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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시아(LAWASIA) 제16차 총회 개회식 연설 ― 1999. 9. 8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443  

로아시아(LAWASIA) 제16차 총회 개회식 연설 ― 1999. 9. 8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루

존경하는 로아시아 고스기 회장,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저명하신 법률가 여러분!

제16차 로아시아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을 참으로 기쁘고 뜻깊게 생각하며,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울러 로아시아의 창립정신인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그리고 법의 지배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법률가 여러분!

인권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천부의 권리이자 인류가 영원히 추구할 지상의 가치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인류가 기울여 온 가장 값지고 고귀한 헌신이었습니다.

인류의 지난 역사에서 힘과 권력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인권의 유린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또한 인권을 수호하려는 의로운 투쟁이 있어 왔습니다. 인간의 역사야말로 인권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싸워 온 투쟁과 헌신의 역사였던 것입니다.

오늘날 민주주의가 세계보편의 가치로서 자리잡게 된 것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굳은 신념과 이를 구현하고자 하는 치열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민주주의야말로 인권을 보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볼 때, 20세기는 인류의 역사에서 인권의 승리를 가져 온 매우 의미있는 세기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인권을 탄압하던 우익독재와 좌익독재가 각각 2차대전과 소련의 붕괴를 계기로 민주주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만 것입니다. 이러한 승리를 거두기까지는 말할 것도 없이 반인권적 권력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지난 40여년 동안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의 혹독한 탄압을 받아 가면서도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순례를 계속해 왔습니다. 네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겼으며, 6년을 옥중에서 살았고, 수십년을 감시와 연금 아래서 지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굴하지 않고 싸웠습니다.

그것은 인권을 지키고 인류의 행복을 가져 올 수 있는 유일한 제도가 민주주의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민과 함께 한 그 순례는 마침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50년만에 최초로 선거에 의한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룩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인권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민주주의의 값진 승리를 바탕으로 인권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곧 법의 사명과 책무가 있습니다.

법은 민주주의 제도의 올바른 운영과 인권의 보호를 위해 감시자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반민주적·반인권적 정치권력의 불법적인 인권침해를 막는 보루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법은 모든 시민이 공동체적 연대 속에서 다함께 행복을 추구해 나갈 수 있는 정의롭고 복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 합니다. 부당하고 억울하게 소외받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과거와 같이 권력의 폭압으로부터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는 일뿐만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존경하는 법률가 여러분!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과거 수십년 동안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시아 지역의 신흥개발국가들은 압축 고도성장으로 세계의 주목과 찬탄을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의 그러한 경제적 성취는 1997년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순간에 좌절과 추락에 직면하였습니다. 한때 신흥개발국가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던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위기의 근본원인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천되지 못한 데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인권의 보루일 뿐 아니라 시장경제를 보증하는 최선의 길입니다. 시장경제가 희생된 경제발전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아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발전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정경유착·관치금융·부정부패를 낳고, 이는 결국 경제 기능을 왜곡시켜 경쟁력의 상실을 초래하게 됩니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바로 여기서 온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인식 아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국정 지표로 삼고, 금융·기업·노동·공공부문의 4대 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해 왔습니다. 그리고 외국인투자를 제약하는 갖가지 규제를 전면 철폐하는 등 경제의 대외개방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그 결과 외환위기 당시 38억 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고가 지금은 650억 달러에 이르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마이너스 5.8%에서 올 2/4분기에는 플러스 9.8%로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러나 이와 같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재벌개혁을 비롯한 국정 전반의 개혁을 철저히 완수하는 데 더욱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 땅에 완전히 뿌리내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소수의 특권층이 아닌 절대다수의 중산층과 서민이 사회와 국가발전의 중심이 되도록 생산적 사회복지 정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혁의 과정에서 법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법은 개혁을 제도화하고 구조화함으로써 개혁의 지속성을 담보합니다. 법을 뛰어넘는 개혁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그 효과는 결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개혁은 언제나 법과 함께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개혁이 철저히 법과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혁을 추진해 온 우리의 이러한 노력과 경험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유익한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법률가 여러분!

이제 우리는 21세기라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21세기는 20세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경제·사회적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자본·노동·토지 등의 물적 토대가 경제를 이끌어 왔던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는 지식과 정보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경제의 핵심이 되는 시대입니다. 사람의 두뇌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고, 우수한 인재의 창조적인 지식이 사회발전과 경제의 고부가가치를 이끄는 시대인 것입니다.

21세기는 또한 세계화와 개방화가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세기입니다. 이제 모든 나라, 모든 기업이 전세계를 상대로 자유롭게 경쟁하고 협력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지식화·정보화·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세계적 차원의 연대와 협력은 매우 긴요합니다.

창의적인 지식과 유용한 정보, 우수한 문화를 세계가 함께 공유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인류의 공동번영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토록 해야 합니다. 교역과 투자의 자유화가 특정 국가나 기업의 이익에만 봉사하지 않고, 모든 국가와 국민의 발전과 복리를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범세계적 문제로 대두된 마약과 테러, 환경오염, 대량살상무기 등에 세계가 공동으로 대처하여 해결하는 지혜롭고 성의있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범세계적 연대와 협력의 모범을 보일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크게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역은 민족·문화·역사가 서로 다르고 경제의 발전격차도 큽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다양성과 이질성이야말로 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게 합니다. 그러한 생각에서 저는 지난해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 역내 무역·투자의 활성화와 함께 지식기반산업의 육성과 인적 자원의 개발을 위한 역내 협력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저명한 법률가 여러분께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모든 나라들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해 굳게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지혜와 협력을 아끼지 말아 주실 것을 당부드리는 바입니다.

민주주의는 건전한 법치 위에서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도 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룰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법률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성공시키는 규범인 것입니다.

법률가 여러분!

이미 말씀드린 대로 저는 과거 독재에 맞서 싸울 때 수없는 고난과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한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저를 지탱해 준 힘은 인간의 존엄성과 역사 발전에 대한 굳은 신념이었습니다. 독재권력의 가혹한 탄압과 박해는 오히려 저에게 인권과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더욱 강한 신념으로 무장케 하였습니다.

이제 한국에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인권이 찬란히 꽃피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우리의 가슴벅찬 승리를 세계 곳곳의 모든 시민이 함께 나누게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인권 수호와 민주주의 발전에 뜻과 노력을 함께 하고 계신 여러분에게 깊은 동지애를 느끼는 바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앞날에 커다란 성취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로아시아 16차 총회가 아·태 지역 국가들의 법과 제도를 더욱 선진적으로 발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여러분의 이번 한국 방문이 유쾌하고 뜻깊은 기억으로 남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