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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강연)
 
방송 3사 공동 특별생방송 ‘김대중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 2001. 3. 1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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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공동 특별생방송 ‘김대중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 2001. 3. 1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함께 나아갑시다

김주영(사회·소설가) 안녕하십니까? 김대중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할 김주영입니다.

이규원(사회·앵커) 이규원입니다. 지난 2월 25일은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지 만 3년째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와 개혁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제들도 많습니다. 오늘 열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지난 1998년 1월 당선자 때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네번째를 맞습니다. 그러면 김대중 대통령님을 모시겠습니다.

대통령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뵙게 되어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여러분을 뵌 지가 2년쯤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침 오른쪽 눈 모세혈관이 터져 눈이 좀 거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보시기에 안됐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곳에는 전국에서 질문자와 방청객이 많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방청석에서도 문자 그대로 ‘국민과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께서도 저와 함께 진솔하게 나라일에 대해 대화를 하고, 돌아가실 때는 ‘참 좋은 만남이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규원(사회)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이렇게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시간을 준비하면서 방송사에서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국민이 대통령님께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이 무엇인지를 한번 알아보았습니다.

‘가장 묻고 싶은 질문’ 1위는 경제회복과 관련된 내용으로, 15.5%였습니다. 다음으로 민생과 물가부문이 14%, 실업과 고용문제에 관한 질문이 12.6%를 차지했습니다. 이 결과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에서는 실업과 고용문제가 우선순위를 차지했고, 30대에서는 경제회복과 관련된 질문이 1위였습니다. 그리고 40대 이상에서는 민생과 물가에 관해서 질문하고 싶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조사결과를 보면 연령대별로 관심사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전국 성인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5일 대통령께서 취임 3주년을 맞이해 우리 사회의 해결 과제로 지적하신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결과를 예측하셨습니까?

대통령 제가 걱정하는 것이나 국민이 걱정하는 것이나 다 같다는 생각입니다. 과거 3년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국내외의 차이가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IMF(국제통화기금)나 IBRD(세계은행) 등의 경우와 같이 대체적으로 잘 했다는 평가들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민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 외에도 4대 개혁이 좀더 빨리,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평가도 있고, 농촌 문제, 중소기업 문제, 교육 문제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부정부패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국내외의 공통된 평가, 예컨대 외환위기 극복, 정보화 촉진, 남북관계 진전 등은 소중히 발전시키고 미비한 점은 과감하게 시정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김이동(자영업)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만 해도 우리 상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어렵게 영업을 꾸려 왔습니다. 그러나 작년 3/4분기부터는 경기침체가 가속화되어 3~4개월분의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상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언제 경기가 좋아질 것인지, 그 대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통령 지금 점포 임대료도 못 내고 있다는 안타까운 말씀을 듣고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개혁을 좀더 신속하게 철저히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경제의 경쟁력 약화가 경기를 둔화시킨 요인이 되고 있고 생각합니다. 정부로서는 이런 점을 감안해서 이번 2월까지 일단 4대 개혁의 틀은 잡은 셈입니다. 금융·기업·공공·노사 개혁의 테두리는 잡았습니다.

따라서 우리 경제는 경쟁력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 지식산업 시대에서 우리의 정보화 경쟁력은 세계 최고의 수준입니다. 그래서 정보화하는 전통산업들, 정보통신산업, 생명산업 등등 모든 분야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보다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 수출을 증대시킨 결과 금년 1월과 2월에 약 9억 달러의 흑자를 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경쟁력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기업이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이 퍼져 나가면서 경기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입니다. 머지않아 이런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우리 경기도 급속히 회복될 전망입니다.

김광두(서강대 교수) 1999년과 2000년 상반기까지 경기가 좋았던 것은 1998년 이후 약 110조원의 공공자금이 투입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경기가 풀릴 것으로 생각하는 근거도 최근 5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산업은행이 부실기업 회사채를 인수하면서 푸는 20조원의 약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으면 다시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대통령 공적자금이나 외부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금융과 기업·공공·노동 부문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주가(株價)가 조금 좋아졌다든가 경기가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결코 낙관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기업과 금융을 철저히 구조조정하고, 돈 버는 기업은 적극 지원하고 그렇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시켜야 합니다. 노사가 협력해서 기업이 먼저 살고, 그래서 기업가와 노동자가 다같이 혜택을 보도록 할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경기회복의 길이고,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입니다.

김광두(서강대 교수) 대통령께서 금년 2월까지 4대 개혁의 테두리는 잡았다고 평가하셨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견해도 있습니다.

대통령 IMF에서 한국의 4대 개혁에 90점의 점수를 주었습니다. IBRD 총재도 제게 편지를 보내 우리의 4대 개혁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 피치-IBCA 같은 세계적 신용조사기관도 우리의 4대 개혁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4대 개혁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경제를 바로잡는 토대를 세웠다는 것입니다.

경쟁력이 없는 금융기관은 퇴출시켰고,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대출을 모두 정리해서 클린뱅크, 깨끗한 은행이 됐습니다. 금융기관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합병도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정부가 강력하게 구조조정을 하고 결합재무제표, 소액주주 권리 강화, 사외이사제도 도입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였습니다. 상호지급보증을 못하게 하여 계열사의 연쇄도산을 방지했습니다. 내부자 거래를 막았으며 오너나 중역들이 기업부실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지도록 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켰습니다.

공공부문에서도 많은 인원을 정리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한전의 발전 분야를 분리해서 매각하려 하고 있고, 담배인삼공사와 철도청도 민영화를 추진중입니다. 한국중공업은 이미 매각했고, 한국통신도 매각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노동부문에 있어서도 노사정위원회를 만들어 과거보다는 노사관계가 많이 호전되고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다만 국제적으로 노동 분야는 아직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김광두(서강대 교수) 현재 정부는 금융기관들에 대해서 수익성과 함께 공익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익성을 강조하는 것은 정책금융에 협조해야 된다는 메시지로 이해되고 있고, 금융기관이 협조할 경우 면책해 준다는 얘기까지도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 지난해 9월말 현재 전체의 26.7%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 26.7%의 기업은 790조원에 달하는 전체 기업부채 중 약 350조원 정도를 부담하는 기업들로 언제 위기에 처할지 모르는‘폭탄’입니다. 이로 볼 때 금융개혁의 핵심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느낌이 있고, 또 기업 구조조정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대통령 정부가 과거와 같이 ‘여기는 대출해라, 저기는 대출하지 말아라’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중소기업 등 특별히 지원하고 보호해야 할 분야에 대해서 대출을 꺼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하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정당하게 평가해서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 대출을 한 뒤 문제가 생긴다면 참작해서 책임을 크게 묻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은 신용평가를 해서 희망이 있는 기업만 대출해 주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금융기관들은 과거 타성에 젖어서 신용대출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상당수가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가 대주주로 되어 있지만 금융기관의 장은 과거와 같이 정부가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위원회에서 선출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자율성은 앞으로 더욱 완벽하게 보장될 것입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이 올바른 금융기능을 하도록 법에 의해 설치되어 있으며, 금융기관이 잘못하면 정부가 감독합니다. 그것은 간섭이 아닙니다.

기업의 경우 구조조정이 완결된 것이 아닙니다. 부실기업에 대해 과거와 같이 정치권력이 봐 준다든가 적당히 끌고가지 않습니다. 채권자인 은행이 실태조사를 해서 희망이 있으면 돕고 그렇지 않으면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은행이 신진대사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그점에 있어서 정부는 확고한 결심을 가지고 개혁해 나갈 것입니다.

문철표(사회복지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초생활보장법 수급 대상자로 선정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들과 함께 살던 한 할머니가 아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지방으로 내려가 연락이 끊어졌는데, 아들이 부양의무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예를 볼 때 법을 현실에 적용하는 데 허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기초생활보장법을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했는데 아무래도 문제점이 없지 않을 겁니다. 지난번에 제가 서울 노원구에 가서 실태를 점검했는데, 그곳의 사회복지사들이 여러가지 문제점을 말해 주었습니다. 특히 쪽방 거주자나 노숙자 중에는 주민등록이 없어 기초생활보장의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재 약 151만명이 기초생활보장법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96만원 정도를 지급받고 있습니다. 세계에 별로 예가 많지 않은 특별한 사회안전망입니다. 이 밖에도 고용보험·산재보험·의료보험 등이 있고, 재작년부터 시행된 국민연금으로 현재 약 60만명의 노령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라도 굶주리거나 자식교육을 못시키거나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취지입니다.

앞으로 사회복지사 여러분이 실정을 잘 파악해서 알려 주시면 잘못되고 누락된 부분을 시정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연명(중앙대 교수)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우리나라 사회복지 역사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운용하는 행정 인프라에 문제가 있습니다. 실례로 2조 8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담당과장 1명, 사무관 4명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 사업을 제대로 이해 못해서 협조가 잘 안 됩니다. 그리고 생산적 복지의 핵심이 자활사업인데, 이 자활사업의 실질적인 내용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대통령 행정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적은 인원을 가지고 제대로 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어 시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활사업에 대한 일거리를 만드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생산적 복지는 단순히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 문화 컨텐츠 등 양질의 노동력을 가진 사람으로 재교육해서 더 많은 소득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을 참고로 해서 현재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분들과 저소득층에 대해서 더 많은 기회를 주고 교육을 시켜 고소득 노동력으로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송한용(실직자) 저는 정부에서 실시하는 구직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정보통신 분야 등 5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러나 연령제한 때문에 취업이 되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경력사원이 아니고서는 30세 이전의 인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가장 열심히 일해야 될 나이에 저와 같이 소외되어 있는 30~40대 실직자를 위한 대책이 있으신지요.

대통령 30~40대 실직자가 직장을 얻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의 실업률도 높습니다. 실업문제는 무엇보다도 국민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자 약 2만명에게 정보화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앞으로 2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0~50대 자영업 희망자에게는 5천만원부터 1억원까지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예산도 편성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많은 기업이 튼튼한 경쟁력을 갖추어서 회사가 잘 운영되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실업자를 고용한 기업에 대해 봉급의 절반 또는 3분의 1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실업자에게 재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시키는 등 취업알선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업이 빨리 안 되는 게 사실입니다. 결국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20만명에 가까운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정보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좀더 쉽게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윤연님(주부) 서민들은 너무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반팔 옷을 입고 지냈어도 도시가스 요금이 9만 6,280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긴팔 옷을 입고 지내면서 많이 절약했습니다만 14만 5,850원이 나왔는데 1년 동안에 25%나 오른 셈입니다. 물가를 안정시켜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정부는 물가안정에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물가를 3% 이내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느낀 체감물가는 더 올라간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가스요금 같은 것은 국제유가가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유가가 내려가면 가스값이 자연히 내려갈 것입니다.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국제적인 환경 탓입니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 있어서는 정부가 최선을 다해서 물가를 잡고 있습니다. 공공요금은 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금년 상반기에는 동결하여 물가를 억제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물가안정에 최대 목표를 두고 금년에도 3% 이내로 억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영아(중소기업인)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많은 정책들을 실시해 주셨습니다. 그런 의지에 따라서 각 부처에서 중소기업 정책을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여러가지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 부처에서 준비하고 있는 법안을 다른 부처에서도 준비하고 있는 식입니다. 그로 말미암아 한 부처에서 인증받은 기술을 다른 부처에서는 소관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여성 기업인들이 실질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자금조달 문제라든지 여성 기업인의 물품 우선구매 등 다양한 정책들을 실현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나 하부구조에서는 이런 것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벤처 여성 기업인은 전체의 3.37%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성 기업인 육성을 위해 이런 환경부터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통령 그러한 부처간의 혼선은 반드시 시정토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문제들은 서슴지 마시고 정부측에 제의하고 시정을 요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꼭 필요할 때는 청와대로 말씀을 하셔도 좋습니다. 여성 경제인들을 위해 정부가 법률까지 만들어서 자금을 지원토록 했고 특별히 물자도 우선 구매토록 했는데, 이것이 하부구조에서 잘 안되고 있다면 곧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황병익(낙농업) 지금 우리 농촌은 수입개방에 따른 농산물 하락과 늘어나는 농가부채로 아주 어렵습니다. 최근 정부에서 농가부채의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이자율을 낮추려는 노력이 있지만, 그런 조치만으로는 아직도 부채를 얻어서 빚을 갚아야 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농민들 스스로 벌어 빚을 갚아야 하는데,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 주십시오.

대통령 농가부채를 농민들이 벌어서 갚도록 하는 것이 핵심적인 부채문제 해결 책입니다. 정부도 농민들이 생산품에 대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직거래활성화, 또는 중간상인 단축 등의 제도적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 물류비용 지원을 전체 농업예산의 30%까지 늘려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금년부터는 논농사 농민들에게 1㏊당 25만원씩의 보조금을 주게 되며 앞으로 밭농사 농민과 산골의 농민에까지 혜택을 늘릴 방침입니다. 사과와 배 등의 농산물에 대한 재해보험도 실시중입니다. 농가 소득을 증대시키려면 우리 농산품을 수출해서 외화를 벌어들여야 합니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시장입니다. 잘하면 일본에 100억 달러 정도는 수출할 수 있는데, 우리는 8억 달러 정도밖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까지 구제역을 막으면 농촌에 큰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중국이나 대만도 구제역 때문에 일본의 돼지고기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농민들도 인터넷 등으로 도시에 자기 상품을 광고하고, 직거래나 택배 같은 것을 통해서 제값을 받아 이익을 늘려 가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는 농민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인터넷을 통한 각종 시장정보 제공과 농어촌 정보화 사업 등으로 소득증대에 힘쓸 것입니다.

이병균(대우전자 노조위원장) 먼저 대우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회사는 지난 1년 동안 인력의 약 40%에 해당되는 4천여명이 노사협의를 통해서 직장을 떠났습니다. 또 법적 보호장치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의 53%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용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대통령 어떤 기업이든 경쟁력이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으며, 국제적으로 진출해 나갈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모든 기업이 시장원리에 의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제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데 정치적 배경 같은 것이 필요 없고, 담보물이 없어도 경쟁에서 이겨 세계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미 이같은 정책을 실천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임시고용직 문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하고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정규 고용직도 근로기준법과 의료보험 등의 혜택에서 정규직과 차별이 없도록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나가겠습니다.

인터넷 질문(카일) 김우중 회장을 처벌할 의향은 없으신지요. 그리고 성공한 분식(粉飾)과 비자금은 무죄인지요.

대통령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정부가 아는 이상은 절대로 방치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몰라서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은 있어도 알고 봐주는 일은 없습니다. 이번에 대우에서도 최고위급 중역들 중 10명 가까이 구속되었고, 20~ 30명이 기소되게 되어 있습니다. 결코 노동자만 희생시킨다든가, 경영자들을 적당히 봐주는 일은 없습니다. 이것은 어느 기업에고 차별이 없습니다. 대우 회장은 국외에 도피중입니다. 검찰이 외교통상부에 연락해 전 세계에 소재를 파악중입니다. 결코 묵과하거나 적당히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김성로(전 언론인) 자녀 셋을 키우고 있는 40대 가장입니다. 세 자녀의 사교육비(私敎育費)가 굉장히 큰 부담입니다. 대한민국의 학교교육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영어·수학·과학 모두 학원에서 배워야 하는 상황이고, 체육·음악 같은 특기과목과 컴퓨터까지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한국의 교육현실입니다. 저도 아이들 학원비로 월 100만원대 이상의 지출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캐나다로 이민 가면 세계적 수준의 인성·기술·지식 교육을 사교육 없이도 자녀에게 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민을 결정하고 금년중에 밴쿠버로 이주할 예정입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떠나고자 하는 30~40대 가장이 매우 많습니다.

오지록(고교 교사) 우리 국민 대다수는 교육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장관을 수시로 바꾸고, 정책도 수시로 바꾸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 일선에서는 혼란이 오고, 학생들은 여러가지 수능준비다, 봉사활동 점수따기다 하여 힘들고, 그래서 결석생 수도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압니다.

선생님들도 수업과 잡무가 많아 지치고 사기도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실업학교 교사들은 입시철만 되면 각 중학교로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을 모으느라 수업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입니다. 교육개혁을 하고 있다는데, 무엇이 교육개혁인지 답답합니다.

대통령 ‘교육이민’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분들의 심정이 어떻겠느냐 하는 생각에 매우 안타깝고, 이래서야 나라의 앞일이 문제가 아니냐는 걱정도 합니다. 지금 학교교육에 문제가 많습니다. 교실붕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정부가 결코 방치하거나 적당히 넘어갈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자원과 자본이 풍부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본은 인적자원(人的資源)입니다.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전통을 가지고 있고, 또 지적인 민족입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있어서 가장 알맞은 민족입니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세계 일류의 지식경제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교육입국’이라는 말까지 써가면서 노력해 왔습니다만 지금까지 큰 성과는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는 우리가 세계 일류고, 중등학교는 중류고, 대학교는 하류다, 이런 말도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교육이 산업화 시대의 교육체제로부터 지식기반 시대의 교육체제로 바뀌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획일적인 교육을 통해서 평균적 인간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에서 창의성이 나와야 하고, 또 자기 혼자 모험도 해야 합니다. 이런 교육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교육은 교육부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관련 부처들이 협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하고 부총리로 격상시켰습니다. 또한 정부는 일상적인 예산 외에 매년 2조원 이상씩 4년 동안 8조 4천억원의 돈을 들여 초·중·고교의 정보화 교육이나 교육개혁에 충당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부는 반드시 교육을 개혁해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여 교육이민이 필요없고, 교육이 무너졌다고 한탄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김주영(사회) 콩을 심으면 콩이 나야 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팥이 나고, 했던 말이 번복되고, 몸싸움하고, 이래서 정치에 대한 환멸이 국민에게 널리 퍼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정치 관련 뉴스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채널을 돌려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대통령 예,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윤균(회사원)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정치인들의 비리나 부정부패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5대 국회 때부터 추진되고 있는 부패방지법이 아직까지 제정되지 않고 미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대통령의 법 제정에 대한 의지는 어떠한지 알고 싶습니다.

대통령 그 점에 있어서는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반부패기본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습니다. 돈세탁방지법도 통과시키겠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회원국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요구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무원윤리법을 개정하는 등 법과 제도를 확실히 세워서 부정부패를 과감하게 척결해 나가겠습니다. 정부가 그대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김주영(사회) 요즘 언론사 세무조사로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언론사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고, 또 ‘정당한 세무조사’라고도 말합니다. 이번만은 법의 테두리를 뛰어넘어서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대통령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면서 법을 지키겠다고 해놓고 법을 안 지키겠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 90% 이상이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는데, 법과 국민 여론이 충돌하고 있는 것 같아 정부로서는 참 고민스러운 점입니다.

‘언론 길들이기’이야기가 나왔는데,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수십년 동안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워 왔습니다.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기고, 감옥살이도 했습니다. 그런 제가 임기 2년을 남겨 놓고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우리 언론은 정부 마음대로 될 언론이 아닙니다. 세무조사를 하고 불공정거래 조사를 하지만 언론이 얼마나 자유롭게 비판하고 있습니까. 언론을 길들이려면 과거 정권이 하던 식으로 비밀리에 몇 군데만 조사하지 이렇게 공개적으로 전 언론을 조사하겠습니까? 이런 일은 역사에 남을 일이고, 국민이 눈뜨고 보고 습니다. 민심에 역행하는 언론장악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김광두(서강대 교수) 국민이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서 우려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언론 본연의 기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행 세법 자체가 기업들이 지키기에 까다로운 부분이 있고, 조세행정이 과연 만족스러울 정도로 투명하고 객관적이냐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 그런 걱정이 없도록 세무 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김 교수의 말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연명(중앙대 교수) 최근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실질적으로 현장에 미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85%가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의 적용을 못받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또, 의약분업은 시행 전과 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비관적이라 생각합니다. 의약분업 목적의 하나인 항생제나 주사제 사용량 통계를 보면 사실상 변화가 없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처방전을 2장 발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렇게 하는 곳은 30%밖에 안됩니다. 또 지난 1년 2개월 동안 의료 수가(酬價)가 38%나 올랐습니다. 이런 모든 문제들을 고려해 볼 때 의약분업의 목적과 효과가 잘 안 나타나고 있고, 국민이 불편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를 최대한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의약분업 문제에 대해서는 저도 개인적으로 고통을 많이 받았습니다. 의사들이 파업했을 때 환자들이 치료도 받지 못하는 것을 볼 때는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의약분업은 인기가 없는 일입니다. 의사는 의사대로 불평이고, 약사는 약사대로 불평이고, 환자는 환자대로 불평입니다. 병원과 약국을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불편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언젠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이것을 하려다가 제대로 못했습니다. 항생제나 주사제 사용량을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10배 이상 많습니다. 그만큼 국민 건강이 해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의료보험료가 30~40% 올랐다고 했는데, 부담이 크겠지만 건강을 해치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의약분업은 이제 시작이고, 아직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반대여론에 부딪혔던 국민연금도 이제는 60만명의 노령자들이 혜택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의약분업도 앞으로 자리를 잡으면 서서히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다만 의약분업을 시작하면서 사전준비를 제대로 못한 점은 사과드립니다.

인터넷 질문(권재형) 국민의 대북 감정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요. 그리고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대통령 여론조사를 보니까 국민 90%가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에 오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국민이 공산주의를 지지하거나 김정일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지지해서가 아닙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이 감소되고 평화가 정착되며, 동시에 남북간에 여러가지 협력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북한에서 온 동포들이 이산가족들을 만나는 장면을 직접 보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남북 정상들이 만난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또, 지금 남북간에 철도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이 철도가 연결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평양·신의주를 거치고 만주를 거쳐서 중국 대륙 혹은 몽골 같은 곳을 경유하여 러시아로, 파리로 가고, 또 런던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유럽과 연결되는‘철의 실크로드’의 출발점이 되고, 유럽과 중앙아시아로부터 한반도를 거쳐 태평양으로 통하는 물류 중심지로서 엄청난 경제적 발전이 기대됩니다.

통일은 앞으로 10~20년 혹은 3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이 다시는 전쟁하지 말고 평화적으로 공존하자는 것이고, 이산가족 교류와 경제협력, 문화·사회 교류를 통해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물론 공산주의를 반대합니다. 북한의 침략을 용납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방을 튼튼히 하고, 미국과 굳건한 안보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한·미·일 협력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동족간에 평화적으로 살고 서로 돕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의 평양 방문 답례로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에 오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국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주영(사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언제쯤 이루어질 것인지 대통령께서 혼자만 알고 계시지 마시고 저희들에게도 알려 주십시오.

대통령 저도 알고 싶은 일입니다. 우선 제가 3월에 미국을 가고, 김정일 위원장이 4월에 모스크바에 가는 모양이니까 자연히 그 이후가 될 것인데, 정확한 시기는 좀더 절충을 해 봐야 알겠습니다.

박홍인(서강대 학생)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급속하게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요. 국민이 우려하는 점은 북한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왔을 경우에 이에 대한 대처방안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또 우리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데 북한에 대해서 너무 퍼주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북한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 통일은 20년이나 30년 후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서로 전쟁하지 않고 화해·협력하는 것이 현단계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끌려간다고 말하는데, 저는 지난해 6월 평양에 가서 북한이 반세기 동안 주장해 오던 세 가지를 양보받았습니다.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해야 하고 통일 후에도 동북아시아의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저의 말에 공감했습니다. 또 사실상 우리의 ‘남북연합’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문제도 남쪽에 맡긴다고 했습니다. 남북 국방장관회담과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무력 사용을 않기로 했고, 남북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데도 합의했습니다.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이중과세방지법, 투자보장 등 4개의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임진강 수방사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개성에 설치키로 한 공단에 많은 기업들이 들어가려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문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든 이산가족이 편지를 주고받고 왕래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결코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닙니다.

또 북한에 마구 퍼준다고 하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북한에 준 것을 액수로 환산하면 1억 8천만 달러 정도 됩니다. 과거정권 때는 쌀 50만톤 등 2억 3천만 달러를 주었습니다. 북한에 주더라도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 범위 내에서 줍니다. 무턱대고 퍼주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 소련과 수교할 때 우리가 14억 3천만 달러의 차관을 주었습니다. 서독은 동독에 매년 15억 달러씩 17년 동안을 무상으로 주었습니다. 우리가 결코 많이 주고 있지 않습니다.

김주영(사회) 퍼준다는 얘기는 이를테면 있는 것을 주는 것보다는 우리 분수에 넘치지 않느냐, 이래서 나온 말 같은데, 우리가 북한에 지원하고 있는 것이 우리 경제수준과 걸맞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대통령 금년에 대북지원 규모를 5천억원 정도로 책정했는데, 여론조사 결과 국민 1인당 1만원씩을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나왔습니다. 4,600만 국민이니까 4,600억원입니다. 국민 여론하고 거의 같은 액수인데, 물론 필요한 것만 주는 것이지 예산에 책정되었다고 다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규원(사회) 오늘 여러 현안들을 대통령님을 모시고 많이 들었습니다. 내년이면 월드컵 대회가 열리게 되는데요, 대통령님께서도 축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겠죠?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어느 선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대통령 저는 우리 선수들이 16강이 아니라 8강, 아니 우승까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시합이란 것은 해 봐야 아는 것이지만, 국민 모두가 우리 선수들이 선전해서 주최국의 체면도 세우고 세계 상위권과 맞먹는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성원해서 사기를 높여주어야 합니다. 우리 다같이 선전을 기원합시다.

김주영(사회) 마지막으로 우리 문화발전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문화에 대한 순발력을 발휘한 국가들이 많습니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문화창달에 대한 사업들이 미진하고, 소외될까 걱정스럽습니다.

대통령 국민의 정부 들어와서 처음으로 문화예산이 전체 국가예산의 1%를 넘었습니다. 문화에 대해서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습니다. 문화인들이 참으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문화는 이제는 단순히 정신적 풍요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 컨텐츠 같은 것은 지금 세계적으로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쉬리’와 같은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고, ‘공동경비구역(JSA)’은 4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었습니다. ‘난타’와 같은 공연물도 400만 달러에 수출되고 있지 않습니까? 문화 컨텐츠를 잘 개발하면 우리는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에서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해동불교로 발전시켰고, 유교를 받아들이면 조선유학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저력이 있습니다. 문화는 정신적 풍요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규원(사회) 이번 ‘국민과의 대화’를 위해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님께 이것만은 꼭 해결해 주셨으면 하는 점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이 여론조사 결과 물가안정이 25.4%로 1위를 차지했고, 다음이 경제활성화 19.4%, 그리고 실업문제 해결이 16.7%로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주영(사회) 1, 2, 3위가 모두 경제문제입니다. 이것은 프로그램 초기에 대통령님께 던졌던 질문과 같은 내용들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시급히 해결해 주셔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답변을 하시면서 오늘 함께 하신 소감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통령 오늘 국민 여러분과 모처럼 이렇게 대화를 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쁩니다. 저와의 대화가 여러분의 궁금증을 푸는 데, 또 앞날의 희망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 마지않습니다. 우리 국민은 반드시 이 난관을 해결하고 21세기 세계 일류국가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업사회 시대에는 자원이 많아야 하고, 자본이 많아야 하고, 인구가 많아야 했지만 지금과 같은 지식기반 시대에는 창의력이 넘쳐 흐르고 모험심이 강한, 그런 민족이 성공을 합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 민족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세계의 최선두를 질주하는 지식정보강국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21세기는 한국민을 위한 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면 됩니다. 경제도 그렇습니다.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해야 합니다. 이건 제 말이 아니라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시카고대학의 루커스 교수가 한 말입니다. 경제는 긍정적으로 기대하면 긍정적으로 되고, 부정적으로 기대하면 부정적으로 되는 확률이 많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때도 우리가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갖고 나서서 극복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우리 민족에게 마침내 기회가 왔다는 생각을 가지고 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이 통일은 당장 안 되더라도 전쟁을 하거나 다시 충돌하는 일은 없도록 평화를 정착시키고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식정보강국, 지식경제강국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 시대 우리의 소명입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을 모시고 대통령으로서 이 민족적 소명을 반드시 이룩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한국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 준다면 우리는 이 시대를 산 큰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당장의 국민적 인기보다도 민족과 국민을 위한 시대의 소명을 국민 여러분과 협력해서 이루도록 나머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용기와 희망을 갖고 같이 나아가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