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강연)
 
필리핀 경제4단체 공동주최 오찬 연설 ― 1999. 11. 29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584  

필리핀 경제4단체 공동주최 오찬 연설 ― 1999. 11. 29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지닌 아시아 경제

존경하는 알베르토 페닉스 필리핀 상공회의소 회장,

로널드 영 한·필리핀 경제협의회 회장,

아르세니오 바르톨로메 필리핀 경영자협회 회장,

세르지오 오르티즈 루이스 필리핀 수출업자연맹 회장,

그리고 한국과 필리핀 경제인 여러분!

나는 먼저 오늘 이 자리가 한국과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가 기적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축하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1997년 아시아에 불어닥친 경제위기의 한파는 참으로 춥고 매서운 것이었습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세계은행을 비롯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아시아 경제회복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거나 아예 비관적으로 보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특히 세계은행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아시아 경제가 올해에도 내리막세를 탈 것이라고까지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우리 한국과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도 경제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통화가치가 올라가고 외환보유고가 늘어났습니다. 경제활동이 활력을 되찾으면서 외국 투자가들도 되돌아 오고 있습니다. 아시아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그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아시아 위기에서 증명되었듯이 우리 아시아는 너와 나를 따로 뗄 수 없는 공동운명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시아의 운명 역시 근본적으로 우리 아시아인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동아시아의 협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천년을 바로 1개월 앞두고 열린 이번 아세안 및 한·중·일 정상회의는 참으로 큰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개혁과 경제회복의 자신감 속에서 새로운 세기에 임하는 각오를 다지는 자리가 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동아시아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정책과제를 제안했습니다.

첫째는 동아시아 협력에 있어서 핵심적인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위해 업종별 민간협의회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둘째는 국내외적인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강화를 제안했습니다. 아시아 각국마다 국내적으로는 세계화와 정보화시대에서 낙오되거나 소외된 계층에 대한 보호와 그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지식 및 기술협력으로 국가들 사이의 경제적·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를 해소해야 합니다.

셋째로는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협의체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미 나는 지난달 동아시아 비전그룹이 방한한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제안했습니다. 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경제협력체제 구축문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필리핀 두 나라 경제인 여러분!

동아시아 협력이 아시아의 미래를 개척하는 데 원동력이라면 한·필리핀의 협력은 바로 동아시아 협력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필리핀은 우리 한국이 아세안의 대화 상대국이 되도록 적극 지지했으며, 내가 지난 정상회의에서 제안한 동아시아 비전그룹 실현에도 앞장서 온 한국의 소중한 동반자입니다. 지리적으로도 필리핀은 한국과 매우 가까운 아세안 국가로서 아세안과 한국의 관문이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필리핀이 가지고 있는 양질의 노동력, 광물 및 농수산 자원, 그리고 원활한 영어 소통능력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의 바탕 위에서 두 나라 경제협력 관계는 그동안 꾸준히 발전되어 왔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두 나라의 교역량은 1993년의 12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36억 달러로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연평균 24% 정도나 증가된 것이며, IMF 충격 이후에도 약 10%가 성장한 괄목할 만한 기록입니다.

또한 올 9월 현재 한국 기업은 필리핀에 738건, 6억 달러를 투자함으로써 필리핀은 이제 한국의 중요한 해외투자 대상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두 나라의 경제협력은 이같은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발전되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공산품과 1차 상품을 주고받는 수준에 머물렀던 우리 두 나라는 이제 큰 변화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필리핀에 반도체,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철강제품 등을 수출하고 필리핀은 한국에 반도체, 컴퓨터 및 부품 등을 수출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우리 두 나라 경제협력은 지금보다 강화되고 확대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경제적 성공은 물론 동아시아의 공동번영을 함께 모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로 두 나라 경제관계가 이제는 단순한 무역의 형태를 넘어서 전략적 제휴관계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필리핀 수출물량 대부분은 필리핀에 진출해 있는 우리 제조업체들이 수입하는 원자재입니다. 이들 원자재들은 필리핀에서 가공·생산되어 한국 또는 제3국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그 만큼 우리 두 나라는 경제 특성상 상호보완적입니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두 나라 기업인들이 전략적 제휴 가능성을 보다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기대합니다.

둘째는 농업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필리핀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높은 편이지만 농업기술의 현대화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한국이 지닌 높은 수준의 농업기술을 필리핀에 이전하고, 필리핀은 농업 선진화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는 관광분야의 협력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랍니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한 필리핀과 ‘관광한국’을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 사이에 관광상품의 공동 개발, 관광 관련 종사자의 상호 교환교육 프로그램 개발, 항공사간 업무교류 증진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넷째는 두 나라의 경제협력이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와 CDMA 등 통신 분야는 두 나라 기업 사이에 협력 가능성이 큰 분야입니다. 한국 건설업체들의 풍부한 해외건설 경험과 상당 수준으로 발전한 CDMA 기술은 필리핀의 훌륭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한·필리핀 두 나라 경제인 여러분!

우리 두 나라는 모두 국민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아시아의 민주국가입니다. 동시에 건전한 시장경제의 정착이 번영을 향한 지름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우방입니다. 이제 우리 두 나라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지구촌의 가치로서 아시아에서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를 확고히 내리는 일,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자립적이고 경쟁력 있는 민간부문을 육성하여 위기 재발을 막는 일, 빈곤의 확대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일 등은 우리 두 나라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할 것입니다. 그 큰 과업을 성취하는 데 여러분과 같은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절실합니다.

동아시아의 미래가 여러분의 어깨 위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큰 사명감으로 21세기를 맞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힘찬 노력으로 필리핀 국민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인 ‘바끼끼사마(pakikisama)’, 곧 ‘우리 서로 의좋게 살아 가자’는 뜻처럼 우리 두 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체가 서로 의좋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