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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기금협회 ‘Pension 2000’ 연례총회 연설 ― 1999. 4. 12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862  

미국 연기금협회 ‘Pension 2000’ 연례총회 연설 ― 1999. 4. 12

한국은 앞으로 가장 유망한 투자 대상국

신사 숙녀 여러분!

먼저 미국 연기금협회인 ‘Pension 2000’ 총회가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오신 미국의 연기금과 자금운용기관 대표 등 귀빈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말씀을 드리며, 특히 이번 서울총회의 준비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미국 연기금협회 필립 쉐이퍼 회장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께서 잘 알고 계신 바와 같이, 한국 경제는 1997년 말의 심각했던 위기상황을 딛고 새롭게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귀한 시간을 내어 한국을 찾아주신 여러분에게 나는 다음의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는 한국이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는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한국 정부와 국민이 앞으로의 정책과제와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며, 셋째는 한국이 여러분의 투자대상으로서 얼마나 풍부한 발전잠재력을 가진 나라인가 하는 것입니다.

한국 경제는 한때 압축 고도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신흥개발국가의 성공사례로 손꼽혀 왔습니다. 이는 한국 국민의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 그리고 강한 성취욕이 이룩해 낸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1997년 말 급박한 외환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 경제가 한순간에 위기를 맞게 된 근본원인은, 오랜 기간 동안 정부가 민간의 경제활동에 개입하는 비민주적인 제도와 관행이 계속되면서 정경유착·관치금융·부정부패가 만연하였고, 그 결과 시장경제 기능이 왜곡되어 경쟁력을 잃게 된 데 있습니다.

그러한 인식 아래 나는 1997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국정의 기본목표로 삼고, 그에 따른 개혁조치들을 신속하고 강도높게 진행시켜 왔습니다.

금융·기업·노동·공공부문 등 4대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추진된 개혁작업은 공정하고 투명한 민주주의의 원칙 아래 경쟁과 효율이 통용되는 시장경제원리를 바로 세워 나가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입니다.

우선 금융부문의 개혁은 국제금융사회가 평가하듯이 그 속도와 내용에서 커다란 진전이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GDP의 15%에 해당하는 공적자금을 금융개혁에 투입하였고, 5개 부실은행과 16개 종합금융회사를 정리하였으며, 대형 시중은행인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외국에 매각했습니다.

그에 따라 이제 한국의 금융산업은 부실에서 벗어나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건실한 구조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정부의 간여 없이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구조개혁, 특히 재벌의 개혁은 한국 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나는 대통령 당선자 시절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법적 책임 강화, 핵심부문에의 역량집중 등 5대 원칙에 대해 재계와 합의했습니다.

그 합의에 따라 지난 한해 동안 재벌개혁을 위한 법적·제도적 준비를 마무리했고, 금융기관과 5대 재벌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토록 하여 중복·과잉투자와 과다부채 구조를 해소해 나가고 있습니다.

노동분야에서는 근로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면서, 아울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입법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법적 장치 안에서 공정하고 협력적인 노사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가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의 개혁에서는 26개 공기업 중 포철·한전 등 11개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밖의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경영혁신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규제를 과감히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의 역할과 기구를 재정비하여 시장경제기능의 왜곡을 막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강도높게 개혁을 추진한 결과,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400억 달러에 이르렀고, 외국인투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는 IMF에서 도입한 190억 달러의 공적자금 중 48억 달러를 이미 상환했으며, 올해중에 추가로 77억 달러를 상환할 계획입니다.

현재 한국의 가용외환보유고는 사상최대인 550억 달러에 이르러 환율이 안정되었으며, 금리와 주가는 IMF 구제금융 이전보다 오히려 개선되었습니다. 또 산업생산과 도·소매 판매 등 실물지표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개혁노력과 성과에 대해 국제 금융사회는 한국이 외환위기에 처한 나라 중에서 경제난국을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IMF(국제통화기금)와 IBRD(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의 지원과 외국의 연기금 유치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경제개혁 방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조와 권고는 한국 정부의 개혁추진에 매우 유익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나와 한국 정부는 결코 오늘의 상황에 만족하거나 자만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의 금융 구조조정에 이어 올해에는 금융분야의 소프트웨어와 금융 인프라의 혁신을 통해 선진 금융체제를 갖추어 나가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재벌이 중복·과잉투자와 과다부채를 털어내고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채권 금융기관을 통해 강력하고 효과있게 독려해 나갈 것입니다.

노사관계도 법이 엄격히 지켜지는 가운데 바람직한 관행과 문화가 확고히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다할 것이며, 민간부문의 활력과 창의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에서 공공부문의 효율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는 구조개혁 과정에서 늘어나는 실업자와 저소득 계층에 대해 사회안전망을 더욱 확충함으로써 사회불안이 개혁의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개혁의 결과가 경기 활성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오늘의 어려움이 내일의 보람과 기쁨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개혁을 소홀히 하거나 지체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관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민과 한국 정부가 세계에 보여 주었던 위기극복의 저력을 올해에는 개혁의 완성과 새로운 도약의 힘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나는 우리의 개혁이 반드시 성공하여 올해에 플러스 2%대의 경제성장을 실현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재도약을 시작하여 5%대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제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의 발전잠재력과 투자여건을 여러분에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의 속도와 성과를 감안할 때, 한국은 머지않아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국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과거 외국자본에 대해 가지고 있던 한국민들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인식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외국인투자는 물론 외환거래와 관련된 지난날의 제약요인들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외국인투자 업종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여 거의 모든 업종에서 자유로운 외국인투자를 보장하고 있고, 한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M&A(인수·합병)를 전면적으로 허용했으며, 외국인의 한국내 토지취득도 자유화했습니다.

특히 고도기술산업과 1억 달러 이상의 외국인투자, 3,000만 달러 이상의 관광업에 대해서는 10년 동안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새로운 외국환거래법을 제정한 데 이어 금년 4월 1일부터는 외국환거래 관련규정을 대폭 단순화하고 투명화하여 개방적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외환거래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기업의 대외 영업활동과 관련된 외환거래 제한이 철폐되었고, 자본거래에서도 급격한 단기자본의 유출입에 대비한 최소한의 규제만을 남기고 전면 자유화되었습니다.

나아가서 오는 2000년말까지는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국제평화와 공공질서를 저해하는 거래를 제외하고는 모든 외환거래가 자유화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늘의 한국은 과거의 한국과는 전혀 다릅니다. 한국민과 한국 정부는 여러분이 한국에 투자하여 성공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와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외국 투자자에게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커다란 이익이 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외환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금리·환율 등 거시경제지표의 안정을 이룩하고 있으며 실물경제도 이제 활력을 되찾고 있습니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그 어느 나라보다도 과감하고 일관성있는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1세기의 번영과 발전을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끝으로 서울에서 개최되는 금년도 미국 연기금협회 총회가 이전의 그 어떤 총회보다도 더 의미있고 값진 결실을 거두는 회의가 되기를 바라며, 특히 여러분에게 한국경제의 현황과 미래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확인하는 유익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에서의 체류기간을 통해 여러분이 한국에 대해 유쾌한 기억을 간직하게 되시기를 바라면서,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