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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기업연구소·미국외교협회 초청 오찬 연설 ― 2001. 3. 9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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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기업연구소·미국외교협회 초청 오찬 연설 ― 2001. 3. 9

한반도 냉전종식과 평화정착을 위한 한·미 협력

존경하는 크리스토퍼 디무스 미국기업연구소 회장,

폴라 도브리안스키 미국외교협회 부회장,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신사 숙녀 여러분!

먼저 세계적인 권위와 명성으로 미국의 번영과 세계 평화에 공헌해 온 미국기업연구소와 미국외교협회 회원 여러분을 이렇게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저에게 이처럼 귀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디무스 회장과 도브리안스키 부회장에 대해서, 그리고 제임스 릴리 대사의 과분한 소개말씀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저명하신 여러분과 함께 한반도의 현황과 평화정착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여러분의 고견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한·미 두 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동의 이념 아래 강력한 안보동맹과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한국은 지난 1950년대초 미국을 비롯한 자유우방의 도움에 힘입어 공산침략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하면서 미국의 중요한 동아시아의 맹방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발전해 온 양국간 긴밀한 협력관계는 이제 우리에게 한반도 냉전종식과 화해·협력의 새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햇볕정책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반도에서 냉전을 종식시키고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살자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인도적 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남북한간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서로가 혜택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통일은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서로가 체제의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평화공존하고 평화교류를 해가다가, ‘이만하면 안심하고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때 통일을 이루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 될 것입니다. 그에 따라서 우리는 남북한간에 합의가 쉬운 사안부터 점진적으로 해결해 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우리의 화해·협력 정책은 북한 스스로가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튼튼한 안보는 이러한 화해·협력 정책의 기본입니다.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기초한 확고한 안보가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했듯이, 대북 화해·협력 정책도 확고한 안보가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고 저는 주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전쟁억지라는 ‘소극적 평화’를 넘어, 불가침 합의와 교류·협력의 상호의존성이 깊어지는 가운데 평화를 정착해 가는 ‘적극적 평화’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북한은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변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남북간 교류·협력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에 대한 비방과 군사적 도발도 중단했습니다. 지금 남북간에는 장관급회담을 비롯한 당국자간 대화가 수시로 열리고 있습니다.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고 합의했습니다. 1천만 이산가족의 염원이던 남북 이산가족의 교환방문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서신교환과 면회소 설치도 합의했습니다.

투자보장협정을 비롯한 경제협력의 제도적 장치들도 착실히 마련되고 있습니다. 남북한간 교역은 1989년 1,800만 달러에서 작년말에는 4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남북한간 철도와 도로연결 공사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스스로의 변화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대외관계에 있어서도 지난해 이탈리아·필리핀·영국·호주와 수교했습니다. 올해에도 이미 네덜란드·캐나다·스페인 등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데 이어 다른 서방 국가들과의 수교교섭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국제사회 합류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동족상잔의 전쟁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200만의 대군이 대치해 온 남북간 갈등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변화는 참으로 획기적이고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냉전의 빙벽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데 대해 일시적이고 전술적인 변화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전술적이건 전략적이건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에게 이러한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외부로부터 경제적 협력을 얻어낼 수 있는 개혁·개방 없이는 북한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중국과 베트남이 이룩한 개혁·개방의 점진적 변화에 비추어 생각해 본다면 지금 북한이 변화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금년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1월 중국 상하이를 나흘간이나 방문해서 첨단산업시설을 돌아보고 경제재건을 위한 개혁·개방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상하이의 발전상을 ‘천지개벽’으로까지 표현했습니다.

이것이 과거 중국의 개혁·개방을 사회주의의 타락이라고 비난했던 북한의 태도인 것입니다. 북한이 중국과 똑같이 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개혁·개방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이 계속 변화의 길을 가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북한 자신에게도 좋지 않고, 다른 나라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옛날 방식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국과 미국입니다.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한 시점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체제보장뿐만 아니라 경제를 위해서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6월 제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이 필요하다는 저의 주장에 동의했습니다. 50년에 걸쳐 한결같이 주장해 오던 미군철수의 정책을 바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사일 문제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초청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대미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큰 관심과 기대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고, 또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미국이 대화를 통해 주도적으로 해결해 가야겠지만, 우리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저는 지난해 평양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문제에 관한 우리의 확고한 입장을 북측에 문서로 전달하고, 그 해결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한·미 공조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한·미간 상호보완과 역할분담을 통해 서로의 노력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북 관계의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어려우며, 한반도 냉전종식과 평화체제의 구축도 불가능한 것입니다.

한·미 양국간 동맹관계와 더불어 일본을 포함한 3국간 공조도 매우 중요합니다. 나아가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룩하는 데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도 필요합니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우리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한·미·일 공조를 중심축으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포괄적 대북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를 강화시켜 나간다면 북한으로 하여금 한반도 평화에의 협력과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의 협력의 길을 가게 하는 기회는 매우 커질 것으로 믿습니다. 튼튼한 안보체제 위의 대북 포용정책이야말로 우리가 택할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3년 전 한국의 외환위기 속에서 대통령에 취임했고 온 국민과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해 냈습니다. 그 당시 미국의 지원의 힘이 컸다는 것을 지금도 감사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기업·금융·노동·공공 등 4대 부문의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해 왔습니다. 정보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하여 이제 인터넷 사용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등 세계적인 정보강국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개혁이 더 한층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미국의 이해와 협력이 매우 긴요합니다. 남북한간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기회를 빌려 미국 정부와 국민,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의 협조를 당부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신사 숙녀 여러분!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 냉전시기에 한·미 동맹관계가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했듯이, 한·미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앞으로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도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변화는 도전인 동시에 기회입니다. 북한의 변화의 조짐을 지구상 마지막 냉전의 종식과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더 한층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