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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대화 ― 1999. 2. 21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236  

국민과의 대화 ― 1999. 2. 21

열린 마음으로 국민과 함께

정범구·김연주(사회자)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대중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할 정범구, 김연주입니다.

정범구 외환위기와 함께 출범한 국민의 정부가 이제 출범 1주년을 맞습니다. 1년 전 그 아슬아슬하던 때를 생각해 보면 이제 힘든 고비는 넘겼습니다만, 여전히 21세기 대변혁의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과제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 세번째 맞이하는 ‘김대중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서 과연 이 개혁과 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연주 이곳 SBS 등촌동 공개홀에서 앞으로 약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함께 하시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은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하고 SBS, KBS, MBC가 공동으로 주관합니다.

김연주 오늘 국민과의 대화를 위해 미리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우선 대통령께 질문드리고 싶은 분야는 경제분야가 66.1%로 으뜸을 차지했습니다. 이어서 정치·통일·외교, 또 사회 일반에 관한 질문을 하고 싶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경제분야 가운데서도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은 실업대책이 40.9%로 수위를 차지했습니다. 물가안정, 빈부격차 해소, 경기회복, 기업 구조조정에 관한 질문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이제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겠습니다. 박수로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정범구 대통령께서는 올 설을 처음으로 청남대에서 맞으신 것 같은데요, 일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설이 언제였습니까?

대통령 설이야 언제든지 다 기억에 남지만, 나로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1982년 설입니다. 그때 청주교도소에 있었는데, 아내가 세 자식들과 같이 교도소에 면회를 왔어요. 그런데 그때 교도소가 나에게는 대단히 엄격해서 직접 보지는 못하고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얘기를 하는데, 큰자식들이 면회소 마루에 엎드려서 세배를 했습니다.

그때 제가 한문시를 지었는데, “면회소 마루 위에 세 자식이 큰절하며 새해와 생일 하례. 그래서 보는 이 애 끓는다. 아내여 서러워 마라. 이 자식들이 있지 않소.” 하고 지은 일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그때가 참 기억에 남습니다.

김연주 오늘 질문을 주도해 주실 분으로 각계각층에서 모두 여섯 분의 패널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직능·시민운동 등 각종 단체에서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오늘 객석에는 600여분의 방청객이 자리를 가득 메워 주고 계십니다. 이분들은 물론이고, 지방에 계신 국민 여러분, 또 멀리 해외에 계신 교민 여러분도 질문에 참여하실 예정입니다. 오늘 이 프로그램은 텔레비전과 라디오, 인터넷을 통해서 생방송으로 함께 하시겠습니다.

정범구 이제 오늘 세번째 맞는 국민과의 대화, 오랜만에 다시 국민 앞에 나오셨는데요, 며칠 뒤 25일이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이합니다. 돌아보시기에 스스로 생각하셔서 잘한 점은 무엇이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면 어떤 대목입니까?

대통령 지난 1년의 성과도 나름대로 있지 않았는가 생각이 되고, 또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성과를 먼저 말씀드리면, 우리가 6·25 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했던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38억 달러밖에 없었던 우리의 외환보유고가 사상 최고인 520억 달러가 됐습니다.

수출도 80억 달러 이상 적자이던 것이 작년에는 399억 달러의 흑자를 냈습니다. 그리고 환율·금리·물가 모두가 안정되었습니다. 이것은 아직 안심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또 세계도 이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힘들었던 일은 4대 개혁을 추진한 것입니다. 금융·기업·공공부문, 그리고 노동분야 등 4대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은행은 완전히 부실채권만 안고서 빈 껍데기만 남아 있었습니다. 여기에다 64조원이라는 공기업 자금을 일단 투입함으로써, 은행이 다시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5개 은행이 문을 닫고, 여러 개의 은행들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또한 기업들은 30대 재벌이 구조조정을 추진한 가운데 11개 재벌이 소멸되었습니다. 5대 재벌도 지금 철저한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 있으며 공공부문도 개혁을 하고 있습니다. 또 노사정위원회에서도 그동안 상당한 협조를 해주었습니다.

또 하나의 성과를 들자면, 작년에 외교적인 면과 남북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큰 진전을 보인 것입니다. 전세계가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그리고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 이 세 가지 정책을 크게 지지했습니다. 또 우리는 처음으로 한국이 대북정책을 주도해서 미국이나 일본이 여기에 협력을 하고 중국이나 러시아까지도 지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반면에 가장 아쉬웠던 점, 부족했던 점은 실업문제입니다. 실업자가 이제 160만명이 넘고 잘못하면 200만명에 이를지 모른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실업자 문제, 경기가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 문제, 또는 정치의 개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 그리고 노사문제가 약간은 불안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등이 미흡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것을 금년에는 꼭 완수해야 하고, 특히 무엇보다도 아까 말한 4대 개혁을 완수해서 한국이 튼튼한 경쟁력을 가진, 어떠한 충격에도 끄떡하지 않는 그런 체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김연주 그러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서울의 한 전자상가에 계신 분의 질문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지현(아나운서) 이곳은 구의동에 있는 한 전자상가입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시는지 말씀을 들어 보겠습니다.

전자상가 상인 저는 이곳 테크노마트에서 전자제품 판매업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요즘 전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보도를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상인들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경기가 회복이 되고 있는 것인지, 또 회복이 되고 있다면 언제쯤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인지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저도 이 문제에 관심이 큽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릴 것은,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은 시민들의 소비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경기가 좀 살아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엇보다도 여러가지 경기를 예측하는 지수들이 상당히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이 잘되고 있느냐, 못되고 있느냐는 것을 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업의 부도율인데, 1년 전인 작년 1/4분기에는 0.54%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0.12%로 내려갔습니다. 약 5분의 1 가까이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그런 점에 있어서는 나아지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현실은, 차디찬 냉방의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는데 아랫목에 앉아 있는 사람은 훈기를 느끼고 있지만 윗목에 있는 사람은 여전히 차다는 것입니다. 불은 땐다고 그러는데 방이 왜 이렇게 차냐, 말하자면 경기가 좋다는데 왜 내게는 안 오느냐, 이런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훈기가 윗목에도 가듯이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금년에도 철저히 개혁을 하고 구조조정을 해서 우리 상품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세계 시장에서 팔려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또 외국 상품들이 들어오더라도 우리 상품이 경쟁해서 국내 시장에서도 이겨내야 합니다. 그래야 경기가 좋아집니다. 그냥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년에도 철저히 개혁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서 지금 예측으로는 금년에 2% 이상 GDP가 성장하고 내년에는 5%로 보고 있는데, 성장한 만큼 경기는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워낙 잘못되었던 경제를 우리가 지금 되살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일거에 되기는 어렵습니다. 일거에 하려고 해서 쉽게 가면 구조조정을 철저히 못하게 됩니다. 못하게 되면 또다시 악화되어 버립니다. 영국 같은 나라들이 개혁을 철저히 해서 정말로 흔들림 없는 경기를 살렸듯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년도 1/4분기에 사회간접자본 분야 등에 예산을 대거 집행하도록 하고, 정부 구매물자도 1/4분기에 약 반을 사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 자금도 크게 방출하고, 서민들 가계자금도 내놓고 해서 경기부양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국민도 사치와 낭비는 곤란하지만 건전한 소비는 해 주어야 합니다. 건전한 소비를 해 주어야 물건이 팔려 장사가 되고, 장사가 되어야 공장이 돌고, 그래야 일터가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전한 소비는 미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돈의 여유가 없는 분들은 도리가 없지만 ― 돈있는 분들은 물건을 사고 돈을 좀 써 주시면 경기가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정범구 군불은 지피고 있는데 윗목에 앉아 계신 국민들에게까지는 아직 온기가 안 느껴진다는 이런 말씀이셨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여섯 분의 패널이 참석하고 계십니다. 패널 중에서 질문을 받겠습니다.

김재옥(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사무총장)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경기는 조금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만, 지난 1년 동안 우리 국민들의 소득은 줄어들고 치솟는 물가 때문에 사실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올해에도 과연 얼마나 물가가 오를까 굉장히 걱정스러운데요, 우리 국민들이 믿기 어려운 정부 통계만 보더라도 작년에 7.5%나 소비자 물가가 올라서 1991년 이후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물가인상을 보니까 작년에는 공공요금이 모든 물가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각종 공공요금들이 줄줄이 인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기세도 그렇고 통신요금도 그렇고 상수도 요금도 그렇습니다. 또 얼마 전 설을 앞두고도 농산물 가격이 굉장히 많이 올라서, 우리 소비자들은 물가에 대한 불안이 아주 심각합니다. 더욱이 지금 실질적인 소득도 줄어들고 또 많은 실직자들이 있는 이런 현실에서, 올해에도 물가가 많이 올라간다면 우리 서민들의 어려움은 대단히 커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께서는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3%의 물가를 지키실 수 있으신지요?

또 이런 공공요금이 올라가는 것은 바로 공공요금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인데, 시민 대표들이 감시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마련해 주실 수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정부가 발표한 물가를 믿을 수 없다고 하는데, 이제는 믿으십시오. 왜냐하면 이제는 정부가 물가를 조작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내가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작년에 IMF와 합의할 때 연초에는 약 10% 물가인상을 내다봤는데, 국민과 같이 노력해서 지금 말씀하신 대로 7.5%선으로 억제했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물가를 3%로 잡을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공요금 인상문제는 최대한으로 억제할 것입니다. 먼저 경영을 철저히 합리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공공요금을 올릴 때는 소비자 대표들이 참여해서 그것을 검증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꼭 올릴 필요가 있는 요금인가를 투명하게 검증해서 인상조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활, 그것도 서민생활을 지켜 주는 물가문제입니다. 그것은 정부가 굳게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999년도에도 지금 약속한 대로 반드시 물가를 안정시킬 것입니다. 물가안정이 없으면 정치적 안정도 사회적 안정도 경제적 안정도 모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물가가 기본입니다. 정부가 그것을 잘 알고 해 나가겠습니다. 이것이 계절을 타고, 또 여러가지 이유로 해서 가격을 통제하기가 어렵고, 뜻밖에 올라갔다 또 뜻밖에 폭락했다 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올라간 최대의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 하면, 유통구조가 잘못되어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있는 많은 중간 상인들이 중간마진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자인 농민도 밑지고, 소비자인 도시민도 큰 지출을 하게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노태우 정권 이래 계속 대통령도 만나고 농협에도 가서 얘기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아주 강력히 요청해서 농협이 중심이 되어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거래시키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발전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금년에도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결시키는 유통구조를 강화시켜서, 소비자는 싸게 사고 생산자는 제값 받고 파는 방향으로 물가를 잡을 작정입니다.

다시 말해서 물가는 바로 기본이기 때문에 정부는 책임지고 전력을 다해서 노력하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바입니다.

김연주 가벼운 질문 한 가지를 드리겠습니다. 사실 IMF 이후에 우리 서민들의 생활이 무척 많이 변모가 되었습니다. 모두 허리띠를 졸라 매고 생계형 위주로 바뀌었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IMF 이후에 라면의 소비가 무척 늘어났다고 하는데 평상시에 대통령께서 라면을 즐겨 드신다고 들었습니다. 청와대에 들어가신 이후에도 라면을 드신 적이 있으신지요?

대통령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먹었고, 또 해외여행 갈 때도 가지고 가서 밤에 끓여 먹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내가 직접 끓여 먹기도 했습니다. 내가 라면 먹는데 한 가지 문제는 집사람이 라면을 자꾸 먹으면 살 찐다고, 그렇지 않아도 살 쪘는데 그러면 되느냐고 옆에서 야단을 치고 해서 지금은 눈치보느라고 라면을 잘 못먹고 있어요.

김연주 방청석을 가득 메워 주신 방청객 여러분이 질문하고 싶은 분야가 무척 많으실 겁니다. 질문해 주시겠습니까?

중소기업 대표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 중소기업가들은 지금 중소기업을 마치 독립운동을 하는 것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진흥을 통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또 세계 경제 주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여러번 표명하셨습니다.

하지만 일선 은행창구나 관청에 가보면 아직 대통령의 의지와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중소기업 지원자금의 경우에도 막상 받으려고 하면 담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담보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실제로 도움이 안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통령의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일선에 전해져서, 중소기업이 창의력을 살리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은 없겠습니까?

대통령 아주 절실한 질문입니다. 중소기업 금융문제는 조금 나아지고는 있습니다. 대출을 보더라도 작년 4/4분기에 대기업은 대출이 6조원이 줄어들었는데 중소기업은 5조원이 늘어났습니다. 과거에는 거꾸로였습니다. 은행자금은 거의 대기업으로 갔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정부를 맡은 이후로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했습니다.

제가 지시해서 매일 각 은행이 얼마만큼 중소기업에 대출했는가 얼마만큼 중소기업에 무역자금을 주었는가를 보고하도록 해서 일일보고를 받아 왔습니다. 은행장이 직접 일선 창구에 나가서 보도록 독려했습니다.

그런데 참 쉽지가 않았어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쉬지 않고 노력을 해서 지금은 많은 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또 ‘꺾기’도 과거에는 보통이었는데, 최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아도 75%의 중소기업들이 이제 꺾기는 없어졌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하신 신용대출 문제는, 지금 우리 중소기업들의 신용이 충분치 못하다는 이유로 잘 안되고 있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대출관행이 잘못되어서, 철저한 신용조사를 해서 좋은 기업, 돈을 바르게 쓴 기업, 돈을 제대로 갚을 기업한테 준 것이 아니라, 주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결국 일본이나 우리나라 은행들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지금 부실은행들이 되어 버린 겁니다.

이제 은행도 크게 반성해야 할 때가 왔고 방침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은행이 신용조사 기법을 철저히 연구하고 개발해서, 기업가들이라면 은행에서 서로 알고 믿고 돈을 빌려 줄 수 있도록 하는 신용대출제도를 지금 강력히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아마 금년에는 이것이 상당히 실천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동시에 은행금리가 지금 역사상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한때 30%까지 갔던 콜금리라든가 3년만기 회사채들이 지금 6%, 8%선으로 내려갔습니다. 중소기업들도 12~13% 정도에서 돈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정부가 더욱 노력해서 중소기업이나 가계대출이 10% 미만으로 쓸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아마 금년에 그렇게 되어 갈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 금융정책에 있어서 대출의 중점을 중소기업에 두고자 합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21세기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시대, 정보화산업 시대, 지식산업시대에 알맞는 경제정책이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해서 키워 나갈 생각입니다.

저는 박정희 정권 이래 우리나라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고, 1971년 대통령 선거 때도 이를 공약으로 걸었고, 또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좥대중경제론좦이란 책도 발간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이 모두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체질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중소기업이 잘되고 튼튼해야 중산층이 튼튼해집니다. 중산층이 튼튼해야 민주주의가 뿌리박고 사회가 안정됩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중소기업, 중산층의 정부라는 그런 결심을 갖고 앞으로 중소기업 육성에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금년에는 그점에 있어서 작년보다 훨씬 더 진보된 정책을 펴 나갈 것이라는 것을 이 자리를 통해서 국민에게 약속하는 바입니다.

김영대(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 먼저 지난 1년간 우리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신 대통령님께 경영계를 대표해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경제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그래야 앞으로 안심하고 우리 국민과 모든 기업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사실상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100%는 아닐지라도 불가피하게 항상 고용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기업들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내실있고 실속있는 그런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다 보니까, 역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들의 강력한 반발이나 저항에 부딪혀서 사실상 무늬만 구조조정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 기업들이 안팎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사정에 있는데, 과연 지금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지 대통령님의 견해를 한번 듣고 싶습니다.

정범구 경영자 쪽 입장에서는 고용조정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조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얘기인데요, 이 자리에는 노동계에서도 대표가 나와 있습니다. 노동계 대표 얘기를 같이 들어 보시고 말씀을 좀 해 주시죠.

한국노총 조합원 한국노총에 있습니다. 경제위기를 조기에 수습하는 데는 양대 노총 노동자들의 희생과 고통이 따랐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대통령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업대책과 구조조정의 정책은 재벌들의 빅딜을 통한 기업에 대한 부실채권 탕감, 기업 이득만 봐주기 식으로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표류하는 느낌입니다. 또한 많은 노동자들이 재벌들의 사업교환이나 구조조정에서 대량해고와 고용불안 등으로 실직자가 되었습니다. 많은 실직자들에게 고용승계가 될 수 있는 투명한 정책이 아니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두번째로 노사정위원회가 IMF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대통령님의 국정철학 반영으로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가 정부의 들러리라는 생각에서 노동자들의 강한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노사정위원회는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 그 위상을 높여서 모든 현안들을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함은 물론, 국민적 합의기구로 법적 구속력이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통령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대통령 경총과 노총의 입장이 다르지요. 지금 양쪽 이야기 듣고 보면, 매도 내가 맞을 때는 아프고 남이 맞을 때는 별로 아프지 않은 그런 이야기가 있는데, 역시 자기 쪽이 제일 고통이 크다는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

먼저 경총에서 얘기한 구조조정에 있어서 정리해고 문제는 원칙적으로 기업이 정리해고의 자유를 가져야 합니다. 그것은 노·사·정 합의에 의해서 법으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남용하지 않고 사전에 노조와 합의해서 서로 꼭 필요한 범위에서 하도록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여하튼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데, 하나는 철저하게 마른 수건을 짜서 물을 짜내듯이 경영합리화를 해야 하고, 또 하나는 불가피할 때는 정리해고도 해서 기업을 살려나가야 합니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있고 기업가도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노총에서 말씀한 노동자들의 고충은 십분 공감합니다. 저도 일생을 노동자들을 생각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여러분이 잘 아실 겁니다. 그러나 한 가지, 노동자만 희생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내가 대통령으로서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노동자만 희생한 게 아니라 금융을 구조조정해서 5개 은행을 없애고 수많은 은행들이 모두 인수·합병을 통해서 금융계에서도 굉장한 희생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주식을 가지고 있던 분들의 주식이 휴지가 되어서 태워버린 그런 예가 많이 있는 것을 여러분도 알지 않습니까? 금융계에서도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또 대기업들도 과거에는 마음대로 은행돈을 가져다 썼지만 이제는 그것이 잘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30대 재벌 중에 11개 재벌이 사실상 해체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5대 재벌도 다섯 가지 조건, 즉 투명성 보장, 상호지급보증 금지, 경영의 현실화, 오너들의 법적 책임, 그리고 주력기업 중심으로의 경쟁력 있는 기업체제 확립을 정부가 강력히 요구해서 법으로 만들어 놓았고, 실제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5대 대기업들도 자기 기업을 팔고 빅딜 같은 것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어떤 반도체 회사가 정말 자기네 살같이 생각하던 기업을 눈물을 흘리면서 내놓은 일도 있습니다. 기업이라고 해서 희생 안한 것이 아닙니다. 정부와 공공기업에서도 많은 부서를 줄이고 인원도 감축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고통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많이 느끼느냐 하는 건 별개로 하더라도, 적어도 분담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정부는 양심의 가책 없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측에 대해서도 우리가 줄 것은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민노총을 합법적으로 등록시키도록 했습니다. 교원노조도 만들었습니다. 노동자들의 정치참여도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번 지방선거에도 노동계 출신이 나왔어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도 나올 것입니다. 민노총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의료보험 단일화 문제 같은 것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임금 채권에 대해서 보증제도도 하고 있고, 작년에는 노·사·정 합의에서 5조원이었던 실업자금을 정부가 자진해서 10조 70억원으로 늘렸습니다. 이처럼 정부도 노동자들을 위해서 가능한 일은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3월에도 노동운동으로 구속된 사람을 석방했지만, 이번에도 가급적 많은 사람을 석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과 노동자의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하고 법의 집행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과거에 비해서 이제는 집회나 시위를 포함해서 합법적이고 비폭력적으로 하면, 정부가 어떠한 탄압도 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사정위원회 문제가 나왔는데, 법적 기구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자가 손해 보는 기구가 아닙니다. 노사정위원회는 기업가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정부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거기에 모여 서로 얘기해서 주장을 하고 합의가 되면 실천하는 그런 기구가 아닙니까?

그리고 노사관계도 WTO체제 이전, 국민경제시대에 국내에서 경쟁하던 때에는 노사간에 이기고 지는 것이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고무신 만드는 공장이건 양복을 만드는 공장이건 혹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이건, 모든 기업이 세계에 나가서 세계의 일등기업과 경쟁하는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제일 좋고 제일 싼 물건을 만들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때에는 노사가 협력해서 기업을 살려 고통도 같이 분담하고 그 결과도 분담하는 체제가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분명히 얘기해서 고통도 같이 분담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살아나서 잘 되면 그 결과도 노동자나 국민 모두에게 분담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것을 약속하면서, 노사 양측이 건설적으로 협력하는 길로 나가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려 마지않습니다.

정범구 구조조정 문제는 온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방청석에서도 질문을 한번 받아보겠습니다.

중소기업 대표 금방 대통령님께서 노사간에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재벌개혁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역대 정권에서도 출범 초기에 누누이 개혁을 약속했지만 한번도 성취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행스럽게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고 생각은 되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른데, 이 점에 대한 대통령님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여쭙고 싶습니다.

대통령 그 문제에 대해서, 오늘 아침 신문을 보셨겠지만 홍콩에서 나온 잡지에서 “한국의 경제개혁이 크게 성공했다, 이제 김대중이란 사람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다”라고 하면서 “기업들의 팔을 비틀고 협박을 해서 하고 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팔을 비틀어 본 일은 없습니다만, 여하튼 그것은, 국내에 계신 여러분은 절실히 못 느끼지만 해외에서 볼 때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기가 막히게 강력히 하고 있는 겁니다.

더구나 한국의 재벌이라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강력한 재벌입니다. 그런데 그 재벌을 상대로 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재벌로부터 다섯 가지를 약속받아 구조개혁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재벌의 투명성입니다. 거기에는 결합재무제표라든가 사외이사라든가 소액주주 권리행사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회계가 이제부터 시작된 겁니다. 이런 개혁이 지금 되고 있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재벌들이 서로 은행 빚을 보증해 주는데, 잘된 기업이 잘못된 기업을 보증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잘된 기업은 못된 기업을 보증했기 때문에 망하고 못된 기업은 빨리 망해야 되는데 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재벌 전체가 이렇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이것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세번째는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현실화하고, 싸게 살 것을 비싸게 사준다든가 비싸게 팔 것을 싸게 팔아 준다든가 하는 내부자 거래를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를 적발해서 과징금을 물리고 있습니다. 은행계좌까지 뒤져가면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번에 법을 고쳤는데 이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게 된 겁니다.

네번째는 과거에는 재벌의 회장들이 회장이란 이름만 가지고 법적 등록을 안하기 때문에, 잘못되어도 고용되어 있는 중역들이 해고를 당하고 오너들은 끄떡 없었습니다. 이제는 모두 법적으로 등록해서 민사상, 형사상의 책임을 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어발 같이 수십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재벌에 대해서 채권자인 은행을 통해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몇 개를 갖든, 기업을 갖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국제시장에 나가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냐 아니냐가 문제입니다. 경쟁력 없는 기업은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되고, 은행의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가 놀랄 정도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도 모든 기업은 독립적으로 운영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에 이기는 그런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재벌 총수들에게 한 얘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애국자냐, 기업경영을 철저히 잘해서 흑자 많이 내고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이 애국자다, 그리고 해외에 나가서 경쟁에서 이겨 외화를 많이 벌어 오는 사람이 애국자다, 그런 사람을 애국자로 대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정부는 그러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재벌을 편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재벌을 미워하지도 않지만 특정 재벌을 비호하지도 않습니다. 나라를 위해서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은 우리가 지지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며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는 절대로 그런 것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미 기업측에서도 그것을 잘 알고 많이 협조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1년만 두고 보십시오. 우리나라가 재벌문제에 있어서도 얼마나 더 철저한 개혁을 하는가를 두고 보십시오. 재벌은 비호받고 중소기업은 소외받는 그런 과거의 관행은 이제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을 여러분에게 굳게 다짐하는 바입니다.

대학생 제가 질문드릴 것은 지금 경제분야의 구조조정을 너무 급하게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 헐값에 팔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주요 산업이 외국 자본에 의해 지배되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외국자본에 의해서 종속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포항제철과 같은 이익을 잘 내는 기간산업의 지분까지도 외국에 넘긴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대통령 외국자본을 받아들이는 것은 식민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선진국이 되는 길입니다. 지금 세계 각국들이,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외국자본 투자를 받아들이려고 모두 난리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영국 같은 나라는 GDP의 20%가 외국자본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26%입니다. 말레이시아는 48%, 아시아에서 경제에 가장 성공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72%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6%밖에 안됩니다. 아마 요즘은 비율이 조금 올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외국인투자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 하면, 영국에 우리나라 기업이 가서 공장을 지어 준공식을 하니까 여왕이 직접 와서 준공식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지금 해외에 나가 보세요. 자기 나라에 투자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선진국도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중국을 포함해서 여러 나라에 수백개 기업이 나가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만일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식민지화되는 것이라면 여왕이 우리나라 공장 준공식하는 데 테이프를 끊겠습니까? 시대가 그렇게 달라진 거예요. 지금은 민족경제의 시대가 아니고 세계경제의 시대인 것입니다. 외국자본도 우리나라에 투자하면 그 기업은 우리 것입니다.

미국에 일본 자본이 가서 록펠러빌딩을 산 일이 있습니다. 뉴욕의, 미국의 상징 중의 하나죠. 뉴욕 시민들이 항의하니까 시장이 말했습니다. “일본 사람이 산다고 그 건물을 가지고 도쿄로 이사 가느냐”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도 외국 가서 투자하면 그건 외국 기업이고 외국 사람도 우리나라에 투자하면 우리 기업입니다. 우리가 돈을 빌려 오면 갚아야 하니까 외환위기가 생기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투자하게 하면, 우리 원화로 바꾸어 주면 원금도 이자도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외국 기업들이 들어오면 장부를 철저히 투명하게 하기 때문에 속임수가 없어집니다. 탈세도 못합니다. 그리고 외국 기업이 들어오면 선진경영 기법을 가져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그것을 배워서 발전됩니다. 외국 기업이 여기 와서 투자하면 해외의 수출시장도 함께 가지고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외국 기업이 투자하면 우리나라의 실업자들에게 일터가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외국 기업 안 받아들이고 우리나라 공장들이 문닫게 되어서는 발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항제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외국 사람한테 팔 때는 돈이 좀 남는 것도 팔고 안 남는 것도 파는 것이지, 돈 남는 것은 안 팔고 안 남는 것은 판다고 하면 누가 우리나라에 와서 투자하려고 하겠습니까. 주식시장이 그런 것 아닙니까? 포철에 대해 지금 정부 소유 주식 약 3% 정도와 한국전력 소유 주식 23%를 합해서 약 26%를 팔려고 내놓고 있는데, 이것을 꼭 외국사람 보고 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해서 이제는 세계경제의 시대이고, 외국 투자자본을 영입하는 것이 경제발전의 가장 중요한 길입니다. 그런 점에서 외국 투자자본에 대해 우리가 새로운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도 외국에 가서 투자하고 있는 이상은 외국 사람도 우리나라에 와서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국익에 맞게, 부당한 행위를 못하게 정부가 철저히 규제할 것입니다. 그점에 대해서는 안심하기 바랍니다.

대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조금 색다른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대통령께서 지금 남태평양의 무인도에 가시게 되었어요. 그런데 딱 세 가지만 가져가실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무엇을 가져가실 건가요?

대통령 조금만 색다른 게 아니라 보통 색다른 게 아닌데요. 그런데 남태평양에 혼자 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부부일심이니까 마누라와 같이 가야겠지요. 기왕 그렇게 갈 바에는 실업문제와 부정부패와 지역감정, 이 세 가지를 송두리째 가져가 버리면 우리 국민들이 좀 행복하게 살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범구 이제 다시 토론자석으로 마이크를 옮겨 보겠습니다. 어느 분께서 질문해 주시겠습니까?

노성태(한화경제연구원장)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실업문제만큼은 아직도 전혀 개선되는 조짐이 안 보입니다. 오히려 악화되는 상황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 대로 2월중에는 실업률이 9%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그렇게 되면 실업자 수가 200만명에 육박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특히 금년 졸업생들과 가족들은 아주 큰 좌절과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금년 봄부터는 공기업이 민영화도 되고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들도 한 차례 더 살빼기를 하게 되면 고용사정이 훨씬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금년 이후의 실업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시고 어떤 해결책을 마련하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금년 졸업자들의 취업을 위해서 특히 생각하고 계시는 방안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통령 제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실업문제만큼 노심초사한 일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국무회의에서 이 정권은 실업대책 정권이라고 생각하고 일해 달라는 얘기까지 했겠습니까? 제가 다른 문제 갖고는 지난 정부에 대해 원망스럽게 생각할 때가 별로 없지만, 경제를 이 꼴로 만들어 이처럼 실업자를 만들게 된 데 대해서는 때로는 원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책임을 전부 떠맡아 해야 하는데, 말씀하신 대로 아무래도 이번 1/4분기에는 실업자가 조금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하반기부터 실업자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지금 정부목표는 하반기에는 150만명까지 줄일 작정입니다. 금년에 정부 최대의 과제가 실업자 대책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실업자 대책에 대해서는 제가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기업이 구조조정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구조조정의 모순은 구조조정을 하면 때로는 정리해고를 해야 됩니다. 그럼 정리해고가 되면 실업자가 더 늘어나요. 그러나 구조조정을 안하면 기업이 망하고 전부가 실업자가 됩니다. 여기에 모순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실업자를 내더라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말이 쉽지 실업당한 분들의 입장에서는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여하튼 그래도 구조조정 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우리 경제도 이제는 대기업들, 규모가 큰 산업을 중심으로 실업을 해결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공장은 발전되면 발전될수록 더 기계화되고 자동화되기 때문에 사람이 더 필요없어집니다. 그래서 우리 기업은 앞으로 중소기업, 특히 벤처기업 중심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미국에서 대기업이 20만명의 실업자를 낼 때 벤처기업이 10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서 오늘날 미국이 저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벤처기업, 중소기업 육성에 전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또 하나는 관광산업, 서비스산업이 있는데, 이런 분야가 이제는 굴뚝에서 연기 안나는 기간산업입니다. 작년에 관광산업이 37억 달러 흑자를 냈습니다. 재작년에 11억 달러 적자였는데 이렇게 엄청난 흑자를 냈습니다. 반도체보다 더 커요. 그래서 이런 관광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합니다. 인간문화재들이 만드는 제품 같은 것을 계약제로 생산해서 관광상품으로 팔라는 얘기도 했는데, 이렇게 해서 관광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영화나 만화영화와 같이 좋은 영상매체 모두가 우리가 지금 개척해 나갈 새로운 분야입니다. 역시 지식산업, 정보산업 쪽으로 발전해서 일자리를 만들어 가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또 하나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것은 직업훈련입니다. 이제는 육체만으로 하는 노동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는 지적 능력을 가미한 노동자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일반 노동자는 한 단계 높은 기능공으로 만들어내고, 일반 사무원은 컴퓨터와 같은 능력을 갖춘 고급인력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지금 공공근로사업 같은 데에 약 40만명을 투입해서 일을 시키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3만 7,000명의 대학 졸업생을 인턴으로 채용해서 각지에 배치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실업자들에 대해서 생계비로 매월 평균 100억원씩 대출해 주어서 그것을 가지고 조그마한 장사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회안전망을 통해 입는 것과 먹는 것, 병 고치는 것, 그리고 중학교까지 자녀 교육시키는 것을 정부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금년도 예산에 4조 7,000억원이 계상되어 있습니다. 이 예산이 모자라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동시에 실업자 되신 분들의 각오도 필요합니다. 어제까지 하던 일만 생각하지 말고 눈높이를 낮추어서 해야 합니다. 지금 구인난 때문에 애쓰고 있는 중소기업이 많습니다. 그런 데에 가서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분은 아침에 신문배달만 해서 한달에 30만원을 받습니다. 또 조그마한 장사를 해서 성공한 분들이 있습니다. 회사에 중역하던 분이 운전기사로 일하는 분도 있습니다. 여하튼 살고 봐야 합니다.

금년에는 경제성장이 2%, 많이 보는 데서는 4%, 5%로 봅니다. 내년에는 더 나아집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성장한 만큼 일터가 더 생겨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년 후반기부터는 일터가 늘어나서 실업률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유럽의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도 실업률이 12%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무엇보다도 구조조정을 철저히 하여 일터를 많이 만드는 것을 중심으로 해서 내후년에는 실업률을 5%선으로 다시 복귀시키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지금 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전력을 다해서 이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습니다.

김연주 이번에는 시선을 해외로 돌려서 런던과 뉴욕에서 질문을 하시겠다는데, 그 질문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뉴욕입니다.

코오롱 뉴욕지사 직원 작년 초 맥이 풀렸던 상황과는 달리 최근 들어 하나같이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에서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평가하고 있습니다. 작년 초 암담했던 한국 상황과는 달리 우리나라에 서광이 비치는 것 같아 이제는 마음이 놓입니다만 이러한 국제적인 신인도가 계속해서 유지될지, 약간의 불안감도 없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연주 이어서 국제금융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런던에서도 질문을 하시겠다고 합니다. 들으시고 난 후에 함께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한은행 런던지점 직원 영국도 과거에 IMF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대처 총리의 강력한 개혁을 통해 노사안정을 바탕으로 위기극복에 성공했습니다. 반면에 최근 브라질은 잘해 나가다가 정치불안 때문에 경제가 다시 주저앉게 되었습니다.

이곳 런던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정치안정, 노사안정이 걱정입니다. 우리가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린 것은 아닌지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대통령 두 군데 질문을 듣고 우리 국민이 참 훌륭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해외까지 나가서 저렇게 나라일을 걱정해 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국제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아까도 얘기했지만 우리가 개혁을 제대로 해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경쟁력이 생겨야 수출이 잘됩니다. 수출이 잘되어야 외화가 들어와서 외환위기가 오지 않습니다.

또 그렇게 경쟁력 있는 개혁을 하면 외국 투자자본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만큼 외화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작년에 국민과 같이 합심해서 해온 것처럼 금년에도 잘해 나간다면 우리 경제는 결코 제2의 외환위기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영국에 계신 분이 이야기했지만, 지금이 샴페인 터뜨릴 때는 절대로 아닙니다. 아직도 우리는 경쟁을 해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저도 샴페인을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금년에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개혁을 반드시 바르게 해내야 하겠습니다. 지금 영국과 브라질의 얘기가 나왔는데, 영국이 개혁을 하는데 10년 동안 여러가지 고생을 했습니다. 뉴질랜드는 8, 9년 걸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 아주 튼튼한 기반을 만들어 승승장구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아주 뚜렷한 두 가지 모범이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영국과 같이 개혁을 철저히 해서 우리 경제를 살릴 것입니다. 저는 대처 수상과 같이 훌륭한 사람은 못되지만, 개혁만은 대처 못지않게 철저히 해서 우리나라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에게 굳게 다짐합니다.

정범구 다시 질문을 토론자석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손혁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사회안전망 말씀을 하셨는데, 최근 국민연금 확대문제가 많은 국민을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는 국민연금 확대는 원칙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천만명이 넘는 국민들에게 연금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준비를 게을리하는 바람에 군인이나 학생, 심지어는 직장을 잃고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실직자에게까지 보험료가 부과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느라고 연금제도의 기본틀마저 후퇴시키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확대에 따른 혼란과 불만을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이신지, 또 졸속행정에 따른 책임자 문책의 소리가 높은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하실 것인지 대통령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대통령 국민연금 확대문제에 대해 첫째는 혼란을 끼쳐서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둘째는 대통령으로서 참 어이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국민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한다고 큰마음 먹고 한 일을 맡아서 한 분들이 기술적으로, 사무적으로 잘못을 해서 이렇게 큰 국민적 걱정을 끼친 사태를 가져온 데 대해서,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도 느끼고 또 실망감도 이만저만 크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복지사회를 만들려면 세 가지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는 병들 때 보장해 주는 의료보험, 이것은 현재 전국민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두번째는 실업자가 되었을 때 생계비를 받는 것, 이것은 금년 4월로써 완성됩니다. 단 한 사람이 있는 직장, 임시직원까지도 전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실업자가 되더라도 생계비가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60세가 된 이후 생계에 대해서 보증하는 것이 국민연금입니다. 사람이 젊었을 때는 어떻게든 살지만, 나이 먹었을 때가 중요합니다. 국민연금은 120만원쯤 소득있는 분이라면 20년 정도 계속 붓고 나서 60세 이후 노후에는 약 38만원쯤 받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국민연금은 1988년에 시작해서 직장인들이 가입을 했습니다. 세월이 얼마 안 지났지만 그때 가입했던 분들 중 60세 이상 되신 분들, 현재 19만 2,000명이 매달 14만원 정도 받고 있으며, 본인이 사망했으면 유족이 13만원 정도 받고 있습니다. 농민은 1995년에 가입했기 때문에 아직 못받지만 머지않아 받을 것입니다. 여기에 도시민 1천만명이 가입하게 되면, 우리는 사회보장의 틀을 완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중요하고 이렇게 좋은 국민연금제도를 실천하는데 칭찬은커녕 큰 질책을 받고 있는 이런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도 관계 부처에 엄중히 명령하고 질책해서 여기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하고 보완책도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이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문제, 권장 보험료를 통고했던 것을 현실에 맞게 시정시키는 문제, 보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했던 것을 취소시키는 문제 등을 직접 챙기면서 국민연금이야말로 국민을 위한 연금이 되도록, 국민의 걱정을 끼치는 연금이 안되도록 책임지고 시정시켜 나가겠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약속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가 노령화 사회가 되어 가는데, 노후를 모두 자식들에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노후에도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지금 자식들에게 의존해서 비참한 부모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점을 생각하더라도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여러분께서 근본취지를 잘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현경(아나운서) 강원도의 한 농촌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도 대통령께서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지 듣고 있는데요, 과연 이곳에 살고 계신 분들은 어떤 점들이 궁금한지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농민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입니다. IMF 이후에 농촌경제는 위축이 되고 각종 농자재 값은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또 대출금리는 고금리가 되어서 농가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농어가 부채경감 등 농촌을 위해서 약속을 많이 했습니다만, 지금도 농촌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또 농가는 실망과 실의에 차 있습니다. 일부 농가에서는 파산위기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농어민을 위해서 획기적인 대책과 방법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여러분의 부채문제를 제가 잘 알고 있고, 또 선거 때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약속을 한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는 농협과 같이 협력해서 이미 1조 6,000억원의 농가부담을 경감시켰습니다.

그리고 1999년말까지 상환기간이 만료된 정책성 자금 14조 5,000억원에 대해서 2년 동안 상환을 연기시켰습니다. 또한 농수산물 관련 중장기 자금에 대한 금리도 1~2%를 인하시켰습니다. 예를 들면, 중장기 정책자금의 금리를 6.5%에서 5.5%로 인하하고, 상호금융은 16.5%에서 14.5%로 인하했는데, 이것은 앞으로 상황을 보아 가면서 더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농가가 부채를 많이 지게 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정책의 잘못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책이 농지정리나 농기계화 등 생산증대에만 힘쓰고 가격보장에는 등한시했습니다.

따라서 생산이 많이 되면 많이 될수록 오히려 가격이 폭락해서 손해를 보았습니다. 농산물은 비축해 놓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농가가 지금 부채투성이가 되었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농민들이 자기 생산품을 제값을 못받고 중간상인들이 전부 차지하고, 도시 소비자들은 비싸게 사먹는 체제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농민들이 만일 제값을 받으면 많은 이득을 내고 부채를 지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래서 저는 대통령이 된 이후, 농수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유통을 개선하는 데에 있다는 생각으로 이번 1999년 농업부문 예산부터 유통부문 예산을 대폭 늘렸습니다. 과거 농업부문 예산에서 6%밖에 안되던 유통예산을 15%로 늘리고, 이것을 점차 30%까지 늘려서 농민들이 제값 받는 유통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농민들이 제값을 받으면 빚도 갚고, 돈벌이가 되면 생산을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래서 생산도 증대시키는 가운데, 정부가 여러가지 농업정책을 통해 농어민들이 잘되어 나가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재정의 한도 내에서 여러가지 지원을 해서 농어민들이 몰락하지 않도록 해나갈 것이라는 것을 여러분에게 약속하는 바입니다.

주부 저는 평창동에 사는 주부입니다. 지난 1차 대화 때는 IMF 때문에 밤잠을 거의 못주무신다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금은 잘 주무시는지요. 그리고 또한 건강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대통령 요즘은 잘 잡니다. 그것은 IMF 위기도 한 고비 넘겼고, 또 우리 국민이 IMF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금붙이를 모두 모아오고, 이런 것을 보니까 정말 자신이 생겼습니다. 제가 중국에 갔을 때 장쩌민 주석도 금모으기운동을 굉장히 부러워했습니다. TV로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국민이 어디에 있느냐고 하면서, 한국 국민의 애국심과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그 정신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세계 도처에서 그러한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국민과 같이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하기만 하면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잠도 잘 잡니다.

그런데 지난 연말에 감기가 걸렸는데 하루도 쉴 수 없고, 대통령이 누워 있으면 당장에 여러가지 소문이 많이 나거든요. 그리고 그때 베트남까지 가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안색이 나쁘니까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제가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주치의 말이 “30대 건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노인건강은 아니다”고 해서 “그러면 장년쯤 된다는 얘기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MRI라는 검사도 했는데, 특히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마 국사를 판단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김연주 오늘 방청석에는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하고 계신데, 방청객 중에 제일 연소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낯익은 주인공입니다. 드라마 ‘은실이’에서 은실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실제 이름은 전혜진 양이라는 사실을 저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혜진 양은 대통령께 어떤 점이 제일 궁금합니까?

전혜진(아역 탤런트) 대통령 할아버지께서는 왕따에 대해서 아시죠. 왕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괴로워하고 있는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 그런데, 내가 은실이 팬인 줄 알아요? 은실이가 그 어려운 환경을 잘 참아내고, 또 버리고 간 어머니를 용서하는 것을 보고 정말 여러가지 감동을 받았는데, 오늘 여기서 만나니 참 반가워요.

왕따는 물론 압니다. 왕따문제는 참 기가 막힌 문제입니다.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한테 따돌림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런 일입니까. 나도 조금은 그런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요즈음 왕따를 당하고 있는 어린이들 심정을 잘 알게 됩니다.

이 왕따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가정과 학교, 사회와 수사기관 4자가 협력해서 이 문제를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왕따를 당한 학생이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해결하고 싶어도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지금 왕따를 당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숨기고 있기 때문에 왕따문제가 해결이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조금 가혹할지는 모르지만, 왕따를 당한 학생들이 용감하게 고발해야 합니다. 고발해 주어야 알게 되고 이것을 처리할 수가 있습니다.

또 왕따짓을 한 아이들은 고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놓고 그런 짓을 하는 거예요. 물론 왕따당하고 고발하면 죽인다고 하면 겁이 나겠지요.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는 용기를 길러야 됩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어떻게 해서 되었습니까?

민주주의는 억압자에 대한 고발정신을 통해서 된 겁니다. 시민정신이란 것이 바로 그런 겁니다. 자기가 인격을 유린당하고 있는데 그것을 신고하지 않는 시민정신으로는 천년이 가도 민주주의가 안됩니다. 또 어렸을 때 그런 짓을 당해서 그대로 가면, 자기 인생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됩니다. 그래서 왕따당한 것은 참 안됐지만 정말 그것을 없애려면, 앞으로 계속 당하지 않고 남도 당하지 않게 하려면 고발해야 됩니다. 또 선생님이나 부모들도 그것을 권장해야 합니다. 일제히 고발해 보세요. 감히 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왕따는 끝나는 겁니다. 그 외에 딴 길이 없어요.

나는 왕따문제에 대해 우리 어른들이 반성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패거리가 되어 약자를 왕따시키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지금 패거리 사회예요. 학교별로, 지역별로, 직업별로 모두 패거리가 되어 약자를 놀리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 아닙니까? 어린이는 어른들의 거울입니다. 그래서 우리 자신부터 그런 패거리 정신을 없애고 패거리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어른들을 바라보고 그런 짓을 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협력하고, 우리 어린이들도 용기를 가지고 이 나라에서 이 왕따라는 것을 없애야 합니다.

언제까지 이런 못된 버릇이 이 나라에서 횡행하도록 놓아 두어야 되겠습니까? 우리가 이제 결심을 해서 왕따를 없애는 데 모두 협력하자는 것을 국민 여러분에게 호소하는 바입니다.

한성주(아나운서) 저는 지금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 나와 있습니다. 대전 시민들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게 가진 기대가 큰 만큼 김대중 대통령께 직접 묻고 싶고, 또 듣고 싶은 얘기가 참 많다고 합니다. 여기서 대전 시민 한 분을 만나 뵙고 얘기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평소 대통령께 무엇을 가장 묻고 싶으셨나요?

대전 시민 얼마 전 경제청문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관련된 150억원의 정치자금이 폭로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도 야당 총재로 계시던 시절 사직동팀에 의해서 은행계좌가 추적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선거만 하면 엄청난 액수, 천문학적 액수의 정치자금을 연상하는데요, 그렇다면 대통령께서는 이러한 정치자금으로부터 정말로 떳떳하신지 이 자리를 통해서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통령 저는 그점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정치자금에 있어서 법률적으로 법을 어기거나 대가성이 있는 정치자금을 받은 일이 없습니다. 물론 저도 비공식적으로 정치자금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1997년 11월 14일까지는 그렇게 정치자금 받은 것은 대가성만 없으면, 말하자면 죄가 안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당시에 야당이었으니까 천문학적인 돈을 줄 사람도 없었고, 또 우리한테 무엇을 바라고 준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바라고 주는 그런 돈은 받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서 여러분께 분명히 얘기합니다. 저는 정치자금은 받았지만, 법에 어긋나거나 내 양심에 어긋나서 어떤 대가를 이유로 정치자금을 받은 일은 결단코 없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과거 정권이 5년 동안 그것을 갖고 저에 대해서 얼마나 문제를 삼았습니까? 여당의 간부들이 내가 몇백억원을 받아서 어디다 감추어 놓았다고 난리를 치고, 그리고 나타난 바와 같이 사직동팀이 우리 친인척들 계좌를 뒤져 조작을 해서 발표하고, 또 한보사건 때 여당 쪽은 다 놓아두고 “김대중한테 돈 얼마 주었다 해라, 그러면 너희 자식은 구속 안하겠다”는 식으로까지 조사했습니다.

과거에 나는 전화 한 통화 자유롭게 걸지 못하고, 어디 가서 마음놓고 사람 하나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는 그런 생활을 했습니다. 심지어 아내와 집에서 얘기할 때도 조금 문제가 있는, 말하자면 남이 들어서는 안될 말을 할 때면 전부 글로 써서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가 만일 그런 부정한 일을 했으면 벌써 나타났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과거에 권력만 가지면 천문학적인 수천억원의 정치자금을 만들고 축재했던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다시 한번 분명히 얘기하지만, 나 자신은 과거에 법에 어긋나거나 양심에 가책이 되는 그런 정치자금을 받은 일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선의에서 준 정치자금, 비공식적으로 받은 것은 있습니다. 그것은 준 사람 입장도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 새정부가 들어서서 상층부는 이제 부패가 없습니다. 중하위층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끝까지 부정부패와 전쟁을 해서 반드시 일소할 것입니다. 정치자금을 포함해서 깨끗한 정치를 실현시키는 일을 제 임기중에 국민 여러분의 협력을 얻어서 꼭 해내겠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다짐하는 바입니다.

정범구 국민으로부터 접수된 질문이 아주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토론자석으로 다시 질문순서를 옮기겠습니다.

김근(한겨레신문 논설위원) 국내정치와 관련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도 정치안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얘기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만, 정치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야관계가 정상화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있어 왔던 여야의 대립인데, 그 대립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주요 현안에 대한 여야간의 인식의 차이가 현격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비리 정치인의 사정이나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또는 야당의원 영입문제들에 대해서 한쪽에서는 야당 부수기라는 주장이 있었고, 여당 쪽에서는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개혁을 추진하거나 정국의 안정을 위해서 꼭 그렇게 해야 되고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여야간의 관계를 크게 악화시켜 온 이러한 여야간의 인식의 차이에 대해서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그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아울러 평소에 가지고 계신 야당관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둘째로 지금 여야관계 복원을 위해서 여야 총재회담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이 정계개편의 포기를 약속하라면서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청와대나 여당에서 이 문제에 대해 입장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만, 야당은 거기에 아직 만족해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정계개편 문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소상히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지금 정치는 어떻게 보면 국민의 직접정치입니다. 여론을 따라서 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풍문제라든가, 총풍문제 등에 있어서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압도적인 다수인 7~8할의 국민이 그것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해왔습니다. 정치인 비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야당이 새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이나 총리를 인준해 주지 않고 2개월이나 실업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았을 때, 야당 의원을 영입해서라도 과반수를 만들라는 국민여론이 압도적이어서 우리는 그렇게 한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모든 문제의 기준을 국민여론에 두고 그렇게 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야당에 대해서 인위적으로 사람을 빼오거나 야당의 다수파를 공격할 생각이 없습니다. 또 야당이 말한 것과 같이, 우리는 야당을 국정의 정당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대할 생각입니다. 필요하면 야당 총재와 대화도 하고, 여야간 중진대화도 할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야당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그렇게 영입할 생각은 없지만, 야당 내에서도 지금 탈당해서 별도의 교섭단체를 만드느니, 신당을 만드느니 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야당의 관리는 야당이 책임지고 해야지, 모든 책임을 여당이 지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야당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인위적으로 야당을 해치고 공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리면서, 하루속히 정치가 원내에서 복원되고 또 그에 따라서 영수회담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하는 이런 체제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광웅(서울대 교수) 지난 1년은 경제에 주력하셨습니다. 그런데 금년 1년을 포함해서 앞으로는 정치분야의 개혁이 상당히 시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역시 내각책임제 개헌에 대한 약속입니다. 내각책임제 개헌은 잘 아시듯이, 그 전제 필요충분조건이 상당히 많이 충족되어야 할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경제가 회복되어야 하고, 그 밖에도 정당의 수나 구조와 체제같은 문제라든가 또는 유럽에서 하고 있는 협의제 민주주의 같은 것이 우리나라에도 가능해야지만 이것이 이루어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과연 어느 정도 충족될 수 있는가에 궁금증을 가지면서도, 그러나 한편으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종필 국무총리와의 약속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지키시겠는지 정치적인 신의와 신뢰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이 문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저도 많이 생각하고 있고 또 국민의 여론을 아주 주의깊게 살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김종필 총리와 한 약속을 결코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각제 문제는 여러가지를 감안해서 김 총리와 둘이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시간도 충분히 있으니까 여러분께서 좀 시간을 두고 기다려 주시면, 이 문제에 대해 양쪽이 원만한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연주 이번에는 계속해서 지방에 계신 분들의 의견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구로 가보겠습니다.

윤지영(아나운서) 이곳은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입니다. 이곳에도 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김대중 대통령과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시민 한 분을 만나뵙고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궁금하십니까?

대구 시민 저는 대구에서 개인택시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택시기사들의 고충을 경영에 반영하고자 직접 운전하면서 많은 시민으로부터 듣고 느낀 사항인데요, 최근 대구와 경북지방에는 현 정부와 관련하여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많은 유언비어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유언비어들은 국민의 정서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감정들을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해소하실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 저는 대통령으로서 아주 굳게 결심하고 있는 것이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반드시 지역감정을 해소시키고, 영호남만이 아니라 전국민이 하나가 되는 국민단합을 이룩하겠다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잘 알지 않습니까? 선거 때 호남에 가서 영남 사투리 쓰면 점심을 안 팔아 준다, 휘발유를 안 넣어 준다, 그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영남에 있는 공장을 호남으로 가져 간다는데 어디에 가져 간 공장이 있습니까? 이런 것을 유언비어로 퍼뜨리는 사람들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 후에 모든 신문들이 보도하듯이, 인사문제에 있어서도 영남이 가장 많은 진출을 하고 있습니다. 예산 배분에 있어서는 전국의 시장, 도지사를 모은 가운데 고르게 분배해 주었습니다.

대구에 사시니까 예산을 얼마만큼 공정하게 배분했는가를 대구 시장이나 도지사에게 한번 물어 보십시오. 뿐만 아니라 저는 강원도건, 제주도건, 경기도건 어느 도를 막론하고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고 똑같이 아끼는 그런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일생 동안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 싸워 왔습니다. 그러면서 지역차별에 굉장히 시달린 희생자입니다. 저는 전국민의 대통령이 되지, 결코 일부 지역의 대통령은 안되겠습니다. 제가 이 세상을 뜬 후에 모든 국민으로부터 추앙받는 그런 인물이 되고 싶지, 어느 한 지역의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서도 저의 이 진심을 이해하시고 제가 차별하지 않는 이상, 제가 모두를 사랑하고 노력하는 이상, 여러분도 거기에 같이 호응해서 지역감정이라는 악마의 주술 같은 이 못된 것을 이제 끝내고, 세계화의 시대에 하나가 되어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진심으로 호소해 마지않습니다.

김연주 마지막으로 방청석에서 질문을 한번 더 받아 보겠습니다.

서울 시민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좀 무거운 얘기들이 오간 것 같은데요, 다소 부드럽고 훈훈한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저희 모든 국민들이 경제위기, IMF 한파에 몸을 움츠려야 했고 또 위기극복을 위해서 노력해 왔습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시기에는 서로간의 격려와 칭찬이 아주 큰 힘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대통령께서 개인적으로 칭찬해 주고 싶은 분이 계시면 이 자리를 빌려서 말씀해 주십시오.

대통령 국난극복에 모두 동참한 4,500만 국민, 금모으기·결식아동돕기·수재민돕기, 이런 일에 동참해 준 국민께 찬양을 드려 마지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국가의 내일, 21세기에 적응하기 위해 고부가가치·고능률의 신지식을 개발해 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즈음 말하는 신지식인입니다. 신지식인은 학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머리를 써서 생산을 증대시킨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농촌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추를 1년 내내 딸 수 있고 좀더 맵고 혹은 덜 매운 것까지 조절하는 이런 것을 개발한 농민도 있습니다. 우편배달부가 컴퓨터로 관내의 모든 안내서를 만들어서 누구든지 처음 취직한 사람도 바로 알 수 있게 만든 사람도 있습니다. 중소기업하던 사장과 유치원 보모하던 부인이 같이 농촌에 내려가서 선인장을 개량해서 국제시장에 진출시켜 성공하고 있는 예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사람들, 말하자면 절망하지 않고, 그러면서 단순히 노력만 한 것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더 개량되고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저는 마음으로부터 칭찬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신지식인들 중에는 가정주부도 있고, 농민도 있고, 노동자도 있고, 기업인도 있고, 기술자도 있습니다. 모든 신지식인께 우리가 격려의 박수를 보냅시다.

정범구 대통령께서 취임하실 때 세 달에 한 번은 국민들과 이렇게 TV를 통해서 대화를 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동안 국정에 바쁘셔서 참 오랜만에 만나셨습니다. 그래서 아마 평소 하시고 싶으신 말씀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대통령께서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해 주시죠.

대통령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암흑 같은 컴컴한 터널 속에 갇혀 있었는데, 이제 열심히 앞을 향해서 온 결과 제대로 길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저쪽에서 희미한 빛이 비치고 있습니다. 이제 금년에 그 빛을 향해서 우리가 쉬지 않고 나아가면, 그 앞에는 백화가 만발한, 말하자면 넓은 초원이 전개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확실히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이 개혁을 해나가면 동북아시아의 중심이 될 수가 있습니다. 한국 국민은 그렇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그렇게 말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세계의 선진대열에 설 수가 있습니다.

21세기는 교육수준이 높고, 문화수준이 높은 우리 국민의 세기입니다. 21세기는 지식산업시대, 문화산업시대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가장 알맞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과 더불어 힘을 합쳐서 임기 동안에, 특히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21세기에 세계 무대의 주인이 되어 진출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오늘의 이 고통과 노력이 모두 그런 일을 위한 귀중한 씨앗이 될 것이라는 것을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저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감히 말씀드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같이 가면 반드시 이 나라가 성공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건투를 빌면서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