주십시오.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쟁력을 길러야 합니다.

은행 역시 경쟁자와 이겨 돈을 벌어야 하는 장사(사업)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외국 은행들이 들어와 국내 은행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한국 고객들이 외국 은행에서 돈 빌려 쓰면서 우리 은행과 비교하게 됩니다. 당연한 일 아닙니까? 국내 은행이니까 애국심을 갖고 이용하자고 하는 게 도와 주는 길이 아닙니다. 고객에게 유리해야 찾아가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 은행을 튼튼한 체질로 키우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지난 2월말로써 일단 4대 개혁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대체로 국내외가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4대 개혁이 도중에 속도가 떨어진 때도 있었고 철저히 추진되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반성 위에 작년 가을부터 2차 개혁을 추진해 2월에 마무리했고, 국내외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에는 하나의 단서 내지는 권고가 항상 뒤따릅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적당히 풀어놓으면 또다시 어려움이 온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저도 똑같은 생각입니다. 인체도 신진대사가 없으면 생명유지를 못하듯이 경제도 개혁을 멈추게 되면 생명유지를 못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체질이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정상적인 건강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소홀히 하면 다시 잘못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합니다.

개혁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선도(先導) 노력이 컸고, 또 그런 가운데 많은 직원을 감축하는 등 고통도 컸습니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한 덕분에 은행의 건전성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노력한 보람이 있습니다. 노력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무엇보다도 금융기관도 경쟁력 향상이 중요합니다. 금융지주회사의 출현이나 대형 선도은행의 출현은 바람직합니다. 세계의 유수한 은행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가, 돈을 벌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이제 모든 금융기관은 예외 없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금융기관 전체가 튼튼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경제가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과 외국 은행의 경쟁력을 비교하면 우리가 떨어집니다. 그동안 정부의 금융개혁은 하드웨어 구조조정을 해 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질적, 즉 소프트웨어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국내 은행과 외국 은행의 1인당 순익을 비교해 보면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래서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빌려준 돈을 잘 운영해 원금과 이자를 받아내야 합니다. 과거에는 은행이 담보위주로, 또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 빌려주고, 나중에 그 돈이 잘 쓰였는지, 이자를 냈는지에 대한 관리가 매우 소홀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고쳐야 합니다. 그동안 담보위주로 대출하다가 일본이나 우리 은행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있습니까? 부동산을 담보로 했는데 거품이 빠지니까 부실대출이 쏟아지고, 은행이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은행이 전당포가 아닌 이상은 담보위주로 대출을 해 주어서는 안 됩니다.

은행은 철저히 신용을 조사해서 소비자인 고객과 상의해서 돈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벌어 갚을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사업 운영방식에 문제점이 있으면 같이 협의해서 고쳐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은행과 기업이 일체가 되어야 합니다.

또, 기업은 있는 그대로를 은행에 제대로 알려 주어야 합니다. 은행이 기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숨겨놓은 게 있는데 어떻게 신용대출을 할 수 있습니까? 기업은 자신들의 내역을 은행에 투명하게 알려 주고, 은행은 담보가 아닌 기업의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해야만 둘 다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은행 구조조정 노력을 강화해 주십시오. 은행간 합병, 대형화를 통해 은행이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해 주십시오. 핵심역량에 집중해 전문화를 이루어 주십시오. 은행마다 자기의 핵심역량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성을 갖추었을 때 성공의 기회가 커지게 됩니다.

이런 모든 이야기가 부처님 앞에서 설법하고, 공자님 앞에서 논어 강의하는 것 같지만, 대통령이 금융개혁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대한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입니다.

국가경제의 주체인 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는 것은 국가와 금융기관의 과제입니다. 기업이 투명하고 강력하게 성장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세계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정부와 금융기관이 할일이고, 그렇게 되었을 때 세계 일류국가로의 발전이 가능합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도우라고 말하지만 무조건 도와 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중소기업에도 여러 차례 말했지만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사회사업이 아닙니다. 불쌍하고 약해서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어야만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만이 세계적으로 나가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대기업보다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됩니다.

금융기관은 대출 후에는 기업들이 돈을 제대로 쓰는지, 장사가 잘 되는지, 시장 마케팅은 잘 하는지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가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관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과 일심동체로 흥망을 같이하겠다는 생각으로 은행도 기업과 폭넓게 협력해야 합니다.

또 금융기관은 기업을 신용등급에 의해 상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이 ‘금융기관이 우리 회사를 보고 있다’ ‘금융기관이 우리 회사 신용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자식에게 매를 드는 심정으로 압박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4대 개혁을 쉬지 않고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금융개혁이 핵심입니다. 금융이 바로 서야 기업이 바르게 섭니다. 노사관계도 그래야 바로 섭니다. 기업이 노사문제에 있어 임시방편으로 타협해 고비만 넘기려고 할 때는 금융기관이 견제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금융만이 아니라 이 나라 경제 전체의 운명을 지고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 주십시오.

영원히 은행장할 사람, 영원히 대통령할 사람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무엇을 얼마나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인생을 마칠 때 보람있었다는 생각을 갖고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잘하면 단군 이래 5천년만에 세계 일류국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힘을 합쳐 우리나라를 세계 일류국가 대열로 발전시켜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용기를 갖고 헤쳐 나가야 합니다.

경제는 기대입니다. 잘된다고 기대하면 잘되고 못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금융기관 여러분은 이제 정부의 모든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여러분이 경제를 이끄는 선도자가 되어서 경제를 튼튼히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