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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벤처기업 대표 초청 오찬 말씀― 2001. 3. 28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023  

중소기업·벤처기업 대표 초청 오찬 말씀― 2001. 3. 28

중소·벤처기업의 시대

오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여러분의 고충도 들었습니다. 여러분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40년 전부터 펴왔습니다. 1971년에는 ‘대중경제론’을 통해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발전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대만과 이탈리아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입니다. 미국·독일도 중소기업이 튼튼합니다. 산업사회는 자본과 자원, 정보를 많이 동원하는 대기업이 발전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21세기에는 중소기업, 벤처인, 그리고 여성과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산업사회에서는 중소기업인과 여성은 불리했습니다. 벤처나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도 설 땅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창의력이 얼마나 넘치느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가 국력을 좌우합니다. 빌 게이츠 같은 사람 10명이 있으면 세계 최대 강국이 됩니다.

지금은 가난한 사람들도 컴퓨터 1대와 아이디어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중소기업이나 여성 할것 없이 불리할 것이 없습니다. 모험가들과 엉뚱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바로 여러분이 그런 사람들의 대표들입니다.

나는 미리 내다보고 45년간 중소·벤처기업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 외환위기를 극복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금융·기업 등 4대 구조조정에 힘을 쏟았습니다. 바로 그때도 나는 정보화의 중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정보화를 중시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1982년 청주교도소에서 앨빈 토플러가 쓴 「제3의 물결」을 읽고 정보화 시대가 온다는 것을 느꼈고, 놀랐습니다. 그때 눈이 뜨였고 야당활동을 하다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가장 먼저 이 분야에 착수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보화 부문에서는 세계에서도 앞서가고 있습니다. 인터넷 인구가 2,100만명입니다. 초고속통신망은 400만 회선으로 미국에 버금갑니다. 일본이나 유럽이 따라오지를 못합니다. 정보화를 안 하면 안 됩니다. 중소기업, 심지어 농업분야도 경쟁하려면 정보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정보화와 관련해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잘한 일도 있고 비난받는 일도 있지만 정보화를 왜 안 했느냐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 성공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의 시대가 왔습니다. 그렇지만 경쟁해서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세계 일류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가장 싸고 질 좋은 물건을 만들면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얼마든지 팔 수 있습니다. 세계와 경쟁하는 것은 예외가 없습니다. 양말공장이나 구멍가게도 세계와 경쟁을 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도 다른 것은 다 도와 주어도 관세장벽을 치고 개방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도와 줄 수는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세계와 경쟁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힘닿는 데까지 지원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적당히 하는 기업은 경제에 부담을 주고 국민에게도 부담을 줍니다. 세계 경제가 어렵고, 또 예측하기도 힘듭니다.

지난번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미국에 가서 IMF(국제통화기금), IBRD(세계은행) 총재, 그리고 미국 경제 관련 장관들에게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경착륙(硬着陸)은 안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귀국해 보니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고 전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또 오늘 아침 신문보도에는 소비지수가 좋아져 전망이 밝다고 합니다. 정말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잘 극복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벤처기업이 1999년에 4,934개였는데, 2000년 말에는 그동안 주가가 폭락하고 경제가 어려웠는데도 8,798개로 늘었습니다. 이것은 아무리 어려워도 모험을 좋아하는 한국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민족이고, 겁이 없는 민족인 것 같습니다. 일본에는 이런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와 매우 다른 점입니다.

여성들도 무섭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관학교에서 훌륭한 생도들을 배출하고 있고 조금 있으면 여자 전투기 조종사가 나올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남자와 구분이 없어져 갑니다. 여성들의 이러한 힘은 우리를 세계 지식강국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일본·미국 시장이 어려운 대신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 시장이 유망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이 자동차 부품공장을 우리나라로 옮기고, 우리 부품을 가져 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 신문에 보니 삼성전자가 미국에 160억 달러의 제품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어렵고 힘들더라도 경쟁력을 키우면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과거에 어떤 나라였습니까?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일본에게는 식민지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금은 또 세계 강국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대륙, 해양 할것 없이 강대국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4,600만명의 인구가 있습니다. 또, 500만명의 한국인이 세계에 나가 살고 있습니다. 남북한을 합하면 7천만명이나 됩니다. 경의선·경원선을 연결하면 만주와 중국,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뻗어갈 수 있습니다.

지금 한반도에는 휴전선이 가로놓여 있지만 남북한이 합하면 유라시아, 유럽의 물류 중심지가 됩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의 중심에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 머지않아 개성에 가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 나올 것입니다. 중앙아시아에서 물건를 실어나르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수한 국민을 갖고 있습니다. 4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만큼 큰 시장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제일 좋고 싼 물건을 만들어 경쟁력을 갖추면 됩니다. 중국에 어려움을 당하고, 일본의 식민지로 살고, 국토가 분단되어 전쟁을 겪었고, 눈치 보고 살던 우리가 10대 강국, 일류강국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일류강국이 되려면 여러분이 이끌고 정부가 밀고 가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이 쌍두마차가 되어 함께 가야 합니다.

나는 옥중서신에서 이런 얘기를 쓴 일이 있습니다. 유일한 박사가 재산을 사회에 헌납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참 훌륭한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인으로 훌륭한 것과는 별개라고 썼습니다. 기업인은 좋은 물건을 만들어 소비자에 공급하고, 근로자에게 많은 임금을 주어야 하며, 재투자해서 기업을 키우고 정당한 세금을 내는 것이 훌륭한 기업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인이 돈을 내놓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일이지만 기업인으로서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정부는 힘 있는 데까지 여러분을 도와 줄 것입니다. 정부가 힘이 없어서, 잘 몰라서 못 도와 주는 경우는 있어도 힘이 있고, 알고 있으면서 도와 주지 않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여러분이 열심히 해야 하고, 또 기업의 투명성도 확보해 주기 바랍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