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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강연)
 
전국 학술단체 대표자 초청 오찬 말씀 ― 1999. 6. 15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656  

전국 학술단체 대표자 초청 오찬 말씀 ― 1999. 6. 15

21세기는 지식정보화의 시대

존경하는 신극범 회장, 그리고 여기 오신 모든 학회의 대표 여러분!

오늘은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자 우리 국가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적 지도자이신 여러분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더욱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라면 우수한 인재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토도 작고, 자원도 적고, 그렇다고 큰 부자도 아니고, 그런 나라가 그래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사실 가장 중요한 자산인 것입니다. 바로 그런 자산이 여러분이시고 또 그런 자산을 여러분이 기르고 계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1,400개의 학술단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65만명의 회원들이 모여 있고, 1981년에 비해서 지금은 6배나 회원이 늘어난 그런 상황입니다.

SCI의 통계를 보니까 1993년에 한국 사람들의 논문편수가 3,484편이었는데 1998년에는 1만 1,514편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순위가 1998년에 27위였던 것이 16위로 올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증가율이 선진국은 매년 5%인데 한국은 30%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 학교가 낙후되어 있다는 것을 많이 걱정해 왔는데 최근에는 급속히 발전되고 향상되고 있는 것을 이런 숫자로써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16위로 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매년 1위이고, 일본은 매년 3위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미국은 미국이고, 우리는 우리다,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지금 그것이 아닌 세상 아닙니까?

산업혁명 이래 200년 동안 계속되어 오던 국민국가시대에는 국민경제로서 국경을 쳐놓고 보호하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WTO체제하에서는 경제적 국경이 없습니다. 몇년 지나지 않으면 국경이 완전히 없어지는 그런 시대가 지금 오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제주에 갔었는데 과거에는 밀감나무가 대학나무라고 했습니다. 밀감나무 몇주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그렇게 수입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렌지에 밀려서 상황이 안 좋은 밀감나무는 잘라 버리기도 하고, 가지를 처버리기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결코 우리만 사는 시대가 아니고 전세계와 경쟁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학회도 무슨 학회든지 결국에는 한국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학자끼리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전세계의 학자와 경쟁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결국 세계 속에서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는 그런 세계화시대를 살아나가야 합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세계가 지금 많이 기대하고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의 세 가지 점에서 특별히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시아에서는 별로 예가 없는 투표를 통해서 정권을 여야간에 바꾸어 진정한 민주주의를 해냈다는 평가입니다.

또 하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입니다. 지금 한국은 세계적으로 경제개혁을 제일 잘한 모범국가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참 문제가 많은데 남들은 그렇게 보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은 경제가 불과 1년여 사이에 국가가 파산위기에 있던 IMF체제로부터 다시 되살아났다고 얘기하고 있고 그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가용외환보유고가 38억 달러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약 600억 달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상 최고입니다. 그리고 지금 환율·물가·금리가 모두 아주 안정되어 있습니다. 금리는 30%까지 치솟았던 콜금리가 지금은 4%선으로 내려올 정도로 안정이 되었습니다. 물가도 아마 금년에 2% 이내로 될 것입니다.

우리가 실업자 문제를 크게 걱정했는데 금년 2월에는 최고로 178만명이 나타났습니다. 8.7%의 실업률을 나타냈는데 3월에는 170만명, 4월에는 155만명, 그리고 5월에는 140만 6,000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래서 연말까지 150만명이 목표였는데 벌써 5월에 초과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경기도 크게 활성화되었습니다. 다만 우리 경제의 문제점은 작년에 모진 IMF 한파 속에서 약 2만 3,000여개의 중소기업이 쓰러고, 봉급자들이 실직자가 되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지금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시 노력한 결과 지금 중소기업들이 하루에 평균 1백개씩, 한 달에 약 3,000개 가까이 새로 창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업자도 거기에 따라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금년에 금융·기업·노동·공공부문 등의 4대 개혁을 철저히 완수하면 국제경쟁력을 갖는 튼튼한 경제기반이 서게 되고 내년부터는 지속적으로 5% 이상의 성장을 해나갈 수 있는 그런 확고한 토대가 설 것으로 봅니다.

사실은 금년에 경제가 2%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았는데 뜻밖에 성장률이 높아져서 5% 내외가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봅니다. 그런데 잘못하면 이것이 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매우 조심을 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그런 걱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하간 세계는 한국의 이런 경제재건에 대해서 크게 경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신문에 났으니까 말씀드립니다만 미국의 로스차일드 펀드의 회장이 강연을 하고 질문을 받는데 인도네시아 경제를 살리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하니까 김대중 같은 대통령을 내면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한국같이 잘하면 된다는 그런 얘기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입니다. 러시아에서도 우리 한국을 모범으로 생각하고 배우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세계가 우리에 대해서 놀라는 것은 우리의 대북정책입니다. 과거에는 냉전일변도로 나가던 것이 이제 튼튼한 안보체제와 더불어 화해·협력의 길을 나가는 것에 대해 세계가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 북한 선박과 총격전이 있었습니다. 저쪽에서 먼저 쏘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북한 경비정 2척이 대파되고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뢰정 1정이 침몰했다고 합니다. 우리측도 약간의 파손은 있었지만 큰 것은 없고 다행히 인명피해도 없다고 합니다.

이런 안보에 대해서는 한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지만, 우리는 과거와 같이 냉전일변도로 전쟁을 가져 올 수 있는 그런 정책을 취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확고한 안보체제 아래 북한으로 하여금 전쟁을 단념하고 평화적으로 우리와 같이 살면서 개혁·개방을 해나가는 이런 방향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지금 만일 전쟁이 나면 북한이 아주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도 많은 피해를 입게 됩니다.

북한은 자기들 무기가 노후해서 도저히 적수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급도 안 되니까 사전에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우리에게 집중적으로 타격을 주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는 수도권에 인구 45%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부산·대구·광주 등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미사일이 태평양까지 가니까 한반도 내에는 전방도 없고, 후방도 없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할 때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또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서 북한이 그런 무모한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햇볕정책 하니까 안보태세를 소홀히 하지 않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혀 반대입니다. 그리고 미국하고 관계가 지금 대단히 좋아져서, 미국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해안에서 지난번에 잠수정이 나타난 이후로 미국 해군이 대폭 증강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의 대북한 햇볕정책이 전세계로부터 지지받고 있습니다. UN의 지도자들도 지지하고, 유럽도 지지하고, 동남아도 지지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을 둘러싼 4대국 미·일·중·러가 전부 우리를 지지합니다.

과거에는 한국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고, 북쪽은 소련 혹은 러시아와 중국이 지지하고, 남쪽은 미국과 일본이 지지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보통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가서 정상끼리 공동성명을 발표하는데 그 성명 속에 들어 있습니다. 포용정책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우리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들어 있습니다.

이래서 북한이 여러가지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세계 180여 나라 중에 우리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습니다. 우리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런 국제적인 지지를 받고 미국이나 일본이 동조하는 가운데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우리가 갖는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이런 세 가지에 대해서 세계가 많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21세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 20세기는 산업혁명의 마지막 세기였습니다. 약 200년 동안 계속된 산업혁명시대에는 눈에 보이는 돈, 노동력, 원자재, 이런 일종의 하드웨어가 경제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는 사람의 머리 속에 있는 지식, 소프트웨어의 시대입니다. 거기에서 첨단기술이라든가, 신소재라든가, 신물질이라든가, 문화산업이라든가, 이런 것이 나오고 정보산업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적 능력이고 문화적 소질입니다. 문화적 창의력이 있어야만 21세기에 적응할 수 있는 지식기반사회를 만들 수 있고 또 창의력이 솟아나는 정신적 원천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높은 교육의 전통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대학교육이나 중·고등학교 교육에도 문제는 많지만 그러나 양적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우리가 굉장한 수준에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문화창조력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중국에서 불교를 받아들이면 해동불교로 발전시켰고, 유교를 받아들여서는 조선유학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처럼 중국문화를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재창조했기 때문에 7천만 민족이 한반도에 살아남아 있는 것입니다.

이런 높은 교육수준과 문화적 저력, 이것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시대, 문화관광의 시대에 우리가 큰 강점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인문계통이건 자연계통이건 우리의 교육을 높이고, 지적 창의력을 높이고, 또 문화적 창조력을 높이는 일을 더욱 이끌어 나가면 우리는 21세기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잘 아는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21세기에는 오히려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갈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또 우리는 지정학적 위치가 미·일·중·러 등 4대국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것이 조선왕조 말엽같이 제국주의시대에는 가장 불리한 조건이었습니다. 서로 우리를 병탄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청 전쟁, 일·러 전쟁의 결과로 우리는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식민지는 아무 소용없는 시대입니다. 누구든지, 어디 가서든지 경쟁할 수 있는데 식민지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지금은 WTO체제입니다. 자유무역체제에서 4대국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은 엄청난 시장이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것을 활용하는 힘만 길러 내면 됩니다. 그것은 지식기반사회를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좋고, 가장 싼 물건을 만들고, 가장 좋고 가장 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주변에 모든 시장들이 대기하고 있는 유리한 여건 하에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과 제가 힘을 합쳐서 우리의 교육수준을, 우리의 지적수준을, 우리의 창조력을 한층 더 높여 미국이나 일본과 어깨를 겨눌 수 있는 그런 단계로 들어간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일류국가로 등장할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똑같이 중요시합니다. 이 둘이 상호보완적이 되어야만 상호발전되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정부는 인식하고, 모든 분야에 대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지원할 것입니다. 문화예술에 대해서도 문화산업이 거대한 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것을 지원해야 하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이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교육수준을 높이는 데 앞장서서 도와 주셔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주역이 되어서 이 일을 해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계 일류국가를 만들어 우리들의 자손들에게 넘겨 주어야겠습니다.

기회가 그렇게 긴 것이 아닙니다. 최근 미국의 어떤 전문가는 산업혁명은 200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었지만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인터넷 혁명은 30년 정도 갈까말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속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빌 게이츠도 그런 것을 책으로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하간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한국이 세계와의 경쟁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1등하는 분야는 세계 속에 진출시키고 남이 1등한 좋고 싼 물건 혹은 그런 서비스를 가져다가 우리 소비자에게 주는 이런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분야에서 각기 최선을 다해 주시고 정부도 여러분을 지원하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큰 연구업적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