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강연)
 
하워드 호주 총리 내외 주최 오찬 답사 ― 1999. 9. 17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565  

하워드 호주 총리 내외 주최 오찬 답사 ― 1999. 9. 17

한국과 호주는 21세기의 동반자

하워드 총리 각하 내외분과 브레르튼 당수대리 내외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귀빈 여러분!

호주 발전의 중심인 이곳 의사당에서 우리 내외와 일행을 위해 이처럼 성대한 오찬을 베풀어 주신 데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는 이번에 호주를 3년만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지난 방문 때에는 야당 총재로서 시드니 대학으로부터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찾아’라는 주제로 강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아시아 일부에서는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는 문화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심지어 비민주적·반인권적 행위가 아시아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용인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아시아의 역사에는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주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민본주의적 전통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지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역사상 처음 있었던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와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런 나의 생각이 옳았음을 자랑스럽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최근에 있었던 인도네시아의 총선거와 동티모르 투표는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힘차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이미 과반수가 훨씬 넘는 국가가 민주화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나는 또한 이 자리를 빌려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오랜 나의 투쟁 가운데 호주 국민이 보여 주었던 관심과 격려를 결코 잊지 않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총리 각하!

나와 호주의 인연이 그러했듯이 한국과 호주의 관계는 참으로 각별하고 돈독한 것이었습니다. 호주는 우리 한국이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을 때마다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작년 나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한 호주 참전용사가 한국 전우를 찾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분은 한국인 전우들이 직접 만들어 선물했던 태극기를 들고 왔습니다. 나는 그 태극기를 보면서 두 나라 국민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진한 혈맹관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 호주의 한국전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 그리고 모든 호주 국민에게 한국 국민을 대표해서 깊은 경의와 함께 위로의 말씀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호주는 또한 한국이 경제위기를 당하자 IMF 제2선 지원참여를 결정해 주었습니다. ‘어려울 때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의 참 의미를 알게 해주었던 것입니다. 특히 호주는 우리 한국이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데 모범이 되어 주었습니다.

1980년대 호주가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당시 각하께서는 한 사람의 정치지도자로서 세제개혁, 산업관계제도 개혁, 민영화와 규제개혁 등 경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탁월한 혜안과 역량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총리가 되신 후에 실제 그 개혁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셨습니다. 복지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 오셨습니다.

이러한 각하의 지도력으로 호주는 아시아 국가들이 커다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4%의 경제성장과 큰 폭의 재정흑자를 이루었습니다.

나아가 호주는 총리 각하의 탁월한 식견과 지도력 아래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면서 정보화 산업과 금융중심지를 지향하는 21세기의 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호주 국민이 보여 준 저력과 총리 각하의 뛰어난 지도력과 추진력이라면 훌륭한 성과를 일구어 낼 것입니다.

우리 한국 역시 그동안 온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위기를 이겨냈습니다. 기업·금융·노동·공공부문에 걸쳐 이루어진 대대적인 수술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거의 바닥을 드러냈던 외환보유고는 이제 한국 역사상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 크게 회복되었으며, 당초 예상보다 빠른 경제회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개혁은 이제 시작입니다. 다시는 경제위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선진경제를 향해 도약하기 위해 지속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해 갈 것입니다.

총리 각하!

전통적으로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온 우리 두 나라의 관계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한단계 높은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친구로서 오늘의 한·호주 관계는 약 100년 전 시작되었습니다. 호주의 한 장로교회가 한국에서 선교사업을 하면서부터입니다.

그리고 우리 두 나라의 협력관계는 1961년 수교 이래 정치·경제·과학기술·사회·문화 분야 등 다방면에 걸쳐서 착실히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통상분야에서 한국은 호주의 제3대 교역국으로 성장했으며, 호주는 한국의 제6대 교역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의 협력은 이제부터입니다. 21세기를 앞두고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이 우리 두 나라의 공동번영과 발전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호보완적인 두 나라의 경제구조를 감안한다면 우리 두 나라의 교역과 투자 관계는 훨씬 확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와 자원, 과학기술, 정보통신, 농업, 그리고 어업 분야 등에서 호혜적인 협력이 가능토록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어야 합니다.

그런 연장선에서 나는 두 나라 사이에 맺어진 민사사법 공조조약과 과학기술협력 협정서명식에 기쁜 마음으로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두 나라가 함께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협력의 틀을 담은 공동성명을 두 나라 국민 앞에 발표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총리 각하!

그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견국가인 우리 두 나라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과 WTO(세계무역기구) 등 국제무대에서 서로 긴밀하게 협력해 왔으며, 유엔 평화유지활동과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 등에 있어서도 긴밀히 협조해 왔습니다.

특히 호주는 세계 유일의 냉전지대인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에도 열심을 보여 왔습니다.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에 대한 기여와 대북 포용정책 등 우리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와 협조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사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귀빈 여러분!

나는 총리 각하와 호주 국민이 내게 보여 준 호의와 친밀감만큼이나 우리 국민이 호주 국민과 총리 각하께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시일 내에 총리 각하의 방한을 요청드렸고, 총리 각하께서는 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 총리 각하의 방한은 우리 두 나라를 21세기의 동반자로 이끌어 가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하워드 총리 각하 내외분의 건강과 우리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를 위해, 그리고 두 나라 국민 사이의 영원한 우정을 위해 축배를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