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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선열의 날 기념식 연설 ― 1999. 11. 17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566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 연설 ― 1999. 11. 17

죽어서 영원히 산 순국선열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또한 독립유공자와 순국선열 유족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빈 여러분!

오늘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국권회복을 위해 싸우다 순국하신 선열들의 거룩한 희생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가신 임들은 조국의 산하와 민족의 독립을 되찾기 위해 하나뿐인 고귀한 생명을 기꺼이 바쳤습니다. 국내에서, 중국 대륙에서, 연해주에서, 또는 세계 도처의 이역땅에서 임들은 오직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희생하셨습니다. 임들의 그러한 희생 덕택으로 세계는 한국 국민의 국권회복을 향한 열망을 알 수 있었고, 2차대전 중 미·영·중·소 등 연합군은 한국 국민이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다시 한번 임들의 의로운 투쟁과 숭고한 헌신에 대해서 가슴으로부터 한없는 감사와 추모를 바치면서, 그분들의 명복과 영원한 안식을 빌어 마지않습니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열의 유지를 받들면서 살아 오신 유족 여러분에게도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독립유공자와 유족 여러분!

돌이켜 볼 때 일제에 의해 국권을 상실한 시기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고난과 시련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그같은 고난과 시련 때문에 좌절하거나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혹독하고 엄중한 도전에 맞서 불굴의 정신으로 응전함으로써 조국의 해방과 대한민국의 독립에 이바지하였습니다.

일제하에서의 우리 민족의 독립투쟁 역사는 우리 후손에게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2차대전 이전 세계 각지에는 제국주의의 침탈에 의해 식민지로 전락한 나라가 1백개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 독립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무장투쟁을 했던 민족은 우리 민족뿐이었습니다. 1905년 을사조약에서부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 40년 동안 우리 민족은 국내외에서 가열찬 무장투쟁을 전개했던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비록 일제에 의해서 국토가 병탄되었지만 나라의 명맥과 법통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그날까지 26년 동안 일제의 만행을 세계 만방에 고하고 우리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임시정부의 현판을 메고 상해에서 남경으로, 그리고 또다시 중경으로 옮겨다니면서도 해방이 되던 그날까지 끝내 이를 지켜냈습니다. 그리하여 김구 주석 이하 임시정부 요인들은 전국민의 환영 속에 해방된 조국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1919년에 있었던 3·1 독립운동을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윤봉길·이봉창·백정기·김좌진 등 헤아릴 수 없는 애국선열들이 목숨을 바쳐 싸움으로써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일들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선열들의 뜨거운 조국애와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습니다. 선열들의 의로운 기개와 불굴의 용기를 계승할 수 있었기에 우리는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나라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으며,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독립유공자와 유족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

이제 21세기가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21세기는 자본·노동·토지 등 눈에 보이는 물질이 중심이 되던 시대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과 정보와 문화 창조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창조적인 인간의 두뇌가 경쟁력의 원천이요 국부의 척도가 되는 시대인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우수한 교육기반과 문화창조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같은 장점을 잘 활용해서 새로운 세기의 도전에 응전한다면 우리는 능히 세계 일류국가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 슬기롭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해서 세계와의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왕조 말엽 대원군 시절에 우리 국력은 일본에 비해 큰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시대의 조류에 따라 근대화를 서둘렀고 우리는 완미한 쇄국주의로 이를 거부하다가 국력이 쇠락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일제침략의 수모를 겪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제2의 건국’을 한다는 새로운 결의와 각오로 나서야 합니다.

저는 선열들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 이 나라를 21세기의 자랑스러운 세계 일류국가로 발전시키고, 민족의 평화통일 기반을 확고히 세우기 위해서 저의 임기중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일을 국민과 함께 반드시 이루고자 합니다.

첫째는, 민주주의를 더욱 굳건히 세우고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주권과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는 데 가장 적합한 제도일 뿐 아니라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서는 개인의 창의가 최대한 보장되고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야 경쟁력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한 인식에서 ‘국민의 정부’는 인권의 신장과 부정부패 척결, 정치의 개혁, 그리고 국민 참여의 확대를 실현시켜 나갈 것입니다.

둘째는 세계 일류의 경쟁력을 갖춘 경제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그 기반을 튼튼히 다지기 위해서 금융·기업·노사·공공부문의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입니다. 또한 지식기반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신지식인을 양성해 지식·정보화시대에 굳건히 대비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한 목표 아래 문화·관광산업을 새로운 기간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이러한 가운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는 생산적 복지를 강화해서 모든 국민이 공동체적 연대 속에서 다함께 행복을 추구해 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자력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없는 계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실업자와 노동자, 그리고 모든 국민에 대해서는 평생교육과 인간개발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와 효율을 창출하도록 함으로써 스스로의 생활향상은 물론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문화·레저·스포츠·환경개선 등을 통해 국민이 보다 더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넷째는 지금 우리 국민을 산산이 갈라놓고 있는 지역대립을 반드시 해결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된 이래 인사와 예산배정의 공정성을 확고히 지켜 왔습니다. 우리 선열들은 남북이나 동서의 차별없이 하나로 뭉쳐 민족을 위해 싸웠습니다. 우리는 오늘 선열들 앞에 이러한 망국적인 풍토를 하루속히 종식시키겠다는 결의를 굳게 다져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는 한반도에서 반세기가 넘게 계속된 냉전을 종식시키고 남북이 평화 속에서 공존공영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튼튼히 다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한편으로는 안보를 더욱 확고히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일관성 있게 추구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포용정책은 한·미·일 3국의 굳건한 공조 위에서 세계 모든 나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인 러시아·몽골·중국·이집트도 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일관성과 인내심과 성의를 가지고 포용정책을 추진해 나간다면 반드시 남북관계에 커다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러한 막중한 민족의 대업을 반드시 이루고야 말 것입니다. 우리 후손에게 영광스러운 조국을 물려 줄 수 있도록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선열들의 높은 뜻과 거룩한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것을 저는 굳게 믿어 마지않습니다.

이제 우리 함께 힘차게 전진합시다. 오늘의 이 뜻깊은 기념식이 우리 조국과 민족의 명운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는 결의와 실천의 장이 되도록 합시다. 그럼으로써 죽어서 영원히 사신 순국선열의 영전 앞에 자랑스러운 후손들이 됩시다.

우리는 또한 앞으로도 더 한층 선열들의 위업을 빛내는 사업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리고 유족들에 대한 존경과 보살핌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가신 임들의 명복을 빌면서 독립유공자와 유족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